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04
제204화
둘 다 백작 작위를 주었는데 지그먼트에게는 북쪽의 유제프가 세운 소국 옆에 땅을 영지로 주었고, 말리오에게는 남쪽의 버나드가 세운 소국 옆에 땅을 영지로 주었다.
“반란이라도 할까봐 이렇게 영지를 준 거냐?”
“너무 심하지 않냐? 위치가 뜬금없잖아!”
둘이 항의를 했지만 난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원하는 대로 작위도 주고, 영지도 주었는데 뭐가 불만이야? 나한테 그동안 받은 게 얼마나 큰지 실감을 못하겠어? 둘 다 원래 포로였다고. 그런데 난 니들이 해달라는 대로 해줬잖아. 돈도 빌려주고, 시간의 틈에도 들어가게 해주고. 아니야?”
“…..”
바로 침묵이 찾아왔다.
“미리 말하지만 드래곤 잡는 게 성공한 후에 난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응?”
“그건 뭔 소리냐?”
“신탁이다.”
“그래? 신께서 널 불러가신데?”
“정말이야?”
“농담이지.”
“이런 썅!”
“야!”
말리오와 지그먼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소리를 질렀다.
“흠흠. 니들이 보기에 난 이해할 수 없는 존재지. 나처럼 막강한 놈이 어떻게 인간이겠냐고.”
화들짝.
“헉! 그럼 설마 너도 드래곤?”
“진짜야? 너 드래곤이야?”
놀란 눈이지만 둘은 이미 확신한 듯 했다.
“아니. 내가 드래곤이라면 같은 드래곤을 죽이려고 하겠니?”
“그럼 뭔데?”
“비밀이 뭐야?”
“난 신의 목소리를 듣는 신의 사자니까 특별하다는 얘기지. 신께서는 나에게 할 일을 알려주셔. 신탁은 이미 알 테지만 신의 뜻에 따라 할 일을 해내면 막강한 힘을 받는다. 전에 말했지만 신의 명령을 따른 게 벌써 수십 번이야. 그 결과로 나는 강해진 거고.”
“오호~.”
“니가 강한 비결이 이거였군.”
두 사람은 부러운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럼 시간의 틈은?”
“그래! 시간의 틈은? 그것도 신탁이냐?”
“맞아. 시간의 틈도 신탁으로 알게 된 거였어. 그게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시간의 틈을 찾아낼 수 있었겠어?”
“어… 그래?”
“으음. 그랬구나.”
둘은 납득한 표정이었다.
“지금 내가 말한 건 다 비밀이야.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던 비밀이야.”
“아내도 몰라?”
“자식들도?”
“당연히 모르지. 너희는 나와 함께 드래곤을 상대해서 싸울 동료니까 말하는 거야. 하지만 내가 사라진다고 신에 관한 건 비밀을 지켜야 해. 아니면 신께서 분노해서 벌을 주실 테니까.”
미안하다.
이렇게 너희를 속여야 해서.
신의 분노라는 말에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을 믿지 않으려 해도 나라는 존재 자체가 증거니 믿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드래곤을 없애는 건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고, 신의 명령을 따르기도 하는 일이야. 그러니 충실하게 따라줘. 내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최고의 보상을 해줄 테니. 혹시 내가 사라진다 해도 신께서 보상을 주실 수도 있을 테고. 아! 신의 보상은 확실한 건 아니니까 혹시나 없다고 실망하지는 말아.”
“알았다. 그래도 보상이 있을 수 있다니 동기부여가 되기는 하는데?”
“나도!”
“후우, 그럼 잠시만 기다려라. 가족들이랑 인사를 해야 해.”
“무슨 인사?”
“드래곤 잡는 게 한두 해로 될 일이 아니지. 앞으로 4년을 잡고 있다. 그러니 가족들에게 인사를 해야지.”
세 아내와 자식들을 차례대로 만났다.
가장 먼저는 레아.
“뒤므리에에게 북 알비온 제국 땅을 줄게요. 대신에 에이츠는 남 알비온 제국 땅을 주고, 하인리히에게는 베르게르 제국 땅을 줄게요.”
