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탕명의 과거
사업 방향을 정하고 표국을 만들기로 하고 나니 한번 시범적으로 물건을 운송해보기로 했다.
일단 지금까지 배로 이동했던 물품인 한나라의 비단과 고구려의 말을 운송하는 일부터 시도해보기로 했다.
금련이 북경의 비단을 실어 용문객잔까지 가지고 오면 천리 표국의 이름으로 우리가 비단을 고구려로 가져다 팔고, 고구려의 말을 용문객잔까지 가져가면 금련이 그 말들을 북경으로 가져가기로 합의했다.
상춘이 자원하였기에 이일은 상춘이 맡아 처리하기로 했다.
모용언은 모용세가를 새로이 정리하고, 나와 상춘은 천리 표국 설립으로 며칠을 정신없이 보냈다.
그런데 탕유와 탕명이 헤어진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모용세가로 오질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삼일을 예상했었는데 헤어진 지 일주일이 지난 것이었다.
탕유와 탕명을 찾아 나서볼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때마침 상춘의 외침이 들렸다.
“탕유와 할아버님이 왔습니다.”
상춘이 안채를 향해 소리치는 소리에 기쁜 마음으로 대청으로 나와보니 뜻밖의 반가운 사람이 탕명을 부축하며 서 있는데 바로 천리인 양목이었다.
“양형!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그저 양목과 탕유의 얼굴만 번갈아 쳐다보았다.
양목이 그저 웃고 있자 탕명이 평소와 달리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내 이리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얘기하는 건데… 선우 장문이 천리인과 교분이 있을 줄이야…. 나는 사실 고구려의 천리인이었소!”
“네? 어르신이 천리인이셨다고요?”
탕명이 지친 기색인지라 나는 양목과 탕명을 우선 대청으로 안내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탕명은 고구려가 천리인 부대를 처음 만들었을 때 자원해 천리인이 되었고, 수년 후에는 천리인 부대장까지 했었단다.
어찌 보면 양목의 한참 선배인 것이다.
탕명은 천리인 1세대로 중원을 종횡하며 활약하던 중 쫓기게 되었고 부하들을 피신시키고 홀로 잡혀 서호 지하 감옥에 갇히었으나 모진 고문에도 20년을 버텨낸 것이었다.
사실 탕명의 본이름은 고진명이었고 탕유는 탕명의 친손녀가 아니었다.
탕유의 부모님은 사천지방 출신으로 탕유를 데리고 항주로 오게 되었는데 전쟁통에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단다.
홀로된 어린 탕유를 발견한 탕명이 탕유를 데려다 무공을 가르치며 키웠고,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고진명에서 탕명으로 바꾼 것이었다.
백가장은 탕명이 천리인으로 활약하던 시기부터 천리인에게 경공을 가르치던 천리인 양성소였다.
그래서 탕명이 백가장을 찾았고 거기서 후배 천리인들을 양성 중이던 양목을 만났다는 것이다.
‘아… 그래서 굳이 병든 몸을 이끌고 요동으로 같이 오려 했던 것이구나…….’
나는 탕명과 양목이 같이 오게 된 연유를 듣자 모든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어찌 됐건 탕명, 아니 고진명은 거의 3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럼 고국으로 돌아왔으니 이젠 소림파로 돌아갈 이유가 없으시네요?”
“허허! 그렇게 되었소… 암튼 미리 얘기 못 해 미안허이.”
“아닙니다. 오히려 잘된 일이네요. 그럼 고향에 가족이 있으신가요?”
“가족은 없네. 백가장 장주 고승만이 나에게 백가장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며 지내기를 청하였네. 나도 그리했으면 좋겠는데…….”
“좋은 생각입니다. 후배들에게 좋은 교훈이 되실 겁니다.”
“그럼 탕유를 잘 부탁하네. 나는 내일 양목과 백가장으로 가겠네.”
