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43
제243화
“아직은.”
열기구 자체는 전에도 만들었으니 다시 만드는 건 문제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건 개량된 거였다.
10,000미터 이상을 올라갈 수 있으며, 성인남자 15명을 태울 정도이며, 증기기관이 연결된 프로펠러까지 설치한 것.
“언제 날 수 있는데?”
“으음. 글쎄?”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문제가 있었다.
풍선을 만드는 가죽이 아무리 가벼운 거라 해도 지구의 열기구처럼 가벼울 수 없었다.
또 아무리 많은 화력으로 열을 주입하더라도 열기구에서 새어나가는 열기가 많았다.
또 위로 올라갈수록 차가워지는 공기에 의해 발생하는 열손실 등으로 인해 열기구가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10,000미터가 아니라 좀 높다고 여겨지는 산의 정상 정도였다.
그러니까 1,000미터쯤?
아주 높은 산의 경우엔 중턱만큼도 올라가지 못했다.
1,000미터 정도는 거센 바람을 받기 딱 좋았으며, 바다를 나가는 건 자살행위였다.
10,000미터는 아니라도 보통의 구름층 위로는 올라가야 할 거 같았다.
‘후우, 처음부터 잘못된 걸까? 열기구 제작이 너무 힘들어.’
와이번 새끼를 구해서 길들였어야 했나 후회가 되었다.
그런데 설사 밍구처럼 길들여진 와이번이 있다고 해도 장거리 비행이 얼마나 가능할까?
항해를 해봤지만 아주 작은 암초섬이라도 만나는 것 없이 몇날며칠을 가야 할 수 있었다.
운이 나쁘면 한 달이 넘어갈 수도 있고.
어떤 와이번이 한 달 내내 날아다닐 수 있겠는가!
제일 좋은 건 비행기 제작이지만 이건 너무 앞선 거였다.
현재의 과학력으론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외형은 어찌어찌 따라서 만든다고 해도 중요한 건 엔진!
‘중세시대에 뭔 대양을 날아가는 비행기?’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결국 답은 열기구였다.
하지만 원하는 스펙의 열기구를 만드는 게 쉽지가 않았다.
열기구를 만든다고 허비한 시간이 꽤 되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본 것은 가죽과 가죽을 연결하는 부위의 접착이었다.
단단하게 붙임으로 새어나가는 열기를 최대한 막으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접착제를 쓴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또 접착제를 너무 많이 바르면 무거워지는 문제도 있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찾은 답은…
마법!
지구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으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바로 마법이었다.
접착만 아니라 가죽을 가볍게 하는 것도 마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더 이상은 가벼우면서 열차단력까지 높은 가죽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마법 외에 방법이 하나 더 있긴 하지.’
그건 바로 강화!
먼저 마법의 도움을 받기 위해 지그먼트를 불렀다.
그의 전공은 땅 속성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마법에 조예가 없는 건 아니었다.
경량화 마법에 있어서도 그 누구보다 수준이 뛰어났다.
“그동안 잘 지냈어?”
“그래. 애들도 낳으면서 잘 살고 있지.”
“웬만하면 널 부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불렀어.”
“흐흐. 뭔데?”
“그건…”
가죽과 가죽을 접착하는 것과 경량화 마법을 쓰는 것에 대해 말을 해주었다.
피식.
“대가는 뭐로 줄 건데?”
“자신은 있어? 하지도 못할 거면서 대가를 원하는 건 아니겠지?“
“흐흐. 날 너무 무시하는데?”
“무시는 아니고. 그냥 확인차 하는 말이야.”
“할 수 있어.”
씨익.
“그래?”
지그먼트가 허풍을 떨 사람은 아니기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드래곤 사체 중에 하나의 피와 살을 주지. 가죽은 빼고. 어때?”
금은보석은 거부하거나 부족하다며 더 달라고 밀고 당기기를 할 수는 있어도 마법사라면 이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대가였다.
실제로 지그먼트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호, 거부할 수 없는 대가네?”
“대신 할 일은 엄청 많다는 것만 알아둬.”
“끄응. 얼마나 많은데?”
“드래곤의 피와 살을 줄 정도면 적을 수가 없잖아?”
“그래도 드래곤 잡을 때에 내가 도와준 거 알지?”
