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02
제202화
“여기서 수천 년의 시간을 보내며 실력을 키운다면 드래곤조차 이기겠는데?”
아! 그래서 위험하다는 거였어?
드래곤에게 위협이 되니까!
“에이, 수천 년을 어떻게 견딥니까? 저도 3백년을 견딘 게 최고였습니다. 더 있다가 미쳐서 정신을 놓을 거 같았습니다.”
끄덕끄덕.
“하긴 인간의 정신력으론 버티기 힘들지.”
“그리고 아무리 수천 년을 있는다 해도 감히 위대한 분을 어찌 이깁니까.”
이때 지그먼트가 끼어들었다.
“흠흠. 차원의 문은 얼마 후에 닫힙니다.”
“아! 그래?”
“혹시 다시 이곳을 이용하실 거라면 땅의 정령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데 벌써 두 번이나 부탁을 해서 연 것이라 아무래도 세 번은 힘들지 않을까…”
“내가 부탁해보지. 기다려라!”
말을 마치고 순식간에 사라진 엠엑스.
불과 몇 분이나 지났을까?
엄청나게 큰 가죽주머니를 수십 개나 가지고 돌아온 엠엑스.
나 같으면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겠지만 이런 게 없으니 저렇게 들고 온 거 같았다.
‘그런데 뭘 넣어온 걸까? 설마 바위는 아니겠지?’
도무지 뭔지 예상이 되질 않았다.
“에이씨, 차원의 문이 사라졌잖아!”
엠엑스는 엄청 짜증난 목소리였다.
짧게 한숨까지 내쉬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뭔가 중얼중얼.
그런데 1분여가 지나고.
“으으. 왜 안 되지? 너!”
엠엑스가 가리킨 건 지그먼트였다.
“네?”
“땅의 정령에게 부탁해봐라. 나는 영 들어주질 않는다.”
“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더 이상 안 됩니다.”
“끄응. 그래?”
이때 기회다 여긴 내가 나섰다.
“혹시 드래곤 모습이라서 안 되는 게 아닐까요?”
“응? 뭔 개소리냐!”
“인간으로 모습을 바꾸신 후에 부탁하면…”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만 다시 중얼거렸으나 땅의 정령이 전혀 반응하지 않자 심하게 툴툴거리더니…
츠츠츠, 츠츠츠.
몸이 급격히 줄어들며 인간의 형체로 변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방법이 없으니 내 말대로 해보는 것.
한편 옆에서 이 순간만 기다리던 나는!
촤아악~ 서걱!
엠엑스가 변신을 다 마치기도 전에 오러가 일어나는 검으로 단숨에 목을 쳐버렸다.
버서커, 빅자이언트는 쓰지 못하는 상태지만 그렇다 해도 내가 공격에 나서면서 생사의 기로가 발동했고, 검에 주입한 오러가 대략 3미터 정도나 일어난 상태.
엠엑스가 거의 변신을 완료하기 직전이었기에 크게 점프하지 않아도 되었고, 드래곤의 비늘조차 사라진 상태라 쉽게 대가리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츠츠츠, 츠츠츠.
대가리와 몸이 분리된 시체는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폴리모프 마법이 중간에 깨졌기에 다시 본체로 돌아가는 거였다.
불과 얼마 후, 머리와 몸이 분리된 드래곤이 드러났다.
옆에서 이걸 지켜보던 말리오와 지그먼트가 한 템포 늦게 반응했다.
“으악! 너 미쳤어?”
“아, 아니. 왜!”
부르르르.
두 사람은 두려움이 가득찬 얼굴로 몸을 심하게 떨었다.
‘흥. 드래곤이 죽었는데 왜 떠는 거야?’
“왜긴 왜겠어. 기회가 왔으니 죽여야지.”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는 없을 게 분명했다.
이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드래곤을 죽여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었습니다.] [원하는 보상을 선택하세요.1) 1,000만 골드
2) 확률 보정권 10장
3) 아공간의 제한이 사라짐]
‘오호, 변신해도 슬레이어가 되는데?’
순간 2번을 선택하려고 했다.
황제인 나에게 돈은 이미 의미가 없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뒤늦게 3번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야. 확률 보정권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아공간의 제한을 풀어야 해.’
아공간의 제한이란 넣는 크기, 그리고 무게였다.
