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53
제153화
2서클인 레아의 마법은 나가족의 독은 해독하기 충분하지만 나가족의 왕은 부족했다.
해독을 못한다는 게 아니라 독의 강도와 세기 그리고 양이 워낙 많으니 감당을 못하는 것.
‘그냥 몸으로 버텨야지. 어쩔 수 있나.’
이럴 거란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다.
고인물로서 나가족 왕을 상대하기 위한 파티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사실 레아는 부족하지만 믿는 건 따로 있었다.
독으로 내가 쓰러지기 전에 나가족 왕이 먼저 쓰러지면 된다고 여겼다.
그 후엔 레아가 천천히 해독해주면 되고.
물론 승리 후에도 내가 독으로 죽지 않고 버텨야 하는데 버서커와 빅자이언트로 최하 한 단계 이상 올라간 피지컬, 독 내성, 힐링 포션, 큐어 포션 및 레아의 해독 마법이면 어찌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버서커와 빅자이언트가 사용 중이기에 독무를 피해 다급히 달려 나가족 왕의 뒤로 돌아간 후에 잡았다.
꼬리를!
그리고…
부우웅, 부웅~ 콰앙!
거대한 놈을 두어 번 돌린 후에 벽에 집어던졌다.
그런데 생명력 게이지에 변화가 없었다.
‘젠장. 수비 모드구나.’
“수비야!”
뒤를 향해 외쳤다. 지금은 공격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얘기.
나가족 왕은 쓰러진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마법을 시전해 치료했다.
실시간으로 채워지는 생명력 게이지.
들어간 데미지의 90%가 회복되는 모습이었다.
‘후우, 이럴 줄 알았으면서도 허탈하네.’
그런데 이자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봉을 뺏으면 마법을 못 쓰지 않나?”
“아니. 소용없어.”
내가 해봤으니까 아는 거다.
“그럼 목을 공격하면? 목소리를 못 내면 마법을 못 쓰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목소리를 못 내가 하는 거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야.”
이것도 해봐서 아는 거다.
“화약을 쓰면 쉽지 않을까?”
화약…
나도 당연히 생각해봤다.
하지만 피닉스나 그리핀처럼 화약이 담긴 자루를 던졌을 때에 어떻게 반응할까?
니가족 왕이라면 손을 이용해 잡을 게 100%였다.
사람으로 친다면 두 손이 있는데 입으로 받는 경우가 있나?
때문에 화약은 총을 쏘는 데만 쓰기로 한 거였다.
“왜? 효과가 없어? 수비할 때에 주변에 깔아뒀다가 폭발시키면 되지 않나?”
“그걸 저놈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거잖아.”
터지기 전에 집어서 우리 쪽에 던질 수도 있고.
화약 자루에 총을 쏜다고 폭발하나? 그렇지 않다. 그냥 푹 하고 박히고 만다.
폭발시키려면 불이 있어야 하고, 불을 붙이려면 심지를 이용해야 하는데 심지가 타는 동안 놈이 가만 둘까?
손은 뒀다 뭐 하겠나.
우리 쪽에 던지면 위험해진다. 그래서 생각을 안 했는데…
“건들면 공격 아닌가?”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가짜 자루를 먼저 몇 개 던져서 속인 후에 놈이 자루를 건들면 진짜를 심지를 짧게 해서 던지면 되지 않을까?’
현재 나가족 왕은 수비 상태라 눈만 껌벅이며 이쪽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등을 돌린 후에 아공간 주머니에서 화약 자루 10개를 꺼낸 후에 5개는 화약을 싹 비우고 대신 상점에서 싸구려 장비를 사서 집어넣었다.
심지는 언제든 쓸 수 있게 아공간 주머니에 미리 준비를 해놨기에 10여 개의 화약 자루에 다 꽂았고, 길이는 알아서 조정을 한 후에 불까지 붙였다.
왼손에 든 5개는 가짜.
오른손에 든 5개는 진짜.
먼저 가짜부터 나가족 왕에게 던졌다.
‘그런데 이거 반응 없으면 어떻게 하지?’
순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가짜가 반응이 없으면 진짜도 반응이 없을 테고, 던지고 튀면 된다.
가짜 5개가 심지에 불이 붙은 채로 자기 앞에 떨어지니 경계심이 생긴 나가족 왕은 냉큼 집어서 던지려 했다.
‘오호, 먹혔어!’
