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40
239화
“큭!”
팔로 황성빈의 날아차기를 막아낸 괴한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었다.
체중에 중력가속도까지 더해진 탓에 괴한의 팔은 일격에 금이 가고 말았다.
그에 마스크를 쓴 괴한이 품에서 신문지로 감싸진 칼을 꺼내 달려들었다.
삭!
황성빈은 몸을 젖혀 피하며 라세흠에게 배웠던 걸 떠올렸다.
이어지는 칼질에 황성빈은 몸을 확 숙여 파고든 뒤, 상대의 오른쪽 옆구리에 주먹을 꽂았다.
“크악……!”
간장을 적중당한 고통에 마스크 괴한이 무릎을 꿇는 사이, 남은 팔로 칼을 빼든 모자 괴한이 빈틈을 타 공격했다.
퍽!
그의 발차기에 맞은 황성빈이 뒤로 밀려났다.
“타앗!”
화악!
황성빈은 이를 악물고 다가오는 괴한의 부러진 팔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모자 괴한은 다급하게 몸을 홱 돌리며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황성빈은 그것까지 예상하고 있었다.
황성빈은 중심이 흔들린 괴한의 칼을 든 손목을 막고, 반대 손으로 멱살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허릿심을 이용해 괴한을 던져버렸다.
“훕!”
옆구리의 고통을 참고 달려오던 괴한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몸뚱이를 보며 당황했다.
“엇.”
쿠당탕!
괴한들은 서로 뒤엉켜 뒤로 쓰러졌다.
“후…….”
황성빈은 목을 좌우로 꺾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라세흠에게는 금방 제압당했지만, 황성빈은 조폭 행동대장이었다.
그리고 강 권사의 눈에 들어 강남서에 순경으로 잠입했을 뿐만 아니라, 전생에선 정광제의 국제파를 해체해 주철수 밑으로 흡수시킨 강자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생엔 그 정도까지 실력을 쌓진 못했으나, 라세흠에게 실전 압축 훈련을 받은 황성빈은 두 사람 정도는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었다.
끼익-.
그때, 송태석의 집 문이 슬쩍 열렸다.
황성빈은 당황한 나머지 다급하게 소리쳤다.
“나오지 마세요!”
조금 두들겨 놓긴 했지만, 아직 위험 요소가 사라진 건 아니다.
혹시라도 송태석의 아내나 딸이 소란에 잠시 나와본 거라면…….
“뭐야. 황 순경?”
“아, 예.”
“네가 이런 거야?”
송태석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예. 그렇습니다. 칼을 들고 과장님 집 앞으로 찾아온 놈들입니다.”
“그래?”
한숨을 내쉰 송태석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게 테이저건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는 괴한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따다다닥!
“으그그그극.”
모자 괴한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딱딱하게 굳은 채 쓰러졌다.
“이익!”
목표인 송태석의 얼굴을 확인한 마스크 괴한이 벌떡 일어나며 칼을 휘둘렀다.
쇄액!
“이런 씨!”
송태석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안쪽을 향해 외쳤다.
“절대 나오지 마!”
그걸 본 황성빈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마스크 괴한은 공중에서 무릎을 내민 채 날아오는 황성빈을 보며 경악했다.
“……!”
퍼억-!
“쿠엑!”
가슴팍을 무릎으로 찍힌 괴한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무너져 의식을 잃었다.
“허……. 여보. 애 데리고 들어가 있어.”
송태석은 그리 말하고 천천히 바깥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다.
“이놈 말고 다른 놈들은?”
“없었습니다.”
“후. 그래. 경찰에는 내가 신고할 테니까…….”
끼익.
신발장을 연 송태석이 등산용 로프 같은 걸 꺼내 황성빈에게 건넸다.
“여기, 이걸로 이것들 좀 묶어놔라. 주머니도 확실히 뒤지고.”
“알겠습니다.”
황성빈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에 하나 송태석 과장이 죽거나 다쳤다면, 황성빈도 그대로 끝이었다.
이주혁은 이런 실수를 관대하게 넘어가 줄 사람이 아니니,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는 건 물론이고 입단속을 위해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모른다.
“어. 빨리 와서 데려가라.”
전화를 마친 송태석은 꽁꽁 묶인 괴한들을 발로 툭툭 차며 살폈다.
