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사천쌍웅의 비무장
적두웅의 고향 광한에는 낙성이라는 작은 성이 있었다.
낙성 객잔에서 하룻밤을 보낸 탕유 일행은 본격적으로 성도를 구경하기 위해 출발했다.
반나절도 안 되어 성도에 도착한 적선자, 적두웅, 탕유는 고향에 돌아와서 그런지 성도의 평화롭고 번화한 모습에 심리적 안정감을 얻었다.
천봉과 원장도 신기한 거리의 모습과 친절한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천봉은 사천의 매운 음식에 매료되어, 밥 먹을 때만 고대하고 있을 정도로 사천의 음식에 푹 빠져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사천 국수를 말끔히 비운 천봉이 물었다.
“적누님과 적형님은 이제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적두웅이 두툼한 손으로 열심히 젓가락질하며 국수를 들이켰다.
“캬! 역시 사천의 국수가 최고야! 천봉! 뭘 어째?”
“이제 고향에 오셨는데 앞으로 뭘 할 거냐고요?”
“음…….”
잠시 생각에 빠졌던 적두웅이 말했다.
“이름부터 바꿔야지!”
“네? 이름을 바꾼다고요?”
“그래. 사실 누님과 나의 이름은 당선자, 당두웅이야. 태청교에 들어가면서 성을 적씨로 바꾼 거지. 앞으로 당 누님, 당 형님이라고 불러!”
“네… 그렇군요. 당 형님! 이제 뭐 하실 건가요?”
“흠흠… 오랜만에 성을 되찾으니 좀 어색하군…….”
하긴 막상 고향에 돌아왔으나 당선자와 당두웅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고,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두 사람이다.
탕유가 큰 눈을 굴리며 말했다.
“무예를 가르치세요!”
“뭐라고?”
“두 분 농사 지을 줄 알아요?”
“몰라!”
“장사해본 적 있나요?”
“없지.”
“돈 얼마나 있어요?”
당두웅이 주머니를 뒤져보니 손안에 든 것은 은자 몇 개가 전부이다.
당선자와 당두웅은 필요하면 남의 것을 빼앗으며 살았다.
돈을 모을 생각도 한 적이 없고, 돈이 많이 생겨도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다.
“어휴… 그게 다예요?”
“응.”
“그럼. 앞으로도 고향에서 남의 돈을 빼앗으면서 살 건가요?”
아무리 멋대로 살았어도 고향에서 도둑질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적두웅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럴 수는 없지.”
“그러니까요. 두 분이 할 줄 아는 건 무공뿐이죠? 그러니 돈을 받고 무예를 가르치세요.”
“누구한테?”
“저희 같은 어린 제자를 받으세요.”
“누가 우리한테 무공을 배우려 할까?”
잠시 고민하던 탕유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생각이 있어요.”
“뭔데?”
“거리에서 비무대회를 여는 거예요. 그럼, 사람들이 모일 테고, 두 분의 무공이 뛰어남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거예요. 명성이 높아지면 그때 무예를 가르치는 무관을 만들면 됩니다.”
듣고 보니 제법 그럴 듯하다.
당선자와 당두웅 두 사람은 막상 고향에 돌아와 보니, 더는 타지를 돌며 방랑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창피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고향에서 살려면 돈을 벌어야만 했고, 할 줄 아는 것은 무공뿐이니 다른 대책이 없었다.
당선자와 당두웅이 수긍하는 빛을 띠자 탕유가 신이 났다.
“일단 사람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곳에서 비무장을 만들어요. 제가 항주에서 할아버지와 비무장을 운영할 때는 항주쌍협이란 깃발을 걸었어요. 두 분은 사천쌍협이라 깃발을 만들면 좋겠네요.”
“사천쌍협?”
“아니면 사천쌍웅도 좋고요.”
“사천쌍웅?”
당두웅은 사천쌍웅이 마음에 드는 듯 보였다.
원장이 거들었다.
“멋있어요! 사천쌍웅.”
이어 천봉도 찬성하자 당선자와 당두웅도 솔깃하였다.
탕유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졌다.
“하지만, 비무장을 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게 뭔데?”
“무림인들이 두 분을 알아보지 못하게 해야 해요.”