“흠흠. 지그먼트? 은근 슬쩍 숟가락을 얹으려는 거냐? 드래곤 잡기를 도운 건 나한테 받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거였잖아. 혹시 잊었냐?”
내가 해준 게 얼마나 큰 데 말이야.
목숨 걸고 드래곤 사냥을 도왔으니 퉁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자신이 나에게 뭔가 베푼 것처럼 생각한다면 서운하지.
“하하. 나도 알아.”
지그먼트는 무안해졌는지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드래곤 피와 살을 선불로 주면 안 되겠네. 이러다가 나중에 딴소리 하겠어.”
“무슨 소리야! 절대 그럴 리 없으니까 먼저 줘.”
도리도리.
“아니! 드래곤 피와 살은 평생… 아니, 아무리 많은 삶을 살아도 절대 얻을 수 없는 거잖아. 그런 귀한 걸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에게 먼저 주는 건 아닌 거 같다.”
“에이, 아니라니까.”
간사하게 웃는 모습은 평소의 지그먼트와 거리감이 있었다.
‘드래곤 피와 살이 지그먼트도 바꿔놓는군.’
마치 지그먼트가 아니라 말리오를 보는 거 같았다.
“우선 마법으로 가죽과 가죽을 붙이는 것부터 해보자. 이거 마법으로 가능한 거 맞지?”
“으음. 재질에 변형을 가하는 마법이 있어. 이걸 쓰면 두 가죽은 원래 하나인 것처럼 될 수 있지.”
“오호, 좋아! 좋아!”
접착제로 시간을 허비한 게 1년이던가? 2년이던가?
진즉에 마법의 도움을 받았으면 시간 허비는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지그먼트의 도움은 최후로 남겨두고 싶었지.’
왜냐하면 이렇게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여하튼 지그먼트를 부르면서 열기구 제작은 박차를 가했다.
내 계획은 하나가 아니라 최소한 10개는 만드는 거였다.
강화 실패를 대비한 거였다.
그런데 열기구 하나에 들어가는 가죽은 수백 개.
이걸 하나하나 마법으로 이어붙이고, 경량화 마법까지 걸었다.
지그먼트가 대마법사이긴 하지만 마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기에 하나를 만드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렸다.
이걸로 끝이 아니라 탑승을 위한 광주리(?)도 만들어야 하고, 열기를 만들 화로도 만들어야 하고.
여하튼 열기구 하나의 제작 기간은 대략 두 달이었다.
이걸 10번 반복하니 기간은… 1년하고도 8개월.
“후우, 이제 끝이지?”
“잠깐만 기다려.”
강화는 안전하게 두 번까지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강화라는 게 확률이기에 운이 없으면 10번 다 실패해서 열기구가 다 사라질 수 있었다.
때문에 바로 지그먼트를 보내줄 수가 없었다.
먼저 주사위 5개를 굴려 가장 좋은 날을 골랐다.
다음은 행운룰렛을 돌려 6이 나올 때를 골라 강화를 했다.
그런데!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
10개의 열기구를 2번 강화할 때까지 실패는 0!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모두 성공했다.
‘이러면 멈출 수가 없잖아.’
강화를 안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강렬한 유혹!
이번부터는 더 조심해야 하기에 다시 주사위 5개를 굴려 강화할 날을 잡았다.
그 후에 행운룰렛을 굴리며 강화를 했는데 결과는…
60%의 성공!
3번 강화에 성공한 게 6개. 나머지 4개는 파괴되어 사라졌다.
‘후우, 또 갈등하게 만드네.’
왜냐하면 처음에 목표는 두 번 강화하는 거 5개였다.
지금은 세 번 강화한 걸로 6개를 얻었으니 목표 이상의 결과이기는 한데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목표보다 1개 더 얻었으니까 속는 셈치고 강화를 한 번 더 해볼까?‘
멈추는 게 낫겠다 여기면서도 사람 욕심이라는 게 여기서 1개 정도 날리면 어때? 하면서 도전하게 된다.
‘후우, 강화 3번이랑 4번은 확실히 차이가 있을 거야.’
어쩌면 열기구의 강화는 배보다 더 중요했다.
물론 열기구든, 배든 자연의 힘에 나약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배는 추락이라는 데미지가 없었다.
