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79
제179화
셋째 날이 되었고, 어제처럼 밍구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오늘은 오우거가 보이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더욱 뒤쪽으로 가서 최종 보스를 찾았다.
아직까지는 엘프 왕국을 완전히 포위한 것도 아니고 대략 절반 정도.
그러니까 반원 정도를 감싼 형태였으며, 공격은 동쪽 방면에서 두껍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최종 보스가 동쪽에 있으리란 법은 없지.’
거의 반나절 이상을 뒤졌다.
밑에서 죽어가는 엘프들의 비명을 듣는 게 너무 괴로웠지만 꾹 참았다.
근본적으로 끝을 내려면 최종 보스를 죽이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니까.
그리고 결국 찾아냈다.
우오오오오.
머리가 세 개인 오우거.
특징은 이것만 아니라 피부가 녹색이 아니라 허연색이었다.
수백 년을 살아 진행된 노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게임 설정 상으로는 수백 살이었다.
팔도 두 개가 아니라 네 개였으며 팔 네 개에 기다란 마법봉을 들고 있었다.
이놈의 또 다른 특징이 마법을 쓴다는 것.
그것도 보통 수준이 아니라 7서클이나 되며 마력이 엄청나게 풍부해서 수십 개나 되는 마법을 연속으로 쓴다.
마법의 특징을 가진 대신에 육체 능력은 뛰어나지 못했다.
평범한 오우거 정도.
하지만 주위에 호위를 하는 오우거가 수십이나 되며, 방어막 마법을 연속해서 펼치기에 파티를 구성하고 싸워도 쉽게 죽이기가 힘든 존재였다.
특히나 몬스터 웨이브 때에 나타나는 보스인데 수만에서 수십만의 몬스터를 처리하고 보스까지 잡아야 하니 난이도가 극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밍구를 타고 단번에 날아가니 치트키를 쓴 거나 다름이 없었다.
‘흐흐. 찾았다.’
고도를 높였다.
대략 300미터?
다음에 밍구를 조종해 100미터 정도까지 수직으로 내려오며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 담아둔 바위 수십 개를 연속으로 떨어뜨린 후에 급선회하여 옆으로 이동했다.
혹시 게임에서도 이런 식의 공격은 가능하지 않느냐고 묻는 이가 있을 수 있을 텐데 답을 말하면 못한다.
왜?
시스템이 막았다.
더 따지려면 개발사에게 문의를 해야 한다.
나도 처음엔 밍구를 탄 상태에선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걸 꺼내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되었다.
게임과 현실의 차이겠지.
여하튼 되는 걸 일부러 안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왜 300미터에서 100미터까지 수직으로 떨어지며 바위를 떨어뜨렸냐면 자유 낙하하는 바위를 하늘을 나는 이동에 의한 관성이나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원하는 위치에 떨어뜨리기 위함이었다.
최종 보스는 혼자가 아니라 주위에 수십 마리의 오우거가 지키고 있었다.
떨어지는 바위들을 본 보스는 마법으로 된 광역 방어막을 만들었다.
방어막의 영향이 미치는 넓이가 반경 수십 미터.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를 연속으로 겹쳐서.
하지만…
쿵! 쿵쿵! 쿠웅…
쩌억~ 와르르르.
방어막은 바위 십여 개만 막았을 뿐이었다.
하나하나의 충격량이 어마어마했기에 겹쳐진 방어막은 결국 깨어졌다.
이어지는 건 바위를 맞은 오우거들의 단말마.
물론 이중에는 보스의 것도 섞여 있었다.
아무리 머리가 셋이고, 팔이 네 개고, 마법을 연속으로 쓴다고 해도 감당할 수준을 벗어나니 결국 바위를 얻어맞고 쓰러진 것.
적당히 거리를 두고 땅에 내려선 나는 검을 빼들고 엉망이 된 곳을 향해 뛰어갔다.
지금은 몇 초 차이로 승패가 갈릴 수 있기에 버서커와 빅자이언트까지 써서 온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 초.
그런데 이 짧은 시간에 정신을 차린 건지 보스는 벌써 힐링 마법을 써서 자가 치유 중이었다.
‘안 돼!’
땅을 박차며 날아오른 후에 검을 휘둘렀다.