“X발……. 어디서 뭐 하는 새끼들이지?”
송태석은 낭패한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물려다 멈칫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닫고 나왔다.
“황 순경. 갑자기 사직서 내고 사라진 놈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나?”
“아, 그게…….”
“설마 네가 이주혁이 보낸 경호원이냐?”
황성빈이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송태석은 그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인지도 모르는데, 당시 형사과장이었던 박민구가 감싸 도는 게 영 보기 싫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딱히 악감정은 없을뿐더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칼 든 놈들이랑 싸운 녀석이다.
송태석은 왠지 모르게 긴장한 황성빈에게 손짓했다.
“왜 이렇게 굳었어? 이제 너보다 나이만 많은 아저씬데.”
“그래도.”
“어쨌든 고맙다. 네가 이주혁 쪽으로 들어갈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그 말에 황성빈은 내심 안심했다.
송태석 과장은 그가 과거 경찰서에 잠입한 스파이라는 건 모르는 눈치였다.
그리고 강남파와 한패였던 박민구 과장을 직접 죽였다는 사실도.
만약 이걸 알게 된다면 직속 후배였던 송태석은 자신을 적대하게 될 것이다.
황성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쩌다 보니…….”
“참나. 경찰 좀 하다가 경호 쪽으로 빠지는 사람들은 몇 번 봤는데, 너처럼 순경 때 재취직하는 애는 처음이다.”
사실 송태석은 황성빈이 스파이라는 사실은 이주혁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다만 이주혁이 의도적으로 숨긴 탓에 박민구 과장의 죽음까지도 관여했단 사실까진 몰랐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 엘리베이터가 띵 멈추더니 그 안에서 경찰들이 내렸다.
“어, 과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얘네 데려가서 처넣어. 젠장. 이 망할 놈들 때문에 오늘도 야근해야겠네.”
송태석은 집 안으로 들어가 가족들에게 뭐라 말한 뒤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뒷수습하는 경찰들을 슬쩍 본 뒤 황성빈에게 손짓했다.
“우린 빠져주자. 여긴 알아서 정리할 테니까.”
“아, 예.”
두 사람은 비상계단으로 들어섰다.
칙. 칙.
그제야 담배를 꺼낸 송태석이 불을 붙였다.
그리고 연기를 쭉 빨았다 뱉어냈다.
“후……. 너도 피냐?”
“예.”
칙.
불을 붙여준 송태석은 잠시간 담배만 태우다 입을 열었다.
“이주혁한테 연락이 왔다. 만나자고.”
“그렇습니까.”
“다시 함께하자는 의미겠지? 내가 한동안 경찰 일에 집중했으니까.”
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쉰 송태석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쩌면 그게 경찰의 일인가.”
황성빈은 일단 입 다물고 있기로 했다.
중년 남자가 한탄할 때는 잠자코 들어주는 게 편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리, 아니지.”
송태석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이주혁이 그놈을 이길 수 있겠어?”
송태석은 내심 그쪽 편이었던 황성빈의 의견을 듣고자 물어본 것이었다.
그의 질문에 황성빈은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뭐, 거기 직원들 보면 뭘 하든 할 수 있을 것 같던데요. 아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 위세 높던 주철수도 무너졌고, 사실상 행동대장 역할이었던 강 권사도 듣자 하니 죽었다고 한다.
이대로만 가면 선생이란 놈도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선생의 전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황성빈은 그리 생각했다.
“그러냐…….”
탁.
담배를 튕겨 끈 송태석이 창문 바깥으로 꽁초를 던졌다.
“X발. 담배도 끊어야겠다.”
고개를 든 송태석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마치 주철수를 반드시 잡겠다고 결심한 그때처럼.
* * *
“송태석 과장 쪽은 실패했습니다.”
김정우의 보고를 받은 민지훈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래요?”
“예. 필요하시면 제가 다시…….”
“됐어요. 지금 가봤자 경찰들만 마주칠 텐데.”
“…….”
무표정하게 서 있는 김정우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대체 왜 갑자기 이런 짓을 한 거야?’
SA시큐리티 녀석들의 손아귀에서 탈출하고 돌아왔을 때, 김정우는 당연히 민지훈이 자신을 심문하겠거니 했다.
적진에 침투하고도 무사히 살아나온 꼴이니까.
