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39
제139화
피닉스는 죽으면 사체를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던전의 보스처럼 말이다.
다만 눈알은 재료 아이템이기도 하고, 밍구의 성장을 위한 먹이이기도 하기에 남는다.
피닉스는 일반 필드 몬스터가 아니다.
그렇기에 던전에 있는 몬스터가 아님에도 죽으면 연기처럼 사라지고, 하루가 지나면 리젠되는 거였다.
꾸륵꾸륵.
밍구가 날 쳐다보는데 마치 내가 먹었는데? 이러는 거 같았다.
“흐흐. 잘했다. 어차피 니가 먹을 거였어.”
아이템을 수거하고 나니 다시 몸이 아파왔다.
‘후우. 일단 오늘은 쉬자.’
내일이면 피닉스가 리젠된다. 그렇기에 리젠 전까지 둥지에서 편하게 쉬기로 했다.
피닉스가 워낙 강한 몬스터이기에 이곳에는 그 어떤 몬스터도 다가오질 않는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밍구와 나눠먹으며 푹 쉬었다.
***
하루가 지나 아침이 되니 갈등이 시작되었다.
‘후우, 죽을 수도 있는데 진짜 싸워야 해?’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화약자루를 입 속에 넣기만 한다면 죽일 수 있잖아. 그럼 쉽게 잡는 거잖아.’
하지만 그게 쉽나?
일단 피닉스는 처음에 불을 내뿜는다.
이걸 어찌 피한다 하더라도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이 문제다.
어제는 공중에서 떨어지기에 피닉스가 미처 발톱을 쓰지 못했지만 오늘은 땅에서의 싸움.
‘부리보다 발톱이 먼저겠지. 장비가 허술해서 방패고, 갑옷이고 단번에 찢어버릴 거야. 내 몸이랑 함께.’
다시 하피가 있는 곳까지 가서 어제처럼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가는 것도 힘들고, 어제와 같은 상황이 또 반복되리란 보장도 없는 게 문제였다.
‘으음. 화약자루를 스스로 삼키게 할 수 있다면… 아!’
문득 기발한 생각이 났다.
‘몬스터의 피를 자루에 잔뜩 묻혀놓으면 먹을 거로 생각하고 삼키겠지?’
그런데 만일 아니라면?
부리로 쪼면 자루가 찢어질 테고, 화약은 가루 상태니 나와서 흩어질 테고.
먹을 게 아니라 여겨서 절대 입에 넣을 리가 없었다.
‘그럼 그냥 둥지에 두고 리젠되면 불화살이라도 쏘아서 터트려?’
그런데 이것도 좀 그랬다.
어제는 몸속에서 터졌으니 죽일 수 있었던 거였고, 몸 밖에서 터지면 과연 죽일 정도일까?
만일 죽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죽지는 않아도 부상이 심해서 골골댈 테니 그때 죽이면 된다?
‘피닉스는 신수라서 목숨이 완전히 끊어지기 전까지는 팔팔하게 움직일 걸?’
게임에서도 생명력 1%만 남아도 100%일 때랑 다름없이 움직였었다.
‘물론 게임이랑 현실은 차이가 있겠지만 만일 아니라면? 피닉스는 보통 몬스터가 아니니까.’
굉장한 방법을 찾은 듯 했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아주 덩치 큰 놈을 잡아다가 그 안에 숨기면…”
그런데 피닉스가 덩치 큰 놈을 바로 삼킬까?
‘아마 찢어서 먹겠지.’
그래도 장기라면…
‘심장 같은 거. 그건 그냥 꿀꺽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덩치가 아주 커서 심장도 같이 큰 놈.
그런 놈이라면 심장에 화약을 꽉꽉 채워서 넣을 수 있을 테고.
‘심장을 꿀꺽하면 안에서 폭발하겠지?’
꽤 괜찮은 생각 같았다.
‘후우, 그래. 시도는 해보자. 먹힌다면 대박이잖아.’
심장에 화약이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겠고.
실패하면 화약을 잃어버리는 거라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도할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
리젠이 언제라도 될 거 같아 급히 움직였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나서.
질질질.
‘젠장. 무겁다. 이놈 때문에 전투에서 써야 할 버서커랑 빅자이언트까지 쓰다니.’
덩치가 4~5미터는 될 정도의 거대한 자이언트베어.
잡는 거 차체는 쉬웠다.
대전차총으로 두 발을 쏘아서 잡았으니까.
