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6
제106화
106화
“학장님의 결정이라 어쩔 수 없어요.”
“뭐, 3개면……. 어떻게든 되겠지요.”
이게 다 서러운 클래스의 현실이로군.
다른 방해도 예상하였기에 그 정도의 결정 사항이면 별다른 지장이 없다.
“그리고 클래스별 시험이 끝나면 마지막 날에는 종합 실기 시험이 치러질 거예요.”
“아, 그거네요. 말이 시험이지 배틀 로얄 아니냐는 그거.”
“……어? 알고 있었어요?”
“적당히 들었습니다.”
대충 얼버무렸다.
다니엘 교수님이 말하는 마지막 날 일정은 실기 시험 중에서도 상당히 귀찮은 부류의 시험.
단순히 필기시험 이벤트를 게임으로만 재현하자면 분량이 적어지기에 ‘전투’ 항목을 넣기 위해 고안한 이벤트.
“그것도 대비는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창피는 당하지 않도록 말이죠.”
“시안이라면 틀림없이 수석도 할 수 있을 거예요.”
뭔가 기대하고 있다는 듯 말하는 다니엘 교수님.
“수석……이라.”
“혹시 불안한가요? 시안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뇨. 그 뜻은 아닙니다만……. 뭐, 가능하면 노려 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후후, 역시 불가능하다고는 말하지 않네요.”
네, 불가능하지는 않겠죠.
다만…….
썩 내키지 않을 뿐입니다.
아직은 내가 굳이 기수의 정점을 차지할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으니까요.
“어쨌든 창피는 당하지 않게 공부는 해 둬야겠군요.”
“흐음~, 공부를 봐줄 수는 있는데요?”
“공정성은 어디다 팔아 드셨습니까, 교수님.”
그것도 구미가 당기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다른 약속을 잡아 둔 상태다.
“유감스럽게도 이미 같이 공부 좀…… 봐주기로 한 녀석들이 있어서요.”
덧붙여 나는 중간 평가에서 나 자신의 안위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걱정이 없다.
하지만 그런 나를 이 망할 세상이 마치 질투라도 하는 것인지.
다른 이유로 내게 일거리를 내려 주셨으니.
* * *
모든 학생이 다 공부를 잘할 수는 없어…….
등수로 매겨지는 이 빌어먹을 세상은 누군가 1등을 하면 누군가는 꼴등을 하기 마련.
그렇기에 학생들은 고통받고 필사적이게 된다.
“셀리디아, 저희의 머리를 맞대면 이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동감. 지혜를 모아야 해.”
“아니, 그냥 평범하게 공부를 해. 그리고 지금 여기서 그 머리의 비중은 유독 나만 차지하고 있다는 거 아냐?”
셋이서 머리를 맞댄다고 하지만, 지금의 성적대로면 평균치를 올리는 건 전부 내 덕이거든?
흑마법 클래스의 수업에 다녀오자마자 이미 공방에는 약속대로 알피네와 셀리디아가 목이 빠져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 마치 전쟁이라도 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며 두 소녀가 나를 찾은 일.
흔히 말하는 시험 전 공부회라는 이벤트의 발생.
‘하지만 게임과 달리 당사자가 되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군…….’
딱히 싫은 건 아니다.
공부하겠다는 애들 봐주는 것 정도야 이 아저씨의 넓은 도량으로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지.
다만.
“설마 이렇게까지 필기 대비를 안 해 뒀을 줄이야.”
셀리디아와 알피네.
두 사람의 필기 성적에 대해서는 게임의 설정대로 어느 정도인지는 이미 파악해 두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둘 다 필기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셀리디아는 기존의 정령술과는 별개의 감각을 쓰는 별종.
알피네는 그 성녀회 소속의 말단.
각각 실기나 모의 전투에서는 뛰어난 성적을 보였지만, 필기에서는 처참하게 죽을 쑤는 타입.
“그런데 둘 다 성적에 신경 쓰는 쪽은 아니지 않았냐?”
“그건 조금…… 진지한 사정이 있답니다.”
알피네가 먼저 내게 울며 매달린 이유를 밝혔다.
“……대성녀님께 혼났어요.”
“야……. 그럼 그쪽 고양이 귀 정령사는?”
“이론 공부 안 한 거 들켰어.”
이 녀석의 양아버지는 정령술 클래스의 교수였지. 그것도 상당한 명문으로 이름 높은 양반이고.
엄할 때는 꽤 엄한 인물이라고 했던가.
