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54
제154화
흠칫.
아시모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나?”
“두, 두려워서요.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만들면 안 됩니까? 마법사나 연금술사나.”
연금술사라는 말에 실버훈이 떠올랐다.
‘안 돼. 내가 자리를 비우면 할 일이 많아.’
하지만 뇌홍의 제조는 과정을 보아도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믿을 만한 사람이 세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다음으로 꼽을 게 실버훈 님 아닌가?’
장인이니까.
아직 마고와의 사이에 자식도 없었다.
둘 사이에 왜 안 태어나는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아직까지 없었기에 실버훈의 입장에서 자식은 레아 딱 하나였다.
‘그래. 실버훈 님에게 맡기자.’
“알았다. 두렵다면 그대는 새로운 총만 만들어라.”
“이전에 만든 총은 어떻게 할까요?”
“팔까?”
화들짝.
“네에?”
“하하. 화약 만드는 건 이미 다 알고 있을 테고. 총이 필요할 테니 판다면 산다고 하겠지.”
“하, 하지만 총은 무깁니다! 그동안 그렇게 보안에 신경을 쓰셨잖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이미 노출이 너무 많이 되었어. 게다가 화약이 없다면 총은 검이나 창보다 못하지. 만드는 데 돈이랑 힘만 많이 들 뿐이고.”
“이건 다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저들이 총을 사려고 할까요? 이미 다 아는 건데요?”
“저들이야 철이 우리보다 못하니까 산다고 하겠지.”
도가니 제강법을 모르니 철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려가며 만들 수는 있지만 이러면 대량생산은 엄두도 못낸다.
적들은 죄다 화약의 비밀을 캐는데 집중하고 있기에 도가니 제강법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조만간 이것에 대한 비밀도 캐려고 하긴 하겠지만 현재는 아니었다.
화약의 대량 생산에 집중하느라 총은 구했지만 총기 제작법에 대한 것도 제대로 신경을 못 쓰고 있었고.
‘어차피 저들도 다 만들게 될 거야.’
그러니 비싸게 팔 수 있을 때에 파는 게 좋았다.
실버훈을 만나 뇌홍을 보여주고, 실제로 터지는 것까지 알려주자 눈을 똥그랗게 뜬다.
“오호, 대단한데? 이것도 자네가 만들었나?”
남들에게는 황제 소리 듣지만 실버훈에게는 평소처럼 대하라고 했다.
말도 낮추고.
지구의 걸 많이 잊고 있긴 하지만 아직 동방예의지국의 유교적 예절이 몸에 배인 나로선 장인이 존댓말하며 날 높여주는 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네.”
“연금술은 내가 아니라 자네가 해야겠는데?”
“흐흐. 그런가요?”
“재능이 아깝네.”
“그래도 연금술은 취미라…”
“끄응. 허탈하네. 평생 노력해도 재능은 따라갈 수가 없다니…”
솔직히 평생 노력 안 했잖아요.
도박으로 날린 재산.
잊으셨나요?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이걸 전담해서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위험한 거라 조심도 해야 하고, 비밀이 외부에 새어나가면 안 됩니다.”
“그치. 그래야지.”
“많은 적들이 화약에 대한 비밀도, 똥밭에서 만드는 초석의 제조법도 거의 다 알아냈습니다.”
“진짜?”
이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도, 가질 이유도 없는 실버훈이기에 눈을 껌벅이며 들었다.
“하지만 뇌홍은 똥밭처럼 공개된 곳에서 제조하지 않습니다. 제조 과정에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끄덕끄덕.
“자네가 설명한 대로라면 그렇겠지.”
뇌홍을 보여주기 전에 제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다 했다.
“비밀을 잘 지킨다면 첩자들이 절대 알아낼 수 없다고 봅니다. 저희 제국이 적보다 앞설 수 있는 중요한 무기니까 잘 관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그리고 이걸로 여러 실험을 해보시는 건 좋지만 보시다시피 폭발력이 너무 강하고요. 조그만 자극에도 민감합니다.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알겠네.”
실버훈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실수할까 걱정이 되었다.