헤드샷을 노렸는데 첫발이 머리를 맞췄음에도 죽지 않아 다시 쏘았고, 결국 쓰러뜨렸다.
그런데 이때부터가 문제였다.
너무 무거워서 쉽게 옮길 수가 없었다.
피지컬 SS라도 말이다.
어찌어찌 끌 수는 있겠는데 리젠 전에 둥지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할 수 없이 버서커를 쓴 후에 어깨로 짊어지고 뛰었다.
1분이 지나서는 빅자이언트를 썼고.
하여튼 둥지 부근까지 왔고, 이후에는 질질질.
결국 둥지에 가져다 놨다.
“후우, 힘들다.”
하지만 쉴 수 없었다.
검을 꺼내 배를 가르고, 심장에 연결된 동맥과 정맥을 잘라내고, 안의 피를 다 뽑아내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화약자루를 하나 꺼내서 안에 있는 화약을 심장 안에 꽉꽉.
‘후우, 다른 장기에도 넣고 싶지만 폭발 후에 계속 먹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 그냥 심장에만 열심히 화약을 넣었다.
여기까지 하고 난 후에 둥지에서 멀리 떨어졌다.
‘젠장. 피투성이네.’
어제는 내 피로, 오늘은 자이언트베어의 피로.
‘더럽고 끕끕하고. 미치겠네. 오늘 살아난다면 강을 찾아서 꼭 목욕하자.’
멀리서 둥지를 쳐다보고 있는데 드디어 피닉스가 리젠되었다.
‘나왔다!’
“밍구야. 여기서 기다려. 알았지!”
어제는 밍구를 품에 두고 싸웠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깨달았기에 오늘은 밍구를 떼어놓고 싸우기로 했다.
주의를 준 후에 대전차총을 꺼냈다.
피닉스가 심장을 먹고 안 죽을 때를 대비한 것.
리젠된 피닉스는 코앞에 놓인 먹잇감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심했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결국 먹기 시작했다.
눈부터 쪼아서 눈알을 먹고, 살도 뜯어먹더니 다음엔 발톱으로 배를 가른 후에 심장을 움켜쥐었다.
‘그래! 그거야. 먹어!’
꿀꺽.
진짜로 먹었다.
심장을 찢어서 먹으면 어쩌나 했는데 피닉스는 심장을 단숨에 삼켰다.
‘아싸~!’
그런데 터지는 소리가 없었다.
‘응? 왜… 아!’
먹이는 식도를 타고 위로 들어간다. 그러니 탈 리가 있나.
‘이런 멍청이!’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핑핑 돌렸다.
그리고 찾아낸 방법은…
‘심장을 쏘자.’
심장을 맞고 죽지는 않을 거다.
피닉스는 신수라서 말이다.
하지만 심장에 구멍이 나면 그 안의 뜨거운 열기가 위에까지 영향을 줄 테고, 잘 하면 불같은 피가 위로 들어가서…
대전차총으로 조준을 한 후에 심장을 향해 쏘았다.
행운룰렛은 당연히 돌렸고, 치명적인 일격을 사용했다.
버서커와 빅자이언트는 이미 썼으니 쓸 수가 없었다.
‘한 발에 끝내야 해.’
실패하면 피닉스는 바로 움직일 테고, 움직이는 놈을, 그것도 빠르게 움직이는 놈을 맞추는 건 너무 어려우니까.
두근두근.
이처럼 긴장한 게 얼마만인지.
타아앙!
탄환이 날아갔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마음은 +7까지 하고 싶었지만 시간도 없고 해서 +3까지만 강화한 탄환이었다.
수백 미터는 떨어져 있었는데 그걸 순식간에 좁힌 탄환이 피닉스의 몸에 박혔다.
그런데 변화가…
‘맞은 곳이 심장이 아니었나?’
총을 맞은 피닉스는 비명을 지르더니 바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젠장. 실패네.’
총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대신에 검과 방패를 꺼냈다.
‘그래. 와라! 와!’
놈은 나에게로 날아왔고, 나도 놈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이때!
콰아아앙!
터졌다. 그토록 기대하던 화약이!
달려가다 움찔하여 잠깐 멈칫하고는 피닉스를 쳐다보았다.
푸드덕푸드덕~ 쿠웅.
바로 죽지 않고 용암처럼 활활 타오르는 피를 몸 여기저기의 상처에서 물처럼 쏟아내던 피닉스는 결국 날갯짓 몇 번 후에 땅에 떨어졌다.
‘와~, 아직도 안 죽었어? 진짜 대단하다.’