또 파손이 되더라도 조각을 붙잡고 버틸 수도 있고.
하지만 열기구는… 망가지면 다시 쓸 수 있나?
특히나 찢어진다면?
지그먼트를 데리고 간다면 모를까 수선할 방법이 있나?
혹시나 싶어서 지그먼트에게 물어보긴 했다.
“나와 함께 다시 모험을 해보는 건 어때?”
“나 미치지 않았거든?”
“그럼 난 미친 거야?”
“흥! 몰라서 물어? 솔직히 네 방랑벽은 누구도 못 말릴 거 같아. 넌 길에서 죽을 운명이야.”
“아예 저주를 해라.”
“이미 걸렸는데 뭘 새삼스럽게…”
버럭.
“야!”
“난 일했으니까 그만 보상을 줬으면 좋겠어.”
“후우, 일았다. 대신 하나는 약속해줘야 해.”
“뭔데?”
“만일 열기구의 가죽이 찢어지거나 하면 고쳐주는 것.”
“흐음. 몇 번이나?”
“회수는 좀 심하지. 내가 이걸 왜 만들었겠어? 타고 모험을 가려는 거잖아. 그럼 1년이든, 2년이든 후에 올 텐데. 수리할 곳이 한두 개겠어? 그러니까 회수 제한은 없고, 기간으로 하자.”
회수보다는 기간이 그나마 합리적이었다.
“기간이면 얼마나?”
“10년.”
“으으. 그건 너무 길잖아!”
“아까 말했잖아. 한 번 모험을 가면 1년이나 2년은 걸린다고. 그러니 10년이라고 해도 진짜 일하는 건 얼마 안 된다. 이 정도는 해줘야 드래곤 피와 살을 얻을 수 있지.”
“쳇. 이런 얘기는 처음엔 없었잖아?”
지그먼트가 불만스럽게 따졌다.
“그래도 보수가 워낙 크잖아. 그리고 드래곤 피와 살을 보수로 받을 정도의 물건이라면 고장이 나거나 하면 고쳐줄 의무가 있다고.”
“이건 고장이 아니잖아.”
“굳이 따지지 말고. 드래곤 피와 살이라면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쌀 걸? 아니야?”
“후우, 알았어. 해줄게.”
“크크. 고맙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드래곤 사체 중에 그마나 멀쩡한 걸 골라서 꺼낸 후에 가죽은 벗겨서 빼고 지그먼트에게 주었다.
보상이 너무 크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솔직히 지그먼트 외에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였다.
제대로 쓸 능력도 없는 것들이란 얘기다.
지그먼트 정도의 대마법사가 되어야 드래곤 피와 살을 다룰 자격이 있는 거지 그 밑에 마법사는 능력도 없으면서 귀한 마법재료만 낭비하는 거였다.
여하튼 강화는?
안 하기로 했다.
+4짜리 열기구가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
하지만 +3짜리라도 여유분이 하나 더 있는 게 여러 모로 판단해서 나으리라 여겼다.
***
+3으로 강화된 열기구 6개가 준비되었다. 하지만 세 아내의 허락을 받는 과정이 남았다.
‘으으. 이게 더 힘들어.’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모험이 처음도 아니고.
이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한다면…
‘죽이려고 할 수도 있어.’
제일 무서운 건…
레아.
아나이스나 이자벨이 아니라 레아였다.
이유?
아나이스는 주군에 대한 충성이란 게 바닥에 깔려있다.
때문에 내가 무얼 하든 기본적으로 따르려 한다.
이자벨은 날카롭게 굴지만 서로 말을 놓는 사이.
아무래도 둘만 있을 때는 가장 편하다.
이건 설득에도 영향을 준다.
반면에 레아는?
그녀는 항상 자신이 첫째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니까 황후는 나다!
또, 하인리히에 비해 부족한 뒤므리에는 내가 지킨다.
제국을 셋으로 나눈 이후에도 이런 맘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
아나이스는 나를 주군으로 대하는 면이 있기에 아직 말을 놓지 않는 거다.
하지만 레아는 다르다.
그녀는 일부러 나와 약간의 거리를 둔다.
이유는…
황후라는 격을 지키기 위해, 보여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