탕유가 아쉬워하며 눈물을 글썽이자 고진명이 탕유를 위로했다.
“이제 할애비 걱정은 하지 말고 맘껏 네 뜻을 펼쳐보아라! 훌륭한 스승을 만났으니 이제 너의 미래는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명심하겠습니다. 할아버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니 나는 양목이 백가장에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양형! 양형은 어찌 백가장에 계시오?”
“흐흐! 나는 이제 첩보 활동은 안 하고 천리인 지원자들을 모집하고 교육하는 일을 맡았네. 어찌 보면 이제 뒷방으로 물러난 거지.”
“호호호! 천하의 양형께서 엄살이 심하시군요.”
모용언은 양목이 현장을 떠난 것이 오히려 잘되었다며 이제 좀 맘 편히 살라며 축하해주었다.
우리는 탕유와 탕명의 이별주를 마시며 두 사람의 인연을 추억했다.
“탕유! 탕유의 조상은 어디 출신이지? 사천에서 항주로는 몇 살 때 온 것이야?”
모용언은 탕유가 키가 크고 눈과 코도 크고 높아 탕유의 조상이 토종 한족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탕유가 품속에서 작은 귀걸이 한 쌍을 꺼내 들며 말했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사천 성도 근처 마을에서 태어났고 6살 때 항주로 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은 유일한 부모님 유품입니다.”
모용언이 귀걸이를 살펴보니 여인들이 사용하는 여느 귀걸이와는 사뭇 달랐다.
청동 귀걸이로 보였는데 꽤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지만 상태는 깔끔하고 깨끗했으나 솔직히 여인의 취향과는 맞지 않아 보였다.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한 장신구는 넓은 이마와 큰 귀, 칼 모양의 짙은 눈썹, 튀어나온 눈과 높은 코 그리고 세 겹으로 된 입술이 귀 볼까지 이어져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탕유! 내가 보기에 이건 탕유 조상님 들 때부터 내려온 집안의 상징 같은 것으로 보여. 한번 귀에 걸어봐!”
탕유는 살며시 귀걸이를 귀에 걸었는데, 희한하게도 탕유의 귀에 걸자 청동 인면상에 은은한 붉은 빛이 도는 것이 탕유의 얼굴과 잘 어울려 보기 좋았다.
“와! 잘 어울려! 보기 좋으니 늘 하고 다녀!”
사실 탕유도 귀걸이를 하고 다니고 싶었으나, 왠지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이 부담스러워 못하고 있었단다.
암튼 참 희한하게 생긴 귀걸이였고 마치 탕유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송별회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끝이 났고, 침상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술이 몇 잔 들어가서 그런지 무려산 양수도인과 천산선인이 뵙고 싶어졌다.
“언아! 내일 양목과 탕명 어른이 백가장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나도 소림오걸을 데리고 무려산에 가서 스승님을 뵙고 절벽동굴에 가서 소림오걸에게 그림자 검술을 전수해줬으면 해.”
“그래. 좋은 생각이네. 나도 스승님들에게 인사드리고 오빠와 구삼 형의 추억이 있는 백암 객잔에도 가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나는 여기를 지키고 있는 게 좋겠어.”
“그래. 엿새 정도면 될 듯해. 그리고 늦어지면 소식을 보낼게.”
다음 날, 아침부터 나는 소림오걸에게 무려산으로 갈 것을 알렸다.
탕유는 할아버지와 백가장까지 같이 갈 수 있게 되어 기뻐했고, 천봉과 원장은 말로만 듣던 낙타봉과 절벽동굴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하니 흥분하며 좋아했다.
아침을 먹고 서둘러 출발하니 해질 때쯤에 백가장에 도착했고 백가장 장주 고승만이 우리 일행을 반겼다.
나는 을두지 행수님의 소식부터 물었다.
“음… 을두지는 요즘 한나라에 흥미를 잃고 왜 나라라는 곳에 빠져 지금 그곳에 가 있네.”
