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l life that starts with military writing RAW novel - Chapter (32)
32화
와아아아아아아-
무대를 끝내고 환호를 받는다는 것은 참 이상한 느낌이었다.
나라는 사람을 통해서, 저렇게 많은 사람이 기뻐하며 환호하고 있다니.
참 이상하다.
아직 두 번밖에 경험하지 못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앞으로도 이렇게 하늘에 붕 뜨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질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기분은 끝내주네.’
나는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모습을 최대한 기억하기 위해서 한동안 가만히 서서 사람들의 모습을 내 머릿속에 담았다.
“린아, 가야지.”
“어, 어? 그래.”
뭔가 익숙한 얼굴이 보인 것 같기도 하고.
에이, 아니겠지.
아마 내가 착각한 것 같았다.
나는 무대에서 내려가기 싫은 이 감정을 애써 털어냈다.
그리고 아직도 환호를 보내주고 있는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어!”
다들 내색은 안 하고 있지만, 무척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리고.
“1위… 할 것 같은데?”
“당연하죠.”
“아! 진짜 1위 했으면 좋겠다.”
박한휘가 조심스럽게 1위라는 말을 하자, 부씨 형제가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했다.
“글쎄요. 아직 마지막 무대가 남아 있으니까요.”
“선우린! 리더가 그렇게 자신 없게 말하는 게 어디 있어? 남자답지 못하다!”
“쫌생이린! 쫄보린! 자꾸 그러면 리더 자리를 박탈시키겠다!”
“그으래?”
“아악!! 항복! 항복!!!”
나는 반란을 꿈꾸는 부지훈을 가볍게 제압시키고는 말했다.
“일단 대기실로 들어가자.”
물론 나도 1등을 했으면 좋겠지만.
‘마지막 무대가 어떻게 되려나.’
경연 전에 살짝 염탐하고 왔던 유진킴 팀의 무대가, 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짝짝짝-
“와아아아!”
“진짜 무대 대박이었어!”
대기실로 들어가니, 무대를 끝마치고 한곳에 모여있는 연습생들이 우리를 환호로 맞이해 주었다.
특히 백시현을 향한 칭찬이 쏟아졌다.
“시현이 독무 진짜 대박!”
“나 소름 돋았잖아, 아직도 여기 남아있는 것 같아.”
“뮤지컬 보는 느낌이었다니까? 완전 멋있었어.”
백시현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들, 감사해요…!”
평상시에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백시현이지만, 그런 만큼 모두가 백시현에 대해서는 딱히 견제하지 않는 것 같다.
연습생들의 반응에서 그런 분위기가 드러났다.
“끼얏호! 다들 고맙습니다!”
“아니, 너희 칭찬한 게 아니라 시현이 칭찬한 건데…”
“시현이와 우리는 한 몸! 지금부터 백시현에 대한 칭찬은 우리에 대한 칭찬으로 간주한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물론 저 부씨 형제의 말도 안 되는 성격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단번에 대기실의 분위기를 휘어잡아버린 부씨 형제를 보며 나는 슬쩍 자리에서 벗어났다.
“분위기가 좋아서 다행이네.”
“네, 다행이네요.”
나와 박한휘는 조용히 비어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번 무대를 같이 준비하면서 박한휘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사람, 진짜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순진하다.’
우정우가 항상 말하던 바보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그리고 왜 박한휘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드는지도 알았고.
‘순진한데, 사람이 매력 있어.’
가끔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도, 그게 매력처럼 보이는 신기한 사람이었다.
사람이 원체 착한 것도 있는 것 같고. 욕심도 없는 것 같고.
뭔가 형이지만 보호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왜 나한테 리더를 그렇게 쉽게 넘겨줬는지 의심스러웠는데. 어느 정도 박한휘에 대해 알게 되니. 의심했던 마음도 전부 없어졌다.
연습생 생활을 그렇게 오래 하면서도, 사람이 이렇게 순수할 수가 있는 건가?
‘이게 다 연기라면, 이 사람 정말 무서운 사람인데.’
그런 생각으로 내가 박한휘를 바라보니.
“왜 린아? 너도 배고파?”
“아, 아니에요.”
“빨리 끝나고 밥 먹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기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내가 박한휘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우리의 옆으로 유원과 김동수가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유원형도 고생하셨어요.”
“어, 어… 그래, 고마워. 너도 고생했어.”
유원은 내가 먼저 던진 말에,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황급히 대답했다.
김나희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 줄곧 별다른 꾀를 부리지 않고 열심히 무대를 준비한 유원이었다.
‘그래도 괘씸하긴 하지만.’
