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4)
박스에 적혀있는 깔끔하고 선명한 문구.
그래비티 3060 12GB.
‘15만원 짜리 2개를 넣었는데 왜 60만 원도 넘는 모델이 나왔지? 그것도 신품이?’
그 의문에 답하듯 문자열이 나타났다.
──【아공간 작업대】가 이명, ‘탐’을 얻어 기뻐합니다.
──【아공간 작업대】가 처음 먹는 물질에 호기심을 표합니다.
오? 마음에 들었어?
──「럭키 스트라이크」가 발동되어 「양질 전환」에 보너스 효율이 적용되었습니다.
보너스 효율?
그럼 70%가 아니라 더 높은 효율로 전환된 거야?
“오우, 쉣!”
나는 3060 그래픽카드 박스를 잠시 내려놓고 탐에게 손을 뻗었다.
아무런 촉감도 없었지만, 그래도 칭찬해주고 싶었다.
“고맙다!”
네 덕에 내 인생 필 것 같아!
탐의 노랗고 빨간 빛살이 일순간 밝게 빛났다.
“이것도 해보자!”
나는 바로 1060 모델 3개를 탐에게 건네 「양질 전환」 작업을 시켰다.
──「양질 전환」이 시작됩니다.
그러고는 바닥에 철푸덕 앉아 메인보드 교체와 3060 장착 작업을 시작했다.
컴퓨터 가게 사장님은 내 PC가 그래픽카드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혹시 내가 조립을 잘못해서 컴퓨터가 또 작동하지 않으면?
「소비」되지 않아서 이 능력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1:59:32」
「1:59:31」
「1:59:30」
퀘스트는 5회 중 3회 남았고.
제한시간은 2시간 언더.
이제 시간 싸움, 집중력 싸움이었다.
“해보자!”
······그리고 나는, 집중하고 몰입할 일이 있다는 게 꽤나 반가웠다.
*
정상적으로 떠오른 윈도우 부팅 화면.
“끝났다! 으으, 허리야.”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이고.”
──「소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나는 세 번의 「양질 전환」과 「소비」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1회차.
1060 제품 2개가 3060 신품으로 전환되었다.
「럭키 스트라이크」가 발동된 덕분이었다.
2회차.
1060 제품 3개가 3060 중고품으로 전환되었다.
1060 중고 3개 가격을 합해도 3060 신품 가격에 모자라니 그런가보다 했다.
3회차.
1060 제품 4개가 3060 신품으로 전환되었다.
판매가와 70% 전환 효율을 생각해보면 딱 적절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모두 정상 작동되어 「소비」까지 깔끔하게 완료했다.
그 결과, 수중에 3060 신품 2개와 중고품 1개를 쥐게 되었다.
판매가를 합치면 최소 180만 원.
내가 1060 모델 9개에 투자한 원금이 120 정도였으니까.
“······수익률 50%.”
보람이 있었다.
아니, 차고 넘쳤다.
노력하고 쏟아부은 양만큼 이루어진 질적인 변화! 이게 진짜 내가 바라던 인생이었는데.
‘감사합니다, 할머니······.’
꿈 속에서 만난 할머니를 떠올리며 가슴이 촉촉해졌지만,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었다.
퀘스트 5회 중 4회 완료.
아직 한 번의 「양질 전환」이 더 남아있었다.
나는 그래비티 G3060 모델, 3개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거 안 해보고 못 배기지.”
그것들을 전부 탐에게 맡겼다.
이거 3개로 3080ti 정도 나오면 딱이다.
──「양질 전환」의 권능이 발휘됩니다.
──품목: 그래비티 G3060 12GB
──수량: 2.84
──전환 작업을 시작하겠습니까?
──예상 작업시간은 51분 30초입니다.
부지런히 작업한 덕에 퀘스트 제한시간은 아슬아슬하게 맞을 성싶었다.
「1:02:59」
「1:02:58」
「1:02:57」
“가즈아!”
그리고 50여분 뒤.
현존 최고급 모델.
소비자가 180만 원 상당의 사치품.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품귀 현상의 주인공.
그래비티 G3080ti 12GB!
그것이 눈앞에 나타났다.
“헐······.”
그것도 두 개나.
──【아공간 작업대】가 최고급 제품을 맛보고는 희열을 표합니다.
──「럭키 스트라이크」가 발동되어 「양질 전환」에 보너스 효율이 적용되었습니다.
‘럭, 럭키 스트라이크 너무 좋아!’
나는 번쩍번쩍 빛나는 박스 2개를 번쩍 안아들고, 진한 포옹을 나누며 새 전자제품 특유의 냄새를 음미했다.
그리고 탐에게 외쳤다.
“사랑한다! 격하게 사랑한다, 탐!”
파혼한 지 보름.
이렇게 빨리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고백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미쳐버렸다
기쁨을 잠시 뒤로 하고, 3080ti 박스 하나를 뜯었다.
「소비」까지 끝내야 퀘스트 완료였으니.