오른손에 든 진짜를 던졌다.
만일 나가족 왕이 건들지 않으면 얼른 심지를 꺼야했었다.
바로 폭발할 수 있게 심지를 짧게 했던 터라 머뭇거릴 여유도 없었고.
얼른 세 아내에게 다가가 방패로 막으며 외쳤다.
“바닥에 엎드려!”
셋 다 화약의 무서움을 알기에 내 말에 따랐다.
그리고…
쿠와아아앙!
화약자루 5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굉음과 열기.
열기가 사라질 즈음에 방패 위로 고개를 내밀고 보았더니…
나가족의 왕은 사라지고, 바닥에는 반짝거리는 금화 뭉치와 양피지 몇 개, 왕관 그리고 마법봉이 놓여 있었다.
‘와아, 이렇게 쉽게 죽이다니.’
처음부터 이렇게 했으면 바로 끝날 일이었다.
독으로 고통 받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그래서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해.’
희대의 천재인데도 지혜의 순발력은 아직 모자른 거 같다.
‘하여튼 쉽게 잡았으니 된 거지.’
일어나서 드랍된 걸 주으려는데 레아가 어깨를 잡았다.
“왜요?”
“치료부터요. 당신 얼굴이랑 손… 너무 상처가 심해요.”
이때 아나이스도 반대편 어깨를 잡았다.
찌릿.
뒤에 있는 이자벨이 레아와 아나이스를 쏘아보는 게 보였다.
좌우 어깨에 두 여인의 팔이 있으니 자신은 끼어들 곳이 없어서 이러는 것.
나와 시선을 마주치자 이자벨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나가족 왕이 죽은 곳으로 걸어갔다.
‘질투?’
솔직히 나도 괴로웠다.
아내가 하나도 아니고 셋이라니.
이자벨이 가지고 오는 걸 받은 후에 마법봉은 레아에게 주었다.
“앞으로 이걸 써요.”
“너무 커요. 무거울 거 같은데…”
“조금만 참고 들고 다녀요. 마력이 강해진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조금 있다 지휘관 성장 주문서를 써서 레아의 피지컬을 올려주기로 했다.
살짝 이자벨의 눈치가 보이긴 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당신은 처음부터 너무 강했다고. 성장의 여지가 얼마 없었어.’
“어… 이자벨?”
“왜요?”
“혹시 이거 필요하면…”
줄 게 왕관 밖에 없었다.
“흥! 됐어요.”
토라진 이자벨.
“어… 아나이스? 당신은?”
“제, 제가 가져도 되나요? 특별한 능력 같은 게 있지 않나요?”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녹여서 금으로 쓰면 되요. 무거우니까 일단 내가 가지고 있다가 금으로 바꿔서 줄게요.”
나가족 왕은 죽으면서 주문서 확률 보정권을 무려 5장이나 주었다.
사냥 중에 나온 것까지 합쳐서 이 던전에서 얻은 보정권은 모두 10장이었다.
***
던전을 나와 성으로 돌아왔다.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들과의 인사.
다음은 똥밭으로 가서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둔 나가족 시체를 꺼내놓은 후에 이걸로 새로운 똥둔덕을 만들도록 했다.
“목에는 독주머니가 있을 테니 그건 미리 제거해서 모아두도록 해라.”
“저, 전하? 또… 늘립니까? 지금도 충분히 큰데…”
똥밭에서 일하는 자들은 괴로워했다.
살짝 똥밭의 크기를 가늠했더니 400미터 트랙의 운동장 몇 개는 될 거 같았다.
일하는 자들도 수백 명이나 되었고.
‘이러니 비밀을 지키기가 어렵지.’
나가족 시체에 대한 결과만 미리 말하면 초석 생산은 오히려 반의 반도 되지 않아 실패작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걸 얻었다.
독주머니에서 모은 독!
레아에게 부탁해서 해독 마법을 걸어 독성분을 빼낸 후에 피부에 발라봤다.
이 세계의 좋은 점은 이런 거였다.
지구라면 독성분을 빼내기 위해 각종 화학반응을 테스트하고, 반응이 제일 좋은 걸 뽑아서 어쩌고 해야 하는데 여긴 마법이면 뚝딱 해결이니까.
내가 피부에 바른 이유는 뱀독이 피부질환에 좋다는 효능을 알고 있어서였다.
진짜로 피부가 반질거리고, 흉터도 많이 약해졌다.
