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55
제155화
여동생이 아기를 낳던 때에 다리우스의 아기도 태어났다.
차이는 단 며칠.
“오빠의 아기라면 저와도 같은 피가 흐르니 의심 받지 않을 거예요.”
“네가 단단히 미쳤구나. 진짜로 미쳤어!”
“저 혼자만을 위한 일이 아니에요. 가문을 생각해보세요. 위대한 아롱드 가문이 이대로 무너지길 원하세요? 제가 후궁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롱드 가문은 겉으로 보기에 오랜 전통으로 다져진 철옹성 같지만 실제로는 몇 대에 걸쳐 천천히 권력의 중심부에서 멀어지면서 수익이 줄어들었고, 100여 년에 걸쳐 적자가 계속 누적되며 재정난이 심각한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딸이 후궁으로 들어가면서 재정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되었고, 권력의 중심부로 부상할 수 있었다.
또 최근에는 새롭게 기사단을 하나 늘리며 세를 급히 불리고도 있었다.
“아버지? 오빠는 다시 낳으면 되잖아요. 하지만 황제께서 사랑을 버리신 저는 기회가 없어요. 제가 황후가 되려면 자식이 꼭 있어야 해요!”
“….”
“제발 부탁드려요.”
“하지만 네 오빠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다. 며느리도 마찬가지고.”
“굳이 밝힐 필요가 있나요? 아버지가 알아서 해주시면 되잖아요. 오빠나, 언니나 아기는 유모랑 하녀에게 맡길 뿐이잖아요.”
“….알았다.”
아버지가 허락하며 죽은 아기를 산 아기로 바꿔치기하는 일이 진짜로 이뤄지고 말았다.
주도면밀한 아버지는 유모와 아기를 돌본 하녀들만 아니라, 딸의 아기가 죽은 사실을 아는 이들은 남김없이 모두 죽였다.
아롱드 가문의 힘이 있었기에 이런 일도 가능했던 것.
다리우스와 그의 아내는 아기가 죽은 걸 알고 무척이나 슬퍼했다.
이후로 자식을 가져보려 했지만 모두 실패.
그런데 오늘 자신의 아들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르르르.
몸이 떨렸다.
충격보다는 아버지와 여동생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서신에 쓰여 있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유제프를 볼 때마다 이제는 죽고 없는 아내의 모습이 떠오를 때가 많았다.
또 외탁을 해도 너무 했구나. 어쩜 황제의 얼굴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부모의 한쪽만 닮은 애들이 있기는 하니까 다리우스도, 황제도, 다른 누구도 트집을 잡지는 못했다.
‘미친 년! 미친 년! 어떻게 이걸 비밀로 하고 여태껏 지낸 거야? 독한 년!’
분노와 당황 그리고 캄캄한 미래 등.
다리우스는 복잡한 감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서신은 이걸로 끝이었다.
다리우스는 이날로부터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며 고민에 들어갔다.
솔직히 다른 건 다 부정해도 자신에게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게 가문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일주일이 지났을 때.
결심을 굳힌 다리우스는 아롱드 제1기사단의 단장과 제2기사단의 단장을 불렀다.
두 사람이 오자 초췌한 표정의 다리우스가 가죽 주머니 하나씩을 내밀었다.
받아서 열어보니 안에는 반짝거리는 보석이 하나 가득이었다.
“헉! 공작 전하!”
“보, 보석이…”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두 사람.
“흠흠. 그동안 힘들었지? 날 따라 제국까지 버리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보상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돈 밖에 뭐가 있겠나? 그래서 마음을 담았다.”
“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전하.”
둘은 각자의 주머니를 품에 넣었다.
“으음. 내 마음은 전했고…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 그건…”
다리우스는 베르게르 제국을 배신하고 다시 북 알비온 제국으로 돌아가자는 거였다.
솔직하게 태후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고, 부당한 대우를 들먹거렸다.
“스타크는 믿음을 주지 않는다. 결국은 우리를 버릴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전하, 유제프 폐하께서 받아주시겠습니까?”
“전하께서 가문의 재산도 다 내놓으셨잖습니까?”
