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22
121화
뚝.
다급하게 전화를 끊은 고광목에게 삼합회 조직원이 달려들었다.
“크아!”
고광목은 주먹을 피하며 상대에게 묵직한 펀치로 되돌려 줬다.
“훕!”
퍽-!
주먹이 박힌 상대의 머리가 뒤로 꺾였다.
“컥.”
“이 개새끼들이……!”
얼굴을 찌푸린 고광목이 자신과 동생들을 둘러싼 남자들을 노려봤다.
전부 다 서울 바닥에선 못 보던 얼굴이었다.
고광목은 최근에 들려오던 소문을 떠올렸다.
‘서울 조직들을 깨고 다닌다는 놈들이 이놈들인가?’
그러잖아도 얼마 전부터 해외에서 들어온 조직이 한국 조직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상판을 보니 확실히 국내산은 아닌 것 같고…… 신덕수 제낀 게 이 새끼들이겠구만.’
건물 부지가 외진 곳에 있기도 할뿐더러, 놈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어 함부로 탈출하기도 힘들었다.
고광목은 이주혁이 도우러 올 때까지 버티기 위해 동생들을 불러모았다.
“얘들아. 여기로 모여! 등 맞대고 버티면 지원이 올 거다!”
“예, 형님!”
“부장 형님도 오십니까?”
괴물 같은 강함의 라세흠 부장.
이주혁이 온다고 했으니 아마 그도 같이 올 것이다.
“그래. 버티자.”
이놈들이 누군진 모른다. 머릿수도 많다. 하지만 부장이 오면 숫자는 의미가 없다.
고광목이 품에서 검은 장갑을 꺼내 손에 꼈다. 십 년 가까이 함께한 녀석이었다.
“등만 보고 따라와라. 저놈들은 내가 앞장서서 막을 테니.”
진심으로 고광목은 이 자리에서 뼈를 묻을 각오가 되어있었다.
몇 달 전, 주철수에 의해 마약 던지기를 당했을 때, 자신을 따르던 녀석들을 버리고 도망쳤었다.
그때는 마음이 흔들려서 그런 선택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라면 절대 물러나지 않았겠지.’
유일하게 존경하는 남자, 라세흠을 떠올리며 고광목이 한 발짝 나서자 동생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끝까지 따르겠습니다!”
“형님. 저희도 앞장서겠습니다!”
하나둘씩 주먹을 쥐며 나서던 동생들의 분위기가 멀리서 들려온 목소리에 얼어붙었다.
“아직도 멀었어?”
흰 정장을 대충 걸쳐 입은 사내가 건물 부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저놈인가.’
고광목은 그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분위기로 보나 기세로 보나 저 사내가 분명히 이들의 수장이었다.
그 뒤로 열 명 정도 되는 남자들이 따라왔다.
새로 등장한 이들을 노려보며 고광목이 외쳤다.
“너희들은 뭐냐!”
그 말에 사내가 재킷을 벗으며 다가왔다.
“네가 고목인가 뭔가 하는 놈이야?”
“이런 짜장면 새끼가.”
“어후, 그래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너 죽일 사람의 이름 석 자 정도는 알아야 예의지. 난 왕후성이다. 잘 기억해 둬라.”
이름과 묘한 억양이 들어간 말투. 고광목은 상대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물었다.
“조선족인가? 삼합회?”
“자세한 건 알 거 없고, 시작할까?”
왕후성이 셔츠의 소매를 걷으며 미소를 지었다.
고광목은 그를 보며 마주 웃었다.
“좋지.”
자세를 잡은 고광목이 근육을 긴장시켰다.
지금까지는 실전 경험과 본능에 의지해 싸웠던 고광목이지만, 라세흠과 수많은 대련을 거치고 많은 걸 얻었다.
우선 첫 번째. 공격이 들어오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방심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수를 모르기 때문이다.
왕후성에게 집중하던 고광목의 시야에 얇은 무언가가 들어왔다.
“?”
고광목은 그게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다가 황급히 상체를 젖혔다.
“썅!”
후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고광목의 눈앞으로 번뜩이는 도끼날이 지나갔다.
날아온 손도끼가 뒤에 서 있던 동생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퍽!
“끄아악!”
뒤로 쓰러지는 걸 다른 동생들이 부축했다.
“민수야!”
“저 X발놈이!”
고광목은 동생의 부상에 얼굴을 구기며 왕후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놈이 아쉽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는 게 보였다.
“오, 피했네?”
왕후성이 땅을 박차고 달려왔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왕후성의 얼굴을 향해 고광목이 주먹을 날렸다.
“속도도 꽤 빠르고.”