“왜 나라요? 섬나라 말씀인가요?”
“그렇지! 삼한에서 동쪽으로 이틀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있는 섬나라라 들었네. 원숭이 모양을 한 사람들이 산다고 하더군.”
듣고 있던 유익청이 급 관심을 보였다.
“사람이 원숭이처럼 생겼나 보네요? 오! 신기하네요. 나도 한번 가보고 싶네…….”
나는 벼르고 벼르던 모용각에 대한 복수에 실패한 을두지 행수님이 생각보다 상실감이 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군요. 요동에 오면 뵐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아쉽네요.”
“내년 봄에 돌아온다고 했으니 그때 보게 될걸세.”
다음 날, 나는 사부님을 뵐 생각에 서둘러 출발했다.
무려산이 멀리 시야에 들어오자 그리웠던 백암 객잔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런데 객잔 안에 들어서니 예전과 달리 분위기가 이상했다.
점소이며 주방장이며 내가 알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낯선 사람들만 있었다.
더욱이 일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모두 날카로운 게 전혀 객잔을 운영하는 사람들로 보이지 않았다.
뭔가 마음이 불안해진 나는 대충 국수 한 그릇씩 먹고는 먼저 양수도인의 거처를 향해 출발했다.
히히힝!
역시나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양수도인의 거처는 텅 비어 있었고, 사람의 온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집이 비워진 지가 꽤 되어 보였다.
나는 말을 묶어놓고 낙타봉을 향해 달려갔다.
낙타봉 아래 도착하니 내가 너무 빨리 달려왔는지 뒤쫓아온 소림오걸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사부님! 왜 이리 서두르십니까?”
“여기가 낙타봉인가요?”
“그래.”
쉭!
제자들의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한 나는 낙타봉 정상을 향해 솟구쳤다.
단숨에 정상에 올라선 나는 역시 다시 한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아담하고 정감 있던 천산선인의 거처는 비바람에 반쯤 쓰러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음… 어찌 된 일이지? 사부님들이 두 분 다 안 계시고… 무슨 변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리 걱정하고 있는데 상춘이 내 옆에 올라섰다.
소림오걸 중 상춘만이 낙타봉에 오를 수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요? 말씀하신 사부님이 이곳에 계셨던 것인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사람이 안 산 지 꽤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게. 나도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오두막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으나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었기에 빈손으로 낙타봉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화엽비술은 낙타봉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멋진 경공술이다.
소림오걸은 내가 낙타봉 정상에서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하강하는 것을 올려다보며 탄성을 질렀다.
“우와! 사부님. 정말 멋지십니다.”
특히 탕유와 천봉은 화엽비술을 처음 보는 것이기에 더더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어두운 표정을 본 제자들은 금세 조용해졌다.
나는 다시 양수도인의 거처로 돌아와 어찌할지 생각해보았다.
“안 되겠다. 일단 다시 백암 객잔에 돌아가 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 다시 와봐야겠다.”
내가 말을 천천히 몰며 터벅터벅 생각에 잠겨 산에서 내려오기 시작하자, 제자들도 조용히 나의 뒤를 따랐다.
유익청이 상춘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상춘! 나는 아무래도 백암 객잔이 수상해. 너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어?”
“응. 나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유익청은 내가 듣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 말했다.
“수상해! 음식 만드는 사람들에게서 살기가 느껴졌거든. 암튼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사실 유익청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총명하였기에 몇 번의 무림 경험으로 어느덧 능숙한 무림인이 되었다.
나는 유익청과 상춘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했다.
‘훗! 유익청 보통이 아닌걸? 내가 흑 속의 진주를 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내친김에 유익청에게 일을 맡겨 보기로 했다.
“익청! 백암 객잔이 좀 수상하니 네가 그들의 정체를 알아봐!”
내가 이리 명령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익청이 대답했다.
“네. 사부님 맡겨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