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67
제167화
A까지 올려주기엔 주문서가 아까웠고, 계획한 일을 위해선 B정도는 필요하다 여겼다.
‘만일 내 계획이 먹혀서 엘프 종족과의 친밀도가 올라간다면 남는 장사야.’
마지막으로 한 건 세 아들의 특별 강의였다.
이런 저런 일로 서너 달이나 출발이 미뤄졌지만 결국 해가 바뀌고 나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또 떠나냐며 한숨짓는 지휘관들을 뒤로 하고 온 가족을 데리고 엘프의 왕국으로 향했다.
가면서 지금이니까 가능하지 애들이 더 크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 밍구를 탄 인원만 어른이 넷, 발육이 좋은 청소년 셋에 어린이 셋.
총 10명이었다.
밍구도 힘든지 평소보다 많은 거리를 날지 못하고 땅에 내려와 쉬려고 했다.
가는 방향이 동쪽이었기에 밍구가 힘들어할 때마다 땅에 내려왔다.
만일 서쪽의 알비온 제국 땅이었으면 이렇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거다.
밤에는 게르를 쳤는데 쥬리와 사브리나는 처음 경험하는 거라 무척이나 신나했다.
무엇보다 그동안은 아무리 어려도 자신의 방이 따로 있어서 혼자 자야 했는데 이렇게 가족이 함께 자니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또 아리아를 위해 만든 징가 게임과 마블 게임은 아이 여섯이 모두 푹 빠져서 잠을 자지 않으려 할 정도였다.
뒤므리에는 새로운 게 또 없냐며 눈을 반짝였다.
“으음. 그럼 장기를 알려줄까?”
특별히 판이 없어도 땅에 금을 긋고, 작은 돌에 글씨를 새겨서 장기판을 만들었다.
한글이나 한문을 쓸 수는 없어서 룬어를 썼다.
장기도 꽤나 인기를 끌었지만 어린 세 딸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제일 좋아하는 건 뒤므리에와 하인리히였다.
쥬리와 사브리나는 징가 게임을 가장 좋아했다.
“우리가 할 건 없어요? 좀 세련된 걸로?”
레아가 물었다.
‘세련된 거라…’
인원은 나까지 넷.
갑자기 생각나는 오광의 그림 놀이.
“잠깐만 기다려요.”
아공간 주머니에 하나 남겨둔 비틀 크랩의 등껍질을 꺼냈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 곧은 검을 꺼내서 대고 단검에 오러를 일으켜서….
쓱쓱, 쓱쓱.
크기는 대충 기억하기에 손바닥에 집어넣기 딱 좋게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48장.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실력이 별로이기에 그냥 룬어를 기반으로 하고, 새, 꽃, 나무와 같은 간단한 그림을 그려서 6종류로 구분했다.
당연히 광도 있고, 청단, 홍단, 피 등을 구분했다.
“처음이니까 몇 판은 가르쳐줄 테니 잘 봐요.”
이러면서 시작을 했는데…
젠장. 실수였다!
이 무시무시한 게임을 내가 왜 풀어놨을까.
애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세 여인이 이 게임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아침이 올 때까지 멈추지 않기에 결국 내가 나섰다.
“도저히 안 되겠네요. 이건 그만합시다.”
“싫어요!”
세 여인이 합창하듯 외쳤다.
“레아? 아버님 일 기억하죠?”
“……”
도박에 빠졌던 실버훈.
발그레.
내 말에 레아가 얼굴이 빨개지더니 금세 고개를 숙였다.
“아나이스? 애들이 보고 있는 거 알죠?”
“네. 잘못했어요.”
“이자벨?”
“알았어요. 안 할 테니까 치우세요.”
이건 다시는 꺼내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이날은 모두 너무 피곤해 해서 이동하지 않고 현재 자리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대략 일주일 정도 지나니 세상이 온통 숲으로 가득한 곳이 나타났다.
밍구를 타고 하늘에서 바라보는데도 지평선 끝까지 사방 어디를 보아도 온통 숲이었다.
‘이러니까 엘프들이 사는구나. 나도 여기 있으면 엘프 되겠네.’
자연인이 그냥 되는 게 아니라 환경이 만들어주는 거 같다.
