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96
제96화
96화
흑마법사의 윤리가 비난받는 것은 괜한 선입견 때문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산 자의 혼을 가지고 장난을 친 흑마법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까?”
“어리석은 과거의 미신이죠.”
흑마법사의 수준이 아직 미숙하던 시절.
그들 중 사령술에 지나치게 빠진 자들은 그만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령이 아닌 인간의 순수한 혼은 어떨까 하고.
아직 죽은 자에 속하지도 않은 이들의 혼에 간섭하여 사령술을 연구한 것이다.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위험한 호기심이네요……. 단언하건대 차이는 없었어요.”
헛짓거리다.
딱히 살아 있는 혼을 사용해도 사령술의 질은 향상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령술을 전공한 다니엘 교수는 어리석은 미신이라고 깎아내린 것이다.
“오히려 순수한 영혼은 효율이 더 떨어지죠. 그렇기에 어리석은 사령술사들은 파멸하고 말았지요.”
“과연, 과연.”
“하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똑똑한 시안이라면 이미 눈치채고 있겠죠.”
글쎄요.
나는 대답 대신 웃어넘겼다.
지금의 나야 그럴 마음이 쥐뿔도 없지만, ‘게임’ 시절의 시안은 다르다.
……녀석은 힘을 얻기 위해 그런 미신을 믿고 살인까지 하려 했으니까.
물론, 지금의 나와는 다른 놈의 이야기이니 남 일처럼 생각할 뿐.
“그럼 개요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실습을 해 볼까요?”
사령술의 기초.
당연히 그 사령을 장악하는 방식을 배운다.
“지금부터 무덤가라도 가는 건가요?”
“설마요~. 당연히 전용 기재가 있답니다. 무려 이 선생님이 고심해서 개발한 거예요.”
어쩐지 즐거운 듯 말한다.
“수업에서 꺼내는 건 이걸 개발하고 처음이네요.”
“과연, 어쩐지 오늘 신나 하시는 것 같더니…….”
기껏 개발한 교재를 쓰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아쉬운 일도 없을 테니 말이지.
그렇게 한껏 신이 난 다니엘 교수가 가져온 것은 투명한 상자 안에 무언가가 깃든 물건이었다.
“이건…….”
그 투명한 상자를 적당히 훑어보았다.
구조는 심플했다. 뭔가 봉인 효과가 있을 듯한 소재로 만들어졌고, 그 안쪽에 있는 것은 보랏빛 안개 같은 무언가.
“설마 진짜 사령인가요?”
“그게 가장 바람직한데, 사실 수업용으로 쓰기에는 조금 리스크가 있어요. 이건 제가 직접 재현한 모조령이에요.”
모조품.
설정상 사령은 혼에서 비롯된 사념과 변질된 마나가 뒤섞여 가공된 것이다.
“그 이론을 이용하면 이렇게 실습용 가짜를 만드는 건 쉽죠.”
물론 사령 정도의 힘은 없고, 기껏해야 사령을 다루는 정도의 연습에 쓰는 게 고작.
“번거로운 걸 만드네…….”
“이유가 있어요. 악마. 예전 사령술 수업에서는 진짜 사령을 봉인해서 조달해 쓰곤 했는데, 그땐 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으니까요.”
사령은 사령을 부른다.
관리를 잘못하거나 실수로 풀어 주면 ‘앗!’ 하는 사이에 사령의 수가 밤마다 늘어난다고 한다.
사령이 복사가 된다고?!
“선배가 실수로 놓치는 바람에 밤새 건물 하나에 사령들이 온통 가득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군요.”
“물론 이 모조령은 해가 없어요. 실수로 깨 버려도 그냥 마기가 조금 흩어지는 정도의 부작용밖에 없으니까요.”
이대로 들이마셔도 ‘안심!’이라며 자랑한다.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이딴 걸 들이마시겠느냐마는.
“자, 그럼 사령을 장악하는 연습을 할까요.”
악마는 계약으로 다스리지만.
사령은 장악한다.
반대로 언데드는 지배하고.
말장난 같지만, 각각 그 의미와 본질이 다르다는 뜻일까.
“요령은 간단해요.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랍니다.”
“주장 말입니까?”
“엄하고 강하게 명령하는 것이죠. 자신의 마기에 의사를 실어 그 사령에게 강하게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
추상적이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요컨대 목소리 큰 놈의 말을 겁먹어서 듣게 된다는 소린가…….”
“늘 시안의 말은 비유가 이상하네요. 그런데 또 틀린 소린 아닌 거 같고.”
빨리 이해해 주는 건 기쁘지만, 어쩐지 복잡하다는 표정을 짓는 다니엘 교수님이었다.
어쨌든 오늘의 실습 과제는 이 꾸무럭거리는 짝퉁 사령을 제어하면 된다는 것이군.