「00:10:56」
「00:10:55」
「00:10:54」
10분짜리 타임어택 시작.
3080ti 매뉴얼을 빠르게 훑은 뒤에 장착 작업에 들어갔다.
“해보자.”
원칙은 두 가지.
신속, 정확.
둘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쉬운 거라면 서비스 회사들이 그렇게 강조하지도 않았겠지.
그런데 우리 회사에서는 거기에 ‘고객 사랑’이나 ‘주인의식’ 같은 애매하고 추상적인 요구까지 더하곤 했다, 끄으악!
‘차라리 이게 낫지.’
정직한 노력에 정직한 대가.
얼마나 좋아?
그렇게 잡생각을 하며 장착을 끝내니 시간은 딱 2분 남아있었다.
얼른 PC전원을 켜자 부팅 알림음이 들려왔다.
또로로로롱─
동시에, 주루룩 퀘스트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찬란한 30대》 튜토리얼 퀘스트Ⅱ, 《양→질 입문》을 완료했습니다.
해냈다.
해낸 것이다.
단 2분만을 남기고.
“예쓰!”
──【아공간 작업대: 기초】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양질 전환」 효율이 소폭 상승합니다.
──「양질 전환」 작업시간이 소폭 감소합니다.
──「소비」 제한시간이 소폭 증가합니다.
여기까지는 저번 튜토리얼 보상과 같았다.
그런데.
──퀘스트 보상으로, 「럭키 스트라이크」 쿠폰(1회)이 주어집니다.
대박 선물이 하나 더 들어왔다.
─「양질 전환」에 「럭키 스트라이크」 쿠폰을 사용하면 보너스 효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1회권이니 신중하게 사용해주세요.
으, 너무 좋다······.
2시간동안 그래픽카드들을 탈착하느라 등허리, 팔다리 곳곳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그 통증이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중간중간, 작업도 번거롭고 시간도 촉박해서 치약처럼 안전빵으로 갈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양질 전환」과 「소비」 모두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비누, 면봉, 수건, 뭐 그런 거.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선택이 옳았다.
망가져서 안 되던 PC를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나.
“와, 3080ti 다니까 지뢰찾기도 진짜 스무스하게 돌아가네.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탐?”
전환 효율이나 「럭키 스트라이크」 같은 세세한 사항들도 알 수 있었고.
‘럭키 스트라이크 쿠폰은 아껴뒀다가 진짜 좋은 거에다 써야겠다.’
무엇보다도, 침대 위에 고이 모셔둔 쌔끈한 박스. 그래비티 3080ti 신품.
그것을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크큭.”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나.
몇 시간 일하고, 떼돈을 벌게 생겼는데.
바로 폰을 들고 홍당무마켓에 접속해서 ‘3080ti’를 검색해봤다.
[ 그래비티 G3080ti 12GB 팝니다 ] [ 마포구 신수동 / 끌올 6시간 전 ] [ 1,750,000원]175만 원, 미친!
컴퓨터 가게에서 1060제품 9개를 사는 데 120 지출.
그 돈으로 내 PC에 끼운 3080ti를 샀다 치고, 다른 3080ti을 175에 팔면 그건 전부 순수익이니까.
‘대박!’
······수익률이 100%를 훌쩍 넘기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심이 들었다.
판매자로서의 양심이 발동되었달까.
탐이 뱉은 물건들이 정말로 이 세계의 물질이 맞나?
생긴 것만 3080ti 제품이고 사실은 빈 껍데기 아냐? 부팅은 CPU 내장으로도 되잖아.
바로 PC 장치관리 프로그램을 열었다.
[ Name: Gravity G3080 Ti ] [ Board Manuf.: Gravity Corporation ] [ Memory Size: 12288 Mbytes]“맞네?”
좋아, 이 세계의 물질은 맞다.
그런데 양품은 맞을까?
누군가에게 팔아도 될 정도로 잘 작동하려나?
이번에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열어 그래픽카드가 제 성능을 내는지 확인했다.
스타트.
화면에 온갖 3D 그래픽이 떠올랐다.
미감(美感)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오로지 성능 테스트만을 위한 번쩍번쩍한 광원과 어지러운 파티클이 오갔다.
결과.
[ 그래픽점수: 14,632 ] [ CPU점수: 10,841 ] [ *동일 장치 대비 상위 78%의 성능 ]스코어가 안 좋았다.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 빼면 전부 옛날 부품이라서 그렇겠지?’
인터넷을 잠깐 뒤져봤다.
예상대로, 그래픽카드에 문제는 없었다.
나처럼 구형 시스템에 3080ti를 끼운 사람들도 14000대 점수가 나왔으니까.
“양품, 땅땅!”
바로 분양 들어갑니다.
홍당무마켓에 접속해 자판을 두드렸다.
[ 팝니다: 3080ti 12GB 미개봉 신품 ] [ 가격: 1,700,000 원 ]가격은 현재 시세보다 조금 싸게.
