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43
제242화
242화
황제가 단순한 이유로 다크 엘프인 그녀를 내게 붙였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물며 그 키르실이니…….’
호위를 명령한 것도 아마 맞을 것이다.
다만 단순히 보호만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다른 인재를 붙이는 게 타당할 터.
‘슬슬 물어봐야 할 때가 되긴 했어.’
최근 키르실이 남몰래 습격자들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마침 위험했던 상황은 제법 쓸 만한 구실이 되었다.
“시안 님께서는 저희에 대해 알고 계신 겁니까?”
“나름. ……적어도 흔해 빠진 흑마법사들 이상은 안다고 자부해.”
최소한 너희의 설정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게임에서 묘사된 너희들이 바라는 것도 포함하여.
특히 다크 엘프라는 존재를 만든 게 그 시조라는 것도.
“……알겠습니다.”
키르실은 말할 마음이 들었는지 고개를 숙였다.
“조금 이야기가 길어질 듯하니 우선은 돌아간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에 대해.”
“그래.”
* * *
흑마법 기숙사로 돌아온 뒤 키르실은 잠시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는 물러갔다.
전투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꼴을 수습하기 위해서겠지.
부상은 금세 복구돼도 옷은 그렇지 않으니까.
금세 멀쩡한 옷으로 갈아입고 난 뒤 키르실은 내 몫의 차까지 끓여 왔다.
“뭐부터 먼저 이야기할까. 너희 다크 엘프에 대해서 내가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나?”
“예.”
“정확히 종족으로 따졌을 때 다크 엘프라는 종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전에 역사학 교수가 다크 엘프에 관한 속설에 대해 어느 학생이 질문했을 때 대답했던 것.
그들에게는 안타깝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다크 엘프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종족이 아니니까.
“제국이 건국되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을 즈음, 당시 제국은 엘프의 숲으로부터 어떤 재해를 구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지.”
이것은 제국 역사서에도 공식적으로 기록된 사건이다.
무엇보다 게임에서도 언급된 스크립트.
“금악룡. ……사악한 드래곤이 날뛰었다던가.”
금악룡(金惡龍).
빌키오레닐.
엘프의 숲에서 처음 목격된 그 괴물은 점차 피해를 심화시키며 인간들의 영역에까지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본래는 인간과 쉽게 손을 잡지 않던 당대의 엘프가 공식적으로 인간과 협력하게 된 사건.
“역사서에는 사이좋게 손을 잡은 엘프와 인간의 실력자들이 사악한 드래곤을 죽였습니다. 그렇게 기록되어 있지.”
잘됐네. 잘됐어. 나는 비웃듯 손뼉을 친다.
그 기록에는 명백하게 빠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예. 당시의 기록에는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었습니다.”
“뭐, 그 누락을 요청한 건 엘프들. ……그리고 진상을 사실대로 보고할 수 없었던 당대 인간들의 권력자들이지.”
그들이 빼고자 했던 것은…….
“금악룡을 처치한 가장 큰 공로자들이 다크 엘프라고 불리는 이들인 것.”
그리고.
“그 다크 엘프는 당시 검은 시조가 만들어 낸 존재라는 것.”
검은 시조가 마지막으로 은둔하기 전 만들어 낸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의 실력자들로는 그 드래곤을 당해 낼 수기 없었다.
하물며 가장 실력이 뛰었던 시조들은 하나둘 은둔하던 시점.
하는 수 없이 당시 권력자들은 검은 시조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그는 무슨 변덕인지 그 바람을 들어주었다.
“그는 금악룡과 싸울 존재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을 거야.”
단순한 변덕인지 혹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나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시조가 무엇을 했는지는 알고 있다.
“시조가 요구한 것은 당시 금악룡과 싸우고 전사한 엘프들의 시신.”
“……예.”
“시조는 그 엘프들에게서 양도받…… 아니, 빼앗은 시신으로 만들었지. 지금의 다크 엘프라고 불리는 존재를.”
엘프의 언데드.
그러나 일반적인 언데드와는 발상도, 들어간 이론과 기술도 달랐다.
언데드라고 하면 그들에게 모욕이겠지.
“그는 단순히 언데드를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흑마법의 진수를 이용해 아예 새로운 종을 고안하는 데 이른 거지.”
“…….”
키르실은 말하지 않는다.