서걱!
머리 하나가 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아직 둘이 남았다.
힐링 마법을 쓰던 네 개의 손이 마법봉을 놓아버리면서까지 날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머리 하나가 날아가 목 하나에서 피분수가 솟아나오는 중이어서 그런지 보스는 팔 네 개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수준이었다.
서걱, 서걱, 서걱…
손 세 개가 손목만 남은 채로 팔에서 떨어졌다.
나머지 하나가 내 몸을 움켜잡았지만 휘둘러진 검에 의해 마지막 손까지 잘려나갔다.
‘확실히 피지컬 SS가 달라.’
반응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내 몸이지만 마지 다른 몸 같은 느낌.
전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보스급이 아니라 긴장은 1도 없었고, 때문에 전력도 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내가 한 번에 잘라버리니 쉽게 이기는 거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전력을 다한 결과였다.
버서커랑 빅자이언트까지 합쳐서 사용하면서 전력까지 다한 결과!
시간도 거의 1분이 다 되어가서 이제 몇 초만 남은 듯.
‘늦기 전에 죽여야 해!’
뛰고, 점프하고, 검을 휘두르고 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니 급한 마음에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휙! 휙! 휙휙! 휙…
들고 있던 검을 던졌다.
이것만 아니라 아공간 주머니에서 예비로 가지고 다니는 검을 더 꺼내 계속 던졌다.
퍽! 퍽퍽! 퍽퍽…
날아간 검은 남은 두 개의 머리, 목, 가슴 등에 자루 끝만 보일 정도까지 깊숙이 박혔다.
육체 능력은 평범한 오우거 수준이었기에 보스는 허약하게 당할 뿐이었다.
크으으으~ 철퍼덕.
가래가 끓는 소리와 함께 뒤로 쓰러지며 죽은 보스.
더불어 땅에 떨어진 아이템들.
골드나 장비 같은 것도 있었지만 제일 큰 건 주문서 확률 보정권이었으며 무려 10장이나 되었다.
‘몬스터 웨이브는 끝난 건가?’
확인하고 싶지만 우선은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했다.
왜냐하면 벌써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내가 너무 빠르게 보스를 잡아서 그렇지 이곳은 몬스터 천지였다.
보스를 지키는 호위 오우거들을 제외하고도 숫자가 족히 수천은 넘었다.
하늘로 날아 방벽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첫날보다 상태가 훨씬 심했다.
어제 같이 내가 오우거만 족족 잡지를 않은 탓이었다.
‘하인리히는 무사하겠지?’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별 일은 없으리라 여겼다.
내가 없어도 이자벨이 옆에 있으니까.
일단은 내가 직접 싸우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엘프들부터 구해야 했다.
밍구를 탄 상태로 총을 쏘는 것보단 검을 들고 싸우는 게 더 효과적이기에 땅에 내려왔다.
그리고 정신없이 전투를 한 시간이나 했을까?
석양이 드리우며 몬스터들은 물러났다.
‘후우, 최종 보스를 잡아도 공격은 여전하잖아. 효과가 없는 거였나? 괜한 짓이었나?’
차라리 어제처럼 싸웠어야 했나 후회되었다.
그랬으면 오늘 죽거나 다친 엘프의 숫자가 훨씬 적었을 텐데.
전투가 끝나고 세 아내와 세 아들과 만났다.
하인리히와 틸리는 얼마나 심한 전투를 치렀는지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보기만 이래요. 당신이 준 포션으로 치료했고요. 힐링 마법을 써서 상처도 다 아물었어요.”
묻지도 않았는데 레아가 나서서 말했다.
고개를 돌려 이자벨을 보니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들이 다친 게 마음이 아픈 게 분명했다.
“전 괜찮습니다.”
하인리히가 대답했다.
“…옷이나 갈아입자.”
아공간 주머니에는 예비로 가져온 옷들이 있었다.
내 것은 물론이고, 세 아내와 세 아들의 것까지.
“옷은… 틸리가 주기로 했습니다.”
틸리가?
의아해 하며 틸리를 바라보니 지친 모습이 역력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희 옷이요. 괜찮죠?”
“…그래.”
엘프 옷을 입는다고 엘프가 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찝찝함은 있었다.