중고거래는 쿨거래가 제맛이지.
컴퓨터 가게 사장님도 물건들 싸게 넘겨주셨는데 다 서로 돕고 도와야지.
상품 설명을 쓰려고, 박스 안에 있던 보증서를 확인해봤다.
국내 출시 정품에 생산일자도 최근.
오케이.
[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박풀 그대로입니다. 해외직구 아니고, 코인 채굴 커리어 당연히 없고, 보증기간 3년 거의 다 남아있습니다. 신촌역에서 직거래합니다. ]사진도 몇 장 찍어서 업로드하고, 완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지이이잉──
손에 바로 진동이 느껴졌다.
판매글을 등록하자마자 1:1 채팅이 날아온 것.
바로 답장을 하려는 찰나, 연달아 팝업 메시지가 떠올랐다.
[ TimesAhn: 글카 삽니다 ] [ 현진수진대디: 안녕하세요. 혹시 판매가 수정해서 글 다시 올려주실 수 있나요? 한 80 정도로. 실구매는 올려주신 170에 하겠습니다. ] [ 코콩딱: 삽니다! 오늘 바로 찾아갈게요! ] [ 레미니안: 혹시 160까지 에누리 가능합니까? ]별의 별 사람한테서 연락이 다 왔다.
“와, 인기 좋네······.”
중고품을 처분할 때마다 느꼈던 스트레스가 떠올랐다.
무작정 네고를 찌르는 사람.
보기로 해놓고 안 나오는 사람.
무엇보다, 아예 관심을 끌지 못해 며칠 연속 끌올을 해야했던 경우.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었다.
모두가 원하는 핫한 매물, 합리적인 가격!
좋아, 단박에 팔자.
물론 연락은 선착순으로.
[ 노틀담의빵셔틀: 아뇨, 안 팔렸습니다 ] [ 바드조아: 그럼 제가 살게요. 언제 거래되세요? 오늘도 되시나요? ]시간을 보니까 오후 3시.
맘 같아서는 지금 당장 팔고 싶지만.
꼬르륵─
아직 오늘 한 끼도 못 먹어서 위장이 난리를 치고 있었다. 머리도 어질어질했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먹고 거래하자.
[ 노틀담의빵셔틀: 오늘은 5시부터 쭉 가능합니다 ] [ 바드조아: 그럼 5시에 거래하고 싶습니다! ] [ 노틀담의빵셔틀: 넵 그럼 5시, 신촌역 5번 출구 유리은행 앞에서 뵐게요 괜찮으신가요? ] [ 바드조아: 넴! 이따 봬요! ]그래픽카드 구하기가 어렵다더니 확실히 급한 눈치다. 덕분에 시원시원하게 약속을 잡았다.
“쿨거래 너무 좋고.”
나머지 구매희망자들에게는 예약되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게시글은 예약 상태로 변경했다.
170이라, 크으!
이거 두 번만 하면 회사 월급보다 수입이 더 좋은데?
“생산성 미쳤고.”
그럼 이제 밥먹자.
죽겠다 죽겠어.
‘뭐 먹지?’
지금이라도 해장국 집에 갈까.
아니면 돈도 벌었겠다, 호화로운 배달 음식을 먹어볼까.
스테이크? 깐쇼새우? 특특초밥?
그런데 배달시키면 또 몇십 분 기다려야 되잖아.
꼬르륵─
당장 죽을 것 같은데.
게다가 그런 요리들은 식당에 가서 바로 먹는 게 낫지, 시켜먹으면 의외로 별로인 경우가 많았다.
평소에 비싼 요리를 시킬 일도 없어서 믿을 만한 식당도 모르고.
‘귀찮은데 후다닥 해먹을까?’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집이 작아서 몇 발짝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냉장고를 열어도, 수납장을 열어도, 먹을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아씨.”
자취경력 10년.
평소에는 자주 요리해먹는 편이다.
처음에는 식비를 줄이겠다고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재미도 있고, 바깥에서 사먹는 것보다 나은 경우도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정신이 좀 없었다.
파혼이며 퇴사며 일이 자꾸 터졌고, 그 바람에 저녁 약속도 많았다.
집에 식재료가 떨어진 것도 몰랐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하부 수납장 구석에서 오소리 라면을 발견한 것.
‘좀 아쉽지만··· 오소리도 괜찮지.’
냄비에 물을 부어 불을 올리고, 라면 봉지를 뜯었다.
뭐, 라면이면 충분하다.
넉넉치 않은 형편으로 혼자 살다보면 간편식도 훌륭하단 걸 알게 된다.
안 먹는 것보다야 뭐라도 먹는 게 백 배 나으니까.
그런데 오늘따라 괜히 다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 이유는 아마도.
“탐, 잠깐 와볼래?”
내 처지가, 내 형편이, 오늘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의미겠지.
“너, 음식도 먹지?”
탐은 해바라기 같은 빛살을 흔들었다.
“좋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