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ke over the male lord RAW novel - Chapter 109
109
“이유가 뭡니까?”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이 그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유를 알아야겠습니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
“제가 실수한 게 있습니까?”
“아니에요.”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리고 어깨를 잡은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그녀의 손을 타고 흘렀다.
“리몬트리가 좋아요.”
그녀의 고백에 리몬트리가 얼굴을 굳혔다.
“비올레?”
“정말로 좋아요.”
그녀는 슬프게 웃으면서 말했다. 마음을 고백했으니 그와 친구로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비올레, 왜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에요.”
비올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그를 처음 만나고, 그와 같이 있으면서 커진 마음이었다. 그녀의 말에 리몬트리가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놓았다.
“그렇군요.”
그는 그녀의 고백을 듣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친구로서 다가가는 건 더 이상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저를 사랑할 줄이야.”
“몰랐을 거예요. 최대한 마음을 죽였으니.”
“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곤란한 표정을 지은 그는 우는 비올레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올레가 자신 때문에 우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친구였기에 소중했다.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중한 존재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비올레는 어립니다.”
“리몬트리.”
“여자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려요.”
리몬트리가 솔직하게 말했다. 여자로 생각하기에 그녀는 아직 어렸다.
“다른 여자 만나지 마요.”
“비올레.”
“나 곧 있으면 성년이 되는데, 그때까지 기다려 줘요.”
성년이 되면 리몬트리가 자신을 여자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리몬트리는 그녀를 보며 손을 잡았다.
그녀가 마음 아파하는 게 싫었다.
“알겠습니다.”
“리몬트리.”
“네.”
“난 왜 이리 어린 걸까요.”
적어도 아리스 나이 정도 되었으면 좋았을걸. 그녀가 성년이 된 게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녀는 울먹이며 리몬트리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는 우는 그녀를 다독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올레가 절 좋아한다니.”
그가 조용히 웃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요.”
그가 희망적인 말을 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간 얼굴을 들어 보였다.
“리몬트리.”
“다른 여자들이 이런 말을 하면 기분부터 나빴는데 비올레가 말하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두둥실 마음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성년이 되기 전에 리몬트리가 절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아아.”
그러자 리몬트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되면 비올레가 위험해져요.”
“왜요?”
“전 연인을 그냥 두는 남자가 아니라서요. 연인이 생기면 사랑부터 할 겁니다.”
그의 말뜻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말이 아닌가. 비올레는 얼굴을 붉혔다.
“지금까지 제게 고백한 사람은 절 잘 잘 모르는 사람이었지요.”
“저는…….”
“비올레는 저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라온 가문의 후광이 아니라 저 자체를 좋아해 주는 거니까.”
그가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았다.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인이 되기에는 비올레가 너무 어렸다. 그의 기준에서는 그랬다. 그랬기에 당분간은 그냥 친구로 두어야 할 것 같았다.
“다른 여자 안 만나겠습니다.”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건 이것 말고 없었다.
“비올레에게 차라리 냉정히 대하는 게 나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만.”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비올레가 자신을 좋아하는 그 마음을 잘라 내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이 너무나도 예뻤다. 그 마음을 키워 자신에게 좀 더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지 마요.”
비올레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냉정하게 잘라 내지 말아요.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를 돌아봐 줘요.”
그녀가 그의 옷깃을 잡았다. 그러자 리몬트리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알겠습니다.”
“리몬트리.”
“최대한 노력해서 비올레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가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고마워요.”
비올레는 자신에게 희망적인 말을 해 준 리몬트리가 고마웠다. 그리고 방긋 웃었다.
그녀의 웃음이 예뻐 보였다.
리몬트리는 그녀의 미소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 * *
찰랑대는 금발이 보였다. 금발 아래 맺힌 눈물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이어진 고백, 갑작스러운 고백이었기에 당황했다.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고민을 하던 리몬트리의 앞에 이엘이 찻잔을 놓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해.”
이엘의 말에 그가 이엘을 보았다.
“비올레가 제게 고백했습니다.”
그의 말에 이엘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드디어 고백한 모양이군.”
“알고 계셨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비올레가 리몬트리를 대하는 게 다른 이들을 대하는 것과 달랐기에 이엘은 짐작은 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축하해.”
“축하할 일입니까?”
“그렇지.”
황태자와 단둘이 하는 티타임이었다. 리몬트리는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연인은 무엇일까요?”
“리몬트리.”
“전하께서는 연애를 많이 해 보셨으니 알 거 아닙니까.”
“연애, 별거 없어.”
이엘은 리몬트리를 보았다.
“그녀의 마음을 받아 줄 거야?”
“아직 어려서 우선 친구로 지내자고 했습니다.”
그의 말에 이엘이 조용히 웃었다.
“고지식한 너답긴 하다만. 비올레는 열여섯 살이야. 그리 어리지 않아.”
“여자로 삼기엔 어립니다.”
“그냥 가볍게 연애하다가 성년이 되고 나서 진하게 연애하면 되지. 아리스도 로이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게 열여섯이었어.”
이엘은 리몬트리에게 이어 말했다.
“성년이 되고 나면 마음을 받아 주려고?”
“아마도 그리될 것 같습니다.”
확답은 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될 것 같았다.
“넌 그녀에게 독점욕을 느끼잖아.”
그의 말에 리몬트리가 이엘을 보았다.
“비올레가 다른 친구완 다르다고 말한 적 있잖아.”
비올레를 보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다. 상냥한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맺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미소가 자신으로 인해 생긴 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네.”
“그게 연애 감정일 수 있어.”
이엘이 보기에 리몬트리는 이미 비올레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가 하는 행동은 연인이 할 법한 행동이니 말이다.
그냥 이 정도 힌트만 줘도 눈치챌 것이다.
“그렇습니까?”
“같이 데이트도 종종 했잖아.”
“데이트입니까?”
“우리가 보기엔 데이트지.”
이엘은 그리 말하고 리몬트리에게 물었다.
“비올레가 다른 남자와 그렇게 만나서 논다고 생각해 봐. 기분이 좋나?”
리몬트리가 고개를 단번에 가로저었다. 비올레가 다른 남자와 만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안 좋습니다.”
“그러니 연애 감정일 가능성이 있지.”
그리 말하고 이엘이 웃었다.
“잘 생각해 봐. 비올레에게 가지는 감정이 무엇일지 말이야.”
이엘은 말을 아꼈다. 리몬트리 역시 묻지 않았다.
* * *
리몬트리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비올레와 처음 만난 것은 사냥 대회였다. 사냥 대회에서 꽃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자신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때 다가온 비올레는 당황 그 자체였다. 그러다 종종 차를 같이 하자는 그녀의 청을 거절하지 않은 이후 지금까지 만나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에게서 초대장이 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신이 먼저 그녀에게 차를 마시자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차를 대접한 답례로 같이 공연을 보거나 놀러 간 적은 있지만 차는 언제나 그녀가 먼저 마시자고 청했다.
“미안하군.”
오랫동안 자신에게 마음을 두었다고 하는 그녀의 초대장이다. 이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다.
말은 친구라고 하지만 이전과 다른 감정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으흠.”
리몬트리는 이엘을 만난 이후로 자신의 감정이 대해 냉정히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오늘 느낌 감정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힘썼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이 비올레에게 가지는 감정 역시 연애에 가깝다는 건 맞는 것 같았다.
만약 그러지 않다면 고백을 받은 그 자리에서 칼같이 거절했을 것이다.
“가야겠군.”
적당히 자신을 꾸민 그는 마차를 타고 에셀 공작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