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백암 객잔의 비밀
유익청이 자신만만해하자, 아직도 말 타는 것이 어설픈 천봉이 익청 옆으로 바짝 붙었다.
“형님! 제가 돕겠습니다.”
“그래. 네가 할 일이 있다. 너는 줄곧 부엌에서 일했으니 음식에 대해 잘 알겠지? 백암 객잔에서 내놓은 음식을 먼저 한입씩 먹어보고 살펴보아라!”
“형님은 음식에 독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시나 해서 하는 소리야!”
“흐흐! 알겠습니다. 먹는 것에는 자신 있습니다.”
원장도 끼어들었다.
“저에게도 임무를 주세요!”
익청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원장! 너는 객잔에 어린 점소이가 하나 있던데 그 녀석에게 접근해 객잔에 대해 알아봐!”
“네. 형님!”
우습게도 마치 천리인들이 첩보 활동을 하듯이 각자 임무를 나눠 가졌다.
이렇게 우리만의 계획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백암 객잔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우선 방 3개를 잡았다.
나와 상춘이 한방, 익청과 천봉이 한방을 쓰고 어린 원장과 탕유가 한방을 쓰기로 했다.
나는 우선 양수 도인에 대해 주인으로 보이는 자에게 물었다.
“나는 쾌검 양수도인을 찾아왔소이다. 거처에 안 계시던데 혹시 양수 도인을 아십니까?”
주인은 움찔하며 대답했다.
“나는 모릅니다. 여기에 오신 적은 없습니다.”
대답이 이상했다.
양수도인을 모른다고 하고선 객잔에 오신 적이 없단다.
나는 뭔가 의심스러웠지만, 제자들의 수완을 확인할 겸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점소이가 음식을 내오니 익청의 계획대로 천봉이 이것저것 조금씩 집어 먹었다.
익청이 넉살 좋게 둘러댄다.
“이놈아! 형님들 입도 안 댔는데 너는 위아래도 없느냐?”
천봉이 씩 웃으며 이상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죄송합니다. 형님! 너무 배가 고파서…….”
음식에는 이상이 없었는데 만두 맛이 좀 이상했다.
분명 내가 예전에 백암 객잔에서 먹던 만두 맛이 아니었다.
물론 주인이 바뀌었으니 맛도 바뀌었겠지만 희한하게도 어디서도 먹어본 적이 없는 그런 맛이었다.
내가 만두를 뱉어내며 눈짓하자 소림오걸도 만두를 슬며시 내려놓았다.
오직 천봉만이 먼저 만두 하나를 먹어버렸기에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와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천산선인과 양수 도인이 한꺼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영 찜찜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우리는 다시 양수도인의 거처로 가보았으나 어제와 달라진 것은 없었다.
별도리가 없었기에 나는 제자들을 데리고 절벽동굴로 이동하였다.
천산선인과 양수도인을 뵌 적이 없는 소림오걸이기에 제자들은 그저 절벽동굴 그림자 검법을 직접 볼 수 있게 된 것에 신이 났다.
수년 만에 돌아왔으나 내가 절벽 틈에 숨겨놓은 양피지 비급도 그대로 있었다.
‘아무도 들어온 적이 없는 것이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덧 햇빛이 절벽을 비추기 시작했다.
“와!”
쓱! 쓱!
말로만 듣던 첫 번째 그림자 무사가 나타나자 오걸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검을 뽑아 들고 그림자 무사의 초식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훗! 열심히 따라 익히고 있거라! 나는 잠시 다녀오겠다.”
18살 때 내가 처음 그림자 무사를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제자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스스로 깨우치길 바랐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가르칠 것은 없었다.
나는 동굴을 나와 낙타봉에 다시 올라가 보았다.
어제와 달리 천천히 천산선인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음… 누구와 싸운 흔적은 없는 것이 불상사가 발생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하긴 누가 무공이 고강한 천산선인을 헤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세속의 잇속과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사시는 분이기에 그럴 이유도 없었다.
‘사부님은 그저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일까? 그렇다면 양수도인은?’
혼자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별 소득이 없자 나는 낙타봉 정상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지난 추억을 되짚어보며 명상에 잠겼다.