“간단한 조작 명령을 시험해 보도록 하죠.”
다니엘 교수님이 먼저 시범을 보인다.
봉인 케이스에 든 모조령을 대상으로 일시적인 사역을 위한 마법식을 발동한다.
케이스에서 불규칙하게 흐느적거리던 모조령이 이 술식에 반응하여 움직임을 멈춘다.
“사령의 장악에 성공하면 나머지는 사령을 해 자신의 마나를 이용해 지시하는 것뿐이죠.”
다니엘 교수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 방향을 따르듯 모조령도 이리저리 움직인다.
“정령의 계약과 유사하군요.”
“잘 보고 있어요. 시안. 사령술의 근간은 정령술에서 갈라진 것이니까요.”
순수하게 독보적으로 발전하는 분야는 없다.
사령술 또한 정령술의 계보에서 그것을 참고하여 모방한 것이 그 시작.
“차이가 있다면, 사령술은 순수하게 장악의 개념으로 술식을 개량한 것이겠죠.”
“뭐, 정령과 달리 이것들은 귀엽지도 않으니까요.”
“자, 그럼 이제 사령술의 기초 술식을 가르쳐 줄 테니 한번 해 볼까요?”
다니엘 교수는 생글생글 웃으며 사령술의 가장 기초 술식에 대해 알려 주었다.
“덧붙여 개인적인 팁 같은 게 있습니까?”
“요령 같은 걸 논하는 건 좋지 않지만, 시안이니까 괜찮겠죠.”
사령술 전문가가 알려 주는 요령.
“비결은 듣는 것이랍니다.”
“듣는 것?”
리스닝?
“이 선생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령술의 비결은 대화라고 생각해요.”
“사령인데요? 지성도 이성도 없는데요?”
“없지만, 그 사령에게는 생전의 혼의 정보가 복사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비록 그 본인이 아니라고 해도 그 사령의 성질을 듣는 정도는 가능하답니다.”
“흐음……. 상대를 알면 지배하기도 쉽다는 거군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다니엘 교수님.
“오늘 수업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지만요. 이건 모조령에 불과하고 언젠가 진짜 사령을 상대로 시험할 때 다시 가르쳐 드릴게요.”
차근차근~ 상냥하게 말하고, 다니엘 교수님은 이제 내가 실습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자~, 귀여운 사령을 마기로 물들이는 거예요.”
“……귀여운가?”
“모조령이지만, 비주얼에는 신경을 썼답니다.”
……어디가?
그냥 꾸무럭거리는 안개로밖에 안 보이는뎁쇼?
“특히 여기가 포인트죠.”
“구분이 안 가는뎁쇼?!”
아무래도 사령술을 수련하면 그 대가로 미적 감각을 제물로 바치는 게 아닌가 싶다. 조심하자.
“어쩐지 엄청 실례되는 생각을 하나 보네요.”
“네, 네, 집중하겠습니다. 교수님.”
우선은 배운 술식을 암기하고 그것을 직접 실행하는 과정에 들어간다.
《흑마법 – 기초 사령술을 습득합니다.》
일단 이론 자체는 제대로 익힌 것 같군.
사령술은 다니엘 교수님의 말마따나 정령술의 근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배우는 것 자체는 지장이 없어.
‘남은 건 요령.’
책 내용을 달달 외는 것보다 한 번 직접 해 보는 게 확실하게 배웠다는 감이 들기 마련이다.
마기를 보낸다.
케이스 안의 모조령은 내 마기에 반응하듯 정지한다.
“……과연. 이런 식인가.”
“이해했나요?”
“물론입니다.”
움직이라는 생각을 담고 그것을 마기에 섞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마기를 사령을 옭아매고 있는 술식에 흘려보낸다.
내가 눈동자를 옆으로 살짝 옮기자 마치 그 시선을 따라가듯 모조령이 움직인다.
“훌륭해요. 단번에 성공하다니.”
“기초이니까요.”
“의외로 이거 시간이 걸려요. 제가 학생이던 시절에는 이 기초 요령을 익히는 데 못해도 8시간 정도는 걸렸어요.”
다행히 나름의 천재 구실은 한 모양이다.
음! 음! 그래, 아직 나는 천재다.
조금 더 재주를 익혀 볼까.
“시안? 조작 연습은 그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인데요.”
“아~, 그게 이런 것도 가능할 거 같네요.”
하나를 배우면 그것을 응용한 두 가지를 보여 줘야 나름의 천재 코스프레가 가능한 법.
장악과 조작. 그것에 좀 더 숙달되면?
《흑마법 – 기초 사령술의 이해도가 깊어집니다.》
《흑마법 – 사령 조작을 습득합니다.》
이해하는 것으로 관련 스킬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흠, 흠. 과연 이런 게 가능하겠네요.”