“네.”
너무 순순히 대답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어… 이렇게 해도 되요?”
“황제인 당신의 결정이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될 거라는 거 진즉에 알고 있었어요.”
“진즉에?”
“그나마 아들이 셋이라서 다행이에요. 열 명쯤 되었으면 어쩌려고 했어요?”
“하하. 그러니까요.”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뜨끔했다.
진짜로 아들이 열 명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끄응. 나라를 열 개로 쪼겠으려나?’
여하튼 아들은 셋인데 상상할 필요가 있나?
“그리고… 나 한동안 떠나야 할 거 같아요.”
“왜요?”
아까는 담담히 대답하더니 이번에는 놀란 눈이었다.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드래곤과 싸워야 해요.”
화들짝.
“드래곤이요?”
“비밀인데… 최근에 신탁을 받았어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거 외에 달리 변명할 게 없었다.
말리오와 지그먼트에게도 통했으니 이번에도 통하리라 믿었다.
“갑자기 신탁이요?”
“나도 당황스럽다오. 하지만 신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들려왔소. 몇 번이나. 만일 4년 안에 두 드래곤을 죽이지 못하면 세 아내와 자녀들이 죽을 수 있다고 했소.”
통일에 1년이 걸렸으니 남은 건 4년이었다.
“진짜죠?”
“진짜니까 내가 세 아들에게 제국을 나눠주고 떠나려는 거 아니오. 겨우 통일을 했는데 나도 쉬고 싶다오.”
진짜 쉬고 싶다고.
아직 30대라 기운도 팔팔하니 세 아내를 옆에 끼고 편하게 살고 싶다고.
아나이스와 이자벨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둘 다 에이츠와 하인리히가 제국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가 떠나는 것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못했다.
심지어 신탁이라는 말에도 말이다.
“나도 갈래.”
따라 나서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건 이자벨이었다.
“이자벨. 나도 그러라고 하고 싶어. 하지만 상대는 드래곤이야.”
“상관없어.”
“내가 상관있어. 그리고 하인리히를 옆에서 지켜줄 사람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
하인리히 말이 나오니 이자벨이 대답을 못했다.
“상대가 드래곤이야. 말리오랑 지그먼트가 함께 할 거야.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동료 자격이 있다고. 그러니 이자벨은 하인리히 옆에 있어줘.”
“그런데 드래곤 잡고 난 후에는 어떻게 할 거야?”
“응?”
“제국을 셋으로 쪼갰는데 누구랑 함께 할 거냐고.”
“…돌아가면서 지내고 싶어.”
“흥!”
“아니면 세 제국이 맞닿는 국경지역에 성을 하나 세우고 셋이서 같이 지내고 싶은데…”
이 부분에선 나도 눈치를 보아야 했다.
“그러던지.”
자기하고만 지내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
일부다처제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이제 욕심은 내려놓은 듯.
“그런데 딸들은 어떻게 할 거야? 결혼 안 시킬 거야? 이대로면 노처녀가 될 거라고.”
“아!”
세 아들을 결혼시키고 이제 자식들 문제는 끝이라 생각했다.
세 딸은 아직 어리다 생각해서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벌써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물론 지구의 기준으로는 한참 어린 나이지만 여긴 지구가 아니니까.
“세 딸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좋을 텐데. 혹시 있어?”
“아리아만 없어요.”
“으응? 사브리나랑 쥬리는 있다고?”
처음 듣는 얘기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지 알아보니 사브리나를 좋아하는 건 황성을 지키는 기사들 중에 하나.
평민 가정에서 태어나 본인의 실력으로 기사가 된 경우.
사브리나의 호위 기사가 된 후로 둘이 사랑하는 감정이 생겼다나?
쥬리는 백작 가문의 아들로 사교 모임에서 만난 사이였다.
솔직히 진짜로 사랑하는 건지 사브리나와 쥬리의 위치를 이용하려는 교활한 놈들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나중에 아니다 싶으면 이혼시키면 되겠지.’
중세 배경의 이 세계에도 이혼은 존재했다.