피식.
“받아준다고 서신이 두 번이나 왔으니 돌아가는 건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리고 내놓은 가문의 재산은 돌려받을 길이 있다.”
“어떻게 돌려받습니까?”
“진짜로 방법이 있습니까?”
의아해 하는 두 단장에게 다리우스는 계획을 얘기했다.
“베르게르 제국에서 팔겠다고 내놓은 총이 있다. 이 물량 20만정이나 된다. 이걸 터는 거다.”
베르게르 제국에서 대륙의 곳곳으로 퍼져나가야 하기 위해서 상단들이 거처가야 할 길이 3개인데 1개는 아롱드 가문의 땅을 지나간다.
나머지 2개의 길 중에 1개는 가문의 땅 바로 밑이었고, 1개는 좀 멀었지만 기사단을 동원하면 빠른 시간 내에 갔다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저희의 영지는 어찌합니까?”
“설마 이 땅은 버리는 겁니까?”
“어쩔 수 없다. 우선은 버리고 알비온 제국의 수도로 가야지. 그리고 새로 영지를 받겠다.”
두 단장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얼마 후, 나는 20만정이나 되는 총들이 모두 아롱드 기사단에 털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배신이군. 태후가 손을 쓴 게 분명해.’
직감이 왔다.
다리우스가 배신할 건 이거 밖에 없으니까.
“폐하. 어떻게 할까요?”
“쫓아가면 잡을 수 있겠나?”
“북 알비온 제국 땅으로 들어가면…”
“휴전인데 먼저 깰 수는 없지.”
“하지만 저들이 배신을 시킨 거 아닙니까?”
피식.
“그렇다고 휴전을 깰 수는 없지.”
70년 가까이 휴전 상태인 한국인으로 살던 입장에서 본다면 탈북하는 자가 있다고 휴전을 깨고 전쟁을 하자는 거나 다름이 없는 얘기였다.
물론 규모가 다르긴 하다.
다리우스는 가문의 모든 인원과 아롱드 기사단 2개까지 함께 데리고 갔으니까.
뿐만 아니라 총을 20만정이나 털어갔다.
21세기 한국으로 치면 미사일 2만개를 털어간 거나 다를 게 없는 얘기였다.
‘하지만 손해는 상단이 봤지.’
왜냐하면 돈은 이미 다 받았으니까.
“상단에서는 어떻게 한다고 하는가?”
“북 알비온 제국에 항의를 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돌려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렇겠지. 이전에도 북 알비온 제국에서 턴 거는 아니니까. 그래도 앞으로 아롱드 가문은 상단과 거래를 못하겠는데?”
“아마 그럴 거 같습니다. 상단에서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그렇겠지.”
돈으로 따져도 3천만 골드가 넘는데.
‘나한테 뺏겨서 생긴 손해는 다 메꿨군.’
물론 전에 제국의 수도를 털 때에 받은 아롱드 가문의 손해까지 따지면 여전히 손해지만 말이다.
“혹시 장인들 중에 끌려간 자는 없나?”
“네. 장인들은 수도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니까요.”
“그거면 됐다.”
다리우스가 떠난 건 잊어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다리우스는 생각보다 영악했다.
베르게르 제국에 속해 있을 때에 똥밭을 통한 초석제조법은 물론이고, 도가니 제강법에 관한 비밀까지 이미 챙겨둔 상태였다.
다만 새로 만드는 뇌홍과 퍼커션 캡 총에 대한 건 알지 못하고 떠났다.
***
다시 돌아온 다리우스는 태후부터 만났다.
짜악!
보자마자 태후의 뺨을 갈기는 다리우스.
여동생을 때린 건 평생 처음이었다.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태후는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태후는 아프다거나, 원망의 소리조차 하지 않고 천천히 일어났다.
“…오빠.”
“왜?”
“나만 잘못했어? 아버지도 동의한 일이었어!”
“왜 숨겼니?”
“그럼 어떻게 해? 아롱드 가문을 위한 일이었어!”
“…..”