엘프가 마련해준 숙소로 가서 쉬었다.
이날은 이자벨과 밤을 보내기로 했다. 하인리히에 대해 할 말이 있는 눈치여서였다.
둘만 있게 되자…
뚝뚝, 뚝뚝.
이자벨이 내 앞에서 굵은 눈물을 흘렸다.
너무 황당했다.
천하의 이자벨이!
“이자벨. 울어? 진짜 울어?”
“왜? 난 눈물도 없는 거 같았어?”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둘이 위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하인리히랑 틸리?”
“내가 둘이라고 할 게 또 누가 있어?”
“흠흠. 그래서 그때마다 구해줬어?”
“그러려고 했는데 전부는 아니었어. 그래서 정말 많이 불안했어.”
“그래도 용케 안 죽었구나.”
“남 얘기하니? 니 아들 얘기잖아. 아들!”
이자벨은 날 죽일 듯 노려보았다.
“나도 답답해. 하지만 저 애가 뒤에 있지 않겠다잖아. 다 큰 애를 언제까지 보호할 수도 없잖아.”
“그래서! 그렇다고 죽는 걸 그냥 보면서 포기해? 포기하냐고!”
아까 이자벨이 왜 울었나 했더니 아들이 위험할 때에 지켜주지 못한 순간이 많았고, 그게 분이 났었나 보다.
“후우, 이자벨. 나도 부모야. 왜 마음이 아프지 않겠어. 하지만 하인리히를 억지로 뒤에 있게 하면 분명 어긋날 거야.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려고 할 수도 있어. 아들의 성향을 모르겠어?”
“성향이 어떤데?”
“사랑에 모든 걸 걸어버리잖아. 그래도 엘프 왕국에서 살겠다고 하지는 않으니까 감사하지.”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하게 지켜봐야 해?”
“…하인리히가 성장할 수 있게 옆에서 최대한 돕는 수밖에 없어.”
“내일은 하인리히 옆에 있을 거야?”
“그래야지.”
“…부탁해.”
뭘 부탁한다는 걸까?
하인리히의 성장을?
이자벨의 부탁이 아니라도 세 아내와 세 아들의 성장은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새로운 전투가 시작이 되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어제 몰려온 몬스터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최종 보스를 없애서인가?’
전투가 시작되고, 세 아내와 세 아들에게 지휘관 성장 주문서를 사용했다.
[레아 알프레도병과:마법사
피지컬:C(A)
정신력:B(S)
감응력:A(S)
특성:물 마법(B)]
정신력을 B로, 감응력을 A로 올렸다.
병과:보병
피지컬:A(S)
정신력:B(S)
감응력:B(S)
특성:단련(A)]
감응력을 B로, 단련 특성을 A로 올렸다.
이자벨은 이미 완성형이기에 건들지 못했다.
여기서 더한 성장은 주문서 확률 보정권을 써야 했다.
[뒤므리에 베르게르병과:마법사
피지컬:C(A)
정신력:C(A)
감응력:B(S)
특성:바람 마법(E), 음악(D)]
정신력을 C로, 감응력을 B로 올렸다.
[에이츠 베르게르병과:기사
피지컬:B(S)
정신력:C(A)
감응력:C(B)
특성:지휘(C), 음악(D)]
정신력을 C로, 감응력을 C로 올렸다.
병과:마검사
피지컬:B(S)
정신력:B(S)
감응력:B(S)
특성:바람 마법(E), 검과 마법(A), 음악(D)]
정신력을 B, 감응력도 B로 올렸다.
마지막으로 결혼 선물 겸으로 해서 검과 마법 특성을 무려 A까지 올려주었다.
솔직히 피지컬도 A로 올릴까 고민했지만 멈추기로 했다.
‘너무 한꺼번에 몰아주면 적응하지 못할 거야. 다른 아들이랑 형평성도 너무 차이가 나잖아.’
이자벨을 제외하고 성장을 느낀 두 아내와 세 아들이 기뻐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건 잠깐이었다. 아무리 어제보다 몰려오는 몬스터가 절반이라도 적은 숫자는 아니었고, 쉴 틈도 없었으니까.
“…고마워.”
정작 자신은 성장도 못했으면서 이자벨은 기회를 보다 내게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