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ought it was a half-way ring RAW novel - Chapter 143
143. 식인청마(食人靑魔)
강서성의 흑월문과 복건성의 흑웅파, 그리고 절강성의 영걸문에서 급파한 무인들은 숨을 죽이며 이동 중이었다.
사도맹의 앞마당을 점거한 녹림을 기습하기 위해서였다.
대략 천 명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였다.
성동격서의 계책으로, 사도맹이 먼저 성문을 열고 공격하기로 했다.
지금쯤 녹림은 사도맹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터였다.
그렇게 믿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 저기 협곡에 들어서면 놈들이 보일 것이다.]사도맹 지원군을 독려하는 전음이 있었다.
그렇게 흑월문의 무인들이 협곡에 발을 들인 그때였다.
“쳐라!”
숲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우렁찬 음성이 사방에 메아리쳤다.
슈슈슈슛! 씨시싯!
“아, 암습이다! 각자 알아서 피하도록!”
전음으로 뜻을 전하던 누군가의 음성이 내공을 품은 채로 쩌렁쩌렁 울렸다.
이제껏 선두에서 부하들을 독려하던 허운영이라는 인물이었다.
당황하고 말았다.
옥화산 부근의 사도맹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 데다, 눈에 띄지 않으려 그렇게나 조심했는데도 매복이 있을 줄이야!
“어디, 어디냐! 방향을 찾아!”
흑월문의 문주인 허운영이 소리를 지르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몇 차례 암기 공격이 날아오고선 후속 공격이 없었다.
“이런! 저쪽이다! 놈들이 온다!”
“놈들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 막아! 놈들을 죽여!”
암기가 날아왔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적을 발견했다는 외침이 튀어나왔다.
“흑월문! 나를 따라와라! 매복한 놈들부터 처리한다!”
허운영이 기세등등하게 소리치며 흑월문의 무인들을 이끌고 달렸다.
과연, 매복했던 놈들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백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미친 듯이 달려오는 놈들은 하나같이 젊다.
심지어 중앙의 선두에서 칼을 뽑아 들고 달려오는 놈은 젊은 것을 넘어서 솜털조차 가시지 않은 애송이였다.
“우리 흑월문의 힘을 보여 줄 때가 왔다! 달려라!”
상대를 확인한 허운영이 철곤을 치켜들고서 달렸다.
사도맹의 소집령을 받고서 처음으로 벌이는 전투였다.
비록 매복한 놈들이 허접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첫 전투의 공을 세울 절호의 기회였다.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허운영은 속이 탔다.
이대로라면 흑월문이 숟가락을 얹어 보기도 전에, 흑웅파 녀석들이 어린놈들을 몰살시킬 것 같았으니까.
“젠장! 곰 주제에 재빠르기는!”
아쉬운 마음에 허운영이 욕을 했다.
불과 십 장 정도만 더 달리면 되는데, 흑웅파가 매복한 놈들을 치기 직전이었다.
‘아깝….’
다고 생각하는 그때였다.
“무, 물러나! 어서!”
허운영이 사색이 되어 달리던 그대로 멈추고야 말았다.
우습게만 보았던 선두의 어린놈이 대여섯 명의 흑웅파 무인들을 단칼에 썰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씩씩대며 달리던 그의 부하들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몸이 굳어 버리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린놈 옆에 좌우로 포진한 놈들 또한 몰려드는 흑웅파 무인을 풀 베듯 썰면서 돌진해 온다.
“아, 안 돼! 이쪽으로 오지 마!”
허운영이 허옇게 탈색된 얼굴로 엉거주춤 서버렸다.
흑웅파를 썰어 대면서 흑월문이 있는 방향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제, 젠장! 할 수 없다! 싸워라!”
허운영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악에 받쳐 소리쳤다.
그러는 동안에도 매복했던 놈들이 미친 듯한 돌파력을 발휘하며 빠르게 접근해 왔다.
“죽어라!”
허운영이 돌진해 오는 놈들을 향해 전력으로 철곤을 휘둘렀다.
스캉!
“!”
철곤에 불똥이 튀었고, 시퍼런 기운을 품은 칼이 그대로 철곤을 끊으며 날아오는 광경에 허운영이 기겁했다.
스거억!
화끈한 감각 직후, 시야가 대번에 시커멓게 변했다.
“계속 간다! 뒤처지지 마라!”
허운영의 머리를 쪼개버린 초무성이 명혼도를 수평으로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아!”
순식간에 문주를 잃은 흑월문의 무인들이 겁에 질려 덤벼들었다.
초무성은 멸신난무(滅身亂舞)의 초식을 사용해 덤벼드는 흑월문의 무인을 순식간에 여러 조각으로 분쇄해놓았다.
“이런!”
“대봉이!”
흑월문의 무인이 동료의 이름을 부르며 기겁했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도망쳤어야 했다.
서걱!
명혼도의 칼날이 그의 목을 단번에 베어 버렸으니까.
‘최대한 잔인하게 간다!’
