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ck at the gate alone RAW novel - Chapter 98
98화. 천벌
아버지나 나나 각종 논란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말리 건으로 알게 된 기자들이나 만음사를 통해서도 인터뷰 요청이 많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그저, 우린 똑같은 일상을 보냈다.
손님이 1/3 이상으로 줄어서, 식당의 종업원들은 일을 하면서도 미안해했지만, 엄마는 돈을 받지 않는 손님이라도 전보다 2배 이상 잘 대접하라고 부탁했다.
거의 매일 같이 우리 집을 찾던 손님 중에서 사정이 좋아 무료 손님 리스트에 들지 못한 손님들이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아버지와 엄마는 더는 욕을 먹으면서 식당을 운영할 계획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처음 가게를 차릴 때부터 돈 벌려고 한 건 아니었소. 돈 벌려고 했으면, 이 가격에 파는 미친놈이 어딨어? 우리 돈 들여서 대기실 만들고, 음식점 대기실에서 학생들이 간식 팔아도 모른 척해주는 식당 주인은? 상민이도 잘 풀리고 했으니까, 우린 돈 벌 필요가 없습니다. 무슨 대궐 같은 집에서 재벌처럼 살 것도 아니고, 우린 생긴 대로 적게 먹고 적게 싸면서 있는 거 나누면서 살면 그뿐이에요.”
하도 귀찮게 하는 기자의 질문에 아버지가 한 대답은 깊은 울림을 줬다.
그리고 우리 식당은 기존의 다른 무료 급식소와는 많이 달랐다.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이나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무조건 무료로 나눠주는 가게가 아니었다. 결식아동들이나 동네의 어르신들은 받았지만, 다른 동네의 어려운 사람들까지 모두 받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대부분의 무료 급식소가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받는 후원도, 온정을 베풀어달라며 여기저기서 날아든 도움 요청도 모두 거절하셨다.
식당은 무료 급식소가 아니라 정을 나누는 동네의 사랑방이었다.
외부 후원은 받지 않았지만,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돈은 받았고, 폐쇄하지 않은 대기실엔 예전처럼 무료로 나눔을 하거나, 작은 플리마켓이 다시 생겼다.
하지만 식당의 메뉴들은, 새로 차린 치킨 집은 여전히 대부분에게는 그림 속의 떡이었다.
쉽게 먹을 수 없는 환상의 치킨과 새로 시작한 말리식 토스트는 엄청난 환상의 메뉴가 됐다.
고집스러운 아버지와 나의 행보에 사람들은 갈피를 잡기 어려워하면서도. 그저 우리가 마음을 풀고 다시 식당을 열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 * *
“오빠, 나 잠깐만요.”
안젤리나 공주가 파피루스 문서의 사진을 보며 해석에 열중하다가 갑자기 눈을 감고 묵상에 빠졌다.
무협이나 판타지에서 흔히 보는 깨달음의 순간 같았다.
다행히 시간적으로 봤을 때, 내 방을 찾을 사람은 없었다.
안젤리나 공주의 묵상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공주가 무슨 문서를 보고 깨달음을 얻었는지 궁금해졌다.
모니터를 봤더니, 이질에 관한 치료법을 적은 문서였다.
이집트의 파피루스는 대부분 해부학과 의학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
당연히 정밀한 현대의학을 따를 순 없지만, 이 문서가 쓰인 것이 우리로 치면 고조선 시기인 기원전 2천년 전이라고 생각하면, 당시로서는 대단한 의학적 성취였다.
시간이 좀 흘렀지만 안젤리나 공주는 미동도 없었고, 난 내 쪽 모니터에 공주가 보던 똑같은 파피루스를 띄우고 좀 더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공주와 난 같은 통역 아이템을 끼고 있었지만, 각자가 보는 글의 해석은 달랐다.
가진 바 능력 때문이었다.
난 상형문자에서 일종의 환상을 통해 영상화가 된 풍경을 본다면, 공주는 룬을 통해 마법적 사실을 읽어낸다.
공주와의 협업은 꽤 합이 맞는 편이었다.
공주도 특별히 대단한 마법적 지식은 아니지만, 모르던 룬 문자 같은 것을 알게 된다며 파피루스 해석을 즐기고 있었다.
내용은 꽤 흥미로웠다.
이질은 명실상부 고대시대 최악의 전염병이었다.
수인성에 세균성 전염병인 터라 누군가 발병하면, 순식간에 온 동네, 온 지역을 도륙내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파피루스에서의 이질 대처법은 꽤 합리적이었다.
