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42
제42화
42화
‘일단 성격은 게임 시절과 다를 건 없어 보이는데.’
공손한 말투와 달리 표정에는 그다지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겉치레조차도 꾸미지 않는 완벽한 무표정.
좋게 말하면 쿨한 사람.
까듯이 말하자면 몰개성.
“첫 방문이신 시안 님께 설명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아니면 이곳에 대해 이미 알고 계시는지요?”
“아……. 설명은 해 줘.”
상점의 존재는 알지만 설명을 해 주겠다면 굳이 사양할 필요는 없었다.
혹시라도 내가 무언가 잊었거나 게임 당시와는 다를지도 모르니.
“본 상점은 특별한 자격을 손에 넣으신 고객분을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자격이란 뭐지?”
“시안 님께서 손에 넣으시고 사용하신 열쇠. 그것은 이 상점의 설립자께서 자격을 갖춘 이를 위해 남겨 둔 초대장입니다.”
열쇠를 손에 넣고 그것의 정체를 이해하고 사용한다.
당연히 평범한 인간들은 그것을 알 리도 없겠지. 문헌에도 남기지 않았으니.
게임 당시에도 주인공이 우연히 열쇠를 만지작거리다가 사용한 것이 계기.
“상점이라면 당연히 물건을 파는 거겠지?”
“예. 매입은 해 드리지 않지만 손님께서 바라시는 것들을 판매하는 것이 이곳의 존재 의의. 단, 대가는 필요합니다.”
“그렇겠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겠냐.
“그리고 손님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본 상점에서는 취급하지 않으니 양해 바랍니다.”
“……환전 서비스 정도는 하라고.”
“면목이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제국에서 사용되는 금화는 물론이고, 인간들이 거래하는 그 어떤 나라의 화폐도 통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구매할 수 있지?”
“손님의 인생의 업적의 증거. 그 상징을 대가로 받을 뿐입니다.”
“……역시 그런가.”
본래 이 상점은 게임의 초보를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녀가 말하는 업적이라는 것은 아마 각 시나리오의 클리어 스코어를 말하는 것.
성가신 점은 그 코인의 정산 기준을 게임 시절에도 전부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략 속도. 클리어한 날짜. 플레이어의 레벨. 인물 간의 관계.
혹은 기타 등등.
조건이 난해하다.
같은 공략을 수행한 플레이어끼리도 습득한 업적 코인의 양은 매번 달랐으니.
“내가 가진 재화는 얼마나 되지?”
“알기 쉽게 가시화하여 보여 드리겠습니다.”
첼리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눈앞에 푸른색의 동전 같은 것이 나타났다.
이곳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개념으로 알기 쉽게 가시화한 것.
《현재 당신이 가지고 계신 업적 코인은 76개입니다.》
꽤 많군.
내가 게임 실황을 마지막에 하였을 때는 이 시점에서 30개 정도였을 텐데.
역시 공략을 숙지하고 있으니 달라지는 건가.
“더 질문하실 것이 있습니까?”
약간은 신경 쓰이는 걸 물어볼까.
“이곳의 설립자에 대해서 들을 수 있어?”
“그것은 현시점의 손님께는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현시점? 그렇다면 이후에는 대답할 여지가 생긴다는 거야?”
“그것도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게임 때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들을 수 없나 보다.
“다른 질문이 있으신지요?”
“……됐고, 슬슬 상품을 보고 싶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나아가며, 내게 이곳의 상품에 대해 소개한다.
덧붙여 눈앞에 상품명과 가격이 적힌 카탈로그도 소환되었다.
《파롱의 마검 – 360코인》
《달의 신의 망토 – 235코인》
《극마력의 신약 – 150코인》
…….
…….
쭉 보고 입맛만 다셨다.
“현시점에서는 그림의 떡이군.”
일단 위의 것들은 제쳐 두자꾸나. 아직은 어림도 없어요.
