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98)
98화
‘이건 무엇을 뜻하는 결과인가.’
율리시스조차 당황시키는 결과였다.
요보힐데 공작 내외 중 한쪽의 친자인데, 다른 한쪽은 아니다.
“페넘브라.”
그늘에서 나타난 그림자들이 율리시스의 앞에 머리를 숙였다.
“클레멘타인 요보힐데가 내연 관계를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가.”
“정부의 이름은 프란츠 카터. 마탑을 수료하던 시절 같이 지내던 동료 마법사로, 현재 마탑 근무 중이며 30년은 된 관계로 추측됩니다.”
“공작 부인이 되기 전부터 지속됐다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현재도 잦게 만남을 가지고 있으며, 공작도 몇 차례나 의심했다고 합니다.”
지상 대륙에는 수많은 마탑이 있다. 클레멘타인 요보힐데는 뛰어난 마법사이자 사실상 브리칼트 내 마탑의 관리자다.
그들의 관계 유지는 어렵지 않았을 터.
어쩌면 프란츠 카터라는 남자의 자리를 만들어 준 것도 그녀일 수 있다. 율리시스의 얼굴이 금세 서늘해졌다.
“발각된 적은?”
“결정적인 물증을 잡은 적은 없습니다. 공작의 의심도 심증일 뿐입니다.”
알수록 난잡스러운 집안이었다.
“외형상의 특징은 어떠한가.”
“상당한 미형으로, 유전 질환은 없으며 빨간 머리에 파란 눈입니다.”
“그렇군.”
“외람되오나 개인적으로 조금 더 조사한 결과, 분홍 머리의 혈족은 역시 전무했습니다.”
그의 대답에 율리시스는 만족스러운 듯 시선을 옮겼다.
자신의 명을 엇나가지 않는 선에서 의문을 가질 것들을 미리 조사해 온 것이다.
‘애초에 요이델을 이곳에 보낸 까닭이 무엇인가.’
열셋.
수련신관으로 보내지기에 늦은 나이는 아니었다.
대부분 어린 나이에 보내지기는 하나, 이십 대도 많았고 더 나이를 먹어 신성력을 발견하거나 뜻이 있어 귀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이델은 불안정했고, 대신전에 원해서 온 것도 아니었지.’
율리시스는 그녀의 예전 모습을 기억했다.
지금과 다를 뿐만 아니라 극도로 사나웠다.
브리칼트의 중심축인 요보힐데가 이전까지는 제대로 공식 석상에 선보이지도 않은 공자를 성국에 보내다니.
사실 그것부터가 특이했다.
‘크리스토프 요보힐데 공작이 친부가 아니라면, 정부의 아이라는 뜻인가.’
클레멘타인 요보힐데 공작 부인의 외도일 가능성이 크다. 오랫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 치료술을 찾아 다녔으니.
사실 율리시스도 의아하게 여기던 부분이었다. 그 정도면 한쪽이 난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크리스토프 공작 쪽에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요이델을 미워한 이유가 정부를 닮아서일 가능성은 없다.’
외형이 달랐으니까.
쌍둥이였으니 다른 한쪽의 외모가 정부와 더 닮았을 수 있는 일이고.
‘확인을 할 방법이 없나.’
다른 쌍둥이는 이미 죽은 지 오래였으니 외형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요이델을 이곳에 보내고, 다시 되돌려 받으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도가 발각된 것도 아니고. 남장까지 시켜서 굳이 이 대신전에, 무슨 까닭으로.’
무언가 의도가 있다. 하지만 그 핵심을 집어낼 단서가 없었다.
“유모의 조사에 진척은 있나.”
“흔적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녀는 본래 혈혈단신이라 신원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라보르비치의 제물 사건에 희생됐을 확률은?”
“없습니다. 시기상 차이가 뚜렷합니다. 다만 사용인 물갈이와 동일한 시기에 요보힐데 공작가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렇군.”
“하지만 한 가지, 비슷한 시기에 요보힐데 공작가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난 정황은 포착했습니다.”
페넘브라 중 한 명이 과거의 사건에 대해 보고했다.
“요보힐데 공작가의 귀중품이 소실된 사건이었습니다.”
“도난인가.”
“그렇습니다. 공작 부부는 고가의 수집품들을 소장 중이었으나, 그때쯤 은밀히 모은 메디아의 보물들만 사라졌다고 합니다.”
“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그리고 살피라 명하신 메디아 출신의 부원장 후보는 현재 지상 길로 이동 중입니다.”
“워프게이트를 이용하지 않나 보군.”
“지상 대륙에서 지인을 만나고 있습니다. 어떤 것에 대해 캐묻는 듯합니다만 현재로써는 수상한 점은 없습니다.”
특이한 경로였다.
그 수장 일가의 마법사였다더니, 그들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사람인 듯했다.
“엄호는 은밀히 지속하도록.”
“존명.”
그들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쨌든 요이델이 흥미를 보인 자였다. 오다가 혹시 모를 위기에 죽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요이델이 시무룩해질 테니까.
그런데 클레멘타인 요보힐데가 친모라면 역시…….
‘요보힐데를 멸문시키는 수밖에 없나.’