격리 후 깨끗한 물에 소금, 몰약을 타서 먹이라는 처방이었다.
여기에서 뭔가를 깨달을 만한 게 있나 라고 생각할 때였다.
불쾌한 뼈다귀 아드바크가 다시 튀어나왔다.
[아드바크의 이질]아드바크는 살라만더의 불꽃으로도 태울 수 없는 이질을 퍼뜨립니다.
뭐지?
풍토병에 이어 이질까지.
원하지 않는 능력이지만, 이집트에 다녀온 후 아드바크의 힘이 점점 세지고 있었다.
신성력과는 상관없는 어둠의 능력이다.
빛이 빛날수록, 어둠이 깊어지는 것 같은 걸까?
아드바크를 다시 돌려보내려 했는데, 아드바크는 실프나 노움과는 다르게 청룡의 심장이 흡수된 내 오른쪽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아드바크의 표식]악수를 나누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아드바크의 인장을 새길 수 있습니다. 표식이 있는 사람에겐 언제든 풍토병과 이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무서운 힘이다.
이집트에서 만났던 군인들과 외교부 국장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도 풍토병 보균자들이었다.
난 풍토병이 발현했을 때의 끔찍함을 직접 눈으로 봤었다.
사람을 미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내게 생겼다는 사실이 조금 끔찍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공주가 깨기를 기다렸다.
30분도 넘게 공주는 깨어나지 않았다.
난 그녀의 감긴 눈을 바라보다, 공주의 얼굴을 이렇게 자세하게 살피는 것도 처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공주는 반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맑은 피부와 긴 속눈썹에 붉은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태도와 나이 때문에 그냥 귀여운 인상이라고 생각했던 공주는 정신없이 30분을 볼 정도로 대단한 미인이었다.
“오빠!”
공주가 기뻐하며 눈을 떴는데, 사파이어같이 푸른 눈동자에 총기가 가득했다.
무언가 간질거리는 것이 심장께를 스쳤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어. 왜 갑자기 그런 거야?”
“갑자기 깨달음이 왔어요.”
“그럼, 이제 4써클이야?”
“네. 이제 4써클 마스터가 됐어요. 대단해요.”
“좋은 거지?”
“네. 비기너와 유저 두 단계의 벽을 단번에 깼어요.”
어떤 계기로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물어보려 했는데, 잔뜩 흥분한 공주는 깨달음을 수습하고 싶다며 1층의 자기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데려다줄 겸 편의점이나 갈까해서 방에서 내려와 계단을 내려가는데, 불쾌한 소리를 듣고 말았다.
난 나비와 감응하고, 정령들을 얻은 후 감각이 몹시 예민해졌는데, 집중하면 일반인들이 절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들은 소리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였다.
곧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리창 너머로 옆 건물에서 카메라로 우리로 우리를 찍고 있는 게 보였다.
내가 파파라치가 붙을 정도의 사람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데 싶었다.
더구나 나와 안젤리나 공주는 찍혀도 아무 상관없을 정도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
1층으로 내려와서 일부러 들어가서 쉬라는 말을 하고 안젤리나 공주를 들여다 보냈다.
편의점을 다녀와서 다시 내 방에 들어가려는데, 다시 인기척이 들렸다.
옆 건물 안에서 우리를 찍던 사람은 이젠 건물 밖 계단까지 나와서 나를 찍고 있었다.
카메라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멀었지만, 대략 6~7미터 정도라서 충분히 소통이 가능했다.
“뭐 하시는 거죠? 절 왜 찍죠?”
“잠시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전 너튜버 뻥카라고 합니다.”
뻥카?
처음 듣는 이름이다.
뻥카가 내가 자신의 이름을 들은 것이 인터뷰 허락이라고 느낀 것인지 재빨리 카메라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는 게 보였다.
집 근처에서 보는 건 껄끄러워서, 내려가면서 뻥카가 어떤 사람인지 너튜브를 검색했다. 전형적인 이슈 너튜버였다.
기자가 아니라 너튜버라는 사실에 조금 안심이 되면서도, 이런 놈들이 하나둘 붙는 것만큼 귀찮은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튜버 뻥카입니다. 김상민 작가님.”
몰래 사람을 찍은 주제에 해맑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악수를 청하기에 손을 잡았는데, 그 순간 미간에 검붉은 점이 생긴 게 보였다.
아드바크는 아직 제어가 되질 않는다.
불쾌하지만 가련한 너튜버는 순식간에 보균자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뭘 찍고 계셨던 거죠? 왜 거기 숨어서······. 제가 언제 나올지 알고요?”
