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34
제33화
선우가 8시간 레벨업 보상을 받은 지 20여 일이 흘렀다.
지금 선우의 레벨은 70.
[상태창]이름: 김선우
레벨: 70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70
민첩: 70
체력: 70
마력: 70
스킬: 없음
소유 스킬: 소환의 진
스킬 사용권: 없음
20일 동안 선우는 블랙 스콜피온 길드와의 신경전을 자잘하게 벌이는 걸로 방송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하루에 3업을 하면 3장의 사용권이 나왔다.
높은 조회수를 위한 영상을 만드느라 쓰기도 했고 타임 딜링의 능력으로 독특한 스킬을 만드는 실험 재료로 쓰기도 했다.
그 결과 마침내 선우가 원하는 스킬 하나를 만들게 되었고 이 스킬을 24시간 뒤 사라지지 않게 지속시킬 수 있게 했다.
“휴우… 이제 좀 살만 하군.”
선우는 가상계좌를 보면서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오르테가의 서에 기록된 찻잎들을 재배하면서 텔른 남작을 통해 오크 마을, 켄트 마을과 심지어 레온베르거 영지의 마을까지 공급하고 있었다.
직접적인 세금은 오크 마을에서 선우의 가상 계좌로 날마다 입금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성의 소속된 마을들은 선우가 공략한 곳이 아니기에 세금이 아닌 일부 수입만을 영상 저작권료처럼 받고 있었다.
오크 마을을 제외한 나머지 마을에 판매되는 찻잎 가격의 10%.
이것이 텔른 남작과 합의를 본 선우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선우의 가상계좌에는 날마다 많은 돈이 쌓이고 있었다.
“역시 이 맛에 게임을 한다니까.”
선우가 오크 성 왕좌에 앉아 눈앞에 나타난 화면을 보면서 헤죽거렸다.
“주군, 정말 놀랍습니다. 엘프의 찻잎들이 이렇게 많이 팔리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해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셨습니까?”
20일 동안 선우가 보여준 결과에 대장장이 발론은 존경의 의미를 담아 주군이라고 선우를 칭했다.
“아, 이 정도는 가벼운 몸풀기 정도죠. 저와 같은 인간들에게 마나를 증진시켜주는 찻잎이라면 엄청난 이득이 걸려있는 물건이라서요. 벨론 대륙에 가장 많은 것이 인간들이니 그만큼 찻잎을 구입할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주군께서 거둬들이시는 세금으로 오크 성을 방어할 무기들은 아주 차고 넘치도록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제가 개발한 신무기들 역시 주군께서 벌어 오신 세금이 아니었다면 정말 불가능했을 겁니다.”
발론에게 20일 만에 벌어진 결과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드워프 대장장이로 평생 대장간에서 물건만 제작하고 강화하는 작업을 반복해온 그였기에 돈을 만지는 것엔 서툴렀다.
선우가 오크 마을의 히트 상품으로 벨론 대륙 전체에 명성을 떨치게 된 엘프의 찻잎들 역시 단순히 작업에 도움이 되는 음료 정도로만 여겼으니까.
“제가 이번 달에 거둘 세금이 총 얼마 정도죠?”
“여기 장부에 적힌 대로면 5일 뒤에 주군께서 거두실 세금은 오크 마을에서만 10만 골드, 벨론 대륙의 다른 마을의 몫까지 더하면 15만 골드입니다.”
15만 골드.
현실의 돈으로 환전하면 1억 5천만 원 정도 된다.
여기에 며칠 더 들어올 수입을 더 해봤자 큰 차이가 없었기에 선우는 만족하고 있었다.
‘매달 이렇게만 들어오면 좋겠다.’
마을에 판매되는 물건이 대박 나도 영원한 건 아니었다.
또 다른 누군가 기존의 물건을 가져가 제작 및 업그레이드를 하여 내놓으면 사람들은 순식간에 신상품으로 몰려들었으니까.
선우가 판매하는 엘프의 찻잎은 이미 다른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연구에 들어갔었다.
다른 길드들에서도 더 뛰어난 효과의 찻잎을 자신들의 소유 마을에 독점으로 판매할 거란 이야기가 슬슬 나돌고 있었다.
“당분간 꿀 좀 빨면서 실컷 벌어둬야지.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선우는 발론에게 공성전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시킨 뒤에 로그아웃 했다.
* * *
20일 동안 선우는 꽤 빠른 성장을 하며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 사이 선우가 인피니티 로드를 한다는 걸 뒤늦게 방송에서 알고 연락을 해온 게이머가 있었다.
선우는 강남 신사동의 커피샵에 들어왔다.
“야, 김선우. 여기다.”
창가 쪽 자리에서 손을 흔드는 여자가 보였다.
