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ordered to transfer to the Demon King Army RAW novel - Chapter 15
014.
터벅터벅 팔자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베켄에 앞을 가로막던 몬스터 들은 얼른 길을 비켜주며 베켄에게 경례를 했다.
“ 멸망!”
“멸!”
같은 소대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소 대원들도 베켄에게 경례할 정도로 베켄은 고참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베켄 중급 전사님! 행보관님께서 부르십니다.”
“못 봤다고 그래!”
“예!”
간부인 행보관의 부름 정도는 씹어 먹어도 된다는 듯이 태연히 무시해 버리는 베켄의 모습에 서열 낮은 하 급 전사들은 존경이 가득한 눈빛으 로 베켄을 바라보았다.
자신들도 저런 고참의 권력을 가지 고 싶다는 눈빛들이었다.
그렇게 행보관도 찾기 힘든 구석진 장소에 쪼그리고 앉아 시간을 때우 는 베켄이었다.
그러다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자 신의 앞을 지나가는 다른 소대의 몬 스터에게 물었다.
“야! 오늘 밥 뭐냐?”
“멸망! 고블린국입니다!”
“에이! 알았다.”
“수고하십시오!”
오늘도 냄새 지독한 똥국이라는 것 에 베켄은 투덜거렸다.
“PX도 없으니 안 먹을 수도 없 고…… 어디 엘프 고기 없나? 야들 야들한 엘프 옆구리 삼겹살 불판에
구워서는 쌈장에 푹 찍어서 상추에 싸 먹으면…… 카아!“
엘프 삼겹살은커녕 아직 엘프를 본 적도 없는 베켄이었지만 힐끔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몬스터 병사들에 허세를 부렸다.
“뭔 군인이 월급도 없어!”
베켄은 PX도 그렇지만 월급도 없 다는 것에 한국군보다 더 암담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
마왕군에게는 병사들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물론 월급을 받는다 해도 월급을 쓸 곳도 없기는 했다.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직접 구해서 사용해야 했다.
그렇게 투덜거리며 의욕 없는 눈동 자로 마계의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 고 있을 때였다.
“취익! 이 자식이 죽고 싶어서 환 장을 했냐? 어! 내가 구해 오라고 했으면 구해 와야 할 거 아니야?”
“커억! 죄송합니다, 고튜 전사님. 억!”
마왕군에는 구타와 폭행이 자연스 러운 일상이었다.
물론 너무 대놓고 폭행하지는 않았 고, 행여나 폭행을 당한 몬스터가 죽는다면 간부들에게 붙잡혀 다음 식사가 되고는 했기에 폭행 속에서 도 나름의 질서는 존재했다.
베켄은 구석진 장소에서 폭행이 이 루어지고 있는 소리를 들으며 멍하 니 앉아 있었다.
지구였고 베켄이 인간이었으면 말 렸겠지만 이곳은 마계였고, 베켄은 자신을 몬스터로 여기고 있었다.
“쥬르! 내일까지 구해 놔라! 만일 못 구해 놓으면 내 위로 니 아래로 다 집합시킬 테니까! 알았냐?”
“풋!”
베켄은 듣고 있다가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내 밑으로 네 위로 집합을 시킨다 고 말을 해야 하는데 흥분을 했는지 잘못 말을 해 버린 것이다.
베켄의 내 밑으로 네 위로 집합이 6소대뿐만 아니라 다른 소대에까지 퍼지면서 유행처럼 갈굼 문화가 만 들어져 버렸다.
그렇게 베켄이 웃음을 터트리자 그 소리를 들었는지 쥬르라는 후임병을 두들겨 패던 고튜는 험악한 표정으 로 고개를 돌려서는 고개를 숙인 채 로 웃고 있는 베켄의 뒷통수를 노려 보았다.
“넌 뭐야? 너, 어디 소속이냐?”
고튜가 당장에라도 분위기 파악을 못 한 채로 웃고 있는 몬스터를 향 해 고함을 지르자 웃음을 터트린 베 켄이 고개를 들어서는 고튜를 바라 보았다.
“나? 6소대. 너 몇 소대냐?”
“베, 베켄 중급 저, 저, 전사님? 며, 멸망!”