“죽은 자를 살리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고, 하물며 엘프의 시신을 가지고 뭘 해 봐야 결국엔 엘프의 언데드밖에 되지 않겠지만.”
시조는 극에 이른 흑마법사다.
네크로맨서 사령술. 거기다 당시 그와 계약한 악마들의 지혜까지 빌려서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두 번 다시 시도도 되어서는 안 될 짓거리를.
“엘프의 육체에 살아있는 인간의 혼을 이식시켜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내었어.”
죽은 이를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모종의 방식으로 제공된 혼을 이식시킨다.
그렇게 일개 언데드 같은 존재가 아니라 강력한 마기를 품고 자신의 의지로 싸울 수 있는 존재를 탄생시켰다.
“사용된 혼의 출처까지는 나도 모르지만.”
“사실만을 말씀드리면, 그 과정에서 강제성은 없었습니다. ……이용된 것은 당시 그 괴물과 싸우고 치명상을 입어 앞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들이었으니까요.”
“키르실…….”
키르실은 내 설명을 부정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설정과 이곳에 존재하는 사실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뜻이다.
“합의였나?”
“어디까지나 그 괴물을 없애기 위한 방책이었으니까요. 엘프들은 납득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만.”
“아, 그래서 엘프들은 여전히 다크 엘프에 관한 화제에 민감한 거군.”
거기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다소 결벽적인 면도 지니고 있는 종족이니까.
“당시에는 다크 엘프라고 불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니고 마기를 품고 있으며, 하물며 엘프들에게도 부정당하는 존재이기에 누군가 어느 시점부터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다시 싸울 수 있게 된 저희는 금악룡을 없애는 데 성공했습니다.”
역사에 남지 못한 것도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고 했다.
그들의 탄생을 상세히 남겨도 후환이 염려되는 것은 그들 자신이 가장 잘 알기에.
“말 그대로 영웅이군.”
“과찬입니다. ……분에 넘치는 평가고요.”
겸손과는 다른 의미일 것이다.
“뭐, 거기까지라면 딱히 내가 무어라고 평가할 이야기는 아니겠지.”
“……예.”
“진짜 너희가 품게 된 문제는 그 뒤에 생겼을 테니까.”
의도가 어찌 되었건 간에 금악룡이라는 공공의 적을 쓰러트린 뒤 남은 것은.
검은 시조가 만들어 둔 다크 엘프라는 존재들.
“다크 엘프의 특징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니기에 그 끝이란 게 존재하지 않던가.”
“예. 저도 원리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에게는 수명도, 죽음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극한의 열에 재만 남아도 시간만 들이면 다시 그곳에서 눈을 뜬다고 한다.
검은 시조가 부린 어떤 농간 때문이겠지.
하물며 수명도 존재하지 않으니.
“처음에는 시안 님의 말씀처럼 영웅으로 부르던 이도 있던 것 같았습니다만.”
키르실은 엷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결국은 꺼림칙함과 처치 곤란한 것을 보는 시선만 남게 되더군요.”
“하긴, 상상은 가.”
개개인의 무력은 실력 있는 고수 정도에 지나지 않아도 다크 엘프들의 무서움은 도저히 죽일 수 없는 몸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집단으로 뭉쳐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얼마든지 다른 역사가 펼쳐졌겠지.
“하지만 하지 않았지?”
대신 다크 엘프들은 그 존재를 알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은둔했다.
황제가 직접 키르실을 내게 보낸 걸 생각하면 그 긴 시간 동안 일부 권력자들은 다크 엘프들과 연락 정도는 주고받은 모양이지만.
그동안 그들이 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상상은 대충 간다.
“그래서 내게 뭘 바라는 거지?”
“…….”
“있다면 말을 하는 게 순리야. ……아니면 떳떳하지 못한 부탁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자조적인 투로 말하고는 내게 온 목적을 입에 담았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저희의 운명의 끝.”
“끝……. 죽음이라는 거겠네.”
“예.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부정하지 않는다.
다크 엘프의 육체는 얼마든지 재생한다. 힘을 다해도 시간만 들이면 다시 회복된다고 하지.
죽은 자의 육체와 산 인간의 혼.
달리 말하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리라.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는 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
“두 번째는?”
“그것은 저희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고통에 관련된 것입니다만.”
“아직은 말해 주긴 곤란하다?”
“예. 저희에게도 중대한 비밀이기에.”
지금은 거기까지 말해 줄 생각은 없나.
