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95)
95화
미켈레는 반가운 안색으로 요이델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요이델은 그와 담소나 나누자고 부른 게 아니었다.
“미켈레 씨.”
“오랜만입니다, 신관님.”
그는 아주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낯빛이 눈에 띄게 밝았다.
“아슈레오의 오해를 풀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슈레오 씨가 동관의 원로가 되셨어요. 역시 들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신관님. 아슈레오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 주셔서.”
“두 분의 사이는, 제가 부러워하는 이상적인 친구 사이인 것 같아요.”
달칵.
요이델이 제2 예배당의 문을 닫으며 말했다.
“하지만 미켈레 씨가 왜 그렇게 아슈레오 씨를 위하는지 잘은 모르겠어요. 제가 과거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이델의 물음에 미켈레의 온화한 얼굴에 곤란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아슈레오 씨는 본인이 파면됐을 거라고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 파면된 건 미켈레 씨였고, 아슈레오 씨를 많이 신경 쓰고 계시죠.”
“…….”
“그리고 제가 거짓말을 했었어요. 아슈레오 씨가 미켈레 씨께 ‘반성’했냐고 물었다고. 죄송해요, 아슈레오 씨는 미켈레 씨에 대해 물은 적이 없어요.”
요이델은 미켈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율리시스는 미켈레의 파면 이유를 ‘서적 훼손’이라고 대답했다.
‘그 당시는 삼 대륙 회의가 활발히 개최되던 시기였습니다. 제가 성국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파면 사건은 이후 알게 되었으나 이미 원로원 선에서 처리된 일이었습니다.’
성황이 일개 수련신관의 파면까지 간섭하지는 않으니까.
‘지오르베니가 처리를 해 버린 거야. 성하가 없는 틈을 타서.’
성수, 지오르베니, 브리칼트, 금술, 아슈레오, 미켈레.
원작의 ‘단 한 번의 실수’.
요이델은 미켈레의 손을 바라보았다. 벅벅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물감 때가 남은 굳은 손.
예술에 두각을 드러낸 그는 상단을 이끌 정도로 머리 회전도 빠르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사람.
지오르베니가 비밀 도서관을 데려갈 정도로 한때 각별히 챙겼던 정체불명의 수련신관.
뚜렷한 예감이 들었다.
요이델은 미켈레에게 종이와 펜을 내밀었다.
“옮겨 그렸던 금술의 마법진, 아직도 기억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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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레의 처분에 관한 이야기로 회의장이 뜨거웠다.
대부분 자리를 뜨고 난 후, 아직 회의장에 앉아 있던 율리시스의 안색엔 예민한 기색이 가득 풍겼다.
요이델은 조심스럽게 율리시스에게 다가갔다.
“……실형이겠죠?”
“사야 가문도 그의 죄를 받아들였습니다.”
율리시스는 부정하지 않았다.
미켈레는 과거, 지오르베니의 인도로 금서가 가득한 도서관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미켈레는 지오르베니가 보여 준 책 속 내용을 기억하여, 그림으로 옮겨 지오르베니에게 줬다고 했다.
‘역시 지오르베니였어. 그게 브리칼트로 넘어갔던 거야.’
브리칼트에 있는 마탑의 실질적 관리자는 클레멘타인 요보힐데, 즉 요보힐데 공작 부인이었다.
그들의 연관성은 대략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아슈레오 씨가 많이 놀랐겠어요.”
“그도 미켈레 사야가 그렇게 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데 요이델 님께서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율리시스는 진심으로 궁금한 듯 요이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금술 마법진은 사용을 막기 위해 마탑에서 반을 간직하고, 성국이 나머지 반을 지키고 있죠.”
이전에 지오르베니를 처단할 때 합리적인 근거가 되어 준 그 서고였다.
생각해 보니 그 정도의 금술을 썼다는 건 마법서를 완성했다는 뜻인데, 어떻게 했을까? 그걸 생각해 봤다.
“공작 부인이 반쪽을 볼 수 있다면, 나머지 반쪽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오르베니가 엘타샤에 손을 댔을 시기와 아슈레오 씨가 신전을 떠났을 시기가 비슷했고요.”
“우연이 아닐 겁니다. 새로운 원로가 예전에 괴롭힘당한 것도.”
“성하께서 바쁜 일로 자리를 비우셨을 즈음이니까, 지오르베니 선에서 윗선에 올릴 보고도 멋대로 처리할 수 있었겠죠.”
원로원은 대신전의 2인자였다.
성황이 자리를 비웠을 때에는 결정을 대신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자리.
지오르베니는 그 권력을 마음껏 이용하여 사건을 유리하게 은폐시켰다.
‘파멜라가 준 기록에도 미켈레 씨의 파면 원인은 단순한 서적 훼손이라고 적혀 있었어.’
파멜라는 그때 당시 동관의 신관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기억하고 있었다고.
“성하, 브리칼트가 준비한 금술은 메디아와 연관이 있을 거예요. 요보힐데 공작가의 움직임도 수상하고요.”
“그대의 말씀대로 시기상 일치합니다.”
“그런데 공작가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이 없었어요.”
자신이 요보힐데 가문 출신이니 알았다.