괜찮아. 게임이라는 건 고이고 고이다 보면 언젠가 위의 것들도 다 손에 넣을 수 있거든.
우선은 밑에서부터 천천히.
《체력의 결정 – 1코인》
《마력의 결정 – 1코인》
《행운의 결정 – 1코인》
《민첩의 결정 – 1코인》
“먼저 각 능력치 결정을 다섯 개씩 사겠어.”
무엇을 사야 알뜰살뜰한 쇼핑이 되겠는가.
우선은 능력치를 올려 주는 결정.
각 결정은 다섯 개를 구매할 때마다 필요로 하는 가격이 오른다.
처음 다섯 개까지는 1코인.
다섯 개를 구매하고 나면 2코인.
그다음에는 4코인 순으로 늘어난다.
‘1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다섯 개까지는 초반에 요긴하지.’
뭐든지 쌀 때가 최고.
코인을 주고 능력치의 결정을 각각 다섯 개씩 우선적으로 손에 넣었다.
그리고 바로 사용.
계산하자마자 바로 까먹는 건 조금 품위가 없는 짓이지만, 아무렴 어떠리.
첼리나도 딱히 제지하는 느낌이 아니었고.
《시안》
《클래스 : 흑마법사》
《클래스 레벨 : 20》
《체력 : 200》《마력 : 268》《민첩 : 174》《행운 : 116》
《물리방어 : 11》《마법방어 : 15》《정신내성 : 14》
《식물내성 : 25》
《잔여 스킬 포인트 : 23pt》
효과가 있다.
“다음에는…….”
뭐, 능력치 결정은 애피타이저다. 고작 이딴 걸 얻자고 굳이 비밀 상점을 개방한 건 아니다.
내가 찾는 건 두 가지 아이템.
《악마의 심장 조각 – 24코인》
《흑몽의 만년필 – 32코인》
“저 두 가지도 사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코인을 지불하자 순순히 아이템을 내준다.
“더 바라시는 게 있습니까?”
“아니, 이젠 없어……. 다음 방문 때나 부탁해야겠군.”
“돌아가시겠다는 것이군요.”
돌아갈 의사를 밝히자, 첼리나는 순순히 나를 배웅한다.
다시 시야가 변하려 한다.
“부디 다음에도 본 상점을 이용해 주시길.”
게임 시절과 다름없는 퇴장 때의 대사.
그리고…….
“……그리고 시조 크셀페리드의 바람을 이루어 주시길.”
뭐?
처음 듣는 대사에 나는 귀를 의심하며 물으려 했지만, 이미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 * *
아카데미의 도서관의 천장.
그 천장을 보면서 나는 멍한 머릿속을 바로잡으려 애쓰며 눈을 껌벅였다.
“……어머? 일어났니? 시안?”
“딱히 잔 건 아니야. 그보다 뭐 하는 거냐.”
눈을 뜨고 보니 에밀리가 나를 적당한 자리에 눕힌 채로 자신의 허벅지 위에 내 머리를 올리고는 쓰다듬고 있었다.
“시안이 멍하니 있기에 돌봐주었을 뿐인데.”
“얼마나?”
“한 5분…… 쯤 되었으려나.”
“의외로 많이 지나지는 않았네.”
비밀 상점에서 머문 시간은 한 30분쯤 된 거 같았는데, 그곳과는 시간축마저 다른 것 같군.
“목적은 이룬 거니? 보아하니 조금 전까지 다른 곳에 있었던 거 같았는데?”
에밀리는 계약 때문에 내 상태를 어느 정도 가늠하기 쉽기에 단순히 내가 멍때리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정도는 짐작했으리라.
“열쇠가 보여 준 환각이었습니다, 라고 하면 진짜 화낼 자신은 있는데.”
나는 적당히 대꾸하며 손을 뻗었다. 무언가가 만져진다.
가죽 자루 주머니.