‘괜히 맡겼나? 실수해서 죽으면…’
다치는 건 어떻게든 고칠 수 있었다.
지구의 뛰어난 의학기술은 없지만 여긴 마법의 세계니까 마법으로 다 치료가 가능하다.
사지가 잘리는 것조차 바로 붙여서 마법을 쓰면 멀쩡하게 붙어서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은 후에는 리치로 만들지 않는 한 되살리는 건 할 수 없었다.
리치도 온전히 살렸다고 할 수는 없고.
총을 한꺼번에 다 내놓으면 우리가 쓸 게 없으니 일단 절반만 내놓도록 했다.
특정 상단을 정하지 않고 거래하는 모든 상단에 골고루 팔기로 했는데 다들 믿지 못하며 진짜인지 되물었다.
일단 총을 살 상단을 한 자리에 모았다.
“가격을 가장 높게 제시하는 곳에 전체 물량의 50%를 주겠다. 다음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 30%를 줄 거고, 세 번째는 10%다. 나머지 10%는 나머지 상단에 골고루 줄 거고. 가격은 세 번째 상단의 가격으로 하겠다.”
이렇게 했더니 서로 눈치를 보았다.
결국 총 하나에 152골드라는 가격을 제시한 상단이 1위가 되었다.
2위는 151골드.
3위는 150골드.
팔 물량은 20만 개였다.
현재 가진 것의 절반을 털어내는 데 성공했고, 1년 후에 나머지 절반도 팔기로 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인력을 갈아 넣으며 무지막지하게 생산한 결과로 40만 정이란 엄청난 총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천 정을 만드는 것도 힘들었고, 만 정, 2만 정 보유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체계가 잡히고, 장인들이 나오고, 분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대량생산이 시작되자 제작 속도가 수십 배나 빨라졌다.
기존의 총을 정리하는 대신에 1년 동안 새로운 총을 5천정 만들기로 했다.
현재 상비군이 5천 명이었다.
이전에 몇 만 명까지 늘리기도 했으나 휴전도 했고, 상비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유지비가 커지니 줄여야 했다.
새롭게 생긴 돈은 모두 베르게르 제국의 재정을 위해 쓰기로 했다.
아직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
“베르게르 제국에서 총을 판다고? 그것도 2만 정이나?”
소식을 들은 유제프는 난해한 표정을 지었다.
“후우, 삼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볼 텐데…”
다리우스의 공백을 유제프는 아쉬워했다.
“그런데 머 사고 싶어도 돈이 없잖아?”
다리우스만 아니라 아롱드 가문 자체가 배신을 때렸기에 유제프로선 기댈 곳이 없었다.
“젠장. 술이나 먹자.”
모든 걸 포기한 유제프는 술을 마시려고 했다.
이때 나타난 건 태후.
“폐하! 또 술이십니까? 술은 끊기로 약속하셨잖아요?”
“어머니… 제가 술 외에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요. 이대로 무너질 겁니까?”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뭐가 바뀌는 데요? 돈이 있나요? 어머니가 삼촌을 설득해서 다시 돌아오게 해보세요.”
“아마 하고 있어요.”
“그래요? 그래서요?”
유제프는 혹시나 다리우스가 돌아온다고 하려나 싶은 마음에 반색하며 물었다.
“연락이 없다. 하지만 실망하지 마라.”
“어떻게 실망을 안 해요?”
“설득할 자신이 있어.”
“연락도 없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하시려고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유제프를 안심시킨 태후는 베르게르 제국에서 총을 판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거 꼭 사야 하니?”
“있으면 좋죠. 화약의 비밀은 알아냈고, 화약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초석을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도 알아냈습니다.”
유제프가 말하는 건 똥밭을 통한 초석 생산이었다.
똥밭을 어떻게 만드는지,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거기서 초석은 어떻게 만드는지.
이걸 알아내는데 몇 년이란 시간과 수없이 많은 첩자가 희생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은 알아냈다.
“그래? 그럼 총 만드는 방법은 모르니?”
“알죠. 그걸 가장 먼저 알아냈는데요.”