비록 저택 내에서도 걸음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 어린 나이에도 느끼는 게 있었을 터.
‘하지만 딱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어.’
그게 뭘까.
메디아가 잃어버린 게 분명히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요이델로서의 기억은 대부분 돌아온 상태였다. 요보힐데 공작 부부가 실행한 금술이라면 어린 시절의 자신이 몰랐을 리도 없는데.
‘그만한 희생양이 필요한 마법은, 마르셀리나 님의 말씀대로라면 생명 마법급이어야 해.’
혹시 이미 죽은 걸까? 그래서 찾을 수가 없고, 공작가가 모른 척하는 거라면 말이 된다.
만일 그 가정이 사실이라면 메디아가 가만히 있지 않겠지. 전쟁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요이델 자신도 무사할 수가 없게 된다.
하루빨리 요보힐데 가문과 법적으로도 완전히 인연을 끊는 게 좋을 텐데.
“성하, 친자 감별 마법 결과는 아직 안 나왔나요?”
“시일이 소요될 듯합니다.”
말을 마친 율리시스는 눈을 가늘게 좁히고 요이델을 응시했다. 그는 요이델의 말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공작가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
잃어버린 것…….
저 분홍 머리, 분명히 본 적 있다. 그리고 빨간 눈동자도.
하지만 마르셀리나에게 의뢰한 친자 감별 분석 마법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함부로 어떤 확신도 할 수 없었다.
‘그게 가능한가? 터무니없는 가정일 확률이 크다.’
머리는 이성적으로 생각했지만 어쩐지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무슨 일 있으신 것 같아요, 성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 그런데요 성하, 혹시 그 비밀 도서관에 저희 페어링을 풀 방법은…… 없을까요?”
“없습니다.”
율리시스는 뚝 잘라 대답했다. 마치 그 말은 하지도 말라는 듯이.
“벌써 살펴보신 거예요?”
“……네.”
요이델의 물음에 잠시 침묵하던 율리시스는 다정하게 웃었다.
안 살펴본 것 같은데?
요이델은 수상하다는 얼굴로 쳐다봤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보다 새로운 로사리움은 마음에 드십니까?”
“시종들도 엄청 마음에 들어 해요. 그리고 저도 좋아요. 엄청 크고 포근하고, 훨씬 밝고 화려하고…….”
“취향에 맞으셔서 다행입니다.”
“성하께서 건물을 둘로 갈라 버리신 것만 빼면요.”
“호위기사들이 요이델 님의 곁에 밤낮으로 있는 게 거슬렸습니다.”
그는 솔직히 대답했다. 목소리에도 불만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게 휘스와 라이의 일인걸요. 성하는 일과 관련된 건 건들지 않으셨잖아요.”
율리시스는 팔을 의자에 걸친 채 요이델을 비스듬히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이야기 말고 당신의 감상을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말을 돌리시네요.”
“노력은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군요.”
분홍색 머리카락이 율리시스의 손에 사락 쓸렸다.
“안 해 본 걸 하려니 이렇게 해야 하나, 저렇게 해야 하나, 어렵군요.”
“시간이 버, 벌써 이렇게 됐네요. 이만 나갈까요?”
무거워진 분위기를 느낀 요이델이 서둘러 회의장의 문을 연 순간.
쿵.
율리시스가 문을 밀어 닫았다.
요이델이 시선을 들자 제 머리 위에 있는 그의 팔이 보였고, 등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는 요이델을 가볍게 빙글 돌려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
“요이델 님은 일 얘기가 아니면, 절대 저를 먼저 찾는 법이 없으시군요.”
“그건…….”
그는 기다렸다는 듯 미소 지으며 요이델을 내려다봤다. 피하기 힘든 청명한 파란 눈이 표정 하나하나 낱낱이 주시했다.
율리시스는 요이델의 손을 살며시 쥐고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진실을 알아도 진심을 모르니 도저히 진전이 되지 않는군요.”
“…….”
“저를 싫어하시는지, 좋아하시는지, 어떤 의중도 모르겠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았지만 지나치게 일만 하셔서야…….”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의 무신경함을 힐난했다.
스며들기만을 기다리려 했다. 그녀가 그에게 그러했듯이.
그런데 요이델은 자신을 도저히 그런 대상으로 생각해 주지 않아서, 이대로면 애매하게 범주 너머로 걷어차일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 안달이 났다.
왜 일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 거지?
궁금한 게 그렇게 없나?
자신이 질문에 답만 해 주는 사람도 아니고.
“서서히 마음을 열도록 기다리려 했으나, 안 되겠습니다. 당신은 공적인 일 외에는 제게 관심도 없으시고 시간이 흘러 이 관계가 무마되기를 기다리시는 것 같아서.”
그의 말에 요이델은 깜짝 놀라서 입을 벌렸다. 그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율리시스의 표정이 진지한 걸 보니 허투루 하는 말은 아닌 듯했다.
그는 반지 낀 손에 입술을 내렸다.
“아시다시피 전 타고난 기질이 나빠서, 요이델 님이 원하는 바는 못 들어드리겠습니다.”
삐뚜름한 시선은 여전히 요이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당신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