봄바람이 이곳 낙타봉 정상에도 예외 없이 싱그럽게 불어와 내 머리카락을 흔들며 이마 위에서 춤을 추니 여간 간지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 달리 생각해보면 내가 인연에 연연해하며 사부님들을 찾아 헤매는 것을 원하시진 않을 것이야.’
이렇게 봄바람이 나에게 또 하나의 깨우침을 주었다.
마음이 편해진 나는 나의 공력을 시험해볼 겸 낙타봉에서 뛰어내렸다.
원래 화엽비술은 좌우로 몸이 날리는 것인데 이번에는 그저 나의 몸을 허공에 맡겨버렸다.
쒹!
몸에 가속도가 더해지자 무섭게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바닥까지 10장 정도 남았을 때 나는 온몸의 진기를 끌어모아 바닥으로 장풍을 날렸다.
꽝!
휘익!
굉음과 함께 나의 몸의 가속도는 줄어들었고 먼지 바람을 엄청 뒤집어쓰긴 했지만 비교적 성공적으로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
처음 시도한 것이라 그런지 어깨가 좀 뻐근하긴 했지만 만족한 결과를 얻은 좋은 실험이었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계곡에서 얼굴을 씻자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천천히 절벽동굴로 돌아오니 여전히 오걸의 힘찬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얍!
헛!
나는 누가 가장 진전이 있나 하며 다섯의 움직임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역시 상춘의 검이 가장 힘이 넘치고 동작이 정확했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당연히 탕유를 향했다.
늘 특이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오늘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니 무공을 이해하는 탕유의 감각은 누구보다 탁월했다.
‘참 이상하단 말이야! 뭘 배워도 어찌 저리 빨리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단 말인가?’
내 보기에 탕유는 무공을 배우기 위해 태어난 듯 어떤 무공을 배워도 몸에 착착 감기는 것이 마치 탕유를 위해 만든 무공인 듯 자신과 무공을 하나로 만드는 특유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처음 제자로 받았을 때는 그리 기대 안 했던 유익청과 천봉도 잘하고 있었고 어린 원장도 형들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열의를 뿜뿜 내뿜고 있었다.
쉭! 쉭!
점심 먹는 것도 잊고 그림자 무사에게 빠져 있던 오걸은 해가 절벽 위를 넘어가서야 주저앉아 땀을 훔치기 시작했다.
“자! 모두 수고했다. 내일 다시 올 것이니 이만 하산하자!”
“네. 사부님!”
이렇게 사흘 동안 동굴 절벽에서의 수련은 계속되었다.
삼 일째 수련을 모두 마치고 나를 따라나서는 오걸의 표정은 희열에 가득 차 있었고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동굴을 나와 계곡물에서 오걸은 더러워진 손과 얼굴을 씻었다.
“아! 시원하다!”
어느새 부쩍 키가 커버린 원장이 얼굴의 물기를 닦고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사부님! 그런데 어제도 제가 어린 점소이에게 말을 붙여 보았으나 뭔가 두려운 빛을 띠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백암 객잔은 분명 다른 객잔과는 다릅니다. 틀림없이 수상한 비밀이 있습니다.”
의심쩍은 마음을 가지고 객잔에 돌아오니 오늘 저녁에는 아침까지도 보지 못했던 사내 셋이 보였다.
아까 원장의 얘기를 듣고 나서인지 사내들의 하는 양이 영 의심스러워 보였다.
그러던 차에 음식을 먼저 먹은 천봉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윽…….”
“천봉! 왜 그래?”
쿵!
천봉이 고개를 탁자에 떨구며 쓰러졌다.
내가 놀라 얼른 천봉의 손목을 잡아보니 다행히 숨은 붙어 있다.
쓱! 쓱!
상춘과 익청이 동시에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객잔에 있던 사내 셋과 객잔 주인 그리고 주방에 있던 사내놈도 무기를 뽑아 들고는 음흉스레 웃었다.
“흐흐! 눈치가 빠른 놈들이군. 그럼 어쩔 수 없이 피 맛을 봐야겠군.”
이놈들은 우리가 나를 제외하면 모두 아이들이라 만만하게 생각했는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어디서 어떤 무공을 익혔는지 그들이 어찌 알았겠는가?