뭐, 나도 알고는 있기에 상관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시조는 너희의 처우에 대해 아무런 조언도 해 주지 않았어?”
“……그는.”
키르실은 잠시 주저하고는.
“그는 저희를 만들어 내고는 사라졌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는 거군.”
“무엇보다 만약 여유가 있다고 해도 해답은 듣지 못했겠지요.”
“어째서?”
키르실은 내 의문에.
“기억합니다. ……아직 이 몸에 적응하지 못해 의식이 흐릿한 가운데 그자가 중얼거린 말을.”
그녀는 지금 그 기억을 떠올려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바라던 결과가 아니라고. ……실패했다고.”
“……그렇군.”
그 말과 함께 시조는 사라졌다고 한다.
“그를 원망하는 건 아닙니다. 동의한 것은 저희였으니까요.”
“뭐, 무책임한 건 사실이니까.”
나는 그것만큼은 단호하게 지적했다.
시조의 행동은 정상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가 진정으로 금악룡을 퇴치하기 위해 힘을 빌려주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그럼 내게 기대한 건 다크 엘프를 죽일 방법을 고안하는 건가?”
키르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실은 황제에게 들었을 때는 딱히 기대하지 않았습니다만.”
“하긴 그 시조의 지식으로 탄생한 것이니 어지간한 천재로는 어림도 없겠지.”
그 시조를 직접 보았기에 지금의 흑마법사들의 수준은 눈에 차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나는 달라 보였나.
‘기대를 받은 것은 바라던 대로군.’
뭐, 틀린 기대는 아니겠지만.
“내가 역량을 쌓아 그를 뛰어넘길 바라는 이유는 이해했어.”
그리고 그녀가 메인 시나리오 4장의 조건부 보스로서 존재하게 되는 이유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에서는 ‘시안’의 악행으로 인해 흑마법사를 증오하게 되어 돌변한 것이었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해도 참았던 다크 엘프들.
그들이 은둔하는 것을 관두고 시안을 포함해 흑마법사들을 없애고자 하고 더 나아가 제국 황실을 치기 위해 사건을 일으킨다.
‘행동 이유는 재차 확인했어.’
그리고 내가 해야 할 말도.
“그렇다면 들어주지. 그 소원.”
“……예?”
되레 키르실이 멍하니 되묻는다.
어려운 소원을 듣고도 깊게 고민조차 하지 않고 말했으니까.
이루어 주겠다고.
참 대단하네. 나.
“지금 당장 들어주겠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내가 그 잘난 시조님을 뛰어넘으면 반드시 해결해 주마.”
가능하다.
허풍이 아니라 게임의 설정과 성장할 능력을 고려하였을 때.
무엇보다 시나리오를 고려하였을 때, 그녀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 줄 지식은 분명 손에 넣을 수 있다.
키르실은 말없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본다.
“단, 들어주는 건 너희를 없애는 게 아니야.”
“설마…….”
“다른 답을 내려주겠어.”
들어 달라는 것만 해 주면 이류.
완벽한 결말을 위해서는 그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법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의 긍지와 존재 이유를 버리지 마.”
내가 직접 너희를 토벌하는 결말에 이르지 않도록.
가능한 나는 너희를 없애는 소원이 아니라.
너희들의 존재와 긍지를 인정받고자 하는 바람을 들어주고 싶으니.
* * *
키르실아울리엔은 시안의 거침없는 호언장담을 듣고 차마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때는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어느 정도 상정하고 있었다.
동정이나 공감.
혹은 곤란해할지도 모른다.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년은 어이없을 정도로 시원스레 말한 것이다.
소망을 이루어 주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가능하다고?’
마치 미래가 보이는 것처럼 확신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 놀란 것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안은 다 아는 것처럼 말한 것이다.
‘설마 거기까지 알아챈 건가?’
긍지와 존재 의의를 버리지 마라.
마치 여기서 그에게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면 그녀와 그녀의 동지들이 무엇을 생각할지 이미 아는 것처럼.
‘정말로 이 소년은 그 시조를 넘을 수 있는 건가.’
아직 그 검은 시조에 비교하면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 소년의 정신은 지극히 건전했다.
말하기를 주저한 것도 아직 그 시조 이상의 존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무엇 때문일까.
시안의 말을 들으며, 그녀는 기이한 위화감과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정말로 다크 엘프의 바람을 이루어 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