고개를 기울여 피한 왕후성이 허리를 틀며 고광목의 옆구리를 쳤다.
퍽-!
“큭!”
옆구리는 뼈가 보호해 주지 않아 다칠 수도 있는 부위였지만, 그동안 라세흠의 방식대로 단련한 근육이 뼈 대신 장기를 보호했다.
묵직한 타격을 버틴 고광목이 왕후성의 머리를 향해 왼손을 내리쳤다.
망치로 못을 박듯 내리꽂히는 주먹에 왕후성이 황급히 팔을 들어 막았다.
그리고 그대로 반 바퀴 돌며 고광목의 몸통에 뒤차기를 날렸다.
“큽.”
하지만 이번에도 고광목은 힘을 줘 버텼다.
“허.”
왕후성이 주먹을 막은 팔뚝을 주물거리며 감탄했다.
“힘도 있고, 맷집은 최고 수준이네. 확실히 실력자야.”
“…….”
고광목은 아직도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는 왕후성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뭐지?’
말하는 거 치고 생각보다 별것 없었다.
몸놀림이 재빠르고 경험이 많아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피지컬은 딸렸다.
하지만 고광목은 라세흠의 두 번째 가르침을 떠올렸다.
상대방의 숨통을 끊을 때까지 잡념은 지운다.
아직도 방심한 듯한 왕후성을 몰아붙이기 위해 땅을 박차며 오른손으로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훕!”
그 순간, 왕후성의 허리춤에서 얇은 칼이 뽑혔다.
“!”
칼날이 뱀처럼 고광목의 오른팔을 훑자, 시뻘건 피가 팍하고 터져 나왔다.
“형님!”
“저 개새끼가, 연장을!”
고광목이 화들짝 놀라 뒤로 빠졌다.
맨몸으로 싸울 것처럼 덤벼들다 갑자기 칼질이라니.
중간에 팔을 뺐으니 망정이지, 평소처럼 주먹만 믿고 달려들었다면 팔이 걸레짝이 됐을 거다.
베인 팔뚝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감이 좋네.”
칼의 묻은 피를 털어 낸 왕후성이 다시 달려왔다.
“큭!”
고광목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칼질이 어설펐다면 정면으로 맞섰을 것이다.
하지만 주먹을 내뻗을 새도 없이 빈틈을 파고드는 칼날에, 고광목은 방어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탁. 휘익-!
‘날카롭다.’
눈을 깜빡일 수조차 없는 압박감에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집중이 풀리면 바로 목이 따인다!’
핏발이 서도록 집중한 고광목의 눈에 왕후성이 입을 여는 게 보였다.
“쳐!”
그 말과 동시에, 고광목 무리를 둘러싸고 있던 삼합회 조직원들이 달려들었다.
“죽여!”
“으아!”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고광목도 칼을 피하며 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모여! 흩어지면 죽는다!”
“으악!”
“끄아아-!”
동생들의 위기에 고광목의 집중이 순간 흐트러졌고, 그 틈은 탄 왕후성이 그의 가슴부터 왼쪽 어깨까지 칼로 길게 그었다.
찌익-!
“크!”
“어딜 보나? 집중해야지.”
고광목은 얼굴에 피가 튄 채 웃고 있는 왕후성을 보고 크게 몇 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달려드는 삼합회 조직원 둘을 원펀치로 눕혔다.
뻑! 뻑-!
‘이대로는 당한다. 일단 이 녀석들과 뭉쳐서 잔챙이들을 같이 상대한 뒤에…….’
왕후성이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는 고광목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아직 안 끝났는데 어딜 가려고. 다시 나와.”
그 말에 얼굴이 시뻘게진 고광목이 뒤에 있는 동생들에게 말했다.
“죽기 싫으면 끼어들지 마.”
“형님! 저희가 몸으로라도 막겠습니다! 그 틈에 도망가십쇼!”
“헛소리 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볼 테니, 너희들은 최대한 죽지 말고 버텨라.”
각오를 다지는 고광목을 보며 피식 웃은 왕후성이 뒤를 향해 손짓했다.
“양호!”
그 말과 함께 왕후성의 뒤에서 손도끼가 날아왔다.
그의 옆으로 날아온 도끼가 고광목의 곁에서 싸우던 동생 하나의 팔에 맞았다.
퍽!
“끄, 으아악!”
“근수야!”
왕후성이 분노한 고광목을 보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일대일로 붙자고. 아니면 저게 계속 날아갈 거야.”
“이 X발 새끼가!”
고광목은 더 이상 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탓-!
“죽여 주마!”
땅을 박찬 고광목이 왕후성의 가드 위를 때렸다.
꽝!
“읍.”
“크아!”
펑-!