상춘과 익청은 안 그래도 오늘 익히 그림자 검술을 써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내가 뭐라 지시하기도 전에 상춘이 맨 앞 놈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호통쳤다.
“음식에 독을 탄 것이더냐? 해독제를 내놓거라!”
창! 창!
“목숨은 거두지 말거라!”
쓱!
내가 이리 소리치자 탕유도 검을 뽑아 들고 한 놈을 잡아 족치기 시작했다.
원장마저 나서려 하자 내가 뒷덜미를 잡아챘다.
“너는 가만 있어!”
겨우 열두 살짜리가 칼부림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창! 창!
윽! 윽!
셋이 나서자 순식간에 사내 셋이 꼬꾸라졌다.
나는 일어서지도 않았는데도 상황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었다.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지자 대장으로 보이는 객잔 주인 놈과 주방장이 주춤주춤하더니 뒷문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춘과 익청이 어느새 두 놈의 뒷덜미를 잡아 내동댕이쳤다.
꽈당!
상춘의 검이 두목의 목을 겨누자 소림오걸의 일전은 오히려 싱겁게 끝이 났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음식에 무슨 약을 탄 것이지?”
“저… 저희는 그저 시킨 대로 한 것입니다. 저희도 무슨 약인지는 모릅니다. 약을 먹이고 쓰러지면 죽이라 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이냐?”
“원… 원독교입니다.”
내가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는 보이질 않았다.
“그럼 해독제가 없다는 것이냐?”
“네. 살려 보낸 적이 없기에 애초에 해독제를 주지도 않았습니다.”
“뭣이라!”
몸 이곳저곳을 뒤져보았으나 해독제로 보일 만한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쓱!
상춘이 눈을 부라리며 놈의 목에 얕은 상처를 냈다.
“그럼 독약은 어디 있느냐?”
두목이 눈짓하니 한쪽 구석에서 떨고 있던 어린 점소이가 하얀 가루약을 들고 왔다.
“이것이냐?”
고개를 끄덕이자 상춘은 그놈의 입을 벌려 가루약을 한 움큼 집어넣었다.
“우웩! 켁! 켁!”
가루약을 한 움큼 삼킨 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졌고 천봉과 상태는 일치했다.
천봉의 맥을 찬찬히 짚어보니 당장 큰일은 생기진 않겠지만 마음이 불안한 것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바닥에 뒹구는 놈들을 족쳐보니 이놈들은 약을 먹여 상대가 쓰러지면 가차 없이 목을 쳐서 죽이고 금품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더욱 천인공노한 것은 자신들에게 이 일을 시킨 원독교 놈들이 올 때마다 죽인 자들의 심장을 가져갔으며 주방장은 죽은 이들의 살을 발라 만두에 들어가는 고기로 썼다는 것이다.
“우웩! 퉷! 퉷!”
원장, 익청, 탕유가 구역질하기 시작하였다.
어쩐지 만두 맛이 이상하다 했다.
‘음… 원독교란 놈들을 그냥 둘 수 없겠군…….’
나는 이리 결심하고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원독교란 놈들은 또 언제 오느냐?”
“풍독이 자정쯤 올 것입니다.”
원독교에는 교주 밑에 사대 장로가 있는데 그 이름이 풍독, 화독, 절독, 사독이라 했다.
그중 한 놈이 제 발로 찾아온다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놈들을 묶어 모두 위층 방으로 올려놓고 천봉은 침상에 눕혀 놓았다.
그리고 익청과 탕유 원장에게 놈들을 지키게 했다.
나와 상춘은 1층 객잔에 앉아 점소이에게 평상시처럼 원독교란 놈들을 맞이하라 이르고는 원독교 풍독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 시진쯤 기다리니 자정이 되었다.
한차례 바람이 휭 하고 몰아치더니 어느새 검은 그림자 셋이 객잔 문을 열고 들어왔다.
‘훗! 풍독이라 하더니 정말 바람을 몰고 다니는 것인가?’
대장을 보이는 젊은 여자가 남자 둘을 뒤에 세우며 들어섰다.
여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점소이에게 물었다.
“마량은 어디 갔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