죽었다면 아이템을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져야 하니까.
급히 달려간 후에 검에 오러를 일으키고 목젖을 향해 내리쳤다.
놈이 불을 쏟아내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
서걱.
목에서 불이 물처럼 콸콸 흘러나왔다.
다음은 머리로 이동해서 연신 검을 휘둘렀다.
버서커나 빅자이언트는 없었지만 쓰러졌을 때에 끝장을 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있는 힘을 다 했다.
내부폭발로 힘을 내지 못하고 꿈틀거리기만 하던 피닉스는 결국 끝이 났다.
사라진 자리엔 아이템 하나가 놓여 있었다.
“헉헉. 헉헉. 이겼어! 이겼어!”
승리의 기쁨으로 온몸에 전율이 찾아왔다.
***
14일이 지났다.
피닉스의 14개 아이템도 모두 얻었다.
피닉스의 눈알도 14번이나 먹은 밍구는 덩치가 몇 배는 커져서 이젠 독수리 정도는 되는 듯했다.
이제 품에는 더 이상 넣을 수 없어서 어깨에 올려두었다.
“밍구야. 너… 괜찮지?”
박쥐는 원래 거꾸로 매달리는 거 아니던가?
게임에선 필요한 거 다 모은 후에 한꺼번에 먹였다.
때문에 이렇게 중간 단계로 큰 밍구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너 좀 징그럽다.’
사람 크기의 박쥐를 인터넷에 있는 사진으로 보긴 했는데 실제로 옆에 있으니 진짜 징그러웠다.
그래도 아기 때부터 키워서 그나마 나은 거였다.
“다음 장소나 얼른 가자.”
차라리 확 커서 와이번이 되어야 덜 징그러울 거 같았다.
봉우리에서 산 밑까지는 어쩔 수 없이 걸어서 가야 했다.
‘던전이 이 부근이었는데.’
다음에 갈 곳은 던전이었다.
말은 던전인데 사실은 엄청난 미로였다.
이곳은 몬스터 잡는 것도 일이지만 미로 속에서 길을 찾는 게 더 힘들었다.
무서운 건 미로 벽이 움직인다는 점.
때문에 벽을 잡고 계속 이동하면 결국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그런 건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 길을 찾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던가.’
수백 번을 헤매고 헤매었기에 이젠 던전 벽이 언제 어떻게 움직이는지 빠삭하게 알았다.
던전 안의 몬스터는 총으로 해결할 계획이었다.
이 던전의 무서움은 미로였기에 몬스터는 오우거와 비슷한 정도.
그렇기에 총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했다.
던전에 들어가고 몇 시간 후.
‘최단 시간 기록은 못 세웠네.’
게임에선 2시간30분이었나?
그런데 지금 3시간은 족히 넘은 듯.
어쨌든 보스까지 클리어했다.
“밍구야? 이거 먹어.”
내미는 건 미노타우로스의 눈알.
꿀꺽.
“이번엔 단 한번만이다. 마지막 거는 며칠 후에 줄게.”
며칠 후.
더 커버려 어깨도 두지 못하는 밍구와 내가 도착한 곳은 깊은 산의 동굴 입구.
여긴 더 깊은 북쪽 땅이라 칼바람이 1년 내내 부는 곳.
입구는 큰 바위로 꽉 막혀 있었다.
‘원래는 여기에 퀘스트로 얻은 땅의 정수를 가져다 놔서 바위를 움직인 후에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들어야 하지.’
땅의 정수를 얻는 퀘스트를 지금 진행하려면 한 달(?)은 걸릴 듯.
돌아다녀야 하는 지역도 대륙 곳곳이다.
물론 제국 땅도 있고.
‘화약… 될 거야.’
만일 화약으로 안 된다면?
‘그럼 포기.’
와이번으로 만들지 못하고 너무 큰 밍구가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버서커와 빅자이언트를 쓴다 해도 이 바위는 부술 수 없다.
쇠망치로 몇 년을 때리면 부술 수 있으려나?
그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퀘스트를 하고 말지.
바위로 다가간 후에 화약자루 딱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5개의 화약을 쓰기로 했다.
화약자루가 크기에 자루 채는 쓸 수 없어서 손으로 화약을 퍼내어 바위의 좁은 틈에 억지로 쑤셔 넣었다.
도화선은 없기에 빼둔 화약자루에서 화약가루를 꺼내 좁고 길게 뿌리며 대략 50여 미터 뒤의 큰 나무 뒤까지 이어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