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39
238화
“달라졌다고?”
내 질문에 서해결 검사가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민수진 씨를 찾아가서 민지훈 씨에 관해 몇 가지 여쭤봤습니다. 혹시 그가 민수진 씨에게 물어보거나 알려 준 게 없는지요.”
“그래요?”
민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일단 모른다고 했지. 남매끼리 뭘 물어보고 하는 건 당연한 거기도 하고, 중요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음.”
“그런데 오늘 갑자기 오빠가 나한테 기사 하나를 보여 주더라고.”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너와 SA시큐리티를 노린 그 기사를 보여 줬어.”
민수진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네가 그 사람들을 죽이고 그런 건 아니지?”
“당연한 말을.”
저번 생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이번 생은 절대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과거로 돌아왔는데도 똑같은 과오를 반복한다면 나중에 죽어서 아버지 뵐 면목이 없으니까.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그 기사를 자세히 읽어 봤지.”
“감상은?”
민수진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너희 회사를 매장하려는 듯한 느낌이었어. 증거도 없이.”
“잘 아네.”
“그래서 오빠한테 물었지. 똑똑한 오빠가 왜 이런 기사에 관심을 가지는 거냐고.”
“그래서 뭐라고 했지?”
“이 업체 대표가, 저번에 내가 말했던 사람 아니냐고 했어.”
그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 얘기도 했냐?”
“벼, 별 얘기는 안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이름이랑, 업체 이름이 SA시큐리티라는 거 정도만…….”
“쯧.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는데?”
“……조금 쓰레기 같은 면이 있긴 해도, 살인을 저지를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지.”
“잘했네.”
그땐 나를 개새끼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도 나쁜 말은 안 한 모양이다.
“그런데 오빠는 그래도 뭔가 걸리는 게 있으니 기사가 나온 게 아니냐면서, 뭔가 너를 싫어하는 것처럼 굴더라구.”
“흠.”
하긴, 내가 밑에서 일하던 놈들 몇 명을 때려 부쉈는데 좋아하는 게 미친놈이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뭔가 이상했다.
민지훈은 분명 머리 굴릴 줄 아는 놈인데, 왜 그런 뻔한 억지 이간질을 한 걸까.
“그래서 검사님은 왜 찾아간 거야?”
“오빠가 한번 찾아가서 말씀드려 보라고 했거든. 솔직히 나도 당시에는 괜히 이런 흉악한 기사가 떴을까 하는 마음이어서…….”
“그럴 수 있지. 검사님.”
“예.”
“검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내가 정광제와 강 권사의 죽음에 관련되어있다는 건 사실이다.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범죄를 혐오하는 서해결 검사라면 나에 대한 평가가 조금 낮아졌을 수도 있다.
뒤 캐고, 나쁜 놈들 좀 패 주는 거랑 사람 죽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
내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질문에 서해결 검사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당연히 이주혁 씨가 사람을 죽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범법자들이 아니면 건드리시지 않을뿐더러, 지금까지 누군가를 해친 적도 없으시잖습니까.”
서해결 검사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리고 주혁 씨가 조직폭력배 두목이 죽은 것과 연관이 있든 없든 주혁 씨한테 실망할 일은 없습니다.”
그리 말하는 서해결 검사의 눈이 살짝 위험하게 빛났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뭔가 달라진 모습에 몰래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생의 죽음 때문인 건지……. 내가 알던 전생의 서해결 검사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변해 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뭐, 앞으로 할 일에는 지금의 서해결이 편할 거다.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것보단 이게 낫겠지.
“사실 어떻게 된 거냐면…….”
나는 적당히 각색을 더해 부둣가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더불어 내가 지금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기자들에 의해 악의적인 모함을 받고 있다는 내용도 말하니, 두 사람이 화난 기색을 내비쳤다.
“큰일이군요. 이러면 SA시큐리티는 앞으로 대외적 활동을 하기 힘들어지는 게 아닙니까?”
“이런 쓰레기들. 감히 누굴 모함하는 거야?”
민수진의 분노 포인트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 대신 화를 내 주니 고맙긴 했다.
“그래서, 이주혁 씨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대로 가만히 있으실 생각입니까?”
“네. 굳이 대응해 봤자 먹이를 던져 주는 것밖에 더 될 것 같지 않아서요.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죠, 뭐.”
“이주혁 씨 생각이 그러시다면야…….”
우물쭈물.
뭔가 민수진이 말하고 싶은 게 있는지 수상한 기색을 보였다.
“뭐 할 말이라도?”
“저, 주혁아.”
잠시 머뭇거리던 민수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
“나,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뭔데.”
민수진이 결심을 세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오빠를 조사해 줘.”
“둘이 꽤 사이좋은 거 아니었어?”
“그건 맞긴 한데…… 아빠 돌아가시고 최근 들어 뭔가 이상해. 자꾸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어딘가 보고 있으면 불안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
“응. 나도 오빠를 믿고 싶은데, 자꾸 걸리는 것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확실히 조사해 줄게. 그렇게 해서 네 마음이 편해진다면.”
내 말에 민수진이 환하게 웃었다.
“정말이니? 고마워. 필요한 게 있다면 도울게.”
나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서해결 검사와 눈이 마주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씨익.
“고마울 것까지야.”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거든.
.
.
.
민수진이 떠나고, 서해결 검사는 나한테 물어볼 게 있다며 잠시 남았다.
“저, 이주혁 씨.”
“네. 검사님.”
잠시 뜸을 들이던 서해결 검사가 말을 이어 나갔다.
“선생은 정계, 재벌, 조직폭력배들까지 가리지 않고 자신의 하수인으로 부리잖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민지훈은 지금 30살 남짓 아닙니까.”
