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ordered to transfer to the Demon King Army RAW novel - Chapter 48
047.
마왕군의 몬스터들에게 있어서 행 군이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 다.
베켄의 6소대원들도 처음에는 마치 소풍이라도 가듯이 가벼운 발걸음이 었다.
“행군 중에 군가 한다.”
흥겹게 군가를 부르며 행군하니 한 결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다. 그밖에도 수많은 군가를 부르며 행 군하던 6소대는 마침내 통곡의 고원 의 초입에 도착했다.
다들 하늘 끝까지 닿아 있는 듯한 거대한 산맥을 올려다보았다.
“베켄 전사님, 저기 올라가는 건 아니지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올라간다.”
6소대원들은 베켄이 오늘 뭘 잘못 먹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저곳이 어디라고 올라간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지만 다시 한번 더 용기를 가지고 물었다.
“설마 넘지는 않지 말입니다?”
“안 넘어, 일단은.”
뒷말이 대단히 신경이 쓰였지만 안 넘는다는 말에 다들 안도했다.
베켄이 미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몬스터들이었다.
‘에휴! 어쩌다가 저런 걸 고참으로 둔 건지.’
혹한기가 무슨 훈련인지는 모르겠 지만 일단 베켄이 준비하는 물건들 로 봐서는 줍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힐끔!
통곡의 고원은 무척이나 높았다.
기본적으로 마계는 자연적인 햇빛 이 비추지 못하는 세계이기 때문에 마왕이 만든 검은 태양이 뜨는 한낮 을 제외하고는 무척이나 추운 공간 이었다.
몇몇 지역에 용암이 흐르는 지대가 있어서 뜨거운 지역도 있었지만 다 소 쌀쌀하다 느껴질 정도의 추위였 다.
하지만 그 정도 추위는 몬스터들도 익숙해서 춥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베켄이 준비하는 것은 다소 과할 정도였기에 몬스터들도 추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몬스터 병사들은 중요 부 위만 가리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다소 쌀쌀해도 대부분은 몸에 털이 나 있기도 했고 털이 없는 몬스터도 피부가 공존계의 종족들보다는 두꺼 워 추위에는 어느 정도 잘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몬스터들에게 극한의 추위 란 생소한 것이었다.
당연히 극한의 추위에 대한 공포를 모르는 몬스터들이었다.
“자! 천천히 올라간다. 안 다치게 조심하고.”
베켄은 통곡의 고원으로 들어가는 계곡 속으로 소대원들을 이끌었다.
거기까지도 몬스터들에게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조금 길이 험해지기는 했지만 그뿐 이었다.
“선두 반보!”
“선두 반보!”
오히려 거침없이 올라가는 것을 방 해하는 베켄 때문에 짜증이 났다.
“마라톤 하냐? 몇 번을 이야기해! 행군이라고, 행군!”
베켄이 전생의 군대에서 전문적으 로 군사 기술을 배운 것은 아니었지 만 경험을 통해 기본적인 훈련의 의 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앞에서 페이스를 올리면 뒤에서는 페이스가 오버된단 말이다! 막상 전 투 때 싸울 힘도 남지 않아!”
베켄의 잔소리에 따라 선두에 있던 몬스터들의 입이 삐쭉였지만 중간중 간 선두를 뒤로 보냈기에 베켄의 잔 소리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되었 다.
행군만으로도 입에서 단내가 난다 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더욱이 혹한기 훈련을 하러 가는 6소대원들의 등에는 묵직한 전투 배 낭을 메고 있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무거워졌다.
더욱이 추진 차량도 없었으니 모든 것을 각자 챙겨가야만 했기에 지구 의 전투 배낭보다 월등하게 더 무거 웠다.
물론 모든 몬스터 병사가 힘들어하 는 것은 아니었다.
‘멍청한 놈들, 히히히히! 나는 모양 만 만들었지.’
지구에서도 마계에서도 뺀질거리는 군인은 있는 법이었다.
물론 자신의 미래가 어찌 될지는 모르고 있었다.
베켄은 소대원들 인솔하며 자신의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이들을 걱정 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에드워드 국왕 폐하, 굳이 따라오 실 필요까지는 없으신데.”
