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42
제242화
배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강을 타고 이동.
적당한 위치에서 내려 열기구로 이동. 그리고 다시 강을 따라 올라가다 하인리히 제국 땅에 도착.
이번에도 세 제국을 돌며 자녀들을 만났는데 그 후에가 문제였다.
‘후우, 어디서 머물러야 하나? 계속 이대로 세 제국을 돌아다니며 지낼까?’
솔직히 가장 마음이 편한 곳은 과거 베르게르 제국의 황성이었다.
하지만 여긴 하인리히가 지내고 있었다.
한참 고민하다 과거 베르게르 제국에서 새로 황성을 짓기 전에 황성으로 쓰던 곳을 깨끗하게 치우고 지내기로 했다.
하인리히의 곁이기에 이자벨은 좋아하겠지만 레아나 아나이스는 서운해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속마음을 들어보니 이곳이 편하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제일 오래 지낸 곳이라 그런지 여기가 편해요.”
“크기도 아담해서 딱 좋아요.”
“하지만 아들이랑 딸 곁에 있고 싶지 않아요?”
“애들은 이미 다 컸고, 결혼도 했잖아요. 가끔 보는 게 나아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혹시나 이자벨은 하인리히와 아리아가 가까이에 있어서 불편하지 물어보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레아와 아나이스는 가끔 보는 게 낫다고 하는데?”
“괜히 그러는 거지. 아들이랑 딸보다 남편 옆이 낫기도 하고.”
“혼자 생각 아니야?”
“후우, 터놓고 말해봤어.”
“아! 그래?”
“이제 솔직하게 말해 봐. 왜 돌아온 거야? 섬에선 왜 그랬고?”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였는데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진실을 말해버릴 뻔했다.
‘젠장. 이건 새로 익힌 자객 스킬인가?’
방심하게 만든 후에 옆구리 푹 찌르는 그런 거 말이다.
“그런 거 없다. 피곤하니 자자.”
난 이자벨의 눈길을 피해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리고…
***
10년이 지났다.
추가 미션을 받았지만 처음 몇 년은 무시하고 세 아내와 휴식에만 집중했다.
몇 년의 항해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게 했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전쟁보다 더 힘들었다.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선 내가 가진 스킬들이 아무 것도 아니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큰 풍랑을 겪은 이후로는 잔잔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조차 즐길 수 없고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이런 생활을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년이나 했으니 피로가 많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이제 뭘 좀 해볼까 할 때에 아주 큰 변화가 찾아왔다.
나에게 자녀가 더 생긴 것!
하나도 아니고 셋.
세 아내가 같은 해에 셋째를 가졌다.
솔직히 세 아내의 임신 소식에 누구보다 당황한 건 나였다.
40대의 나이지만 나도 세 아내도 건강하니 아이를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아이가 없었으니 당연히 죽을 때까지 없을 거라 여기고 있었다.
첫 소식은 아나이스가 알려왔는데 처음 드는 생각은?
‘아들이면 어떻게 하지?’
딸이면 괜찮겠지만 아들이라면 제국을 또 나눌 수도 없고 말이다.
다행히 아나이스는 둔감한 편이라 이런 속마음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잠깐의 정적 후에 얼른 표정을 바꾸고 기뻐해주니 아나이스도 좋아하며 넘어갔다.
하지만 레아는…
“안 기뻐요?”
표정을 읽히고 말았다.
아나이스의 임신 소식에 이어 한 달이나 지났을 때의 일이었으니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멈칫 하는 시간도 몇 초 정도 더 길었고.
“다, 당연히 기쁘죠.”
“하지만 얼굴이 굳어 있잖아요?”
“내, 내가요?”
“네. 당신이요. 아나이스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뻐했잖아요. 그런데 왜…”
주르르.
레아가 갑자기 울었다.
내가 죽을 죄인이 되어버렸다.
첫째, 둘째도 아니고 셋째의 아버지가 되는데 죄인이 되어야 한다니…
“그게 아니에요.”