“결국, 둘 다 평소에 놀다가 걸린 거군.”
어째 지극히 현실적이고 한심한 이유.
“저흰 진지해요! 다음 달 용돈이 걸렸답니다!”
“맞아. 그리고 성적 나쁘면 보충수업.”
“야……. 진짜 한심한 이유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야말로 한창때의 아이들다운 이유.
세상의 위기가 어쨌든 간에 용돈 삭감의 위기에 더욱 벌벌 떤다.
“하지만 시안이 있어서 살았어요!”
“응! 살았어.”
“한가해서 너희의 시험 대비 공부를 봐주는 건 아니다만.”
본래라면 저런 한심한 이유를 듣자마자 저 바보들을 쫓아낼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하늘이 굽어살피시어.
《서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평가 대비.》
《목표 : 당신의 지식을 믿고 찾아온 친구들의 공부를 봐주십시오.》
망할!
《셀리디아 밀로닐 : 학년 순위 50등 안》
《알피네 : 학년 순위 80등 안》
《각 성적 내에 진입할 것.》
아니, 셀리디아는 그렇다고 쳐도 알피네는 대체 얼마나 시험 성적이 나쁜 거냐. 80등? 대충 발로 쳐도 그보다는 낫겠다.
“이런 걸로 우열을 매기려 하다니 인간은 어리석네.”
“맞는 말이에요, 악마! 왜 이 복잡한 세상에서 이런 걸로 고통을 주려는 걸까요?”
“후후, 그럼 바꾸면 되는 게 아닐까?”
“헉! 시험이라는 업을 몰아내라……. 아얏!”
에밀리는 무슨 변덕이 들었는지 알피네를 선동하고, 이 바보는 또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야! 에밀리, 그 바보 가지고 장난치지 마! 그리고 성녀가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가지도 말고!”
뭐, 퀘스트가 아니었어도 이 녀석들은 불안해서 방치해 둘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격세지감.
‘안시한’이었을 때 나 역시 학업과는 썩 인연이 있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런 내가 여기서는 우등생. 그것도 남 공부를 봐줄 정도일 줄이야.
“하여튼, 둘 다 체면치레는 할 정도로 가르쳐 주마.”
“역시 믿을 건 시안뿐.”
“여기서 믿음직해지고 싶진 않다만.”
뭣보다 굳이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의 성적은 어느 정도 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일단은 여차할 때 얼마든지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력.
그런데 정작 중요할 때에 성적이 나빠서 보충수업에 끌려갔다는 웃기지도 않은 이유로 파티를 맺지 못한다면……. 그저 웃어야지.
“전부 봐줄 수는 없지만…… 대강 예상되는 문제 정도는 나중에 찍어 주마.”
“……괜찮아?”
“역시 시안이네요. 타 클래스의 지식까지 꿰뚫고 있다니.”
“그런 건 아니야.”
아무리 게임 지식이 있어도 필기 문제까지는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이건 정말로 성실하게 익힌 학업을 토대로 공부를 봐주는 것뿐이야.
아니면? 그땐 어쩔 수 없지.
걱정 말렴. 꼬이면 나도 같이 망할 테니까.
“괜찮을 거야. 시안은 대단하니까.”
“맞아요. 혹시 시안이 수석을 할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요?”
“수석은 무슨.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귀찮은 일이 벌어지니까.”
다들 나를 1등에 앉히지 못해서 안달이니?
……하긴, 나도 다소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
《서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중간 평가.》
《목표 : 당신의 실력에 걸맞은 성적을 내십시오.》
《성적에 따라 이후 시나리오의 루트가 갈라지게 됩니다.》
《우수한 성적을 얻는 편이 좋을지, 그렇지 않은 편이 좋을지 고민해 보고 결정하십시오.》
마치 나를 시험하는 듯한 느낌의 퀘스트.
우수한 내가 되느냐.
우수하지 못한 내가 되느냐.
어느 쪽이 정답일지 선택하라는 것 같았다.
‘둘 중 하나는 사망 플래그라는 거네?’
척이면 척이지!
* * *
중간 평가에 대한 대책.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든 혹은 그렇지 못하든 어떤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고심해야 한다는 뜻.
‘역시 대책이 필요한가.’
퀘스트까지 발생했는데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마음 편히 시험을 치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가?
‘생각은 해 봐야 하지만 어느 쪽이든 낼 수 있어야 해.’
그저 평범하게 시험 대비를 하는 건 다소 불안할지도 모르겠다.