엄청난 힘에 왕후성의 두 발이 지면에서 붕 떴다.
“큭.”
오른팔의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고광목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달려가며 연타를 날렸다.
왕후성이 땅을 딛기도 전에 다시 한번 주먹이 꽂혔다.
“컥!”
고광목은 지금까지 한 방 싸움을 즐겼다.
발발대며 주먹을 휘두르는 것보단, 주먹 한 번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게 더 낭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라세흠을 만나고 깨달음을 얻었다.
-끄악! 그만, 그만!
-고광목 씨. 재빠른 연타나 묵직한 한 방보다 강한 게 뭔지 아쇼?
-헉……. 헉. 그게 뭔데?
-그건 바로…….
콰앙!
‘빠르고 묵직한 연타!’
꾸드득.
고광목의 근육까지 한계까지 쥐어짜이며 힘을 만들어 냈다.
쾅! 쾅! 쾅!
“큭…….”
처음으로 왕후성의 잇새로 옅은 신음이 흘렀다.
이에 고광목은 기세를 몰아 쓰러진 왕후성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흐아아아- 뒤져!”
휘청대던 왕후성의 눈빛이 바뀌며 미소가 떠올랐다.
히죽.
“손가락 받아 간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붙잡은 왕후성이 날아오는 주먹을 향해 칼을 내질렀다.
푸욱!
“?!”
황급히 주먹을 펼치며 팔을 멈췄지만, 칼날은 이미 손등을 뚫고 나온 상태였다.
“끕……!”
고광목은 고통을 참으며 손을 더 밀어 넣어 칼을 쥔 왕후성의 손을 덥석 잡았다.
“터프하네.”
씩 웃은 왕후성이 반대 손으로 고광목의 얼굴을 노렸다.
“흡!”
고광목은 칼을 단단히 붙잡고 몸쪽으로 당겨 왕후성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빈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쾅!
“컥……!”
왕후성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하지만 이내 자세를 바로잡고 칼을 잡은 손을 비틀었다.
“끄아악-!”
말 그대로 손아귀가 찢어지는 고통에 고광목이 비명을 질렀다.
“흐.”
처절한 비명을 들으며 칼을 뽑은 왕후성이 고광목의 배를 노리며 다시 한번 찔렀다.
고광목은 겨드랑이 틈으로 칼을 흘린 뒤, 팔을 접어 꽉 붙잡고 박치기를 날렸다.
꽝-!
“큽.”
“억!”
뒤로 쓰러지는 왕후성을 보며 고광목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새 옆구리 뒤쪽에 칼이 절반쯤 박혀 있었다.
“후……. 대가리가 뭐 이리 단단해?”
왕후성은 이마를 문지르며 바닥에 떨어진 손도끼 하나를 주워 들었다.
“후……. 고광목.”
고광목이 눈앞까지 다가온 왕후성을 보고 힘겹게 손을 뻗어 잡으려 했다.
그걸 툭 쳐낸 왕후성이 고광목의 무릎 뒤를 발로 찼다.
“큽.”
그리고 도끼날 뒤편으로 고광목의 머리를 후려쳤다.
뻑!
“크억!”
털썩 무릎을 꿇는 고광목을 보고 왕후성이 도끼를 고쳐 쥐며 물었다.
“너 정도면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냐?”
“크.”
그 말에 고광목은 시야가 가물거리면서도 피식 웃었다.
“멍청한 놈……. 서울에는 너 따위는 상상도 하지 못할 남자가 있다…….”
“아, 그래?”
고광목의 뒤로 돌아간 왕후성이 등짝을 발로 찼다.
퍽!
“컥!”
“혀, 형님!”
“으아아! 이 개새끼들아!”
그걸 본 동생들이 울부짖었지만, 삼합회 조직원들에게 가로막혀 도우러 갈 수가 없었다.
왕후성은 찢어진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슥 닦았다.
“하. 마음 같아선 그냥 죽여 버리고 싶은데…….”
꾸욱.
고광목의 팔을 밟은 왕후성이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내 피를 보게 한 값은 치러야지.”
햇빛을 받은 도끼날이 번쩍였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기세에 고광목이 이를 갈았다.
“개새끼……!”
“우선 손목부터.”
도끼가 단두대처럼 떨어졌다.
콰직!
“끄아아악-!”
고광목의 비명을 감상하던 왕후성의 뒤에서 불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왔다. 선생 따까리 새끼야-!”
왕후성은 뒤를 돌아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주혁.”
놈이 결국 나타났다.
이주혁이 기분 더럽게 만드는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던졌다.
휘리릭!
“……X발!”
왕후성은 눈앞까지 날아온 손도끼를 보며 황급히 팔을 휘둘렀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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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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