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ke over the male lord RAW novel - Chapter 35
35
“비올레 아가씨와 나란히 서도 안 밀려요.”
“정말?”
“물론이죠.”
루진의 말에 아리스가 거울을 보았다. 그리고 몸을 빙글 돌렸다.
“루진 말이 맞아.”
“아가씨.”
“상대를 너무 의식했어.”
그녀가 다시 밝게 웃었다. 아가씨가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아 루진은 흐뭇했다.
“비올레는 비올레고 나는 나야.”
“그렇죠.”
“로이 님이 온다고 해서 너무 들떴나 봐. 냉정을 유지해야지.”
“편지로만 주고받던 분이 오신다는데. 당연히 그런 마음이 들죠.”
여자라면 다 그런 거다. 루진은 외모에 대해 투정하는 아가씨를 보며 이제야 아가씨가 사람답다고 생각했다. 모든 면에서 쿨한 구석이 있는 아가씨가 아닌가. 집착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던 아가씨가 이렇게 변하다니.
“루진도 같이 가는 거 알지?”
“저도 같이 가나요?”
“응.”
아리스가 루진을 거울 앞에 세웠다.
“루진도 옷 골라야 해.”
“알겠어요.”
시녀도 꾸미고 가는 게 신년회다. 시녀 역시 예쁘게 차려입어야 했다.
“저도 드레스 입나요?”
“응.”
본래 루진은 후작가의 핏줄이다. 아리스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 주는 루진을 예쁘게 꾸며 주고 싶었다. 자신만 꾸밈을 받고 싶지 않았다.
“음.”
고민하던 루진이 드레스를 골랐다. 화려하지 않지만 옷태가 예쁜 드레스였다.
“아가씨보다 튀지 않으면서 예쁜 옷이라 늘 봐 두고 있었어요.”
“그래?”
루진이 옷을 벗고 드레스를 입었다. 아리스와 신체 사이즈가 비슷했기에 옷은 딱 맞았다.
“예쁘다.”
루진은 날씬하고 키도 컸다. 미인은 아니라 해도 은근한 매력이 있었다. 아리스는 새로 발견한 루진의 면모에 눈을 반짝거렸다.
“감사합니다.”
루진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오늘 오랫동안 자신의 외모를 비하했을 것이다. 아리스는 루진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알고 있을까요? 아가씨가 안절부절못한다는 걸.”
“음.”
아리스가 입술을 한곳으로 모았다.
“알리고 싶지 않아.”
“그래요?”
“응.”
마음을 너무 티 내고 싶지 않다.
“내숭 떨고 싶어.”
“어머.”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우아하게 있고 싶어.”
그러니 이번 일은 비밀이야. 루진에게 아리스가 속삭였다. 아가씨의 이런 모습에 루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여우 같으세요.”
“좋은 말이야.”
아리스는 그리 말하며 드레스를 골랐다. 하지만 결국 마음에 드는 게 없어 디자이너를 부르기로 했다.
* * *
달이 뜨고 있었다. 오늘은 노숙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최대한 빨리 리로드에 도착하기 위해 달리고 있지만 수도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별한 일이었기에 리삭이 마법으로 강화된 말을 내주었다. 그럼에도 수도에 도착하려면 아직 며칠을 더 달려야 했다.
“대장, 저녁 드십시오.”
더윈이 식사 준비를 마쳤다. 모닥불 위에 올려둔 냄비에서 수프가 끌어 오르고 있었다. 더윈이 수프를 떠 주었다. 로이가 수프를 받아먹었다.
“어떤 마음이 드십니까?”
“아무런 생각도 안 들어.”
“으흠.”
더윈은 대장을 보았다.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
“저라면 떨릴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죠. 편지로만 주고받던 아가씨를 직접 만나지 않습니까.”
“그렇지.”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인사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뒤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녀는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걸까.
그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편지를 보낸 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놀랐다.
진심이라.
도대체 자신은 무엇을 바라는 걸까.
위험한 생각이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조금 전에 한 생각을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의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았다.
달이 두둥실 떴다.
“아가씨가 편지에 찍은 인장이 달 모양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달을 보면 아가씨가 떠오릅니다.”
더윈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빵을 잘라 로이에게 주었다. 로이가 빵을 받아먹으며 달을 바라보았다.
달을 보면 그녀가 떠오르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모닥불이 활활 타올랐다. 로이는 침낭에 누워 잠을 청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은 여전히 지지 않고 로이 곁에 머무는 듯 그렇게 하늘에 떠 있었다.
‘만나면 이야기를 해야겠지.’