초무성이 다시금 전방을 향해 명혼도를 사선으로 그었다.
압도적인 강함과 잔혹성으로 무장한 그의 앞에 흑월문의 무인들은 덧없이 쓰러졌다.
공포가 그들의 머리를 잠식하자 몸이 굳어 버린 것이다.
무림맹 소속 무인들은 강력한 돌파력을 발휘하는 초무성의 뒤에서 손쉽게 적의 숫자를 줄이는 중이었다.
“놈들을 돌파해 협곡을 막는다!”
덤벼드는 무인 세 명의 목을 단번에 날리면서 초무성이 소리쳤다.
숫자가 부족한 만큼 백이십의 지원대로는 이들을 저지할 방법이 없다.
엽중방이 녹림에게서 병력을 받아오겠다고 했으나, 애초부터 믿지도 않았다.
당장 사도맹의 맹공을 막아 내야 하는 판에, 언제 인원을 구성해 도우러 오겠는가 말이다!
“돌파한다!”
초무성이 뇌성벽력과 같은 고함을 내지르면서 명혼도를 어지럽게 휘둘렀다.
멸신난무의 초식을 변형해 연속으로 휘두르며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베었다.
칼날에 걸리는 것은 무엇이든 두 동강이 났다.
그가 입은 옷은 어느새 적의 피에 젖어 검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피가 질척대어 움직임을 방해했으나, 초무성은 거침없이 돌파해 나갔다.
“주군! 속도를 줄이셔야 합니다!”
한영중이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적의 창과 몸통을 한꺼번에 썰면서 주의를 주었다.
“서둘러! 통과하지 못하면 위험해!”
초무성은 질책하듯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이전보다 돌진 속도를 줄였다.
칠 전대와 지원대를 배려하는 것이다.
“덤벼!”
초무성은 적의 피에 젖어 혈인의 모습이 되었다.
벌겋게 피에 젖은 얼굴은 그의 나이를 짐작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이야아아아!”
“놈들을 막아!”
“동료의 복수다!”
흑월문 무인과 흑웅파 무인들이 악에 받쳐 몸을 날려왔다.
숫자로 밀어붙일 생각이 틀림없었다.
몸으로 때워서라도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후읍!”
초무성이 또 한 명의 흑월문 소속 무인의 목을 베어 내고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슬쩍 오른발을 들어 올리는가 싶더니, 크게 걸음을 내디뎠다.
꾸웅!
초무성이 내디딘 오른발을 기점으로 충격파가 일어났다.
푸화학!
삼 갑자의 내공을 쑤셔 박은 진각에 흙더미와 자잘한 돌멩이가 뒤섞여 전방으로 폭사되었다.
조금 전에 토막 쳤던 흑월문 무인의 시체마저도 내공의 힘으로 만들어진 기류에 휩쓸려 날아갔다.
땅속에 내공을 심어 두었다가 폭발하는 특징을 지닌 풍뢰승천(風雷昇天)의 수법을 잘라서 사용한 결과였다.
“크아악!”
“아으윽!”
공력이 담긴 흙더미와 돌멩이에 휩쓸린 흑웅파 무인들이 대번에 우수수 쓰러졌다.
본의 아니게 동료를 방패 삼아서 무사할 수 있었던 흑웅파 무인 몇몇이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
“미, 미친! 이런 게 가능하다고?”
“말도 안 돼! 이런 놈을 우리가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어!”
“으아아아! 도망쳐!”
살아남은 흑웅파 무인이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초무성은 협곡을 향해 이동할 뿐이었다.
“이동한다!”
초무성이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놈들이 겁을 집어먹었을 때 이동해야 한다.
적이 태세를 정비하면 다시 힘들게 싸워야 할 테니까.
“막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그렇게나 충격적인 죽음을 보았음에도 사도맹의 지원군은 다시금 앞으로 가로막았다.
“미려엉!”
초무성이 고함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발도술의 원리를 이용해 명혼도를 크게 휘둘렀다.
스카악!
앞을 가로막았던 무인의 몸뚱이가 상하로 분리되었고, 내장과 피가 터지듯 쏟아졌다.
그리고 초무성이 향하는 방향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암습이다! 살수가 숨어들었어!”
“흐, 흩어져! 살수가 숨어든단 말이다!”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다.
초무성은 그저 묵묵히 눈앞의 적들을 닥치는 대로 베었다.
천미령의 활약으로 초무성이 향하는 방향에서 적들이 허둥대면서 공간을 벌리고 있다.
아마도 천미령의 암습에 대비한 것이겠지만, 밀집대형을 스스로 풀었다는 건 그만큼 돌파당하기 쉬워졌다는 의미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 돌파 후 재정비한다!”
뒤따르는 무림맹 소속 무인들을 다독이며 초무성이 앞을 가로막은 적의 몸뚱이를 사정없이 베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돌진을 멈출 수 없다.
뒤를 돌아볼 시간적 여유도 없기에 아군의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도 못했다.
‘협곡을 막아서면 놈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을 거야. 잠시만 놈들을 잡아 두고 있으면 우리 일은 다 한 거다.’
