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ke over the male lord RAW novel - Chapter 95
95
그들이 막사로 돌아가니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사냥 대회가 종료된 것이다.
멧돼지를 잡은 이들은 몇 없었다. 한 마리 잡은 조가 있긴 했지만 두 마리를 잡은 조는 황태자의 조 뿐이었다.
“승리자는 황태자 전하께서 속한 조입니다.”
올해도 우승자가 되었다. 이엘은 기뻐했다. 당당히 엘자를 파트너로 고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뒤를 이어 2등, 3등 발표가 끝났다.
황제가 단상 위에 올라가 상위 입상자들에게 선물을 주었다. 로이도 상금과 상패를 받았다. 그리고 1등부터 자신이 원하는 꽃을 부르는 시간이 되었다. 아리스는 구경하기 위해 막사에서 나왔다. 엘자는 꽃으로 초대되었기에 밖으로 나가야 했다.
“엘자 모네타!”
황태자는 자신이 원하는 아가씨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엘자에게 시선이 쏠렸다. 은색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던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델라이 백작은 누구를 선택할 건가.”
황제의 말에 로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도 택하지 않겠습니다.”
결혼할 정혼자가 있는 경우 꽃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에 다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스는 만족했다. 그가 아무도 고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 다음은 비올레 차례가 되었다. 비올레는 이번에도 리몬트리를 골랐다.
* * *
무도회에 남녀가 짝을 지어 도착했다. 무도회장에 도착한 남자와 여자들은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 사이로 로이와 아리스가 손을 잡고 등장했다. 그러자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제 익숙한 일이었기에 아리스와 로이는 당황하지 않았다. 여유롭게 음료수를 들고 구석으로 갔다. 이안은 루이슨과 같이 천천히 오기로 했다.
리몬트리와 비올레가 들어왔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뒤로 이엘과 엘자가 같이 들어왔다. 황태자의 연인이 된 그녀를 사람들이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리몬트리와 비올레,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거 같지 않아요?”
아리스의 말에 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어울립니다.”
“나처럼 편지를 써 보라고 했는데 잘 안 되었나 봐요.”
“편지라.”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쓰면 될 것 같은데.”
아리스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음료수를 마셨다. 아리스를 보며 로이가 음료수를 같이 마셨다.
“아리스의 편지 덕분에 제 운명도 많이 바뀌었지요.”
아리스가 그를 보았다.
“그렇죠?”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해도 결혼했을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자신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그녀는 방그레 웃으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제가 들어왔다. 옷을 갈아입은 황제는 오늘 사냥 대회에 참석한 이들을 향해 말했다.
“즐거운 파티가 되기를.”
파티를 즐길 시간이다.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로이와 아리스는 서로 바라보았다.
“같이 출까요?”
“네.”
아리스는 기뻐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음악이 흐르고 그들이 물 흐르듯 춤을 추었다. 로이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가까이 있어서 서로의 숨결이 조용히 느껴졌다.
“봄의 정원으로 갈래요?”
아리스가 물었다.
“좋습니다.”
그녀는 봄의 정원을 좋아한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가겠다고 했다. 봄이었기에 봄의 정원이 아니라도 꽃이 피어 있었다. 하지만 아리스는 여전히 봄의 정원을 좋아했다.
춤이 끝났다. 아리스와 로이는 천천히 무도회장을 나왔다. 무도회가 열리는 날이면 황실 정원은 개방되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봄의 정원은 무도회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리스가 봄의 정원에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로이도 나란히 같이 앉았다. 앉은 다음 그녀의 손을 잡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손을 꼭 잡은 로이를 보며 그녀가 물었다.
“사냥은 어땠어요?”
“그냥 그랬습니다.”
“그래요?”
“전쟁이 있다 보니 살육은 늘 있었지요. 그것에 비하면 별로 대단한 게 아니니까요.”
로이의 말에 아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의 인생을 생각하면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멧돼지 잡는 거 힘들지 않았나요?”
“힘들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잡는 거에 비하면 별로 힘들지 않았다.