여하튼 엘프의 땅에 도착했는데 경계에서 밍구를 멈추게 하고 내렸다.
곧바로 왕국의 중심부까지 날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예의가 아니니까.
밍구에서 내리자마자 어딘가에서 화살이 날아와 옆에 있는 나무에 박혔다.
내가 화살을 뺀 후에 허공에 대고 외쳤다.
“오레비스 틸리 아프라기디언 공주의 초대를 받고 온 스타크 베르게르와 가족입니다!”
이 긴 이름을 외우느라 좀 애를 먹었었다.
“기다리시오!”
목소리는 들리는데 아직 어디에 있는지 위치도 감이 안 잡혔다.
감각이 A인데도 이런다니…
이곳에 숲이고, 저들의 땅이니까라고 이해는 하면서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가지고 있는 주문서 확률 보정권을 다 써서 피지컬이 아니라 감각을 올려야 하나 잠깐 고민할 정도였다.
‘그래도 피지컬이 먼저긴 하지.’
만일 엘프와의 관계가 좋아져서 드워프에게서처럼 10%짜리를 5장 받는다면 피지컬이랑 감각을 동시에 올려볼 수도 있긴 할 거다.
대답이 금방 올 줄 알았는데 대략 반나절이나 기다려야 했다.
무료하게 기다리기 뭐해서 징가 게임도 꺼내서 하고, 마블 게임도 꺼내서 하고, 땅에다 선 그으며 땅따먹기도 하고, 오징어 게임도 하면서 놀았다.
이게 신기했는지 나중에 엘프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가 되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반나절 후에 나무들 사이에서 엘프 몇이 나타났다.
“와아~, 예쁘다!”
가장 먼저 외친 건 쥬리였다.
그런데 다들 똑같은 마음이긴 했다.
먼저 엘프를 접한 나와 이자벨도 마찬가지였으니 처음 보면 더할 수밖에 없겠지.
살아있는 인형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복장은 나뭇잎이랑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으니 진짜 딴 세상에서 우주선이라도 타고 온 거 같았다.
아! 우주선도 금속이 아니라 나무로 된…
뭔가 정신 나간 소리 같은데 하여튼 이 세상 외모가 아닌 이들이 나타났다.
“확인이 끝났습니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따라 오시죠.”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말을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이 아니라서 시간 개념도 그다지 없는 건지…
여하튼 이들의 인도를 받아서 따라 가는데 무지하게 오래 걸어야 했다.
딸 셋은 밍구를 탄 채로 이동했기에 다리가 아플 일은 없었고, 한 시간쯤 걷다가 레아, 아나이스, 이자벨도 타도록 했다.
아들들도 아직은 어려서 두 시간이 넘어갈 때부터는 밍구에 태웠다.
결국 끝까지 걸어간 건 나 혼자였다.
해가 떨어지고도 횃불을 밝히며 한참이나 걸어간 후에야 겨우 도착했다.
이때쯤에 세 딸은 각자의 엄마 품에서 자고 있었다.
그런데…
와아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세계수 수십 그루를 가져다 놓은 듯한 거대한 나무 수십 그루에 새장 같은 집들이 수천 개나 매달려 있었다.
나무가 얼마나 크냐면 운동장 하나가 그대로 들어가도 좋을 정도였다.
보기만 해도 압도되는.
또 수천 개는 넘을 많은 횃불들이 날아다니며 불을 밝혔는데 집채만큼 커다란 반딧불 같은 알 수 없는 곤충이었다.
엘프의 왕성은 거대한 나무 중에 하나였고, 성은 나무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나무 밑둥에 문을 내었고, 수많은 창도 만들었으며, 나무 안에 홀과 방이 있는 거였다.
흔들흔들.
이 아름다운 광경을 놓칠 수가 없어서 곤히 잠든 딸 셋을 깨웠다.
“으으으.”
신음 소리와 함께 짜증난 얼굴로 깨어난 세 딸은 금세 표정이 확 바뀌었다.
아무리 잠결이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환상이었으니까.
왕성 나무 앞에서 밍구를 타던 세 아내와 아이들이 내렸다.
다음에 인도하던 엘프를 따라 나무 안으로 들어왔다.
