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41
제241화
금방 끝날까 했는데 간척에 무려 두 달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내륙과 섬을 오가며 수도 없이 많은 바위와 흙을 쏟아내 섬의 넓이를 넓혔다.
내가 보기엔 이 정도면 된 거 같다고 여겨지는 데도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아 중간에 작업마저 멈추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냥 항해를 할까?’
하지만 투자한 시간도 아깝고, 분명히 이전에 메시지를 들었으니 이번에도 안 될 리는 없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이런 끈기 있는 기다림은 보상을 받았다.
[미지의 거대한 섬(10/10)을 발견했습니다.]“으아아, 드디어!”
불끈.
두 주먹을 힘 있게 쥐었다.
그런데!
뚝!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어둠이 찾아왔다.
***
에에에에엥~ 에에엥…
‘이건… 사이렌 소리인데?’
“으으.”
보이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눈을 뜨려고 해도 눈꺼풀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환자가 정신이 드나봅니다!”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눈 좀 떠보세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뜨고 싶다고요!’
“으으, 으으.”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눈을 못 뜨는데요?”
“소리는 내잖아.”
“신음만 내는데요?”
“환자분? 환자분?”
“그만 하고 병원부터 알아보죠.”
이때 난 속으로 오열하고 있었다.
‘퀘스트를 깨면 계속 이세계에 남을 수 있다더니. 이건 아니잖아? 이게 내가 원한 엔딩이 아니잖아? 그리고 왜 눈을 못 뜨는데? 야! 시스템! 대답을 해보라고!’
입으로 소리는 내지 못했지만 시스템은 속으로 하는 말도 들을 거라 믿으며 외쳤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
속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대로 여기서 죽고 끝인가 싶어서 울컥하며 눈물이 나왔다.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을 고르라면 부모님과 형제들에겐 미안하지만 세 아내와 자식들이었다.
게임 세계로 들어왔을 때에 부모님에 대해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난 여러 가지로 불효자야.’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게 가장 큰 불효라고 했는데 내가 그걸 해버렸으니까.
이것만이면 모르겠는데 하나가 더 있었다.
뭐냐 하면 부모님 생각을 많이 안 한 것.
솔직히 처음엔 생존이 급급했다.
각종 상태이상의 패널티를 가지고 추운 돌벽에서 얼어죽을 걸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부모님까지 걱정하진 못했다.
그냥 내 처지가 슬프고, 힘들고,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생각했다.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했으며, 결혼 후에는 세 아내를 챙겨야 했다.
자식이 생긴 후에는 머…
‘죄송해요.’
만일 눈을 뜨고 다시 살게 된다면 그땐 제대로 부모님께 사죄해야지.
‘그런데 그런 기회가 올까?’
이렇게 눈조차 뜨지 못할 정도라서 말이다.
잠시 후, 귀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긴급환자입니다. 지금 이송 중인데요. 한국병원 응급실에…”
왜 눈이 떠지지 않는지, 소리는 왜 낼 수 없는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몸은 왜 이리 아픈지…
‘하여튼 지구로 돌아온 건 사실이잖아.’
얼마 후.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추었다.
벌컥.
문이 열리며 찬공기가 느껴졌다.
그 후에 무언가에 실려서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몸.
눈을 뜨지 못하니 보지는 못하지만 귀에 들려오는 소리와 코로 들어오는 냄새로 이곳이 병원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병원에 실려 온 거지? 그치? 왜 아무 말도 없냐? 응? 뭐라고 말 좀 해봐!’
이때 귓가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자분? 소리가 들리면 오른손 손가락 움직여 보세요.”
시키는 대로 해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대는 왼손도 말하고, 오른발, 왼발까지 말했지만 난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젠장. 이대로 끝이야?’
잠시 후,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정신을 잃었다.
***
어둠이 사라지고 눈앞이 밝아지며 나타나는 게 있었다.
바로 메시지!