“아닐세, 백작. 자네가 나의 왕국을 되찾아 주기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 데 내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언데드들도 베켄을 따라 통곡의 고 원을 올라가고 있었다.
‘언데드니까 추위에는 강하겠지?’ 베켄은 언데드 하면 죽음과 얼음 속성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고서는 크 게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통곡의 고원을 올라가자 몬 스터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 골했다.
군가도 부를 만큼 불렀기에 입을 다문 채로 묵묵히 걷기만 했다.
“베켄 전사님.”
“여기가 왜 통곡의 고원이라 불리 는지 아십니까?”
베켄은 중대장과 행보관이 그냥 가 라고 해서 온 곳이었지, 이름이 뭔 지도 모르고 있었다.
“뭔데?”
베켄의 대답에 베켄보다 더 오랜 시간 군 생활을 했던 후임이 그 유 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본래 통곡의 고원은 베네네스라 불리는 마계와 공존계 포함해 가장 높은 산입니다. 마계에서부터 시작 되어 공존계를 넘어 천계에 까지 닿 아 있다고 합니다.”
“천계?”
베켄은 천계라는 말에 꼭대기가 보 이지 않는 통곡의 고원의 정상 쪽을 바라보았다.
“예, 하여튼 통곡의 고원을 넘으면 공존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통곡의 고원을 넘으면 공존계로 넘 어갈 수 있다는 말에 베켄은 마왕의 계획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폴레옹처럼 알프스 산 맥을 넘겠다는 생각이었군.’
만일 성공만 한다면 방심하고 있던 공존계의 허를 찌르는 대단한 작전 이 될 터였다.
“그런데 왜 통곡의 고원이라 불리 는지 아십니까?”
“모른다고 했잖아! 자식아, 니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너하고 티키타 카라도 해 줄 줄 아냐? 빨리 안 말 할래? 확 그냥!”
베켄의 어깨에 멜빵으로 묶인 못 박힌 몽둥이를 움켜쥐자 후임은 움 찔하고서는 곧바로 설명했다.
“그게, 옛날에 전 마왕님께서 이 통곡의 고원을 넘어 공존계를 침공 하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실패했지 말입니다. 넘어가기는 했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마왕군의 대부분이 죽었지 말입니다. 그것도 공존계의 군대도 만나기 전에 말입 니다.”
“그래서 통곡의 고원이냐?”
“그렇지 말입니다.”
베켄은 이미 옛날에 한번 시도해 보았다가 마계의 정권이 바뀐 사건 이었다는 말에 깊은 분노가 느껴졌 다.
마왕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눈앞에 있다면…….
‘뭐, 까라면 까야지. 마왕인데.’
마왕군 말단 병사인 베켄이 마왕님 을 눈앞에 두고 어찌할 수는 없었 다.
마왕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베켄은 두 번의 군생활로 간부들이 라는 것들이 병사들 생각해 주는 경 우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 다.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 야 아는 높으신 분들이 있고, 그 높 으신 분들에게 아무리 말해 봐야 소 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베켄의 목적은 통곡의 고 원을 넘는 것이 아니었다.
‘분명 마왕은 이 산을 넘으려고 할 것이고, 그럼 처참한 일이 벌어지겠 지?’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하는 이유 는 겨울 전쟁에서 어떻게 해야 안 얼어 죽을 수 있는지를 체험하기 위 해서였다.
미리 알아 두면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베켄은 자신의 소대원들을 하나라도 안 얼어 죽고 동상이 걸리지 않게 하려고 했다.
그렇게 베켄과 6소대원들은 점점 높이 올라가다가 마침내 하얀 눈이 덮인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6소대원들은 눈이 덮이기 전부터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베, 베켄 전사님. 저, 저, 저 하얀 건 뭡니까?”
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몬스 터 후임의 질문에 베켄은 미소를 지 으며 후임의 의문을 풀어 주었다.
“악마의 똥 가루.”
베켄의 대답에 그게 뭔지는 모르겠 지만 대단히 좋지 않은 것임은 확신 할 수 있었다.