‘이거 아토피에도 좋아.’
제국의 마법사에서 옮겨온 마법사들 중에서 해독 마법이 가능한 이들을 불러 나가족 시체에서 나온 독을 전부 해독시켰다.
다음에 절반은 백성들 중에 피부질환을 앓는 이들에게 쓰도록 했다.
효능이 너무 좋아 대부분의 피부질환이 나을 정도였다.
남은 절반은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세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한편 똥밭을 감시하던 수많은 첩자들은 나가족 시체 때문에 혼란이 왔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천 마리나 되며 똥밭에 둔덕을 만드니 무시할 수도 없었다.
‘개인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신무기도 개발해야 해.’
현재 단계에서 개발할 건…
퍼커션 캡!
이게 뭔지 간단히 설명한다면 부싯돌을 대신할 물건이었다.
부싯돌을 쓰게 되면 방아쇠를 당겼을 때에 회전과 함께 부싯돌을 긁는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마치 성냥을 그어서 불을 붙이듯 말이다.
그런데 한 번에 불꽃이 일어나서 심지에 불이 붙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또 부싯돌에서 일어난 불꽃이 점화용 화약에 불을 붙이는 데까지 약간의 시간차가 존재했다.
하지만 퍼커션캡을 쓴다면 이게 모두 해결되었다.
동그랗고 조그만 퍼커션캡의 안쪽에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불꽃이 일어나는 뇌홍이 들어가 있었다.
때문에 퍼커션캡을 때려서 뇌홍의 불꽃을 점화용 화약에 불을 붙이는 거였다.
이렇게 하면 장점이 장전 속도가 빨라지며, 바람이 불거나 비가 와도 장약이 젖지 않으면 발사가 되니 안정적이었다.
‘퍼커션 캡을 위해선 뇌홍을 만들어야 해.’
뇌홍을 만드는 건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했다.
먼저 황이 필요한 데 이건 유황산지에서 얻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황을 이걸 태워 증기를 물에 녹임으로 황산을 얻었다.
이후에 황산에 초석을 넣고 가열하여 뇌산수은…
즉 뇌홍을 얻었다.
캡으로 쓸 건 구리.
조그맣고, 생긴 건 챙 없는 동그란 모자 같이 생긴 캡의 안쪽에 뇌홍을 조금 넣어 퍼커션 캡을 만들었다.
바뀐 총기의 구조를 그림으로 그린 후에 아시모프를 불러 제작하게 했다.
“전하, 여기엔 부싯돌이 없는데요?”
“흐흐. 문제를 바로 찾는군. 역시 자네야.”
“부싯돌을 대체하는 게 있어야 할 텐데요. 혹시 여기 뾰족하게 나온 곳에…”
“크크. 맞다. 여기에 이걸 끼우는 거다.”
샘플로 만들어진 퍼커션 캡을 보여주었다.
“이게 뭡니까?”
“놀랄 수 있으니 잠시 떨어져라.”
그리고 퍼커션 캡을 테이블에 놓은 후에 뾰족한 화살로 캡 안을 콕!
퍼엉!
“으악!”
워낙 양이 작으니 작은 불꽃과 폭발음만 남겼지만 아시모프는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치다가 벌러덩 넘어졌다.
“저, 전하! 이, 이게 뭡니까?”
“새로운 화약이다.”
“네에?”
“새로운 화약. 그런데 너무 민감하고, 폭발력이 강해서 이렇게 소량으로만 써야 한다.”
“아하!“
“아까 뭘 끼운다고 했었지? 이 조그만 캡을 끼운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겨서 자극을 주면 캡 안의 새로운 화약이 폭발하면서 불길이 구멍을 타고 총기 안으로 들어가 기존의 화약을 터트리지.”
“아하!”
“으음. 감탄은 그만 하고 이제 일어나지?”
“어휴, 죄송합니다.”
아시모프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 알비온 제국도, 남 알비온 제국도, 주변의 왕국들도 다 첩자를 보내서 화약에 대한 정보를 캐고 있다. 이미 똥밭에서 초석을 얻는 것도 알아냈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그러니까 이 새로운 화약은 똥밭처럼 다 드러난 곳에서 만들지 않는다.”
“그러면요?”
“마탑의 연구실 같은 은밀한 장소에서 만들어야지. 만드는 방법에 대해선 오로지 그대에게만 알려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