[히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도, 돌아왔어!’
메시지가 나타나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안도였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구나 하면서.
그런데 메시지는 끝이 난 게 아니었다.
[새로운 엔딩으로 해양의 개척자가 되셨습니다.]‘해양의 개척자? 이게 칭호 같은 건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었다.
나에게 중요한 건 이곳에 돌아온 거니까.
그런데!
1) 찾아낸 미지의 섬 10개을 비행으로 찾아간다.
보상:엘릭서 1병
2) 찾아낸 미지의 섬 10개에 포탈 마법진을 각각 만든다.
보상:엘릭서 1병
3) 찾아낸 미지의 섬 10개에 배를 정박할 부두를 만든다.
보상:엘릭서 1병]
‘이건 또 뭐냐?’
추가 미션이라니.
이대로 끝인가 했는데 시스템은 끝까지 날 놓아주지 않으려는 거 같았다.
‘아니지. 시간제한 같은 건 없잖아?’
그리고 안 한다고 해서 패널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엘릭서… 필요하겠지? 잠깐!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구의 나는… 죽은 건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나는 프리세팅으로 극악의 캐릭터를 만들고 본격적인 시작은 내일하자 하면서 침대에 누웠었다.
‘그럼 잠든 후에 깨어나지 못한 거였나? 그리고 이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실려 갔고.’
병원에서 정신을 잃은 건…
‘진짜 죽음?’
그렇다면 지금 여기의 나는 무엇인가?
영혼만 옮겨온 건가?
만일 저번에 드래곤을 잡는 퀘스트를 끝냈을 때에 지구로 돌아가겠다고 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으면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고 살아났을까?’
대신 이곳에서 나는 사라지고?
메시지가 없어지고 얼른 정신을 차렸다.
“메시지야? 아니, 시스템? 넌… 혹시 내가 상상으로 만든 가상의 존재였니? 이 세상의 모든 게 내 머릿속 상상?”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후우, 혹시 여기가 꿈인가 했었는데. 꿈이 아니라 상상이었다고? 하지만 너무 치밀해. 난 그리 머리가 좋은 게 아닌데 어떻게 이게 다 상상일 수가 있지?’
하지만 인체에서 가장 신비한 게 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죽을 때까지 뇌의 몇 % 밖에 쓰지 못한다는 말도 있고.
뇌에 염증이 생기며 하루아침에 천재가 된 사람의 이야기도 영화로 본 적이 있었다.
‘혹시 나도 뇌에 염증이 생겼나? 아니면 암세포? 그래서 갑작스럽게 죽게 되었나?’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데?
‘후우, 전에 이런 고민 안 하기로 했었는데. 그냥 나는 살아있고, 이곳이 현실이라 여기며 살기로 했잖아?’
그래서 지금도 더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지구에서의 내가 죽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게 된지 오래였다.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기에 미지의 섬을 그렇게 찾아다닌 거였고.
“좋아. 대답 안 해도 된다. 궁금해 하지 않겠어. 이제 난 여기서 떠나지 않는 거 맞겠지?”
이번 질문에도 대답은 없었다.
‘으음. 추가 미션이나 고민하자.’
추가 미션은 엘릭서가 걸린 퀘스트였다.
이번 건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정해진 기간도 없었다.
‘하지만 꼭 해야 해.’
왜냐하면 세 아내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는 나와 차이가 나는 거 같지 않았다.
‘그렇지만 20년, 30년이 지나면 차이가 나겠지.’
난 말리오나 지그먼트처럼 천천히 늙어갈 거다.
반면에 세 아내는 보통 사람보다 미모를 오래 유지할 뿐이지 나보단 빨리 늙을 거다.
겉모습만 아니라 몸속도 말이다.
노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나와 모습도 차이가 많이 나고, 몸도 늙어서 여기저기 아플 때에 엘릭서를 쓴다면?
세 아내는 다시 젊음을 찾게 된다.