“줍다!”
방한복들을 챙겨왔지만 차가운 한 기가 가죽 방한복 사이로 파고들어 왔다.
생각도 하지 않았을 터였다.
통곡의 고원의 정상까지는 갈 생각 이 없었지만 만일 마왕이 미친 생각 을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가야만 할 터였다.
“ 왜요?”
한 용감한 후임이 거세게 반발했 다.
“ 요오?”
“아니, 왜요이지 말입니까?”
“뭐라는 거야? 이상한 말 만들래? 혹한기 훈련한다고 했잖아! 최소 일 주일은 여기서 버티는 훈련이니까 당연히 더 올라가야지!” 보기에는 예뻐 보였지만 가죽신의 이음새 부위로 파고들어 오는 한기 와 함께 축축함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불쾌함과 통증을 유발했 다.
다들 놀란 눈으로 베켄을 바라보았 다.
이제 그만 내려가자는 간절한 염원 이 느껴지는 눈망울들이었지만 베켄 은 그런 눈망울들을 무시하고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 여기는 안 되겠다. 조금 더 올라가자.”
이대로 내려갈 것이었으면 올라갈 베켄이 무려 일주일이나 이곳에서 머물 것이라고 하자 몬스터들은 베 켄이 진성 악마처럼 보였다.
“싫지 말입니다!”
아무래도 두들겨 패도 말 안들을 것 같은 소대원들에 베켄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마왕님의 명령이다. 안 따르면 고 향 마을 다 불 질러 버린다더라.”
마왕이 실제로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지만 6소대원들은 자신의 마을 이 불타오르는 것이 떠올랐다. 마왕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는 어긋난 믿음이 마왕군 병 사들에게 있었다.
소대원들의 머리 위로 사악한 마왕 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이다.
고향의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6소 대원들은 결국 체념한 채 베켄을 따 라 좀 더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왜 더 올라가는 겁니까? 베켄 전사님, 더 추워지는 것 같지 말입니다.”
“텐트 안 칠거야? 밤 되면 더 추 워지는데 여기에 텐트 칠 장소가 어 디에 있냐?”
베켄은 주둔지로 삼을 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일단 주둔지를 정하고 난 뒤에 본 격적인 혹한기 훈련을 하려는 것이 다.
그렇게 적당한 장소를 찾은 베켄은 그 곳에 몬스터 가죽으로 만든 텐트 를 설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여기에다가 숙영지 만든다. 일단 먼저 눈부터 파라!”
베켄도 지구에서는 훈련을 받을 때 마다 나름 요령을 피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요령 따위를 피웠다가는 얼 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철저하게 FM대로 행동했다.
“왜 땅을 파야 합니까?”
“안 얼어 죽으려고.”
이미 얼어 죽을 것 같은데 안 얼 어 죽으려면 악마의 똥 가루를 파내 야 한다는 베켄의 말에 몬스터들은 살아남기 위해 몬스터 뼈로 만든 삽 을 들고서는 악마의 똥 가루를 팠 다.
그렇게 소대원들을 지켜보고 있던 베켄은 당황해하는 한 소대원 후임 을 볼 수 있었다.
“모스, 너 뭐 하냐?”
“예? 예, 그게…….”
“빨리 눈 파고 텐트 쳐라. 해 지면 그때는 진짜 얼어 죽을 수도 있으니 까.”
베켄은 모스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는 자신도 텐트를 치기 위해 자신의 삽으로 눈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판 눈으로 차가운 바람을 막을 빙벽을 주변에 쌓는 베켄이었 다.
그나마 생각보다는 바람이 거세게 불지는 않았기에 눈보라에 파묻히지 는 않을 것 같았다.
더욱이 베켄도 무모하지는 않아서 눈이 푹푹 빠질 정도로 높은 곳까지 는 올라오지 않았다.
삽질 몇 번에 눈 아래의 맨 땅이 드러나는 지역에 주둔지를 정한 것 이다.
‘일단 적응부터 하고 해야지.’
베켄에게는 이 정도의 추위는 그다 지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몬스터들은 적응하기 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 았다.
〈마왕군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