“그런데 왜 사야 해? 우리가 만들면 되잖니.”
“품질이 달랐어요. 저들이 만든 게 훨씬 좋았어요. 우리가 만든 총을 쏘면 화약 폭발 때에 총도 같이 부셔지며 죽은 이가 한둘이 아니었어요.”
갸우뚱.
“총이 부셔지면 죽어?”
총이 부셔지며 죽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태후는 의아하게 여겼다.
“화약이 폭발하면서 총이 깨지는데 이때 파편 때문에 얼굴에 상처를 입고 심하면 죽는 거죠.”
“우리는 왜 저들보다 못 만드는데?”
“대장장이 말에 따르면 철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저들 건 아주 단단하다고요. 그래서 지금 저들이 어떻게 철을 만드는지 그 방법도 캐내려 하고 있어요.”
절레절레.
“죄다 첩자구나. 저들 걸 알아내지 못하면 우리는 방법이 없구나.”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어요.”
“알았다. 총도, 철을 만드는 방법도 내가 함께 해결해보마.”
“진짜요?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요?”
“기다려라.”
태후는 단단히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유제프가 태후와 대화하는 동안에 같은 소식을 들은 버나드는 이지크와 함께 상의하여 20만 정을 모두 사들이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1년 후에 20만 정이 또 풀린다는 소식에 이것마저 예약했다.
하지만 상단에 연락을 넣은 결과 여러 왕국에서 구매하겠다는 연락을 해와 실제로 구매한 건 10만 정에 불과했다.
또 내년에 풀릴 총도 10만 정만 예약이 가능했다.
버나드는 기뻐하며 총이 언제 올까 노심초사 기다렸다.
“총이 오면 당분간 철의 비밀에 대해선 몰라도 여유가 생기는 거지?”
“그럼요. 지금은 군대를 꾸리기에 총의 숫자가 너무 열악합니다. 품질도 많이 떨어지고요.”
“철의 비밀을 알아내는 건 언제쯤 가능하겠어?”
“글쎄요. 1년 정도면…”
“길군.”
“그래도 저희는 총을 확보하잖습니까? 유제프 황자 쪽은 돈이 없어서 하나도 못 산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희가 확실히 앞서는 겁니다.”
“하하. 그래?”
유제프보다 앞선다는 것에 버나드는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계속 밀리기만 했는데 처음으로 앞서는군요. 그렇죠?”
“맞습니다.”
“다리우스까지 배신했고, 휴전만 끝나면 바로 치자구요.”
“베르게르 공국이 문젭니다.”
“아! 맞다. 스타크가 있었지.”
좋아하던 얼굴이 확 바뀌어 짜증난 표정이 되었다.
***
태후가 보내온 비밀 서신을 받은 다리우스.
벌벌벌.
두 손을 떨며 펼쳐진 시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이런 개 같은 일이…“
어릴 때부터 욕심이 많은 여동생이었다.
자신도, 아버지도 격렬히 반대했으나 여동생의 대답은…
“제가 먼저 꼬리를 쳤는데요?”
“응?”
“뭐라고?”
“시작은 후궁이지만 전 꼭 황후가 되겠어요!”
여동생은 기필코 후궁이 되어 황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위로는 황후가 있었고, 황제가 사랑하는 후궁은 게오르의 엄마였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여동생이지만 황제가 아예 잠자리를 안 한 건 아니니 아기가 생기긴 했다.
하지만…
“죽었다고?”
막 태어나고 백일도 되지 않아 아기가 죽었다.
그런데!
“아버지. 제 아기를 대신할 아기가 필요해요.”
급히 가문을 찾아온 여동생이 아버지 앞에서 호소했다.
“니가 미쳤구나.”
“아기가 없다면 전 아무 것도 아니게 되요. 황제는 새로운 후궁에 빠져서 저는 이제 찾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어디서 아기를 구하느냐! 게다가 아무 아기나 데려온다고 대신이 되느냐! 황제랑 닮지도 않은 아기로 어떻게 이목을 속이느냐!”
“오빠의 아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