“니가 수경이라고?”
“응. 못 알아보겠냐?”
“성형을 얼마나 한… 악!”
“이게 죽을래?”
선우는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고3 여름방학 끝나고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맞지?”
채수경.
선우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지금은 인피니티 로드의 네임드 플레이어였다.
인피니티 로드를 시작하면서 채수경이 상위 랭커로 급부상한 건 인기 때문이었다.
짧은 단발머리가 턱 밑을 가렸고 깨끗한 피부에 반짝이는 눈빛과 날씬한 몸매.
수경의 외모는 커뮤니티에 처음 올라왔던 플레이어들의 인증샷을 계기로 알려지게 되었었다.
수경이 초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상위 랭커들이 환심을 사기 위해 먼저 다가왔고 경쟁적으로 버스를 태워가면서 수경이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줬다.
수경은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하여 지금은 대형 길드의 공대장 위치를 맡고 있었다.
수경은 특출난 외모와 게임 실력으로 이미 스타 게이머였다.
TV를 틀면 하루에 1번은 꼭 수경이 모델로 등장하는 CF를 봤으니 선우 역시 알고 있었다.
“내가 인피니티 로드 하는 건 어떻게 알았냐?”
“야, 방송에서 누가 혼자서 길드랑 맨날 투닥거린다고 해서 봤지. 솔플 뛰는 유저가 길드랑 치고 박고 다니는 거 요즘 보기 어렵잖아. 실력 믿고 그러는 거면 영입하려고 봤는데 어디서 많이 본 애 같더라고.”
선우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홀짝 마셨다.
“길드랑 물고 뜯는 애가 내가 아는 선우가 확실한가 싶어서 쪽지를 보내봤는데 역시… 이렇게 만날 줄은 생각도 못해봤다. 야.”
“그러냐.”
수경은 선우의 방송을 며칠 전에 봤었다.
블랙 스콜피온 길드와 왜 선우가 한 달 가까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지 속사정까지 커뮤니티 글들을 찾아가면서 파악해둔 수경은 본론을 꺼냈다.
“선우야, 내가 있는 길드에 들어오지 않을래? 보니까 아직 혼자 다니는 거 같던데.”
“길드?”
“응. 내가 어느 길드에 소속된 건지 정도는 알고 있잖아.”
“알지.”
수경은 옆 테이블에서 힐끔거리는 사내들을 무시한 채 선우의 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다음 달에 길드 승진 심사가 있거든. 공대장에서 클랜장을 맡게 될 수도 있어. 그러면 공대장 자리가 하나 비는데 내가 끼워줄 수 있지. 아니면 나랑 같이 클랜에 들던가. 영상 플레이 보니까 전사 계열 같던데?”
“그걸 네가 해줄 수 있다고?”
“내가 길드에서 영향력이 쫌 되거든. 네가 우리 레비아탄 길드에 들어오는 순간 영상 조회수가 확 달라질 거야.”
수경이 소속된 길드는 아르콘 대륙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길드였다.
인피니티 로드의 세계는 선우가 있는 벨론 대륙을 시작으로 로젠하임, 아르콘, 페로시아 등 여러 개의 대륙들이 있었다.
이 중 게임 난이도가 가장 낮은 대륙이 벨론 대륙.
이곳의 각 성마다 관련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한 플레이어는 다음 대륙으로 갈 수 있는 칭호를 부여받게 되었다.
특히 길드는 대륙의 성들을 1번씩 공략하여 차지해본 경험이 있어야만 다음 대륙의 공성전을 신청할 수 있었다.
길드를 운영하는 길드 마스터들이 대부분 군주 클래스, 혹은 군주 관련 스킬 위주로 캐릭터를 키우는 건 대륙의 성과 영토를 공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반면 군주를 도와 공성전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전투에 능할수록 영입 조건이 좋아졌다.
레비아탄 길드가 활약하고 있는 아르콘 대륙은 벨론, 로젠하임 대륙 다음으로 난도가 높은 대륙이었다.
“나는 아직 벨론 대륙의 퀘스트들도 다 못 깼는데?”
선우의 대답에 수경은 싱긋 웃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아르콘 대륙부터 길드가 성을 먹으면 가장 먼저 주어지는 특혜가 뭔 줄 알아?”
“뭔데?”
“성을 지배하는 길드에 소속된 플레이어가 벨론, 로젠하임 대륙에 가서 원하는 플레이어를 곧장 데려올 수 있다는 거야. 상위 대륙의 길드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랄까? 뭐 비슷한 거지. 물론 이건 길드만이 누리는 건 아니야. 아르콘 대륙까지 솔플 하면서 퀘스트 깨고 온 플레이어들도 원하는 플레이어를 아르콘 대륙으로 들어오게 해줄 수는 있어. 대부분 적응 못하고 벨론과 로젠하임으로 가버리지만.”