아직도 강아진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괘씸함이 남아 있었지만.
일단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뭐 얼마 뒤며 볼일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지금 중요한 건 유원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아직 남아 있는 하나의 무대.
“시작한다!”
한 연습생의 말이 들리자, 북적북적하던 대기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무대 위로 유진킴과 우정우가 올라오고.
“경연 무대에 자작곡을 쓰다니, 진짜 대단하긴 하다.”
옆에서 박한휘가 작게 중얼거렸다.
박한휘의 말대로, 이 팀은 유진킴의 자작곡을 가지고 경연 무대를 준비했다.
유진킴이 이미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은 가수이긴 하지만.
‘경연 무대에서 자작곡은 너무 불리할 수밖에 없지.’
물론 유진킴도 그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저 곡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데.’
나는 유진킴의 그 자신감을 직접 확인한 사람으로서, 긴장되는 마음으로 노래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곡의 제목은 ‘First Snow’
무대는 차가운 겨울의 풍경을 연상시키고.
무대 위로 하얀 정장을 입고 있는 6명의 연습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피아노 전주가 흘러나오고.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그대
혹시 나를 떠올린 적은 없나요
우정우의 아련한 목소리와 함께 노래가 시작되었다.
“노래 좋은데? 그런데 댄스곡이 아니라, 발라드곡 같네.”
박한휘의 말대로 노래는 발라드곡에 가까울 정도로 느린 미디엄 템포의 곡이었다.
-쌀쌀한 바람이 창문을 두드릴 때면
나 오늘도 긴 하루를 그대 생각으로 지새우죠
와아-
유진킴의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가 탄성을 내뱉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메인보컬이 곡을 이끌어가고.
후렴이 시작되자 무대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거리에서 홀로 그대를 그려요
내리는 첫눈처럼 하얗게 물들어요
바래진 추억을 붙잡고 있는 날
언젠가는 기억해줘요
“저거 수어 아니에요?”
“맞는 것 같은데?”
수어를 활용한 안무를 만든 유진킴 팀이었다.
“뭔가 아련한 느낌이네.”
“잔잔하고 좋은데요.”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가던 곡에 특이점이 나타난 건, 브릿지 구간이었다.
-아아아아아아
허밍으로 천천히 쌓아가던 화음 위로, 우정우의 고음이 ‘발사’ 되었다.
말 그대로 발사였다.
‘저거 사람 맞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우정우의 고음은 대단했다. 깨끗하고 맑은소리의 고음. 아이돌 메인보컬의 고음을 예시로 설명하라면 바로 우정우의 고음을 보여주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우정우의 신들린 에드리브가 이루어지는 사이, 노래가 전조 되며 키가 한음 더 올라가고.
-기억해줘요. 아아아아아
끝도 없이 올라가는 우정우의 고음과 함께.
후렴구에 호소력 있는 유진킴의 목소리가 다시 치고 들어왔다.
-이 거리에서 홀로 그대를 그려요
내리는 첫눈처럼 하얗게 물들어요
바래진 추억을 붙잡고 있는 날
언젠가는 기억해줘요
그리고 두 사람의 화음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와! 소름 돋아.”
“미쳤다!”
숨죽이고 있었던 연습생들의 참았던 리액션이 터져 나왔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이거 진 것 같은데.’
그렇게 나는 유진킴과 우정우 저 두 사람이 같은 팀이 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
2차 경연이 끝나고.
‘2차 경연의 1위는. 팀입니다!’
결국 유진킴과 우정우의 고음에 당해버린 우리팀은, 2위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야 2등도 잘한 거야!
어디선가 울분의 찬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느껴지며. 나는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상태창’
[이름:선우린]레벨: 8
체력: S-
보컬: C
댄스: B
외모: A-
매력: B-
잔여 포인트:1
특성
– 햇병아리, 찰떡궁합, 신이 내린 육체, 라이벌, 초보 안무가
이번에 얻은 잔여 포인트를 보컬 능력치에 투자해, 보컬을 C+로 만든 나는 상태창을 닫았다.
‘이건 보컬에 찍어야지.’
절대로 저번 무대를 보고 충격을 받아서 생각 없이 보컬에 능력치를 투자한 건 아니었다.
정말이다.
‘저번처럼 보컬 능력치 올려주는 이벤트는 이제 없나?’
아직 유일하게 C등급대로 남아 있는 보컬 능력치가 거슬렸다.
2차 경연이 끝나고, 앞으로 남은 일정은 3차 경연과 2차 순위 발표식.
순위 발표식이 끝나고 나면.
그다음은 바로 마지막 생방송이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일단 생방송 전에 보컬을 B까지 올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안녕!”