하지만 민지훈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듯, 아니. 덮어준다는 듯이 평소처럼 행동했다.
김정우가 이상함을 느낀 건 그때부터였다.
‘어딘가, 뒤가 없는 듯한…….’
오늘 송태석 과장의 암살 시도도 그렇다.
확실히 죽이고 싶다면 자신이나 휘하의 경호대를 보내면 될 터.
그런데 민지훈은 어중이떠중이 둘을 보낸 것이다.
김정우로선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결국 그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저…… 왜 확실히 마무리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마무리라.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그게 무슨…….”
씨익.
민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이상 죽여버리면 대화 자체를 거부할지도 몰라서요.”
“아.”
여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김정우는 더 듣는다 해도 모를 것 같아, 이내 마음을 접었다.
그걸 본 민지훈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물었다.
“그나저나 김 실장님. 예전 동료들을 만나신 소감은 어때요?”
김정우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슬쩍 들었다.
“동료라기도 애매한 사람들입니다. 그저 같은 부대 출신일 뿐, 얼굴을 자주 마주친 것도 아닙니다.”
“그래요?”
“다만 실력은 녹슬지 않은 듯 했습니다. 다들 날이 서 있더군요.”
민지훈은 아쉬운 마음에 살짝 탄식했다.
“원래는 일부러 고립시킨 뒤에 이쪽으로 끌어들이려 했는데…… 간발의 차로 뺏기니 미련이 자꾸 남네요.”
“저처럼 말입니까?”
김 실장의 물음에 민지훈이 피식 웃으며 돌려서 말했다.
“대신 돈 많이 받고 좋잖아요. 안 그래요? 김 실장님?”
“맞긴 합니다. 그래서, 지금부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김정우의 물음에 민지훈이 의자 뒤로 기댔다.
끼익-.
“준비를 해야죠.”
“…….”
“전쟁 준비를.”
달칵.
“우선…….”
쓰고 있던 동그란 안경을 책상 위에 내려 둔 민지훈의 표정이 변했다.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던 전과는 달리, 마치 감정이 사라진 듯한 얼굴이었다.
“선전포고부터 하는 게 맞겠죠.”
* * *
다음 날.
이주혁의 조력자, 한광철은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탁.
차에서 내린 한광철이 뻐근한 어깨를 돌렸다.
그 뒤를 따라온 SA시큐리티의 경호원, 윤건한이 물었다.
“안마해 드립니까?”
“됐다. 매일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광철은 손을 내저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사무실은 3층이었다.
그렇게 문 앞에 도착한 한광철은 평소처럼 열쇠를 열쇠 구멍에 꽂으려 했다.
그 순간.
벌컥!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죽……!”
칼을 쥐고 튀어나오던 남자의 얼굴에 윤건한의 주먹이 틀어박혔다.
콰앙-!
“피하십쇼!”
“X팔. 이 새끼들…….”
한광철은 이를 갈며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여기 남아 있어봤자 짐이 될 뿐이었다.
‘그때 그놈들 동료인가. 아니면…. 설마 선생 놈이?’
타닷.
1층으로 내려온 한광철은 인상을 찌푸렸다.
야구 배트를 든 남자들이 건물의 정문을 잠그고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이, 아저씨. 얌전히 있으면 팔다리 한 짝씩만 가져갈게.”
“움직이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남자들이 시시덕대며 다가왔다.
그에 한광철은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후욱.”
-죽여!
-아아악!
깡! 퍽!
위에선 한창 박 터지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건한은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배트를 손으로 덥석 잡은 뒤, 그대로 상대의 가슴팍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
쩍!
“칵.”
벽에 머리를 처박은 놈이 땅에 철퍼덕 널브러졌다.
살펴보니 대강 대여섯 정도가 바닥에 누워있었는데, 아마 방금 쓰러진 남자가 마지막인 것 같았다.
상황이 정리된 그때….
“야. 저 새끼 잡아!”
밑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한광철이 헐떡이며 위로 올라왔고, 뒤로 험상궂은 놈들이 쫓아오는 게 보였다.
쉬익-.
그 순간,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윤건한이 돌진했다.
“이, 개자식들이……!”
순식간에 한광철을 비켜 내려간 윤건한.
터엉-!
그의 몸통이 쫓아 올라오는 놈들을 날려버렸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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