서해결은 의문스럽다는 듯 의혹을 던졌다.
“이주혁 씨가 민지훈이 선생이라고 했지만…… 선생이 이루어 놓은 카르텔을 봤을 땐 그가 너무 젊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서해결이 궁금한 건, 아직 30대 초반인 민지훈이 어떻게 그런 큰 조직을 만들고 사람들을 포섭했냐 같은 문제였다.
“그 정도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선 십수 년 이상은 걸릴 테니 말입니다.”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할 말을 마땅히 찾지 못했다.
사실 민지훈은 모종의 이유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 있었는데, 만약 그 시기가 어릴 때부터였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런 설명을 나불거렸다간 서해결이 미친 사람을 보듯이 날 볼 것이다.
안 그래도 민기형을 대리로 내세운 민지훈에게 한번 엿을 먹었으니까.
게다가 확실히 내 말에 신빙성을 더해 주려면 내가 회귀했다는 사실도 말해 줘야 한다.
결국 난 적당히 지어낸 말로 설명했다.
“우선 가장 유력한 사람이 민지훈이니까요. 게다가 저한테 직접 접근하기도 했고, 그 뒤로 저에 대한 공격이 들어왔습니다. 민지훈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또 있을 가능성은 있겠지만, 저는 그놈이 선생이라고 거의 확신합니다.”
“그렇군요.”
“나이 문제는 뭐…… 민지훈 전임자가 있었을 수도 있고, 아버지 자리를 물려받았을지도 모르죠. 2대 선생, 이렇게요.”
“그 말씀을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서해결은 의문이 완전히 해소된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깊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우선은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서한결의 죽음 후로, 혹시 우리 측의 주요 인물인 서해결도 노릴까 봐 놀고 있는 배상훈을 붙여놨다.
굉장히 귀찮아하는 눈치였으나, 돈을 주는 건 나였다.
반항해 봤자 월급 삭감이란 말이지.
월급 하니까 내가 투자한 트위터가 생각나네.
부디 원래 역사대로 무럭무럭 자라나 글로벌한 소셜 서비스로 완성됐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탁.
서해결이 떠나고, 나는 한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송 과장.’
나와 광철이 아저씨, 서해결 검사와 송태석 과장은 비밀 회담까지 가졌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공유한 사이였다.
하지만 서한결이 죽은 뒤로 송태석은 불안감인지 회의감인지 몰라도 한 발 뒤로 물러선 느낌이었다.
내가 최근 들어 강남서 관할 밖에서 자주 돌아다니기도 해서, 정보 전달을 빼곤 연락할 일이 없었다.
그것도 최근엔 송 과장에게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다.
혹시 양다리를 걸치며 간을 볼 생각일지도 모르니까.
“흠…….”
그래도 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니 경호를 붙여 놓긴 했지.
아무래도 시간을 내서 대화를 나눠 봐야겠다. 그동안 밀린 정보도 공유할 겸 해서.
이번에 제대로 의사를 물어보기도 해야겠다.
만약 송태석이 함께 하는 건 여기까지라고 말한다면…….
‘나도 내가 어떻게 할지 몰라.’
당연히 보복성 조치를 취할 거다. 절대 선생 놈에게 나에 대한 걸 흘리지 못하게.
전생에 날 험하게 굴려 먹던 양반이라 남은 감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시 합류해 움직였으면 좋겠다.
나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꽤 늦은 시간이긴 하나, 벌써 잠들었을 리는 없을 거다.
꾹.
* * *
밤이라도 해도 무방할 듯한 늦은 저녁.
“허…….”
황성빈은 여동생의 노트북으로 SA시큐리티의 기사를 보고 있었다.
“미쳤네.”
우재성 이사에게 대강 설명을 들어 이주혁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가관이었다.
이 정도면 사람을 쓴 게 아닐까 싶은 수준으로 무분별한 욕들이 난무했다.
그렇게 연신 허허 한숨을 내쉬던 황성빈을 본 여동생이 뒤에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투덜댔다.
“오빠. 언제까지 볼 건데? 나 숙제해야 된다고.”
“아, 그래. 다 했어.”
황성빈은 노트북을 돌려주고 거실로 나왔다.
“후…….”
새삼 좋은 집이었다.
비록 옆집에 사는 송태석 과장을 경호하라는 뜻에서 여기 살게 된 거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호화로운 곳에서 생활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깡패로 살던 시절엔 남의 돈을 빼앗는다 해도 이런 걸 누릴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갑작스러운 감성에 젖어 창밖을 바라보던 황성빈이 시야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음?”
모자를 쓴 두 사람이 공동현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같으면 주민이겠거니 했겠으나, 뭔가 행동거지도 그렇고 예감이 좋지 않았다.
황성빈은 슬쩍 현관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띵-
어렴풋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이 아파트는 한 층의 두 개의 세대만 존재한다.
만약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들이 아까 그 무리라면…….
꿀꺽.
결심한 황성빈이 긴장한 채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철컥.
그러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계단을 내려오던 남자들이 멈칫했다.
아까 창문으로 봤던 괴한들이었다.
황성빈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까딱 숙여 인사하고,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것처럼 계단을 올랐다.
괴한들은 그런 그의 행동에 서로 눈을 마주쳤다.
황성빈이 사라지면 일을 시작하자는 무언의 신호였다.
‘이 새끼들. 역시.’
괴한들이 송태석 과장의 집을 노린다는 걸 곁눈질로 확인한 황성빈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지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에 괴한들은 그가 내려갔겠거니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타앗!
계단 위에서 훌쩍 뛰어내린 황성빈의 발차기가, 모자를 쓴 남자에게 내리꽂혔다.
쾅-!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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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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