확률 보정권 10장의 유혹도 컸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아공간의 제한을 없애는 게 더 이롭다 판단했다.
당장 드래곤의 사체도 집어넣어야 하고.
때문에 3번을 선택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생사의 분기세 아내와 자녀의 안전을 위해 10년 안에 두 드래곤을 죽이시오.
1) 블랙 드래곤 타우젠트
2) 레드 드래곤 호르킨스
보상:엔딩]
‘미친!’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죽여야 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충격인 건 바로 엔딩!
생사의 분기에서 엔딩이란 말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실패는 죽음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5년이라는 건가?’
갑자기 밀려오는 후회.
‘내가 엠엑스를 죽이지 않았다면 생사의 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내가 뭔 짓을 한 건가?
내가 내 발목을 잡은 건가?
드래곤을 죽일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서슴없이 검을 휘둘렀는데 그게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이야.
‘끄응.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
이때 얼굴이 허옇게 변한 상태인 말리오와 지그먼트가 날 향해 따져왔다.
“저 드래곤은 우리에게 우호적이었다고!”
“드래곤이 다시 살아나 우릴 죽이면 어쩌려고 그래!”
흥!
콧방귀부터 뀌어줬다.
“바보 같은 소리!”
말해놓고 보니 엠엑스이 나에게 한 마지막 말이랑 똑같은 소리였다.
“드래곤 중에 제일 음흉한 놈이 그린 드래곤인 거 몰라? 저놈은 우리를 어떻게 속여먹을까 그 생각뿐인 놈이야.”
그래. 잘 죽인 거다.
생사의 분기가 뜨긴 했지만 엠엑스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 있었다.
죽진 않더라도 죽을 만큼 괴롭힘을 당했을 수도 있고.
여기까진 그래도 내가 당하는 거니까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까지 위험할 수 있었다.
엠엑스는 특히나 영악하고, 교활한 놈이니까.
‘그래. 후회하지 말자.’
이미 벌어진 일이 아니던가!
“그리고 죽었으면 끝이지. 드래곤이 리치인 줄 알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죽은 시체를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대화를 나누느라 잘려진 머리와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땅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으으. 아까운 피!’
드래곤은 죽었어도 버릴 게 하나 없다.
가죽은 가죽대로, 뼈는 뼈대로, 살은 살대로, 피는 피대로 황금보다 더 가치가 나간다.
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 챙긴 이유도 있었다.
‘다시 살아나지 않을 거라 했지만 솔직히 찝찝해. 이 안에 넣어버리면 부활 따위 못하지.’
이후에 엠엑스가 가지고 온 엄청나게 큰 가죽주머니도 살펴보았는데…
“커억!”
후다다닥.
놀람과 동시에 다급히 수십 개의 가죽주머니를 아공간 주머니에 마구 집어넣었다.
힐끗.
슬쩍 시선을 돌려 두 사람을 보니 내 행동과 표정을 보고 뭔가 느꼈는지 급히 외쳤다.
“야! 그거 뭔데 막 집어넣어? 나도 보여줘.”
“그래. 나도 궁금하다. 보고 싶다구!”
말리오와 지그먼트가 가까이 다가오기까지 했다.
도리도리.
“아무 것도 아니었어.”
최대한 표정관리를 하며 대답했다.
“흥! 그거 돈이지?”
순간 가슴을 긴 송곳으로 찔리는 거 같았다.
“무, 무슨 돈?”
“시간의 틈에서 쓰려고 드래곤이 가지고 온 거잖아! 그린 드래곤이 음흉하니 뭐니 하더니 지금 보니까 니가 더한 거 같은데?”
“맞아. 그린 드래곤이 거기다 흙을 담아왔을 리는 없을 테고. 뭐였어? 황금? 보석?”
둘은 날 굉장히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내가 주머니에서 본 건 바로 황금과 보석.
둘 다였다.
심지어 은과 동 같은 것들도 많았고.
“니들! 나한테 빚진 거 알고 있지?”
찔린 게 있어서 나도 모르게 빚 얘기가 나왔다.
“한두 푼도 아니잖아? 그럼에도 내가 도와준 거 잊었어? 놈 종족과 다크 엘프 종족. 누가 도왔냐고! 그런데 지금 너희가 나한테 따지는 거야?”
찔끔.
“흠흠. 도와준 건… 고맙다.”
“험험. 나도.”