“역시 그걸 찾아야 하나.”
“그거?”
“그런 게 있어.”
이 빌어먹을 시험에서 우수한 점수를 따내기 위한 확실한 대책.
실은 전혀 없지는 않다.
비록 시험이 게임과는 상세한 과정이 다르다고 해도 그 지식을 전혀 써먹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문제는 거길 혼자 가기는 조금 불안한데……. 누굴 꼬드긴담.”
마침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딱 쓸 만한 인물이 나를 찾아왔다.
공방의 문을 두드리며 쾌활한 목소리로 나를 찾는다.
“야호, 후배? 있지?”
이 목소리는 리제타 벨케닐의 것.
그러고 보면 외부 실습에서 학교로 돌아온 이후에 그녀를 만난 적이 없었나.
일단 기수가 다르고 선배인 그녀의 일정은 당연히 후배들보다 바쁘기 마련이다.
“오래간만이군요. 리제타 선배.”
“들었어. 외부 실습에서 사고 쳤다며?”
“사고를 당한 거겠죠.”
내가 개작살을 내놨으니 별 차이는 없겠지만.
“그보다 선배들도 그 소식을 들을 정도였습니까?”
“응? 아니, 그 왜 너희 기수에 성녀가 있잖아. 걔가 여신교 신도인 애들 앞에서 이것저것 떠들던데.”
“그 녀석, 대체 뭐라고?”
“시안이 손짓하자 검은 불길이 몰아치며 사악한 괴인…….”
“스톱.”
아니, 듣지 않을래. 나는 손을 펴서 제지하는 시늉을 했다.
“그 바보 성녀!”
왜 멋대로 남의 흑역사를 늘리는가. 아니, 보통은 자기 활약을 포장하잖아!
“고생한 건 사실인가 보네, 후배.”
“고생이랄 거까진. ……뭐, 고기 구워 먹고 아늑한 오두막 만들어서 뒹굴고.”
“어? 의외로 고생 안 했네?”
원래 험난한 숲에서도 꿀을 빨고자 하는 주의인지라.
듣자 하니 선배 기수들도 비슷한 시기에 아카데미 밖에서 다른 훈련을 한 모양이었다.
그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인가.
“그래서 실습에서 꿀을 빤 후배의 무용담이라도 들으러 오신 겁니까?”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후배는 당연히 알고 있지? 지금 다들 중간 평가로 고생하는 거.”
어쩐지 수상쩍게 말을 에둘러 하기 시작한다.
“지금 한창 아카데미 내에서 돌고 있는 약이라면 적당히 싸게 살 곳을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응! 그게 필요……하지는 않아! 이미 쓰고 있어!”
새삼 다시 살펴보니 리제타 선배의 얼굴에서 희미하게 피로가 엿보인다.
음, 이미 쓰고 있군.
혹시 내 각성제까지 쓰고 있나? 많이 마시지 않기를 바라마.
“아니면 설마 선배도 저한테 공부를 봐 달라고 오신 건 아니겠죠?”
“……봐줄 수 있어?”
“선……배?”
식겁한 건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내 주변에는 다들 공부에 허덕이는 녀석들밖에 없나.
내 인간관계에서 과연 지성의 함량이 얼마나 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자니 리제타는 뒤늦게 체면을 생각했는지 말을 바꿨다.
“그래서 말이야, 후배! 이 선배가 좋은 걸 제안하려는데 들어 볼래?”
마치 붙잡아 놓고 강매라도 시작할 듯한 느낌.
설마 다단계 비슷한 거라도 빠졌나.
“후배도 평가를 앞두고 고민 중일 거야. 역시 공부하는 건 힘들잖아?”
아뇨, 신경 안 쓰는데요.
공부가 가장 날먹이었어요.
“공부…… 하기 싫지?”
“그건 선배겠죠. ……뭐, 저도 가능한 편한 쪽이 좋긴 합니다만.”
“역시 그렇지?”
거기서 공감대를 형성해 봐야…….
게다가 이 시점에서 그녀가 무슨 용건으로 나를 찾았는지는 대충 이해했다.
말했다시피 평가 시즌에 발생하는 이벤트들.
그리고 아마 그녀가 물고 온 것은.
“있잖아? 이 선배가 아주 좋은 건수를 듣고 왔는데, 어때?”
《서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학업의 망령》
《목표 : 아카데미 지하 시설을 탐사하십시오.》
대충 그런 맥락이다.
마침 잘됐다.
나도 그 지하에 볼일이 있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