다급히 레아의 두 손을 잡으며 말했다.
“거짓말. 20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내가 당신을 몰라요?”
그랬다.
내가 생각해도 속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래 살다보니 레아의 눈치가 이자벨급으로 올라온 듯.
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이자벨은 아니고, 처음 만났을 때의 이자벨 수준.
아나이스는 아직도 이 수준에 올라오지 못했고.
“으음. 미안해요. 하지만 우린 보통 부모가 아니잖아요.”
“무슨 말이에요?”
“셋째가 아들이라면 뒤므리에가 동생에게 권력을 나눠줄까요?”
“네?”
울던 레아의 표정이 바뀌었다.
“솔직히 이 생각을 안 할 수 없었어요. 알잖아요. 권력은 자식과도 나누는 게 아니라는 말…”
“하지만 당신은 나눴잖아요.”
“내 아들이라고 나랑 같으리란 법은 없죠.”
“그래도 뒤므리에를 의심하는 건 아니죠?”
“흐음. 나도 믿고 싶어요.”
“그럼 아기… 지워요?”
뚝뚝.
레아가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을 보니 나도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았다.
“…미안해요.”
“됐어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아나이스… 아니, 이자벨한테나 가요.”
“왜 이자벨?”
“이자벨만 아기가 없잖아요.”
“…그래요.”
그런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자벨도 아기가 생겼다.
소식을 전하며 이자벨은 피식 웃었다.
“나한텐 표정관리 안 해도 돼. 걱정 마.”
“…들었어?”
“레아가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시녀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해. 아나이스도 들었을 걸?”
“끄응.”
“이해해. 임신인 걸 알았을 때에 제일 먼저 당신보다 하인리히가 떠올랐어.”
“왜?”
“아들이면 하인리히가 어떻게 반응할까 걱정이 돼서.”
역시 이자벨은 말이 통한다.
“후우, 신대륙… 개척할까?”
“흐흐. 아들 때문에? 개척해서 셋째 주려고? 자식 사랑 대단하네.”
“그게 가장 평화로운 방법일 거 같아서.”
도리도리.
“아니. 그건 방법이 아니지. 당신이 아무리 땅을 나눠줘도 한계가 있잖아.”
“설마 아기가 또 생길 거 같아서 그래?”
“우린 더 생기지 않겠지. 물론 생길 수도 있겠지만.”
“생긴다는 거야, 안 생긴다는 거야?”
“후우,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 아기가 아니라 하인리히의 아이들. 뒤므리에와 에이츠의 아이들. 당신 세 아들이 당신보다 아이를 적게 낳을까?”
“셋 다 후궁도 없잖아.”
“좋아. 그러면 그 다음 세대는? 당신 피를 가졌다고 계속 제국을 나눌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
이자벨의 말처럼 내가 언제까지 핏줄을 챙길 수는 없었다.
“마음의 부담은 내려놔요. 그리고… 그냥 즐겨요.”
“갑자기 존댓말?”
“흐흐. 나도 모르게 나오네?”
“태어나는 아기가 아들이든, 딸이든… 동생에 대한 건 하인리히에게 맡길게.”
이게 가장 옳은 방법 같았다.
“레아랑 아나이스도 마찬가지로 그럴까?”
“마찬가지로 뒤므리에와 에이츠에게 맡길 거예요.”
해가 바뀌고 세 아이가 태어났다.
일부러 이런 건 아닌데 모두 아들이었다.
레아의 아이는 아들로 이름은 블린트.
아나이스의 아이는 아들로 이름은 멕케이.
이자벨의 아이는 아들로 이름은 슈체니.
외모는 엄마를 닮아서 모두 미남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형이나 누나들과 다른 느낌이었다.
뒤므리에, 에이츠, 하인리히는 엄마와 닮은 분위기였다.
뒤므리에가 마법에 재능이 있고, 에이츠가 검에 재능이 있고, 하인리히는 살짝 다르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일 재능이 뛰어난 것도 그렇고.
