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17)
달랑 이모티콘 3개로 이루어진 트윗 하나 때문에.
은유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엑싯투 투 더 문!’
부리나케 다음 트윗들도 다 읽어봤다.
명확한 코인 시그널이 연달아 나왔다.
‘코인이 맞아! 이건 아닐 수가 없어!’
그 모든 트윗을 읽고 나니 떠올릴 수 있었다.
머스크가 1주일간 만들어둔 밑그림을.
어떤 트윗은 가격 폭등을 야기할 것이고.
어떤 트윗은 일시적인 조정 구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나는 그저 머스크의 밑그림을 따라 색칠만 하면 됐다.
‘로켓에 무임승차하는 거지!’
나는 7일간의 거래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오후에 잠깐 쉬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 우리 아들, 뭘 이런 걸 보냈어! ]퀵으로 보낸 선물이 이제 도착한 것 같았다.
[ 이런 거 안 해줘도 되는데, 어이구. 너가 돈이 어딨다고. ]“어때? 마음에 들어?”
[ 넘 마음에 들지! 요즘 핸드폰들은 어쩜 이렇게 예쁘게 나오니. ]“쓰기 불편하진 않고? 메뉴 같은 게 좀 복잡할 수도 있는데.”
[ 이 녀석아, 엄마 그렇게 안 늙었거든? 오늘 하루만 공부하면 쓰고도 남어. ]“아이고,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아빠는 어떻대?”
[ 아빠도 좋대. ]“다행이다.”
웃음이 났다.
들떠있는 엄마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 암튼 잘 쓸게, 우리 아들! 먹는 건 잘 챙겨먹지? ]“그럼. 잘 먹어도 너무 잘 먹어.”
실제로 잘 먹습니다.
[ 그럼 다행이고. ]“엄마도 점심 잘 챙겨먹고 힘내!”
[ 그래, 우리 아들. 사랑해! 또 전화하자! ]통화를 마치니 동생 유진이한테 바로 톡이 왔다.
[ 신유진: (사진) ] [ 신유진: 니가 보낸 거 맞음? ]아이폰 박스를 찍은 사진이었다.
[ 신유원: 모름 난 안 보냈는데 ] [ 신유원: 반송하든지 ] [ 신유진: 잘쓸게고마워내가오빠엄청사랑하는거알지? ]이럴 때만 오빠지.
[ 신유원: 그래 밥 잘 챙겨먹고 ] [ 신유진: (우걱우걱 이모티콘) ]말은 저렇게 해도 힘들게 공부하는데.
조만간 학교 들러서 배터지게 먹여야겠다.
따라랑─
다른 앱에서 푸시 알림이 와서 봤더니 민채연이 인스타 스토리를 올렸다.
그래피티가 그려진 벽 앞에서 익살스럽게 코를 찡그리는 3초짜리 영상이었다.
‘······예쁘네.’
괜히 몇 번을 돌려봤다.
나중에 진짜로 카페 같은 거 내면, 채연이한테 와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할까?
홍보효과 장난 아니겠는데.
‘그러려면 일을 해야지, 일을!’
벌떡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컴퓨터 가게로 가서 늘 하던 것처럼 구형 그래픽카드들을 매입했다.
“네, 이대로 결제해주세요.”
“옙.”
“아, 사장님. 그런데 저번에 말씀드린 영수증은 혹시······.”
사장님이 다크서클 가득한 눈으로 윙크를 했다.
“다 준비해뒀죠. 여기 있습니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그래픽카드 박스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계속 싱글벙글 웃음이 났다.
‘글카 하나만 팔아도 엑싯투가 8만 개!’
내일이 어서 왔으면 했다.
*
월요일 아침.
일찍 조깅을 다녀와서 가볍게 아침을 먹고, PC 앞에 앉았다.
‘준비 다 된 거 맞지?’
어제 코인거래소 ‘업섬’에 가입도 하고, 투자자 인증도 하고, 입출금계좌까지 정상적으로 등록했다.
코인거래소는 주말에도 운영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24시간 내내 신경써야 하는 건 스트레스겠지만.’
거래소에 만 원을 입금해서 이것저것 사고 팔아보며 거래 연습도 했다.
주식 프로그램과 비슷해서 배우기가 쉬웠다.
잡정보 없이 깔끔한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주식 프로그램보다도 나았다.
‘투자 금액은······.’
오늘 주식을 다 팔면 7천이 계좌에 떨어진다.
그런데 어제 탐이 만들어준 투자 자습서를 꼼꼼히 읽어보니 누누이 강조하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바로 리스크 관리.
분할매수, 분할매도 하는 이유도.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 하는 이유도.
예금,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이유도.
모두 리스크 관리 때문이었다.