밖의 풍경이 워낙 매력적이라 안에서 또 무슨 대단한 걸 보려나 기대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냥 풀, 꽃 그리고 잎으로 잘 꾸며놓은 나무속이었다.
다만 내부가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과 천정에는 밖에 있던 커다란 반딧불이 수백 마리나 모여 있어서 낮처럼 환하다는 것.
“잘 왔어요!”
반갑게 소리치는 건 틸라였다.
공주 옆에는 하얀 머리칼과 하얀 수염을 한 산타가… 아니라 엘프의 왕이 있었다.
‘빨간 옷만 입으면 딱 산타네.’
엘프 왕이라면 늙기는 했어도 날씬한 몸매에 멋진 외모를 기대했는데 몸매도 그렇고, 얼굴도 둥실둥실.
선물주세요. 해야 할 분위기였다.
속으로는 이런 마음이 들어도 겉으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가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또 세 아내와 아이들도 소개했다.
다른 곳에 가서 세 아내를 말할 때면 항상 주위의 시선이 불편했었다.
여자들은 질투의 시선을, 남자들은 이성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거 같아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세 아내만큼이나 뛰어난 미모의 엘프들이 주위에 가득하니 이런 마음이 1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멋진 남자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질투하며 세 아내를 경계하게 되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지만 예물을 준비했습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건…
기타!
6개 줄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였다.
엘프는 음악을 사랑한다는 걸 고인물로서 알고 있었다.
때문에 예물로 뭘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건 피아노였다.
하지만 피아노가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 금방 포기했다.
대신에 고른 게 기타.
아시모프를 불러서 디자인을 말하며 만들게 했다.
기타줄은 오크의 힘줄 중에서 제일 가는 걸 골라서 사용했다.
기타 만드는 것도 장인의 손길이 필요하겠지만 급하게 만드는 거라 일단은 완성을 목표로 했다.
어찌어찌 만들어졌고, 기타줄을 조정하여 음을 맞춘 후에 튕겨보니 어느 정도 흉내는 잘 낸 거 같았다.
여기서 끝이면 싱겁겠지만 보완할 방법이 있었다.
바로 강화주문서!
인력을 갈아 넣어 급하게 기타 100개를 만들었다.
오크 힘줄은 마법 상점과 상단에서 급하게 조달했다.
여하튼 이렇게 만들어진 기타 100개를 강화했고, +3까지 강화된 걸 하나 얻을 수 있었다.
띠잉~.
튕겨보니 +3으로 강화되어서 그런지 소리가 진짜 그럴싸했다.
지구에서의 기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전에 말했지만 처음에는 데려갈 생각이 없었던 뒤므리에와 에이츠까지 따라나선다고 했을 때에 번득이는 생각이 났다.
‘내가 기타를 연주할 게 아니라 세 아들을 시키자.’
틸리가 좋아한 건 하인리히이기도 했으니까.
때문에 아시모프를 불러서 추가로 기타 200개를 만들게 했다.
그 후에 또 강화를 했고, +3짜리 기타 3개를 얻었다.
“이게 뭡니까?”
“기타라는 악기입니다.”
“악기?”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 하기에 세 아들을 불렀다.
다음에 기타를 하나씩 손에 쥐어준 후에 말했다.
“연습한 대로. 알았지?”
“네.”
출발 시간이 미뤄진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거였다.
세 아들에게 기타를 가르쳤고, 시간이 부족했기에 특히 두 곡의 코드를 죽어라 연습하게 했다.
기타를 제대로 치려면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겨야 하지만 딱 두 곡이었고, 반복되는 코드도 있어서 어찌어찌 학습할 수 있었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음악 특성을 부여한 게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띠리링~.
세 아들이 가볍게 줄을 튕기며 음부터 확인했다.
이제부터 두 번째 예물이 나올 차례였다.
바로 음악!
띠리링~ 띠링~ 우웅…
세 아들이 함께 연주하는 건 렛잇비!
아련한 음률이 흘러나오자 엘프들의 경계하던 눈이 풀어졌으며 천정에 있던 반딧불도 호응하여 날개짓을 했다.
이에 따라 흔들리는 불빛은 마치 춤을 추는 거 같았다.
오오오.
다들 감격하여 탄성을 내질렀고, 세 아내와 아이들도 이들 중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