채권자처럼 날 쳐다보던 말리오와 지그먼트의 표정이 풀어지며 입장이 바뀌었다.
“만일 가죽주머니에 담긴 게 황금이나 보석이라도 이건 다 내 거다.”
“헉! 왜?”
“진짜 황금이었구나!”
둘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러나 내가 이런 거에 기죽을 사람인가?
“첫째! 드래곤은 내가 죽였잖아. 니들이 뭘 했는데?”
나는 드래곤 죽이면서 생사의 기로까지 뜨는 일을 겪었다고!
온전히 내 빠른 판단과 과감한 행동으로 드래곤을 죽일 수 있었다.
“둘째! 너희들은 내가 도와준 거 어떻게 갚을 건데? 가진 거 빌려주고, 도와주고 했더니 돌아오는 게 고작 이거야?”
말하다 보니까 진짜로 서운해지네.
한 것도 없이 빚이나 진 주제에 나한테 따지다니.
“마지막으로 셋째! 내 빚은 진짜로 어떻게 갚을 건데? 갚을 방법은 있어?”
연속해서 몰아치니 둘 다 입을 꾹 다문 채로 아무 말도 못한다.
‘하하. 미친 드래곤. 진짜 황금이랑 보석일 줄이야…’
아직 주머니 하나만 확인했지만 엄청나게 큰 가죽주머니 안에 있던 건 진짜로 황금과 보석이었다.
또 보지 않아도 나머지도 마찬가지일 게 분명했으며, 나중에 확인하니 진짜로 그랬다.
‘만일 나머지 가죽주머니도 다 황금이라면 지금까지 내가 번 돈의 최하 10배는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게 레어에 있는 거 다 가져온 걸까?’
만일 레어에 남은 게 있다면…
‘으으. 어떻게 찾아? 레어 위치도 모르는데. 아! 아니다. 알긴 아는구나!’
게임에서 파티원들과 함께 그린 드래곤을 잡으려고 몇 번이나 레어에 갔었다.
‘하지만 지금 내 상태로는 레어에 가면 죽을 거 같은데?’
왜냐하면 레어에는 드래곤만 있는 게 아니라 가디언들이 있으니까.
드래곤이 죽으면서 지배력이 사라져 뿔뿔히 흩어지기야 하겠지만 당장은 레어에 머물러 있을 거다.
흩어지는 데만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었다.
‘잠깐! 말리오랑 지그먼트가 함께라면… 가디언들 정도 물리치는 건 가능하겠는데?’
하지만 만일 가죽주머니에 담긴 게 보물의 전부라면?
레어에 가봤자 허탕인 거다.
가서 가디언들과 생사를 놓고 다투고 얻는 건 하나도 없는 헛발질이란 소리.
‘그래. 문제는 욕심이야. 이렇게 많은 걸 얻고도 더 얻겠다고 욕심을 부리다니.’
레어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두 사람부터 달래서 내 편으로 만들기로 했다.
앞으로 타우젠트와 호르킨스라는 강력한 드래곤 둘을 상대해야 하기에 말리오와 지그먼트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래도 함께 있었으니까 너희들이 나에게 빚진 돈은 이걸로 퉁치고 없던 걸로 해주마. 하지만!”
“하지만?”
“또 뭐가 있어?”
“이건 빚을 제했을 뿐이야. 내가 도와준 게 있으니 너희도 날 도와야한다.”
도운 건 도운 거고, 빌려준 건 빌려준 거니까.
두 사람이 시간의 틈에서 쓴 돈은 다 내가 빌려준 거였다.
“흠흠. 어떻게 도우면 되는데?”
“원하는 게 뭔데?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일단 마무리부터 하자.”
셋이서 밍구를 타고 다시 밀림으로 갔다.
왜냐하면 엠엑스가 몬스터를 물러나게 한다고 했지만 진짜로 그렇게 되었는지 파악해야 했다.
사기를 잘 치는 놈이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돌아오니 몬스터들은 다 사라지고 없었다.
‘다행이네. 약속을 지켰어.’
다크 엘프의 족장은 우리 셋을 보자 무적이나 고마워했다.
하지만 보상으로 내놓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쳇! 놈 종족이나, 이놈들이나 다 째째해.’
어쨌든 몬스터 웨이브는 해결이 되었기에 황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너희는 어떻게 할래?”
“응?”
“뭘 어떻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