그렇다.
당선자와 당두웅이 비록 이름에서 적자를 뺐다고 해도 두 사람의 얼굴을 아는 무림인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두 사람의 과거가 밝혀지면 성도에서 자리 잡고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럼 변장이라도 해야 하나?”
탕유가 당선자와 당두웅을 지긋이 바라본다.
먼저 당두웅에게 말했다.
“우선, 머리 스타일이 너무 눈에 띄어요. 아예 머리를 말끔히 밀어버리세요.”
“그… 그래.”
탕유가 이번에는 당선자를 바라본다.
탕유가 자신을 노려보자 당선자가 놀라 묻는다.
“나… 나도 머리를 밀어야 해?”
“아니요. 언니는 옷 입는 방식이 너무 독특해요. 우선 그 빨간 모자부터 치우세요.”
태청교에 표식으로 각자 자신의 신체나 장신구를 붉은색으로 바꿨는데, 당선자는 붉은 모자를 당두웅은 붉은 허리띠를 자신의 징표로 삼았었다.
그동안 당두웅은 붉은 허리띠를 더는 사용하지 않았으나, 적선자는 유독 붉은 모자를 좋아했다.
당선자는 붉은 모자를 벗으며 아쉬워했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당두웅은 머리를 삭발하였고, 이름도 당두웅에서 당웅 두 자로 변경하였다.
당선자는 모자를 쓰지 않았고, 옷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옷으로 바꿔 입었으며 이름도 당선자에서 당현자로 바꾸었다.
이렇게 외모를 바꾸니 완전히 딴사람이 된 듯 보였다.
천봉이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
“흐흐! 완전 착한 사람으로 보여요!”
“뭐라고?”
“하하하! 호호호!”
신분 세탁을 하였으니 본격적으로 비무장을 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비무장을 해봤던 탕유가 모든 것을 준비하였다.
‘사천쌍웅 비무장’이라는 깃발을 만들고 징과 기다란 대나무도 구해왔다.
다음 날, 성도 광장 공터에서 비무장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오 일마다 시장이 열리는데, 마침 장이 열리는 날이어서 사람들로 북적였다.
천진 발랄한 소림 삼걸이 도와주니 당현자와 당웅도 한결 마음이 편하여 한번 해볼 용기가 났다.
‘사천쌍웅 비무장’이라는 깃발을 보기 좋게 꽂아 놓고, 기다란 대나무도 바닥에 세웠다.
징! 징! 징!
탕유가 힘차게 징을 치자 사람들이 호기심에 모여들었다.
먼저 원장이 화엽비술을 펼치며 천봉이 잡고 있는 대나무를 가뿐하게 뛰어올랐다.
“와와와!”
사람들은 어린 원장이 다섯 장이나 되는 대나무를 가볍게 올라가자 놀라워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쉭!
착!
다시 원장이 화엽비술을 펼치며 멋지게 내려섰다.
“와! 어린 친구가 대단하군. 어찌 저리 몸이 새털처럼 가볍지?”
“무공을 배웠나?”
분위기가 무르익자 탕유가 나섰다.
탕유는 은자 꾸러미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외쳤다.
“자! 여러분. 방금 보신 무공은 신법이란 것입니다. 이제 사천쌍웅 비무를 시작하겠습니다. 무공을 겨뤄 사천쌍웅을 이기시면 이 은자 꾸러미를 통째로 드립니다.”
탕유는 은자 꾸러미를 뒤집어 은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며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정말? 그 은자 꾸러미를 전부 준다는 것이요?”
“속이는 것 아니오?”
탕유는 손바닥을 치며 외쳤다.
“무공은 속일 수가 없습니다. 장법, 검법 원하는 대로 상대해드립니다.”
탕유가 눈짓하자 원장이 징을 쳤다.
징! 징!
탕유가 손짓하자 당웅이 상의를 벗어 우람한 근육을 보여주며 비무장 중앙에 섰다.
사람들은 당웅의 근육질 몸매에 환호를 보냈다.
“와! 멋지다!”
당웅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환호를 보내자 기분이 좋은지 어깨를 더욱 펴고 당당하게 자세를 잡았다.
