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87
087화 발칵 뒤집힌 모용세가
왕중영은 장극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명령했다.
“제자들은 물러나 있거라!”
이리 명령하고 노장자에게 말했다.
“제자들을 물리고 장극의 말을 찬찬히 들어봅시다!”
노장자도 왕중영이 이리 말하니 어쩔 수가 없다.
노장자도 제자들을 물리니 장극이 노장자와 왕중영에게 그간의 사정을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장극의 얘기를 모두 듣자, 왕중영은 오해를 풀고 이해하는 눈치이나 노장자는 그래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기세였다.
노장자가 모용언에게 다가오며 외쳤다.
“그대들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는 금련을 포기할 수 없으니 추후라도 그녀의 행방을 알게 되면 알려주시오!”
노장자가 이렇게 엄포를 놓고 있는데 왕중영이 모용언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그대의 목걸이는 월아교의 징표가 아니오? 금련이 준 것이오?”
모용언은 아차 싶었으나 이미 왕중영이 보았으니 어쩌겠는가?
“그래요! 금련이 준 것입니다.”
모용언이 인정하자, 왕중영이 엄중히 경고했다.
“월아교를 상징하는 목걸이를 걸고 있다니! 그대가 정녕 금련을 친구로 대한다면 우리 정파인들과 적이 될 수밖에 없소!”
뒤에서 듣고만 있던 수향이 앞으로 나왔다.
“노 장문!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아미파 수향입니다. 금련이 이곳 소림궁에 머물렀던 것은 사실이나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부디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청성파와 종남파를 암습했던 것은 월아교가 아닙니다.”
노장자는 수향의 말에 의아해했다.
“그대가 월아교의 짓이 아님을 어찌 아시오?”
수향이 차분히 대답했다.
“금련에게서 들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말을 믿습니다.”
듣고 있던 종남파 장문 왕중영이 물었다.
“아미파는 무림의 정파이고 일절로 말하면 무림에서 존경을 받는 일대 종사인데 그대는 사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겠소?”
수향이 잠시 생각하고는 왕중영을 바라보았다.
“어찌 제가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거짓을 말한다면 저희 사부님께 죄를 짓는 것이지요.”
수향이 자신의 사부 일절을 걸고 말을 하니 왕중영도 더는 추궁하지 못했다.
아미파와는 각별히 지냈기에 노장자도 수향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좋소이다! 내 그대의 말을 믿겠소! 그러나 선우 무도가 분명 금련이 자신의 친구라고 했고 그녀가 준 목걸이도 가지고 있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소!”
“…….”
“내 오늘은 아미파를 존중하기에 이 정도만 하고 돌아가지만, 다음에 또다시 소림궁에 금련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소!”
모용언은 노장자의 망발에 발끈했지만 억지로 참았다.
왕중영과 노장자는 적의에 찬 눈빛을 남기고 돌아갔지만, 그들은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청성파와 종남파 사람들이 물러나자 모용언이 억울해 씩씩거렸다.
“저것들도 개방 거지들처럼 사람을 핍박하는군! 자신들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그럼 누가 무서워할 줄 아나. 정말 웃기시네…….”
수향이 모용언을 진정시켰다.
“청성파는 장문이 죽었고 종남파는 대사형이 죽었으니 저들이 저리 분노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다만 흉수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게 문제이지…….”
“저들이 이렇게 찾아온 것을 보면 금련이 무사히 돌아간 듯하네요… 어찌 됐건 다행입니다!”
내가 이리 얘기하자, 장극이 한 가지 제안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소림궁도 저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게 됐어! 저들은 흉수가 금련이라 생각하고 있고, 정작 금련은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으니 우리가 나서서 흉수를 밝히는 것이 어떨까?”
모용언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청성파와 종남파가 금련을 쫓고 있으니 우리는 적영영의 뒤를 쫓아보죠? 적영영을 찾으면 그녀의 짓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죠!”
나도 적영영을 이대로 놔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적영영을 어찌 찾지?”
모용언이 눈썹을 찡그렸다.