율리시스는 차분히 생각했다.
이왕 다 죽일 거라면 요이델은 사실을 모르는 게 낫다. 나중에 알아채서 미움받을지라도.
원인은 사고사 정도가 적절하겠군.
시체조차 발견되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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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폐하!”
쿵쿵쿵.
브리칼트의 황제는 침실에 박혀 문을 열지 않았다.
침실은 온통 새까만 암흑이었다. 그래도 황제는 생활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어둠 속에서 평안을 얻었다.
빛이 싫다. 저 애매하고 희끄무레한 빛이 제 머리 위를 떠도는 게 싫었다.
‘황제가 되는 순간 아비의 목을 벨 자입니다.’
성황이라는 놈이 오만하게 말했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게 원인이었다.
그렇게 말하지만 않았어도 자신의 능력으로 충분히 제위에 오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혈족들을 모두 죽이고 황제가 되어 버렸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그놈만 아니었어도! 우리 가족은 살아 있을 텐데!
황제가 이를 빠드득 물던 그때.
“폐하, 요보힐데 공작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한낱 수족 따위가 알현실이 아닌 침실로 알현을 오는 걸 보면, 자신의 위상이 많이 추락한 듯했다.
그래도 눈감아 줄 만했다. 마침 요보힐데 공작을 부르려던 참이었으니.
“들라 하라.”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폐하.”
크리스토프 요보힐데는 해쓱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황제가 분노로 칩거한 사이, 주변국에서 들어오는 압박을 모두 홀로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터지기 시작한 둑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자네의 아들이 성황에게 퍽 깊은 신임을 얻은 모양이야.”
“…….”
“혹시 이전의 그 형편없는 반려가, 자네의 아들 아닌가?”
쿵.
황제의 추측에 요보힐데 공작의 손이 벌벌 떨렸다. 그도 비슷한 짐작을 하고 있었다.
“지오르베니 그자가 라보르비치에서 모든 걸 들쑤시고 죽어 버려서 더 이상 내통할 자가 없군.”
지오르베니는 제국의 가장 큰 스파이였다. 그런데 그렇게 갔다.
이제 브리칼트로서는 성국의 속사정을 알아낼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성국에서 자네의 아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있어. 이게 무슨 뜻 같은가.”
“……죄송합니다.”
“누가 자네의 머저리 같은 사과 따위를 바란다 하였는가. 생각해 보란 말이야. 전대 원로가 괜히 반려가 있다는 말을 했겠는가? 응? 그가 한 말 중 엇나간 것이 있었는가?”
“…….”
“만일 자네의 아들이 반려고, 원로원이 남자 반려를 받아들이면 어찌 될 것 같은가. 그리하여 성국을 떠받치면, 응?”
황제의 분노가 극에 치달았다.
“딸이 아니라고 해도 불쾌하군. 자네의 자식이 어떻게 우리 제국에 칼을 꽂을 수 있냔 말이야!”
쾅!
그는 울컥 피를 토하며 벽을 내리쳤다.
“지금 사방에서 금술에 대한 사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네. 그 백골들을 다 어찌할 것이며, 그걸 왜 남겨 놓았는가. 나를 엿 먹이려고 한 게 틀림없어. 요보힐데 자네는 예전부터 내 자리를 노리지 않았나.”
갈라진 목소리에 요보힐데 공작이 흠칫 몸을 떨었다.
“아닙니다, 폐하. 그렇지 않습니다.”
“자네가 20년 전 거대한 금술을 이용하여 끌어들인 소원의 돌.”
“…….”
“그 돌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되어 가는가.”
“……제 아내가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진실로 소원의 돌이 맞는 거겠지.”
싸늘하게 말하던 황제가 불안한 듯 주변을 서성였다.
“아니지, 아니야. 자네는 내 충신이지. 그 희생을 감수하고 빼돌린 돌이니까. 자네가 그럴 리 없지. 메디아도 그 돌을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으니. 응, 맞아, 그렇지. 그럴 리 없어, 응.”
황제는 중얼거리며 더 뜯을 것도 없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피가 질질 흐르는데도 통증을 못 느끼는 듯했다.
흡사 광기 어린 모습에 공작은 구역질을 참았다. 역했다. 추악하고 지독한 모습이었다.
“커억…….”
감정에 짓눌린 황제는 숨이 끊어질 뜻 헐떡였다.
“컥, 크흑, 후…… 그래, 이번 세례식은 나야 그렇다 쳐도, 자네도 가지 못하고 꼴이 좋게 됐군.”
“다른 이를 보내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미 계획해 둔 이가 있으니 공도 만나 보도록 해.”
황제는 느릿하게 걸어 그가 있는 곳 앞에 섰다.
“잊지 말게, 공작. 나는 소원의 돌을, 자네는 그리 원하던 아이를 얻었지. 비록 하나 죽었다만 그게 대수인가?”
황제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 말에 공작은 속으로 이를 으득 깨물었다.
저 미친놈이.
하지만 황제는 그가 으득거리는 것을 모두 듣고 있었다. 일부러 하는 도발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즐기는 인간이니까.
요보힐데 공작은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