“로이는 대단해요.”
“대단치 않습니다.”
“대단한데.”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리스가 더 대단한 것 같습니다.”
“왜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맨 처음 편지를 보낼 때 답장이 필요 없다고 적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왜 그리 적은 겁니까.”
그는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답장을 적어 달라고 하면 해 줬겠어요? 당연히 안 해 줬겠지.”
아리스의 말에 로이가 대답했다.
“그걸 짐작한 게 대단한 겁니다.”
“음? 당연한 걸 가지고.”
아리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로이에게는 아니었다.
“그런 편지 많이 받아 봤을 거 아니에요.”
“그렇습니다.”
“답장했어요?”
“안 했습니다.”
“그것 봐요.”
그의 성격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에 대해 몰랐다고 하더라고 답장은 하지 말라고 했을 것 같았다.
“그 말 덕분에 제가 편지를 보관하게 되었지요.”
“편지, 보관하고 있어요?”
아리스의 말에 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우라고 한 편지를 제외하고 가지고 있습니다.”
“아아.”
태우라고 했던 편지가 아까웠다. 로이는 그리 생각했다.
“태운 편지가 아까워요?”
“네.”
나중에 황태자가 그녀에게 발을 일부러 밟은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렇게 들킬 거, 그때 편지를 태우지 않아도 되었는데 말이다. 아쉬웠다.
“로이는 이상형이 뭐였어요?”
“이상형 말입니까?”
“네.”
아리스는 물었다. 로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그녀의 질문에 로이는 조금 생각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배려 깊은 여자요.”
“외모는요?”
“외모는 그다지 보지 않습니다.”
“우와.”
외모를 보지 않다니!
“아리스가 미인인 게 기쁘면서도 기분이 미묘합니다.”
“왜요? 예쁘면 좋잖아요.”
“다른 사람들 눈에도 예뻐 보이지 않습니까.”
“아.”
아리스가 그를 보고 물었다.
“질투해요?”
“합니다.”
그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로이가 하도 점잖게 있어서 질투 같은 거 안 할 줄 알았는데.”
“당연히 합니다.”
그는 그리 말하고 손을 올렸다.
“아리스가 아름다워서 이따금 곤란합니다.”
로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에 그녀가 웃었다.
꽃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한 달 뒤가 아리스 생일이군요.”
“네.”
“그 전까지 결혼 날짜를 정해야겠지요.”
“아.”
결혼이라, 드디어 하게 된다.
“한 달 동안 수도에 있을 겁니다.”
“정말요?”
“네.”
어차피 내려간다 해도 아리스의 생일이 있기 때문에 바로 올라와야 했다. 그렇기에 그냥 수도에서 이안과 함께 결혼식 준비를 하는 게 나았다.
“같이 점심도 먹고 그래요.”
“그럴 생각입니다.”
“신난다.”
“주말을 같이 보낼 겁니다.”
그녀와 같이 있는 순간이 소중하다. 로이는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에 맞추고 싶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참아야 했다.
“단둘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군요.”
“저도 아쉬워요.”
아리스는 그와 맞잡은 손을 보았다.
“곧 있으면 로이의 아내가 되는 거네요.”
아리스는 그날을 상상했다.
“어서 로이의 가족이 되고 싶어요.”
가족이 되면 그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녀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일이기도 했다.
“당신의 그 말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줍니다.”
로이가 아리스를 바라보며 웃었다.
* * *
그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흘러 무도회가 끝날 시간이 되었다. 로이와 아리스는 서로 손을 잡고 무도회장으로 갔다. 이안이 아리스를 찾고 있었다.
“어디 갔다 오는 거냐.”
“봄의 정원에 갔다 왔어요.”
아리스의 말에 이안이 그녀를 보았다. 둘이 별일은 없었던 것 같았다. 로이는 이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로이.”
“네, 후작님.”
“내일 우리 집에 오도록 하게.”
그러자 로이가 놀랐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결혼식 일로 의논할 게 있어.”
결혼식을 준비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의논할 일이 생겼다. 아리스는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