“뭐야, 린이형 밖에 없잖아?”
연습실로 박한휘와 우정우가 들어왔다.
2차 경연 중에 서로 친해진 이후, 자꾸 내 연습실에 침범하는 두 사람이었다.
“뭐 하고 있었어?”
“연습이요.”
“형은 정말 쉴 줄을 모르네요.”
‘너처럼만 노래 잘 불렀으면 이런 고생도 안 했지.’
2차 경연 개인 연습생 투표까지 1위를 차지한 우정우였다.
물론 유진킴이 우정우쪽으로 파트를 더 몰아준 느낌이 있었긴 하지만.
‘1차 순위 발표식 때 우정우가 7위였지. 이번 무대가 방송에 나가면… 무섭게 올라오겠는데?’
그렇게 2차 경연 최고의 수혜자가 된 우정우였다. 또 한 사람을 뽑자면 백시현정도?
그걸 보며 나는 ‘오디션은 결국 실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나저나 둘은 연습하러 온 거 아니에요?”
“아, 그것도 그런데. 누가 방으로 너 좀 불러달라고 해서.”
“누가요?”
“가보면 알 거야.”
가보면 안다고?
뭔가 말이 좀 이상한데?
“일단 알겠어요.”
내 눈을 피하며 말하는 박한휘가 좀 수상쩍었지만.
그래도 박한휘가 내게 장난칠 사람은 아닌데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나는 연습실에서 숙소로 향했지만.
“뭐야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없는 텅 빈 숙소를 보자마자 나는 빠르게 깨달았다.
‘이거 몰래카메라구나.’
하긴 박한휘의 발연기를 볼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하기는 했다.
‘일단 몰래카메라니까 속아주는 모습은 보여야겠지?’
저번 운동회 이후로, 내 이미지가 아주 엉망이 되어버린 것 같다.
실제로의 나는 그렇게 무자비하지 않은데.
자꾸 주변의 연습생들이 나를 슬금슬금 피하고. 내가 손을 올리기만 해도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여주니.
조금 나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을 느끼긴 했다.
나는 숙소 방 안에서 일부러 조금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고 있다가.
“왜 아무도 안 오지? 연습실에도 없었는데…”
일부러 혼잣말을 하며 방에서 벗어났다.
혼자서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보니, 평상시보다 더 어두운 복도의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저기 신발장은 원래 없던 건데, 너무 티 나잖아.’
귀신이 안에 들어가 있을 것이 99% 확실해 보이는 커다란 신발장이 보이고.
‘좋아 선우린, 지나가다가 귀신이 나오면 놀라서 뒤로 자빠진다. 할 수 있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의미로 긴장하고 있을 때. 갑자기 복도의 불이 전부 다 꺼졌다.
“뭐, 뭐야?”
됐다.
놀란 연기는 완벽했다.
이제 저기 신발장 근처를 지나가기만 하면…
으아아아악!
생각지도 않게 뒤에서 먼저 귀신이 튀어나왔다.
‘잠깐 이러면 앞으로 도망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해라 선우린!’
그렇게 내가 고민하고있는 사이 귀신이 내 뒤로 다가와 나를 등 뒤에서 팔로 감싸 안았고.
‘등 뒤로 귀신이 다가올 때는 침착하게, 상대방의 손을 잡고 엎어치기… 잠, 잠깐! 이게 아닌데!’
“아아악!!”
‘미, 미친… 사고 쳤다!’
내 비명소리가 울려 퍼져야 할 복도에, 귀신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비명소리를 듣고 신발장에서 허겁지겁 튀어나온,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처녀귀신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동료와 눈이 마주친 뒤.
“자기야!”
“오지마 자기야! 도망가!”
요즘은 귀신도 커플인가 보다. 서로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귀신 커플의 모습이 보이고.
그나저나.
‘왜 내가 악당이 되어버린 건데?’
내가 고민하고있는 사이 복도에 불이 켜지고.
숨어있던 제작진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선우린 연습생, 이거 몰래카메라에요. 연기자분 놔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빨리 놔줬어야 하는데, 정신이 없어서 아직까지 붙잡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무릎으로 제압하고 있던 총각귀신을 풀어주었고.
“자기야 괜찮아? 저기 사람을 이렇게 때려눕히면 어떡해요?”
“나는 괜찮아, 뭐라고 하지마 자기야!”
나에게 따지는 처녀귀신과, 그걸 말리는 총각귀신의 모습을 보며.
갑자기 입대했을 때 이후 처음으로 가족이 보고 싶어졌다.
‘민아, 할머니…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