다만 여자에게 큰 흠집이 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않는 이와 딸이 살도록 하고 싶지는 않았다.
또 설사 상대가 딸을 속이는 거라 하더라도 당장 둘이 좋다는 데 갈라서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문제는 아리아구나.’
모태솔로인 아리아.
내 딸이지만 남자에 관심이 없고, 동물만 좋아했다.
아리아를 불러서 대놓고 물었다.
“아리아? 너도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네.”
“사랑하거나, 흠모하는 사람은 없니?”
“없어요.”
“널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있는데 밝히기 싫은 건 아니고?”
“몰라요. 그리고 전 결혼하기 싫어요.”
고개를 젓는 아이라의 모습을 보니 진짜로 없는 거 같았다.
“잘 대답해야 한다. 아빠는 널 억지로 결혼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어. 하지만 아빠가 앞으로 4년 정도는 꽤 바빠서 자리를 비울 거야. 제국도 셋으로 나눠서 세 오빠에게 나눠줄 거고.”
“네.”
“그리고 어쩌면… 4년 후에 아빠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위험한 곳에 가야 하니까.”
“꼭 가야 해요?”
“응. 꼭 가야 해.”
“…조심하세요. 그리고 밍구도 데려 가시나요?”
“응.”
“밍구… 이제는 늙어서 힘들 텐데. 가끔은 보내주세요.”
아리아의 말처럼 밍구는 늙었다.
그리고 밍구가 자신의 등을 허락하는 건 아직도 나와 아리아뿐이었다.
물론 내가 부탁하는 이를 태워주기는 하지만.
“그래. 알았다.”
사브리나와 쥬리의 결혼은 나 빼고 진행하도록 했다.
본인들도, 엄마들도 서운해 했지만 난 지금 4년이란 시간제한이 걸린 막중한 일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세 아들도 만났다.
먼저 뒤므리에.
“제국을 셋으로 나눠서 너와 에이츠, 하인리히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네.”
다 물려받을 줄 알았는데 셋으로 쪼개져서 실망할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실망했니?”
“아니요.”
“아니야?”
“저도, 에이츠랑 하인리히도 이렇게 하실 거라는 거 알고 있었습니다.”
“그, 그래?”
당황은 내가 했다.
“저희 셋이 죽기 전까지 세 제국이 싸우는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해주어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고맙다.”
“하지만 후손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서로 싸우겠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거 안다. 그래도 내전보다는 낫지 않겠냐?”
셋에게 나눠주지 않으면 안 싸울 건가 생각해봤는데 역시 싸울 거란 결론에 도달했다.
싸운다면 바로 내전!
안 싸우는 방법은 뒤므리에의 후손이 에이츠와 하인리히의 후손을 싸그리 죽이는 것.
문제의 싹을 아예 도려내는 거였다.
‘하지만 이건 원치 않지. 차라리 제국이 셋으로 나뉘어서 싸우는 게 나아.’
최소한 누구든 뒷통수를 맞는 일은 없을 테니까.
또 미리 제국을 나눠두면 서로 경쟁하느라 약해지는 일도 없을 테고.
어찌 되었든 이런 생각으로 셋에게 나눠주게 된 거였다.
에이츠를 만났더니 의외의 말을 했다.
“전 하인리히에게 남 알비온 제국을 주실 줄 알았습니다.”
면적은 둘째고, 도시가 발달한 정도나, 인구를 따져본다면 첫째는 북 알비온 제국의 땅.
둘째는 남 알비온 제국의 땅.
마지막이 베르게르 제국의 땅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건데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알비온 제국의 수도가 북 알비온 제국의 알비온이었고, 남부보다 북부를 중심으로 많이 개발되었으니 인구도 그쪽이 많았다.
다음은 남 알비온 제국의 땅이었고.
베르게르 제국은 내가 세운 이후로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개발을 했지만 아무래도 수백 년이란 시간 동안 개발해온 남북 알비온 제국 땅에 비해서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전에는 은행을 통해 백성들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돌봐야 할 백성이 너무 많아져 은행 업무는 기존 대출을 관리하는 것만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신규 대출은 완전히 막은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