“먼저 숨어서 촬영한 것은 죄송합니다. 이희택 실장님께 촬영협조 요청을 드렸는데, 받지 않으셔서요.”
“받지 않으면 촬영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지금 작가님과 안젤리나 씨는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니까요. 국민의 알 권리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무리한 촬영을 하게 됐습니다.”
혀가 매끄러웠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열이 훅 뻗쳤다.
조회수나 광고를 위한 똥파리의 변명치고는 너무 고상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날이 추워서 오래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겠네요.”
“두 분은 어떤 관계이신 겁니까? 사귀는 사이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매일 밤 몇 시간씩 작가님 방에서······.”
“이집트 대사관에서 부탁받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아아. 그렇습니까?”
듣고 있지 않았다.
혀를 날름거리는 것이 어떻게든 이 인터뷰를 자기 마음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생각인 듯했다.
뭐, 나 역시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부터 이 촬영분과 너튜버를 그대로 둘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난 실프와 살라만더를 불러냈다.
실프로 강한 바람을 불러내어 들고있던 카메라를 떨궜고, 부딪치는 순간 살라만더로 내부를 완전히 태워버렸다.
빠직!
희미한 파열음과 함께, 타는 냄새가 났다.
“어?”
카메라를 주운 너튜버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왜 그러세요? 카메라가 고장났나요?”
“어. 이게 왜 그러지?”
“비싼 것 같은데 안 됐네요. 수리 센터에 맡기세요. 전 날도 춥고 오해도 풀린 것 같으니. 전 올라가보겠습니다.”
아드바크의 풍토병이나 이질을 일으켜볼까를 고민했지만,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볼 깜냥은 못 된다. 그냥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는데, 뒤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살라만더의 정화]살라만더는 모든 삿된 것들을 불로 태워 정화해요.
몸을 크게 키운 불새가 너튜버를 감싸고 있었다.
너튜버 뻥카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지옥불에 뛰어든 사람처럼 고통에 몸부림쳤다.
저런 걸 시키지는 않았는데, 왜?
으악.
으악.
뻥카는 엄청난 소리를 질렀고, 밤의 조용한 주택가여서 사람들이 스멀스멀 나와서 지랄발광을 하고 있는 미친 사람과 그 앞에서 당황하는 나를 지켜봤다.
아직 정령인 상태라, 나만 볼 수 있다보니 정신병자가 따로 없었다.
소란을 듣고 나온 사람 중에선 아버지도 있었다.
“상민아. 어떻게 된 거냐?”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저러네요. 아! 119요. 누가 119 좀 불러주세요.”
살라만더가 떠났고, 지옥불의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난 너튜버는 침을 질질 흘리며 오줌과 똥을 쌌다.
“에그머니나. 상민아. 어떻게 된 거야?”
“엄마. 안젤리나 데리고 들어가세요. 저 사람, 너튜버인가 보더라고요. 누구라더라 뻥카라고 하던데요. 절 몰래 찍고 있다가 걸렸는데, 뭐라고 하기도 그래서 그냥 불러서 한 마디하고 올라가려는데 갑자기 혼자서 저러더라고요.”
“뻥카요? 저 사람이 뻥카예요?”
“정만 학생, 알아?”
“네. 개쓰레기로 완전 유명한 사람이에요. 항상 뭘 뒤집어쓰고 나와서 전 얼굴은 처음 봤어요.”
머리가 덥수룩한 교복 남학생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 사이 119구급대와 경찰이 도착했다.
뻥카는 119에 실려갔고, 난 병원에 따라온 경찰과 대화를 나눴다.
“정말 그게 다입니까?”
“네. 혼자 그랬다니까요. 아!”
“왜 그러세요?”
“우리 집 주차장엔 제 차랑 아버지 차가 주차돼 있거든요. 잘하면, 블랙박스에 모든 상황이 찍혀 있을 거예요.”
경찰과 함께 이동해서, 두 차량에서 블랙박스 메모리를 가져가서 경찰서에서 재생했다.
각도가 좋았다.
내 차의 블랙박스에 옆 건물 계단에서 튀어나온 뻥카와, 그가 건물 1층까지 와서 대화하다 발버둥치는 것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정말 내가 말한 그대로이자 경찰은 당황했다.
“이 사람은 왜 이런 걸까요?”
“모르죠.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까 들으니 사이버렉카짓으로 다른 사람들 눈물 뽑아먹고 돈 벌었다니까. 천벌이라도 받았나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