고튜는 웃은 상대가 악명 높은 악 마 같은 베켄임을 알아보고서는 안 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로 경례했다.
비록 소대는 다르지만 상대는 다른 소대 정도는 씹어 먹을 몬스터였다.
“몇 소대냐고오?”
“1중대 2소대입니다!”
“1중대 2소대가 왜 여기까지 와?”
“예?”
“왜 여기까지 와서 시끄럽게 하냐 고. 시끄럽게 하다가 행보관님한테 내가 걸리면 니가 책임질 거야? 어? 왜 시끄럽게 해!”
사실 베켄이 있는 곳은 1중대의 2 소대 막사 뒤였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아! 다른 소대라 고 고참을 놀무시한다 이거지? 어?”
막사 뒤가 소란스러워서인지 고튜 의 소대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 했고, 고개를 빼꼼 들이밀고 베켄과 고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왕군 부대는 나름 소대 간의 알 력이 강했다.
더욱이 몬스터들은 자신들의 영역 에 대해서 애착도 강하기에 다른 소 대의 몬스터가 자신들의 구역을 침 범한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튜의 소대에서 서열이 제 법 높은 고참 병사들도 고개를 빼꼼 하고 내밀었다가 호주머니에 두 손 을 푹 찔러 넣은 채로 건들거리는 베켄을 보고서는 조용히 고개를 집 어 넣었다.
고튜는 동료들이 자신을 버린 것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고작 한 명이었으니 소대가 다 함 께 덤비면 베켄을 혼내 줄 수 있을 터였지만 다들 외면해 버린 것이다.
고튜는 결국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는 생각에 베켄을 바라보았다.
‘이길 수 있을까?’
첫 인상은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 았다.
인간 비슷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피 부는 노랗고 코는 낮았으며 눈은 작 았다.
이목구비도 그다지 뚜렷하지 않아 분명 자세히 뜯어보면 인간은 아니 었다.
베켄의 옆 소대의 동기에게서 베켄 이 한국인이라는 마계의 희귀 종족 이라는 것을 들은 고튜였다.
하지만 전투력은 인간 기사를 이길 정도로 강하고, 병사 같지 않게 체 술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을 들었 다.
더욱이 고위 마족처럼 글자도 알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글자란 마계나 공존계에서 단순히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인 것만은 아 니었다.
마법이라 불리는 초월적인 힘을 사 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힘이었다.
기사를 상대할 때 베켄이 마법이라 는 힘을 사용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만일 그 모든 소문이 사실이라면 고튜는 절대 베켄을 이길 수 없었 다.
사실상 베켄은 병사가 아니라 하급 간부급의 존재인 것이다.
“와! 한 대 치겠다? 어? 쳐 봐! 어? 쳐 보라고!”
“아닙니다!”
“아이구! 안이긴요! 여긴 밖인데요 오!”
베켄 특유의 말장난에 베켄의 갈굼 에 대한 면역이 없는 고튜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베켄은 그렇게 얼굴이 점점 창백해 지는 고튜에 이 정도만 하자는 생각 을 했다.
자신의 소대원이었으면 눈물 쏙 빠 지게 혼냈겠지만 다른 소대의 소대 원까지 갈구는 것은 진상 짓임을 베 켄도 알고 있었다.
“그냥 가 봐.”
“예! 감사합니다! 멸망!”
고튜는 그냥 가라는 베켄의 말에 베켄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자신의 소대원 후임인 쥬르를 버려두고서는 곧바로 도망쳤다.
베켄에게 덤비려면 덤빌 수도 있었 다. 하지만 먼저 공격받지도 않았는 데 베켄을 공격해 버리면 베켄이 고 튜를 자신의 배 속으로 넣어도 문제 가 생기지 않았다.
베켄을 이긴다면 모르겠지만 지면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었으니 고튜 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고튜가 도망가 버리고 나자 혼자 남은 쥬르는 베켄의 눈치를 봤 다.
“며…… 멸망!”
계속 눈치를 보는 쥬르에 베켄이 투명스레 묻자 쥬르는 베켄에게 경 례했다.