그래서 >HT바이오로직스> 주식도 절반만 매도하기로 했다.
‘전부 파는 건 위험해.’
>HT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전부 팔아서 코인에 박았는데 이상하게 머스크빨이 안 먹힌다면?
쪽박 당첨!
따라서 주식 잔고의 딱 절반, 3500을 코인에 투자하기로 했다.
‘3500이면 엑싯투 토큰이 170만 개!’
그리고 9시 정각.
새로운 한 주의 장이 열렸다.
>HT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장이 시작할 때부터 이미 한참 뛰어있었다.
[ HT바이오로직스 15,970 ] [ ▲630 +4.11% ]게다가 월요일 아침부터 ‘테트리젠’ 관련 뉴스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 ‘테트리젠’ 임상 3상 결과, 美 ASCO에 이어 AACR에서도 발표 ] [ HT바이오로직스, K-면역항암제의 초석을 다지다··· 이번 주도 상한가 전망 ] [ 식약처, ‘테트리젠’ 긍정적 검토··· 이르면 6월 中 정식 허가 ]HT바이오로직스는 오늘도 대박이었다.
[ HT바이오로직스 16,170 ] [ HT바이오로직스 16,250 ] [ HT바이오로직스 16,480 ] [ HT바이오로직스 16,590 ]오히려 지난 금요일보다 상승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았다.
‘기세가 너무 좋네. 최대한 늦게 팔아도 되겠어.’
그렇다면 머스크의 트윗 시점이 관건.
종이에 적힌 날짜가 한국시간 기준이라면, 마침 첫 번째 트윗이 올라올 시점이었다.
‘5초. 4초. 3초. 2초.’
지금?
따라랑─
트위터 푸시알림이 왔다.
[ @nylonmusk] [ To those who say Twitter is a waste of life: Ain’t waste a good thing? ] [ 트위터가 인생의 낭비라는 사람들에게: 낭비는 좋은 거 아냐? ]빙고!
도장 땅땅!
종이에 적힌 시간, 종이에 적힌 내용 그대로였다.
“예이!”
이러면 한국시간으로 밤 9시 51분에 지하철 출구 사진이 올라올 테니 그전까지만 코인을 사두면 됐다.
‘전부 계획대로야.’
의자를 빙글 돌리며 기지개를 켰다.
요즘은 왜 이렇게 일이 착착 풀리는 걸까.
그리고 오후 2시 30분.
>HT바이오로직스>는 기어코 상한가에 도달했다.
[ HT바이오로직스 19,940 ] [ ▲4,600 +29.99% ]3연상!
나는 습관처럼 주식잔고를 확인했다.
────────
>HT바이오로직스>
매입가 10,488원
현재가 19,940원
보유수량 4,290주
매입금액 44,993,300원
평가금액 85,542,060원
평가손익 +40,549,300원
수익률 +90.12%
────────
7000 정도를 예상했던 주식잔고는 8500까지 불어나있었다.
수익률 90%!
수익 4천!
‘이러면 번 돈만 투자해도 되잖아?’
기계적으로 절반을 매도할 필요가 없었다.
주식으로 벌어들인 4천 정도만 코인에 재투자하면 그림이 좋아보였다.
따서 갚으면 된다고?
나는 딴 걸로 더 따.
바로 매도 작업에 들어갔다.
[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이미 주가가 상한가에 고정된 상태라 금방 다 팔 수 있었다.
그렇게 생긴 예수금 4천을 ‘즉시 출금서비스’를 이용해 바로 현금화했다.
기본적으로 주식 매도 대금은 2영업일 뒤에 내 계좌로 입금되지만, 진성증권에서 주식 매도금을 무이자로 즉시 출금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
“우와.”
인생 첫 투자수익, 4천이 내 계좌에 꽂혔다.
투자 자습서에 적혀있던 말이 불쑥 떠올랐다.
[ 현금화하지 않은 수익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그럼 이 돈은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겁니다.
‘코인 사러 가자!’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국 코인거래소 ‘업섬’에 접속했다.
2,000,000 EXI
한국 최고의 코인거래소, 업섬(Upthumb).
창립자들은 ‘엄지 척’을 의도하고 붙인 이름이겠지만, 투자자들에게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리곤 했다.
돈업섬, 업서졌섬, ㅈ섬 등등.
코인에 얼씬거리지 않던 나도 들어봤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내게는 기회의 땅, 그야말로 보물섬이었다.
거래소 전용 입출금계좌에 4천을 옮겨놓고, 거래소 홈페이지에서 입금 신청을 했다.
[ 원화(KRW) 입금 완료 ]입금이 되자 거래소 자산현황도 갱신되었다.
[ 총 보유자산 40,000,000 원 ]입금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건, ‘원화’도 마치 코인처럼 취급한다는 점이었다.