비밀 상점의 인장이 찍혀 있는 자루.
“저런 걸 가지고 있었어?”
“글쎄.”
그것을 풀어 보자, 내가 구입했던 것들이 들어 있었다.
바로 드림 서비스라니 뭔가 아는 상점이네.
《비밀 상점 이용이 종료되었습니다.》
《크셀페리드의 열쇠는 당신의 영혼과 동기화되었습니다.》
《다음 이용 시기를 기다려 주십시오.》
목적은 이뤘다.
비밀 상점을 통해 입수한 소재들과 도구.
“그럼…… 바로 이걸 이용하자.”
* * *
최근에 입수한 재료들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새로운 비약과 소재들을 합성하자.
“우선은 비밀 상점에서 구입한 악마의 심장 조각.”
《소재를 합성합니다.》
연금술과 흑마법 계통 스킬의 숙련도를 꾸준히 올린 결과,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도 그럭저럭 써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악마의 심장을 메인 소재로 써서 연금술 스킬을 이용하여 새로운 아이템을 정제한다.
《마의 각성 보주를 완성하였습니다.》
“이젠 제법 요령이 붙었네.”
제법 실력이 늘었다.
완성된 것은 어둡고 붉은빛을 발하는 둥근 수정 형태의 아이템.
《마의 각성 보주》
《마계에 속한 종족의 상한을 각성시키는 효과를 담고 있습니다.》
악마족에 속한 사역마나 그 종족의 인자를 가지고 있는 생물의 힘을 보다 일깨워 주는 효력을 가진 아이템이다.
“어머머? 뭘까? 좋은 향기를 가지고 있네?”
다른 사람이 보면 심상치 않은 마기를 내포하고 있는 물건도 악마나 흑마법사에게는 감미롭게 보이는 것이겠지.
성공적으로 비밀 상점을 열었다.
필요한 아이템들도 구매했고.
“슬슬 에밀리 네 힘을 한차례 더 늘릴까 해.”
“어머? 그거 괜찮겠니?”
“전부터 계획해 두고 있었어.”
그저 비밀 상점을 다녀오기 이전까지는 에밀리에게 힘을 줄 재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시안, 내 힘은 계약한 네 그릇에 비례한단다.”
“당연히 알지.”
사역마의 레벨과 스테이터스는 기본적으로 계약한 플레이어의 능력과 자동적으로 비례하여 맞춰지게 된다.
내가 능력을 키울수록 그에 맞춰서 에밀리의 힘도 차근차근 오른다.
“하지만 그건 계약에 의한 성장이고, 에밀리 네 본질적인 종족값 상한치의 개방은 아니잖아?”
“본질적인?”
“그래, 악마로서의 개체값.”
사역마가 계약한 주인의 능력 향상과 함께 점차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커진다는 설정은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장치.
요컨대 그 잠재력을 대폭적으로 늘릴 수단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보석이 네 힘을 보다 키워 줄 아이템이야.”
비밀 상점에서 구매한 마의 각성 보주.
《마의 각성 보주》
《계약한 사역마의 힘을 1단계 상승시킨다.》
나는 그것을 꺼내 에밀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녀도 이것을 보자 기이하다며 감탄한다.
“확실히 괜찮은 사기가 모여 있네……. 마치 마계의 본질을 담아 둔 기운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어.”
“이걸 사용하면 지상에 소환된 악마의 힘의 해방 권한이 한 단계 오를 거야.”
“그건 멋진 일이네.”
지상에서 행사할 수 있는 힘의 상한치가 커진다.
계약자나 다른 번거로운 수단을 통해서만 지상에서 힘을 키워 나갈 수밖에 없는 악마에게는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
“하지만 시안? 괜찮겠니?”
“뭐가?”
“이 누나의 힘을 보다 크게 키우다가 자칫하면 네가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정론이다.