베켄이 고류에게는 가라고 했지만 쥬르에게 가라는 말을 하지 않아 계 속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쥬르의 경례에 베켄은 어이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헛웃음을 짓는 베켄에 쥬르는 베켄 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눈동자에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 다.
오크를 피해 오우거를 만나게 된 쥬르 였다.
하지만 베켄의 헛웃음의 의미는 쥬 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야! 동기끼리 무슨 경례냐!”
“어?”
“너, 666 훈련소 12842기 아니 야?”
“어? 어! 맞아! 아니, 맞습니다!”
“맞습니다는 뭐가 맞습니다야? 너, 나하고 훈련소 동기잖아!” 베켄과 쥬르는 훈련소 동기였다.
마왕군이 강한 자가 더 높은 서열 을 가지기에 훈련소 동기라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는 편이었지만 인 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베켄은 함 께 고생하며 동질감과 전우애를 느 꼈던 훈련소 동기에 대한 애착을 가 지고 있었다.
6소대에 동기가 없는 베켄이었다.
훈련소 때의 동기를 만난 반가움에 베켄은 쥬르를 위로했다.
“군 생활 힘들지?”
“아니, 괜찮아…… 요.”
“말 편하게 하라니까. 우리 동기잖 아.”
“어, 그래.”
쥬르도 사실 베켄이 훈련소 동기라 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자대 배치를 받고 나면 서열 정하 기를 해서 자대 내에서 서열이 정해 지지만 대부분은 자대 내에서 엇비 슷한 서열에 위치하게 된다.
일부 종족에 한해 자대 배치를 하 자마자 꽤나 높은 서열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건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마왕군도 지구의 군대처럼 짬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고, 신병이면 보통은 아래 서열에 위치하게 된다.
‘동기 중에서 가장 출세한 동기.’
쥬르에게 있어서 베켄은 동기 중에 서 가장 출세한 동기였다.
“야! 훈련소 때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 벨두르 조교 생각난다. 아우! 지금 생각해도 아주 이가 갈려요.”
“하하하하! 그러게. 그때 진짜 악 마 같은 조교님이었는데.”
쥬르는 베켄의 말에 훈련소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비록 서열은 달라졌지만 같은 추억 을 공유하는 동기인 것이다.
“ 델로였나?”
“어, 델로 왜?”
“걔는 어디로 갔대?”
“아, 우리 소대.”
“아, 같은 소대? 나는 혼자서 자대 에 배치되어 주변에 동기도 없는데 너는 동기들하고 같이 배치되었나 보네?”
“어, 그렇게 되었네.”
베켄은 동기인 쥬르와 추억에 잠긴 채로 대화를 나누다가 시간이 꽤나 지났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그럼 다음에 보자.”
“어! 그래, 가!”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좋은 날이 을 거다.”
베켄은 도와주고 싶어도 결국에는 스스로 이겨 내야 하는 군 생활이기 에 힘들어하는 동기에게 격려만을 해 주고서는 몸을 돌렸다.
다른 소대 막사들을 둘러보며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몬스터여서 그런가? 단합력과 전 우애가 없네. 갈구더라도 저렇게 막 갈구기만 하면 안 되는데.”
갈굼도 다 사랑과 관심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베켄이었다.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그냥 괴롭힘 에 불과했다.
갈굼에도 스킬이 있었고, 축 처진 후임을 다독여 주는 것도 필요했다.
하지만 베켄이 본 마왕군 몬스터들 의 모습은 그냥 괴롭힘뿐이었다.
베켄을 보고 배웠지만 곁눈질로 배 워 베켄의 진실된 마음은 따라하지 못하는 것이다.
베켄은 그 안타까움에 씁쓸함을 느 꼈다.
물론 베켄에게 갈굼을 받았던 소대 원들이 갈굼 속에 사랑이 있다는 말 을 들었으면 어이없어할 일이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베켄은 마왕군 몬 스터들에게 동료애와 협동심을 만들 수 있을 만한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 각이 들었다.
“내가 심심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 니고.”
베켄은 소대에서 그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왕고가 되어 버려 지독한 무 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걸 그룹도 없고, 휴가도 없 고, PX도 없고!”
베켄의 절규가 마계에 울려 퍼졌 다.
〈마왕군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