“진짜? 그러면 퀘스트 일일이 깰 필요가 없이? 다이렉트로 갈 수 있다고?”
“그렇다니까. 지금 니가 있는 벨론 대륙에서 가장 잘나가는 길드가 라이온 팽이지? 여기 길드가 이제 로젠하임 대륙에 마지막 남은 성을 두고 엊그제 공성전 벌여서 먹었잖아.”
“그랬지.”
“이제 라이온 팽 길드도 아르콘 대륙에 진출할 거야. 선우 네가 오크 성 하나 갖고 블랙 스콜피온 애들하고 신경전 벌이는 건 한계가 있잖아. 벨론 대륙에는 켄트, 레온베르거, 오크 성 이렇게 3개의 성이 있으니 만약 로젠하임까지 가려면 3개의 성을 혼자서 독차지해야 하는데 그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솔플의 한계랄까?”
“으음….”
선우는 수경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듣고 잠깐 고민에 빠졌다.
“만약 내가 레비아탄 길드에 들어가면 내 오크 성은 어떻게 되는데?”
“대륙이 바뀌니까 누군가에게 관리를 맡기거나 아니면 매물로 내놓고 판 돈으로 아이템 새로 맞추던가 해야지.”
“역시… 그 수밖에 없는 건가….”
선우가 길드를 이끌고 있었다면 길드원 중 누군가를 지목하고 오크 성 관리를 맡기면 그만이었다.
마을마다 나오는 세금의 일부를 성을 관리하는 플레이어 몫으로 떼어주고 나머지를 먹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선우는 지금 솔로 플레잉 중이었다.
‘내가 없이 오크 성이 자동으로 방어가능 하도록 굴릴 수 있어야 하는데….’
선우는 굳이 다른 플레이어에게 맡겨서 마을 세금에서 나오는 수입의 일부를 떼어주기는 싫었다.
‘내가 다 해먹고 싶다. 애써 먹은 마을 세금을 남을 왜 주냐?’
선우의 생각은 단순했다.
오크 성, 켄트 성, 레온베르거 성 모두 선우의 몫으로 먹고 싶은 것.
만약 소유한 성 중 일부를 매물로 판매하더라도 로젠하임 혹은 다른 대륙의 성을 공략한 뒤에 더 큰 수입원을 만들고 내놓아야 한다.
이처럼 각 대륙들은 이미 앞서간 길드와 플레이어들로 인해 새롭게 발굴되는 콘텐츠가 많았고 이것들은 길드의 주요 수입원이자 플레이어들의 돈줄이었다.
“흐음….”
선우가 뜸을 들이자 수경은 의아한 눈으로 되물었다.
“왜? 아, 조건을 자세히 들어 보시겠다?”
수경이 피식 웃으면서 말문을 여는 순간 선우가 손바닥을 보이며 제지했다.
“야, 채수경.”
“왜?”
“넌 오늘 길드원을 만나러 온 거냐? 동창을 만나러 온 거냐?”
“응? 아, 미안. 그야 당연히 동창을 만나러 온 거지. 근데 만나러 나온 김에 같이 게임을 하면 동창끼리 좋잖아? 나는 네가 잠재력이 있는 거 같아서 다른 길드에서 데려가기 전에 먼저 손을 쓰려고 한 거야. 오해는 하지 말아주라.”
갑작스런 선우의 말에 수경은 속으로 약간 당황스러웠다.
‘뭐지? 설마 내가 자기를 부하직원 대하듯 한다고 기분 나쁜 건가?’
짧은 순간 수경의 생각이 많아졌다.
반면 선우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로젠하임, 아르콘 대륙의 성들 먹으면 마을 세금은 얼마가 나올까? 영토가 크니까 마을도 많고 세금도 훨씬 많겠지?’
“선우야.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 오크 성은 관리해줄 플레이어가 있는 길드한테 팔아도 되고 아니면 맡겨도 되잖아.”
수경은 선우가 업로드한 모든 영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봤었다.
한두 번 본 게 아니라 플레이 동작들을 눈여겨보면서 선우의 컨트롤과 스킬트리, 그 외 게임에 필요한 순발력을 확인했었다.
그리고 가장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잠재력.
인피니티 로드의 유저들에게 잠재력이란 결국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재능을 뜻했다.
수경이 속해있는 레비아탄 길드는 길드원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선우 네가 원한다면 오크 성을 대리 운영해줄 길드를 알아봐줄 수 있어. 걔들 월급 주면서 관리해도 되고. 가능한 네가 원하는 조건으로 딜을 해줄게. 콜?”
선우가 고민하던 끝에 말문을 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