“정말 적영영의 짓이라면 결코 한 번으로 그치지 않겠지… 다음 대상은 누구일까?”
“다음 목표라…….”
나는 이리 말하며 장가계 태청궁 앞에서 보였던 적영영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장사붕 장문?”
모용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붕 장문이 최종 목표이겠지… 그러나 세력이 꺾인 태청교가 무당파로 쳐들어갈 능력은 안 되지. 장사붕 장문이 무당에 머무르는 동안은 어쩌지 못할 거야. 그들은 장사붕 장문이 하는 일을 방해하면서 자신들이 처리할 수 있을 만한 쉬운 상대를 고르겠지…….”
장극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노사군처럼 한 문파의 중요인사이면서 자신들이 공격하기 쉬운 사람을 노리겠네.”
“저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수향이 지난 일을 되짚어봤다.
“장가계에서 있었던 태청교와의 일전에 참여했던 종남파가 당했으니 태청교를 공격했던 다른 문파들이 공격의 목표가 되지 않겠어? 무당파, 화산파, 형산파, 아미파, 태극파, 모용세가, 황보세가…….”
모용언이 놀라 말했다.
“오빠! 그럼 흉수가 우리나 이향 언니를 노릴지도 모르겠네?”
“설마…….”
모용언의 말에 수향이 갑자기 초조해졌다.
“이향 대사매가 아미파를 이끌고 태청교를 응징했으니 이향 언니를 노릴 수도 있겠네… 얼른 전서구를 보내 이 사실을 알려줘야 해!”
수향이 서두르자 이번에는 모용언이 수향을 진정시켰다.
“수향 언니! 진정하시고 계획을 세운 후 전서구를 보내세요. 그들이 우리도 노릴 수 있으니 아예 아미파랑 저희랑 협력해 흉수를 찾아내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황보세가 황량에게도 조심하라고 알려야겠어요!”
나도 모용언의 생각에 찬성했다.
“그럼 아미파에 전서구를 보내 장안에서 만나자고 하시죠. 금련도 아마 장안에 있을 것이고 잘하면 그곳에서 흉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장안에서 못 만나면 그때 아미로 대사매를 찾아가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태산 태극파에서 비보가 도착했다.
모용세가 모용정이 화산 회합에 참석 후, 북경 모용세가로 돌아가던 중 북경 외곽에서 암살당했다는 소식을 태극파에 전했다는 것이었다.
나도 충격을 받았지만, 모용언이 받은 충격이 컸다.
“언아! 얼른 북경에 가봐야 하지 않아? 내가 같이 갈게.”
“응! 가봐야지…….”
나는 상춘을 불러 상황을 설명하고는 첫 번째 임무를 주었다.
“상춘! 네가 나를 도와주어야겠다. 너는 말을 타고 황보세가에 가서 황량에게 이 일을 알리고 당분간 태극파에 머물며 고태봉 장문의 명을 받거라!”
상춘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저는 황보세가에 알린 후, 형님과 합류하고 싶습니다.”
나는 근래 들어 상춘의 무공 실력이 향상되었기에 어느 정도 믿음이 갔다.
“이렇게 하자! 내 생각으로는 황량이 그저 몸을 사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니 그가 움직인다면 그와 같이 소림궁으로 돌아와 우리를 기다려라.”
“…….”
“우리는 북경에 갔다가 다시 소림궁에 들른 후 바로 장안으로 갈 것이다. 만약 그가 사정이 있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때는 태극파에 머물러있어야 한다. 어떠냐?”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상춘은 황보세가로 출발하고 수향은 아미파로 전서구를 날린 후 장극과 함께 무도와 모용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충격에 빠진 모용언을 데리고 북경으로 말을 몰았다.
북경에 도착한 나와 모용언은 참담한 심정으로 모용세가를 찾았다.
가주를 잃은 북경 모용세가는 침통한 분위기에서 이미 장례를 마친 후였다.
모용언은 모용정의 위패에 절을 하고 아훌라 승려에게서 배운 데로 기도를 하며 그의 영혼이 극락왕생하기를 빌었다.