악마의 계약이 그 악마의 힘을 제한하여 계약자의 힘에 비례한 만큼만 개방되도록 하는 것은 일종의 안전장치.
마의 각성 보주는 그 상한치를 올려 주지만, 그런 반면 악마를 묶고 있는 고삐들 중 하나를 잘라 버리는 셈.
‘적어도 게임에서는 그냥 능력치 각성용 아이템 취급이었지만…….’
현실이 되면 설정상의 리스크도 구현되기 마련이다.
하물며 에밀리는 게임 당시 ‘시안’에게 실망하여 돌아섰다는 설정까지 있었으니.
“뭐야? 나를 배신할 거냐?”
“후후, 글쎄 어떨까? 꼭 배신만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건 많잖니?”
뭐를?
에밀리는 일부러 내 주변을 맴돌며 놀리듯 말했다.
“다를 건 없겠구먼.”
“어머? 그건 이 누나를 얕보는 건데? 이렇게 되면 좀 더 가르쳐 주는 게 좋으려나.”
“그 문제는 나중에 진지하게 이야기하도록 하고.”
일단 당장은 배신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겠지.
애초에 게임 당시 ‘시안’에게서 등을 돌린 이유는 결국 시안이라는 개인 자체가 성장하지 못하는 찌질이 악역이었기 때문이다.
악마의 입장에서 성장성이 없는 계약자만큼 가치가 없는 인간은 없을 테니까.
하물며 나는 그녀에게 계약 당시 큰소리쳐 둔 것도 있었고.
‘적어도 당분간은 불안 요소는 없다.’
그것이 내가 마의 각성 보주를 써도 된다고 판단한 근거였다.
“불만이 없으면 써 버리자고. 안 쓰면 결국 귀한 마의 각성 보주도 그냥 깨지기 쉬운 구슬이나 마찬가지잖아.”
나는 아이템을 아끼는 쪽은 아니다.
이미 지긋지긋하게 많은 게임을 경험해 봐서 알고 있잖냐.
포션이든 각성용 아이템이든 아껴 둬 봐야 쓰는 날은 안 와요.
엔딩이 뜨는 그날까지 창고에 처박혀 있을 겁니다.
“후후, 그럼 기꺼이 시안의 호의를 받아 두도록 할까.”
자신의 힘이 더 커진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겠지.
에밀리는 내심 기대하며 내 앞에 선 채로 두 팔을 벌렸다.
마치 언제든 안겨도 된다는 것처럼.
그 굴곡진 몸을 얼마든지 감상하라는 듯.
“얼마든지 써 주렴.”
“그냥 네게 줘도 되는데?”
게임과 달리 사역마도 아이템은 쓸 수 있으니까.
“어머? 그 정도로 분위기를 모르는 누나가 아니거든?”
단순히 알아서 쓰라고 던져 줘도 되지만, 그 정도로 품위를 모르진 않는다고 한다.
“그럼 사양 않고.”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에밀리의 가슴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악마의 육체는 그저 마기를 다루어 그것에 성질을 부과하여 그럴듯하게 꾸민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핵심은 악마의 정신체.
육체에 손을 대어 그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본질에 간섭하여 연결한다.
보통은 그 위치가 심장 부근에 있으니까.
《마의 각성 보주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아이템을 사용하자, 보주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나를 경로로 삼아 경유하며 에밀리를 향해 타고 들어간다.
“흐으으응…….”
본질적인 상한치가 올라간다.
능력이 개방되고, 그녀의 존재감 자체의 질이 보다 높아지는 것.
“훌륭하네……. 정말로 성장하고 있어.”
다소 상기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내비치며 에밀리는 그 감상을 입에 담는다.
“시안의 성장과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의 몇십 배는 되는 거 같아.”
“아, 그러셔. 그거 잘됐네.”
단순한 기운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계약 악마 ‘에밀리’의 존재 상한치가 상승되었습니다.》
《전 능력이 상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