껄렁껄렁해 보이는 젊은이 둘이 나섰다.
한 명은 당웅처럼 체격이 좋았고, 다른 한 명은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날렵하게 보였다.
“우리도 돈을 걸어야 하는 것이오?”
그들이 입고 있는 웃옷에는 현무관(玄武館)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성도에는 현무관이라는 무공을 가르치는 무도관이 있었다.
성도의 서북쪽에 있는 청성산에는 정통 문파인 청성파가 있다.
현무관은 그 청성파의 속가제자 출신의 무림인인 염광이 운영하고 있었다.
두 젊은이가 나서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현무관 제자들인가 봐?”
“그렇다면 볼만하겠는데?”
탕유가 두 젊은이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돈을 걸 필요 없습니다. 이기면 저 은자를 가져가시고 지면 그만입니다.”
두 젊은이 중 덩치가 좋은 사내가 호리호리한 사내에게 말했다.
“흐흐! 대사형! 내가 해보겠습니다. 이기면 횡재하는 겁니다.”
“그래. 상대가 만만치는 않아 보이니 조심해!”
“네.”
덩치가 좋은 사내가 비무장 중앙으로 나서며 말했다.
“좋소! 내가 해보겠소!”
무기를 들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장법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마주 서자 탕유가 외쳤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바닥에 쓰러지거나 무릎을 꿇으면 비무는 끝납니다.”
탕유가 이렇게 외치고 눈짓하자 원장이 비무의 시작을 알리는 징을 쳤다.
징!
탕유가 당웅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너무 빨리 끝내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요. 적당히 시간을 끌어야 해요.”
탕유의 말에 당웅이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웅으로서는 일부러 시간을 끌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목숨을 걸고 싸우기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음… 그럼 몇 대 맞아줘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상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쉭쉭쉭!
현무관 제자는 청성파의 신법인 세류표(細柳飄)를 펼쳤다.
당웅의 주위를 돌며 공격할 시점을 잡는 듯 보였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대와 달리, 당웅은 처음 자리를 잡은 곳에서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얍!”
퍽퍽!
현무관 제자가 멋지게 청성파의 장법 중 하나인 풍뢰장(風雷掌)을 펼치며, 당웅의 어깨를 강타하였다.
주먹이 당웅의 어깨를 강타하였으나 당웅은 별다른 반응이 없이 그대로 장승처럼 서 있었다.
탕유가 눈짓하자 그제야 당웅은 아픈 척 엄살을 피웠다.
“어이쿠!”
“와와!”
사람들은 상의를 벗은 당웅의 어깨에 붉은 주먹 자국이 선명해지자 더욱 좋아했다.
당웅도 가만히 서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상대를 노려보며 자못 긴장한 표정을 연기했다.
현무관 제자는 자신의 첫 번째 공격이 성공한 듯 보였으나, 정작 상대에게 별다른 충격을 준 것 같지 않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먹을 정통으로 두 대나 맞았는데도 별 충격을 안 받은 것 같아… 그렇다면 이번엔…….’
“얍!”
주먹으로 별다른 효과를 못 보자 이번에는 당웅의 머리를 향해 뒤돌려 차기를 했다.
아무리 몇 대 맞아주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지만, 상대의 발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니 그대로 맞을 수는 없었다.
당웅이 꼿꼿이 선 자세에서 갑자기 허리를 뒤로 꺾으며 날아오는 발길질을 피했다.
당웅의 대단한 재주에 군중들의 갈채가 이어졌다.
“와와!”
“저렇게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다니 정말 놀라워!”
현무관 제자는 자신의 필살기가 어이없이 실패하자 쌍장을 날리며 돌진했다.
붕붕!
탕유가 이제 끝내라는 눈짓을 보내자 그제야 당웅은 벼락같은 소리를 질렀다.
“빠샤!”
펑!
당웅이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며 상대의 쌍장을 맞받아쳤다.
당웅의 괴성에 흠칫 놀란 상대는 그의 거센 쌍장에 부딪히자 몸이 붕 뜨고, 어질어질해졌다.
쿵!
현무관 제자는 두 장이나 날아가더니 풀썩하고 땅에 떨어졌다.
“…….”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너무 놀랐는지 비무장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