아이를 가진 기쁨도 잠시, 갑자기 아버지 모용정이 죽자 모용향은 비통함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태아의 건강까지 걱정될 상황이었다.
모용언이 모용향을 위로하며 말했다.
“언니! 태아를 생각해서라도 식사를 하셔야죠?”
모용향이 간신히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동생! 그이가 복수하겠다고 곧 출발할 거야. 그이를 말려줘. 나는 그이마저 잘못될까 불안해.”
모용복이 모용정의 복수를 하겠다며 총동원령을 내렸던 것이다.
“알겠어요. 내가 가서 말려볼게요.”
모용향을 위로하고 모용복을 찾아가니 장례를 마친 모용복은 모용세가에 비상령을 선포하고 고수를 모아 흉수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막 출발할 태세였다.
모용정이 암살당할 당시 함께 있었던 모용정의 사촌 동생 모용황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으니, 모용정이 암살된 날은 금련이 청성파 사람들과 소림궁 대나무숲에서 소란이 있었던 날과 하루 차이였다.
결코, 하루 만에 소림궁에서 북경으로 이동해 모용정을 암살했다고 볼 수는 없기에 확실히 월아교의 소행은 아닌 것이다.
모용언이 흥분해 있는 모용복을 찾아가 차근히 설명했다.
“오라버니! 내가 모용황에게 들어보니, 월아교 교주의 손녀 금련과 월아교 8대 당주 중 담천, 저옹은 암살이 있었던 전날에 숭산 소림궁 숲에 있었던 것을 내가 보증해요. 절대로 월아교가 암살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태청교 좌사 적영영이 한 짓으로 생각해요.”
모용언이 차분히 설명했지만 이미 월아교의 짓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용복을 비롯한 모용세가의 고수들은 모용언의 얘기를 듣지 않았다.
이성을 잃은 모용복은 모용언이 끼어드는 게 귀찮기만 했다.
“복수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너는 이 일에서 빠지거라!”
모용복이 이리 말하고 모용세가의 고수들에게 출발을 명했다.
“모용세가는 가주의 복수를 위해 출정한다.”
“네!”
십여 명의 고수들이 모용세가 장원 앞에서 말에 올라 늘어섰다.
임신한 모용향과 모용언이 모용복을 말려봤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은 것이다.
나와 모용언은 모용복을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았다.
“언아! 흉수를 빨리 밝히지 않으면 원한의 고리가 점점 깊어지겠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먼저 흉수를 찾는 것이 급해.”
이리 마음을 먹은 나와 모용언은 더는 모용복을 말리려 하지 않고 요동을 출발해 며칠 후에 북경에 도착할 모용부에게 서신을 남겨 상황을 설명한 후 모용세가를 빠져나왔다.
마음이 급해진 모용언이 말했다.
“오빠! 빨리 장안으로 가서 흉수를 찾아보자!”
“그래! 그런데 구삼 형을 잠시만 보고 가자!”
나는 모처럼 북경에 왔는데 구삼을 안 보고 갈 수는 없었다.
모용언도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구삼을 보러 백암 객잔에 들렀다.
무림이 어떻게 돌아가든 백암 객잔은 사람들로 붐비고 구삼의 일상에는 변화가 없었다.
내가 찾아오니 구삼과 그의 아내 양난이 반겼다.
그런데 내가 찾아올 때마다 구삼에게는 경사가 있었다.
양난이 임신한 것이었다.
모용언은 양난을 축하해주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연 언니는 아들을 낳았고, 모용향 언니, 그리고 양난도 임신했구나! 나에게는 언제쯤 아이가 생길까…….’
이런 감상도 잠시… 지체할 여유가 없다.
내가 눈짓하자 모용언이 양난과 작별하고 일어섰다.
“구형! 부디 무사히 출산하기를 빌게요! 다음에 오면 구형의 아이를 볼 수 있겠네요.”
모용언도 양난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이가 생기다니 정말 부럽네요! 몸 잘 챙기세요!”
이리 작별하고 평화로운 백암 객잔을 나오니 다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무림이 우리 두 사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