주식 거래소에서는 원화가 진짜 화폐고, 이 화폐로 나머지 주식들을 ‘구입한다’라는 느낌이라면.
코인 거래소에서는 ‘원화 코인’을 다른 코인으로 ‘교환한다’라는 느낌에 가까웠다.
코인 세계에서 원화는 수많은 화폐 중 하나에 불과했던 것.
‘신기하네.’
살면서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100원, 1000원, 10000원이라는 단위가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허튼 생각을 치우고, 시간을 보니 3시 10분.
이제 밤 9시 31분까지 6시간 동안 알뜰살뜰 코인을 주워담아야 한다.
거래소에서 >Exit2 Token>의 약자, EXI를 검색했다.
[ 엑싯투 EXI/KRW 20.21 ] [ ▲0.11 +0.55% ]가격은 여전히 20원대.
다만, 거래량이 문제였다.
주식도 그렇지만, 코인도 파는 사람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것.
그런데 이렇게 주목도가 떨어지는 잡코인에는 사고 파는 물량 자체가 적었다.
‘파는 사람이 많아야 할 텐데.’
호가창에 있는 매도잔량을 체크해봤다.
‘별로 없네.’
4000만원을 전부 시장가로 매수해버리면 22.50원까지 긁어야 할 상황이었다.
‘20원이나 22원이나 거기서 거긴가?’
아니지.
20원에 사서 10%가 올라야 22원.
2000짜리 자동차를 2200에 사는 꼴이다.
‘어떡할까.’
마음 편하게 시장가로 지르고 쉴까?
‘아니면······.’
고민을 마치고, 거래소에 숫자들을 입력했다.
혹시 잘못 입력한 숫자가 있나 두 번, 세 번 다시 체크했다.
그리고 매수 버튼을 눌렀다.
────────
>주문 확인: 지정가 매수>
엑싯투 (EXI/KRW)
주문가격 19.99원
주문수량 2,000,000 EXI
주문총액 39,980,000원
────────
나도 지정가 주문이란 것을 해보았다.
‘19.99원에 2백만 개 삽니다.’
당장 거래체결은 안 되겠지만, 이편이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싸게 사서 좋고.
수량도 깔끔하게 2백만 개라 보기 좋고.
심지어 거래수수료 0.05%까지 포함하면 딱 4천이었다.
지하철 사진 트윗까지 6시간이나 남았다.
정 안되면 9시쯤에 시장가로 쓸어담아도 상관없었다.
필요한 건 인내심과 평정심.
‘차분히 기다리자.’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일과로 복귀했다.
탐에게는 구형 그래픽카드 작업을 맡기고, 코코에게는 쓸모없는 물건들을 이것저것 먹여보았다.
──【아공간 작업대: 고급】이 이딴 걸 먹으라고 준 거냐며 불평합니다.
──【아공간 작업대: 고급】이 당신의 형편없는 심미안에 기겁합니다.
어쩔 수 없어, 코코.
‘레벨업 해야지?’
탐도, 코코도 아직 레벨 2.
레벨 3이 되면 또 어떤 스킬을 줄지 모르니 끊임없이 경험치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시골에서 담근 귀한 된장이야, 코코야! 맛만 보라니까!”
나는 도망치는 코코를 따라다니며 계속 물건들을 욱여넣었다.
──호로로로로!
코코도 키우고 운동도 하고, 일석이조였다.
*
엑싯투의 가격은 4시 반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 엑싯투 EXI/KRW 20.18 ] [ 엑싯투 EXI/KRW 20.15 ] [ 엑싯투 EXI/KRW 20.12 ]그리고 6시쯤이 되었을 때는 20원 선이 붕괴되었다.
[ 엑싯투 EXI/KRW 20.00 ] [ 엑싯투 EXI/KRW 19.99 ]그 말인즉슨.
[ 매수주문 체결: 37,928 EXI ]엑싯투가 내 수중에 들어왔다는 것.
그런데 한 번에 200만 개 전부를 얻진 못했다.
[ 매수주문 체결: 29,932 EXI ] [ 매수주문 체결: 37,547 EXI ] [ 매수주문 체결: 107,547 EXI ]코인 아니랄까봐, 짤짤이 도네 터지듯 찔끔찔끔 거래가 체결되었다.
‘아직 180만 개 남았네.’
나는 폰에 뜬 거래체결 알림에서 시선을 떼고, 다시 카트를 밀었다.
중고거래를 마치고 마트에 들른 참이었다.
‘뭘 좀 사두지?’
코인장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혹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바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식량은 필수.
아포칼립스를 앞둔 주부의 심정으로 카트에 이것저것 집어 넣었다.
코코가 슬쩍 관심을 보이는 녀석들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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