그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자.
전쟁에 있었던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그건 레이디가 듣기엔 너무 잔인한 일이니까.
그리고 무엇을 할까.
하나하나 고민하던 그는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이상해 결국 쓰게 웃었다.
수도에 도착하기를 바라면서도 얼른 도착하지 않기를 바랐다.
* * *
디자이너가 가져온 드레스를 보았다. 최신 유행에 맞춰 약간의 노출이 있고 어깨 부분은 시스루로 처리한 드레스였다. 앞은 가슴 부근까지 파여 있었다.
‘으흠.’
이전에 입은 드레스가 괜찮아 그와 비슷한 걸 시켰는데 역시 마음에 들었다. 색깔은 적색이었다. 강렬하고 확 튀었다.
“어떻습니까?”
“마음에 들기는 한데.”
디자이너가 물었다. 아리스가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았다. 밋밋한 갈색 머리카락과 갈색 눈을 보완하려 강렬한 색을 찾았는데 그럭저럭 그녀가 생각한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다.
“어울려?”
아리스가 물었다.
“아가씨도 곧 열여덟 살이시네요.”
“무슨 뜻이야?”
“성장하고 계시다는 뜻이에요.”
이전보다 가슴이 커졌다. 허리는 날씬했다. 항아리 같은 몸매가 더욱 두드려졌다.
“그런가?”
“몸매가 좋으셔서 뭐든 잘 어울리실 겁니다.”
디자이너 역시 아리스가 입을 모습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키도 적당히 크고 무척이나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붉은 옷이 아주 잘 어울렸다.
“으흠.”
루진이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여자로서 좋은 일이지.”
아리스는 가슴이 조금 큰 편이었다. 과하진 않고 옷을 입으면 적당히 맵시가 나올 정도였다. 아리스는 자신이 몸매가 좋다는 걸 알았다.
“색깔하고 디자인은 이 정도면 될 것 같고.”
아리스는 옷의 허전한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에 금실로 자수를 놓으면 좋을 것 같은데.”
“금액이 좀 듭니다.”
디자이너가 말했다. 그러자 아리스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가격은 상관없어요.”
역시 호리슨 가문이었다. 아리스의 말에 디자이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꽃 문양으로 수를 놓을까요?”
“어떤 문양요?”
“이런 거요.”
디자이너는 꽃 문양이 들어간 옷을 보여 주었다. 고급스럽고 아름다웠다.
“좋아요.”
아리스는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문양이 마음에 들었다.
“옷은 다음 주까지 가져와 주세요.”
다음 주면 기다리던 신년회가 열린다. 원래 옷으로 갈아입은 이리스가 디자이너에게 옷을 건네주었다.
“중간에 완성이 되면 보내 드리겠습니다. 수정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시고요.”
아리스는 드레스를 구입해도 수정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철저히 고르고 골랐다. 신년회를 남다르게 준비하고 있었다.
이전에 아리스가 무도회에 자신의 드레스를 입고 나온 덕분에 디자이너는 많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아리스가 자신을 선택해서 내심 긴장하면서도 기대하고 있다. 이 아가씨가 입으면 그 옷은 대박이 난다. 그렇기에 더욱더 심혈을 기울였다.
“아, 그러게요. 수정할 게 있을지 모르네요. 그럼 사흘 뒤에 들고 오세요.”
아리스의 말에 디자이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이면 빠듯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디자이너가 물러나고 아리스가 거울을 보았다. 몸매를 보고 얼굴을 봤다.
“왜요? 아가씨?”
“음, 키가 크고 가슴이 큰 건 좋은데 마음에 들었던 드레스들을 못 입어서 아쉬워.”
사이즈가 맞지 않아 집에 있는 드레스를 입지 못하게 되었다.
“못 입는 옷은 주말 시장에 기부하자.”
주말 시장은 귀족이나 상인들의 기부로 이루어진 시장이었다. 기부받은 물건을 저렴하게 팔아 그 돈으로 불우한 이웃을 후원하는 일을 했다.
“그게 좋겠어요.”
못 입는 옷은 쓰레기나 다름없다. 이것을 처리하려면 돈이 든다. 하지만 주말 시장에 내놓으면 공짜로 옷을 처리할 수 있었다. 주말 시장에서는 비싼 귀족들의 옷을 팔 수 있으니 이득이다. 특히 아리스가 입었던 거라고 하면 더욱더 사람들이 몰릴 것이었다.
“몸매를 보고 로이 님이 좋아하실까.”
로이 이야기가 왜 안 나오나 했다. 루진은 걱정을 하는 아리스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