성격은 커봐야 알겠지만 셋 다 막내라서 그런지 엄마바라기였다.
혹시나 상태창이 뜨려나 했으나 셋 다 보이는 건 없었다.
하지만 셋에게 딱히 바라는 건 없었다.
오히려 형들보다 뛰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혹시나 욕심이 너무 강해 형을 넘어서려고 하는 불상사도 없었으면 했고.
세 아내가 육아에 힘쓰는 동안에 난 아시모프를 불러 뭔가 만들기 시작했다.
바로 열기구!
이전의 열기구를 더 개량한 거였다.
이걸 이용해 섬을 찾아갈 건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다만 만들어둘 필요는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처음 말한 것처럼 지구에서 돌아온지 10년이 되었다.
“당신… 아시모프랑 붙어서 뭘 그렇게 열심히 만드는 거야?”
어느날 이자벨이 물었다.
“어?”
“설마 모를 거라 생각한 거 아니지?”
“가만히 있기에는 좀 답답하기도 해서…”
이자벨만 아니라 레아, 아나이스까지 아무 말도 안 하기에 모르고 있나 생각했다.
“레아랑 아나이스도 아는 거지?”
“흐흐. 당연하지.”
“끄응. 나만 바보네.”
“열기구… 전에 만든 걸로 만족이 안 돼? 아니면 죽은 밍구 같은 와이번을 찾아보지 그래?”
밍구…
죽었다.
인간보다 오래 사는 동물이나 몬스터도 많은데 밍구는 그렇지가 않았다.
날 태우지 못한 때부터 점점 약해지더니 결국은 수명을 다해 죽었다.
아리아가 엄청나게 슬퍼했는데 밍구를 오래 타고 다닌 난 얼굴을 들지 못했다.
나 때문에 밍구가 더 오래 살지 못한 거 같아서.
다행히 아리아가 날 원망하지는 않았다.
안타까운 건 밍구는 죽을 때까지 새끼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
사실 밍구는 정상적인 와이번이 아니라 이벤트로 생기는 희귀종이기에 생식능력까지 가지진 못했나 보다.
여하튼 나도 많이 슬펐는데 아리아 때문에 뒤로 물러나 있어야 했다.
밍구 외에 죽은 사람…
밍구가 사람은 아니지만 여하튼 죽은 이가 또 있었는데 레아의 아버지인 실버훈이었다.
뒤늦게 재혼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노화는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죽음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게임에선 등장인물이 늙어서 죽는 자연사가 있었던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피식.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게임이니 현실이니 그런 거 아직도 구분을 해서 무슨 의미가 있어?’
지구의 육체까지 죽은 마당에 말이다.
실버훈이 죽을 때에 레아도 실신에 이를 정도로 오열하며 크게 슬퍼했다.
한때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 자신을 예비신부로 팔 정도였지만 레아에게 실버훈은 유일한 가족으로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이외에 죽은 이는 없지만 은퇴한 이는 있었다.
누구냐면…
이드로와 피스토였다.
둘 다 내가 백작 작위도 주고, 큰 영지도 주었지만 세 아들에게 제국을 나눌 때에 특별히 부탁한 게 있었다.
“두 사람은 어느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지휘관들도 있지만 두 사람만 골라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이유가 있었다.
이드로는 협상.
피스토는 전략.
두 사람의 이 능력은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으며, 제국의 판도를 바꿀 수 있었다.
세 아들이 경쟁하더라도 전쟁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이가 바로 두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드로와 피스토는 아직 중년의 나이임에도 은퇴를 하겠다고 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다.
내가 두 사람의 능력에 대해 세 아들에게 알려준 적이 없어서인지 은퇴를 막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어느 편에도 서지 않겠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후우, 난 몇 살까지 살려나? 세 아들이 싸우는 건 진짜 보기 싫은데.’
다른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자벨이 열기구를 안다는 게 나로선 의외였다.
“이자벨? 혹시 봤어?”
“봤지. 그런데 그걸로 하늘을 날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