초무성이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번 임무는 불합리하다.
고작 백이십 명의 무림맹 소속 무인으로 천 명이 넘는 사도맹의 지원군을 저지하라니!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징징댈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사도맹의 지원군을 막지 않으면 녹림이 뒤통수를 얻어맞고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는 것이다.
무조건 해내야만 한다.
쐐기 형태로 대열을 구성한 무림맹 소속 무인들은, 그야말로 무인지경으로 사도맹의 지원군을 헤집으며 돌파해 나갔다.
선두에서 무림맹 무인들을 이끄는 초무성과 칠 전대원의 활약 덕분이었다.
“죽ㅇ….”
활활 타오르는 듯한 기운을 철퇴에 덧씌운 채 덤벼들던 영걸문의 고수가, 채 말을 잇지 못하고 명혼도에 머리가 쪼개졌다.
빠각!
제법 강한 실력을 지닌 인물이었기에 초무성이 조금 더 과하게 손을 써야만 했다.
“이야압!”
영걸문의 고수가 쓰러진 순간, 뒤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영걸문의 무인이 독기 가득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자세가 무너진 틈을 노린 까닭에 초무성은 명혼도를 회수할 여유가 없었다.
돌진을 멈출 수는 없었다.
콰득!
파앗!
오히려 더욱 강하게 지면을 짓이기듯 밟으며 빠르게 튀어 나갔다.
“어엇!”
머리 위로 대도를 치켜들며 달려들던 영걸문 무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급하게 대도로 내려찍으려 했으나, 초무성이 반 박자 빠르게 먼저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상체를 낮춘 채로 파고든 초무성이 상대의 가슴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으적!
“커헉!”
달리는 마차에 정면으로 들이 받친다면 저러할까?
초무성의 어깨에 받힌 영걸문의 무인은 가슴이 함몰된 채로 힘없이 날아갔다.
뒤따르던 다른 영걸문 무인이 엉겁결에 받았다가,
파지직!
뇌정지기에 침습 당해서 한데 뒤엉켜 쓰러졌다.
그런 둘의 목을 초무성이 단번에 베었다.
서억!
“돌파한다!”
고함을 내지른 초무성이 명혼도를 높이 들고 내공을 주입했다.
지이잉!
칼날을 타고 흐르는 순백의 빛.
“말도 안….”
“화경의 고수라고?”
“우, 우릴 가지고 놀았어!”
“씨X….”
초무성이 발휘하는 강기를 발견한 사도맹의 지원군 무인들이 당황한 얼굴로 물러났다.
‘그렇지!’
초무성이 쾌재를 불렀다.
적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지금, 강기를 선보여 공포심을 자극한 게 먹힌 것이다.
이제 협곡을 가로막기만 하면 두려움에 젖은 적들은 진격을 망설일 수밖에 없을 터였다.
‘반 시진! 아니, 한 식경만 놈들을 잡아 두어도 우리의 역할은 다한 거다.’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초무성이 어정쩡하게 앞을 가로막은 무인의 목을 베었다.
“얼마 남지 않았….”
초무성이 사도맹 지원군을 풀 베듯 뚫고 지나며 고함을 지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적들 사이에서 갑작스레 강력한 기운이 치솟는다.
뒤이어 순백의 빛에 휩싸인 낭아도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초무성에게 날아왔다.
훙훙훙훙!
‘쳐낸다!’
피할 수 없다.
피했다가는 강기의 여파에 무림맹 소속 무인들이 휘말릴 테니까.
자세를 낮춘 그가 거세게 진각을 밟았다.
쿠웅!
“차아압!”
풍뢰무적도(風雷無敵刀) 제14식 뇌혼참(雷魂斬).
후웅!
공간을 가르며 솟구친 명혼도가 강기를 품고서 맹렬하게 회전하는 낭아도를 후려쳤다.
콰으으응!
강기의 파편이 한쪽으로 밀려나 초무성 일행의 앞을 가로막은 사도맹 지원군을 덮쳤다.
“크아악!”
“으아아아!”
강기의 폭풍에 휩쓸린 사도맹 지원군 무인이 우르르 쓰러졌다.
강기의 파편에 육체가 숭숭 뚫린 그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큭!”
초무성이 명혼도를 휘두른 자세로 신음을 흘렸다.
손목이 으스러지는 통증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호오! 제법이군. 적당히 가지고 놀려고 했더니 화경의 고수라… 놀랍군. 무림맹 놈인가?”
볼에서 턱까지 손바닥 크기의 푸른 반점이 도드라져 보이는 중년 사내가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고서 다가왔다.
“어린놈아, 맛있게 생겼구나. 화경의 고수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오늘에서야 소원을 풀게 생겼구나. 흐흐흐….”
식인청마(食人靑魔) 양진괴가 징그러운 웃음을 흘리면서 손을 옆으로 뻗었다.
우우웅….
그러자,
명혼도에 맞아 바닥에 처박혔던 낭아도가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양진괴의 손에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