“어…… 시안?”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한 다니엘 교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멍하니 내가 하려는 것을 말리는 것도 잊은 채 가만히 지켜본다.
“조금 더 응용할 수 있겠군요.”
화르르륵.
모조령의 일부가 불타는 것처럼 보랏빛 불씨가 일렁이더니 이내 불씨를 토해 내며 케이스를 일부 녹인다.
《흑마법 – 도깨비불을 습득합니다.》
사령술을 이용한 간단한 공격 마법.
사령의 영혼을 매개로 소모하여 화염을 일으키는 마법이다.
공격력은 별 볼 일 없지만, 상대에게 정신적 혼란을 유발시키는 마법이었던가.
그것을 자력으로 습득한다.
“모조령이라 그런지 불씨는 작군요. 실제 사령이면 좀 더 제대로 나왔을 거 같은데.”
“이것도 터무니없거든요? 이런 현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모조령으로 한 건데, 시안은 지금 그 제약을 딛고 성공시킨 거예요.”
터무니없다며 칭찬한다.
말 그대로 핸디캡을 지니고 마법을 성공시킨 것.
“하핫, 흑마법 클래스의 가장 우수한 학생이니까요!”
“……시안? 학생은 너밖에 없잖니?”
“시끄러워.”
어쨌든 기초는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흑마법 클래스의 수업을 매우 훌륭하게 이해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32레벨을 달성합니다.》
《레벨업 보너스 스킬 포인트 5pt를 획득합니다.》
‘그럼 나머지는 심화 학습이군.’
우수한 학생인 나는 수업을 받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예습, 복습의 민족.
사행성 교육에 환장하는 학업의 민족의 혼이 말한다.
더 공부하렴, 이라고.
……눈물 나네.
어째 새로운 세계에서 사는데 그 찌든 때 같은 관념은 안 사라지는지.
* * *
그날 밤.
나는 외출 신청서를 끊고는 간만에 야간 외출을 하였다.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실습을 위해.
“설마 시안, 사령술을 익혀서 어디서 들어 본 적도 없는 사령으로 갈아타려는 건 아니지?”
“갈아타긴 무슨……. 이게 바람피우는 거냐?!”
그리고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나는 그쪽 취향은 없다.
‘그러고 보면 강력한 사령 중에는 꽤 귀여운 녀석들도 있었나?’
그야 귀엽고 예뻐야 뽑잖냐.
나, 그쪽 취향 없지? 없는 거지?
“사령술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니까 익히는 것뿐이야.”
이미 내 흑마법은 악마인 에밀리를 내 곁에 둠으로써 그녀의 조력을 얻어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분야를 등한시할 필요는 없다.
“보조적인 기술로서 연마해 둘 가치는 있어.”
“그럼 그 교수의 설명을 천천히 들어도 될 텐데? 기뻐하면서 가르쳐 주지 않을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수업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
다니엘 교수님은 안전 우선주의라 다소 성가신 마법이나 스킬을 가르쳐 주는 건 꺼리는 쪽 같고.
“나는 착한 아이가 아니니까 이것저것 손을 대야 하잖아.”
“후후……. 어련하네. 그래서 이런 곳까지 나온 거니?”
“숲에서 연습하면 걸리니까.”
내가 외출한 곳은 제도 바깥의 평원.
잘 정비된 가도와 떨어진 곳이기에 야간에 몬스터가 출현할 수도 있었다.
정말로 착한 아이가 놀러 나올 곳은 아니군.
“여기서 사령을 불러 모으자.”
시안은 야생의 사령이 필요해요.
“나오기를 기다릴 셈이니?”
“당연히 부를 수단은 준비해 뒀어.”
일반적으로 사령의 출현 시간대는 야간.
그것도 평원보다는 숲. 혹은 좀 더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필드에서 출현한다.
이곳에서는 사령 계열 몬스터의 출현 가능성이 낮다.
“혈목의 숲처럼 걷기만 해서는 마주치지 않겠지.”
그곳도 숲이 정상화된 이후에는 예전처럼 유령이 들끓는 지옥이 되지는 않는 모양이고.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유령도 딱 그 꼴이다.
“그렇기에 이걸 쓴다.”
내가 품에서 꺼낸 것은 작은 가죽 주머니.
그 끈을 풀고 열자, 안에 보이는 것은 보랏빛 가루였다.
“원통의 뼛가루라는 촉매제인데, 이걸 필드에 뿌리면 일시적으로 사령 계통의 몬스터와 마주칠 확률이 높아질 거야.”
특정 몬스터와의 조우 확률을 올리는 방법 중 정석.
“뼛가루라……. 혹시 그거?”
“말해 두는데 인간의 것은 아니야.”
이상한 기대는 하지 마.
그런 거 아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