가문이란 말에 다리우스는 반박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유제프는 진실을 몰라.”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해.”
“당연히 비밀로 하지. 나도 가문이 중요해.”
“가문 얘기는 꺼내지도 마. 그리고 유제프를 보기는 하겠지만 옛날처럼은 아니야. 난 앞으로 가문에 처박혀 나오지 않을 거야. 불러도 소용없어.”
“이건 유제프에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니가 먼저 대답해.”
다리우스의 태도는 아주 강경했다.
“오빠?”
“왜?”
“오빠가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가문을 위해서라도 유제프의 곁에서 일해 줘야 해. 지금 제국은 셋으로 쪼개졌어. 이렇게 그냥 둘 거야?”
“스타크가 죽기 전에는 희망이 없다. 이대로라도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해. 베르게르 제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흥! 그게 가능해?”
태후는 콧방귀까지 뀌면서 비웃었다.
“가능하니까 말하는 거야.”
“어떻게?”
“스타크가 병사를 이끌고 수도에서 하루 앞까지 왔던 거 알아?”
“당연히 알지. 그때 오빠가 배신한 거잖아.”
“가문을 살리려고 한 거야. 유제프는 희망이 없었다.”
“그럼 지금은?”
“계속 들어봐.”
태후의 재촉에 다리우스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그때 스타크가 갑자기 멈췄어. 그리고 유제프와 대화를 나눴지. 나하고도 대화를 했었고. 당시에는 도통 스타크를 이해하지 못했어. 작정하고 군대를 이끌고 여기까지 왔는데 왜 돌아가? 유제프는 전혀 수비가 되고 있지 않았어.”
“그랬다고 하더라. 수비할 병사를 하나도 안 모았다고 하던데? 완전히 포기한 채로.”
“납득이 안 되었고, 지금도 아직 의문이 남기는 하는데 내가 생각한 이유는…”
다리우스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뭐야.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샤이아 때문이야.”
“샤, 샤이아? 여기서 갑자기 샤이아가 왜 나와?”
“스타크는 샤이아 때문에 죽을 뻔했어.”
“진짜?”
“얘기가 좀 긴데…”
다리우스는 악마의 하수인부터 시작해 스타크에게 저주의 마법을 걸고 샤이아가 군대를 끌고 간 모든 얘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실패했지. 원래라면 샤이아는 저주의 마법으로 인해 죽었어야 해. 그런데 그는 죽지 않고 도망쳤어.”
“저주의 마법이 사기였던 거 아니야?”
“나도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그게 아닌 거 같아. 뭔가 있어. 그리고 그걸 스타크도 알아.”
갸우뚱.
“그가 안다고?”
“응. 무언가가 있어. 그래서 유제프를 살려준 거야.”
“뭐? 여기서 갑자기 유제프가 왜 나와?”
태후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주의 마법은 서로 연관되어 있거든. 유제프와 샤이아가 하나로 묶여 있지.”
“묶여 있다니?”
“유제프가 살아있는 한 저주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지. 그걸 알고 스타크가 유제프를 살려준 거야. 수도에 올 때까지는 몰랐어. 그런데 갑자기 알게 된 거지. 그래서 멈춘 거야. 샤이아는 아직 안 죽었으니까.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해낸 추론이야.”
다리우스는 정말 정확하게 추리해냈다.
다만 갑자기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몰랐다.
“오빠 말로는 유제프가 샤이아를 죽일 수 있다는 거네?”
“그렇지.”
“어떻게?”
“원래는 샤이아가 스타크를 죽이지 못하고 전투도 졌을 때에 죽었어야 해. 그게 저주의 마법이 발동하는 조건이었어. 그런데 지금은… 나도 모르겠어.”
“하! 그게 뭐야.”
태후가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하튼 스타크는 유제프를 안 죽이려고 하니까 이걸 이용해서 잘 협상해봐. 남쪽을 둘로 나눠먹자고 하던지.”
“오빠? 오빠가 도와줘.”
“아까 싫다고 했잖니.”
“유제프 대신에 오빠가 제국을 맡는 건 어때?”
“뭐? 반역을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