‘그런데 세 아내가 과연 자신에게 쓰려고 할까?’
늙는 건 세 아내만 아니니까.
세 아들도, 세 딸도 있다.
또 후손 중에 심각한 병에 걸리는 애가 나오면 양보를 하려고 할 거다.
나조차도 세 아내에게 써야 할지 후손에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되니까.
‘차라리 추가 미션은 아예 시작도 하지 말까?’
하지만 위험이 닥쳐오면 엘릭서가 간절해질 건 분명했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걸 후회할 거다.
‘후우, 그래. 하자. 대신 천천히.’
지금은 일단 돌아갈 때였다.
***
내가 만들던 섬에서 나와 일행이 있는 곳으로 왔다.
세 아내를 보는데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다.
주르르르.
잠시였지만 지구로 돌아갔었고, 이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이젠 다 끝났구나 하고 느꼈었다.
화들짝.
세 아내가 놀라서 다가왔다.
“어머. 당신 울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말해 봐요. 왜 울고 있어요?”
내가 겪은 걸 어떻게 설명하나?
앞뒤도 없이 우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걸 알지만 지금 기분은 설명할 수가 없었다.
“흑흑. 그냥 기뻐서 그래요. 기뻐서.”
셋 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난데없이 우는 것도 이상한데 대답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니 이럴 수밖에.
“우리… 돌아가죠. 집으로.”
그런데 말을 해놓고 나니 집이 어딜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원래의 제국을 셋으로 나눴고, 이후에 계속 돌아다니기만 했다.
세 아내의 입장에선 각자의 아들이 있는 곳이 집이겠지만 나는?
그런데 복잡한 내 맘도 모르고 세 아내만 아니라 모두 환호했다.
항해도 중단한 채로 이곳에 와서 한 달이 훨씬 넘는 시간을 바다를 메우는 일만 계속 해왔으니까.
그 누구보다 예민한 귀를 가졌기에 소리를 죽이며 지들끼리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은 내가 미쳤다는 거.
그동안 치른 많은 전투 중에 머리를 다쳤고, 그 때문에 세 아들에게 제국도 나눠준 거였고, 드래곤과 싸우는 미친 짓도 벌인 거라는 것.
그런데 내가 너무 강해서 드래곤까지 잡았는데 이걸로도 광증이 가라앉지 않아 바다에서 떠돌았으며, 지금은 바다에 바위와 흙을 쏟아내는 미친 짓을 하는 거라 했다.
이런 오해도 오늘로 끝이었다.
‘어? 잠깐. 새로운 미션을 하려면 미지의 섬 10개를 다시 가야 해.’
문제는 미지의 섬 10개의 위치를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
첫 항해 때에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갔지만 중간에 풍랑을 많이 만났다.
물론 위도와 경도를 계속 측정하긴 했는데 이 세계가 하도 희한한 일이 많이 벌어지니 과연 그 위치가 맞는 건가 싶은 의구심이 든다.
북극에 있는 차원의 문은 주사위를 굴려서 위치를 찾았다.
다시 찾아가려 해도 주사위가 있어야 했다.
남극은 북극과 차원의 문으로 연결되니 마찬가지인 거고.
무엇보다 그 어떤 단서도 없는 건 물의 정령이 데려다 준 섬이었다.
당시에 쉽게 섬 하나 찾았다고 좋아했지만 지금은 괜히 물의 정령에 의존했나 싶다.
‘하지만 5년이란 시간제한 내에 10개를 못 찾으면 이곳을 떠나야했잖아. 최소한 그건 막아야지.’
여하튼 다들 기뻐하는데 세 아내는 진짜인지 의아해했다.
“바다는 다시 안 가요?”
“항해는 끝났어요?”
“섬 만들기도 끝났구요?”
빙그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바다는 이제 더 이상 안 갈 겁니다. 섬 만들기도 오늘로 끝났구요. 돌아가죠.”
돌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