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41
240화
후두둑…….
“이런 미친!”
기세등등하던 남자가 벽에 처박혔다.
“뒤져!”
액자가 되어버린 동료를 본 남자가 악에 받쳐 배트를 휘둘렀다.
깡!
윤건한의 어깨에 배트가 직격했다.
하지만 한계까지 두들겨 맞으면서 가라데를 수련한 그에게는 어쭙잖은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윤건한은 배트를 잡고 끌어당기며 주먹을 내질렀다.
빠악!
“겍.”
쿵!
남자는 정권을 맞고 마치 당구공처럼 벽에 튕기며 계단 아래로 굴러갔다.
“음…….”
한광철은 한 대 얻어맞은 탓인지 조금 격양되어 보이는 윤건한을 향해 물었다.
“건한아. 괜찮은 거냐?”
“후…….”
숨을 고른 윤건한이 감정을 진정시켰다.
“괜찮습니다.”
과거, 윤건한은 계단에서 살해당한 부모님의 시신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이 깊이 남아 계단에서 싸우는 건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그래서 감정을 잠깐 조절하지 못했으나, 윤건한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일단 자택으로 돌아가시죠. 여긴 위험합니다.”
“그래. 알았다.”
윤건한의 뒤를 따라 바깥으로 나가던 한광철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이상해.’
창문에 돌을 던지는 것 정도는 그렇다 쳐도, 이런 빠따를 들고 찾아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게다가 윤건한 혼자서 제압할 수 있는 인력을 보내는 건 더더욱 그렇다.
최대 조폭인 강남파의 머리 위에서 놀던 선생의 발상치고는 이해할 수 없는 수다.
정확히 표현할 순 없지만, 이전과는 어딘가 다른 느낌이랄까.
어쩌면 애초부터…….
그러며 핸드폰을 꺼내 이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탁.
“어, 주혁아.”
-거기도 당했어요? 다친 곳은 없으시죠?
“어? 그렇긴 한데…….”
-제가 연락 드릴 때까지 안전한 곳에 계세요!
뚝.
그 말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뭐야, 이 자식……?”
* * *
종료 버튼을 누르자마자 다른 팀원에게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임지훈이랑 너희는 괜찮냐?”
-예. 대표님. 다행히…….
“눈 부릅뜨고 지켜봐. 경찰에 보호 요청하고.”
나는 간단한 지시만 내려가며 한참을 보고만 받았다.
전부 누군가 경호하고 있던 요인을 노리고 공격했다는 내용이었다.
“민지훈, 이 개새끼가…….”
송태석 과장을 포함해 서해결 검사, 유나 씨.
최근 들어 그놈이 내 주변 인물 모두를 노리고 사람을 보냈다.
다행히 경호를 붙여 놓은지라 사상자는 없었지만, 손목이 날아간 고광목을 구해준 후로 경호 일을 간간이 돕는 서울광목파 조직원들이 몇 다쳤다고 들었다.
꽈악.
원래는 민지훈을 붙잡고, 어떻게든 범죄 증거를 찾아 감방에 처넣을 생각이었다.
그냥 제거해버리는 건 너무 쉬우니까.
하지만 이렇게 나오면 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렇게 분노를 삭이던 그때.
똑똑.
“들어오세요.”
덜컥.
내 말에 송태석 과장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앉으시죠.”
송태석이 중앙에 놓인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래서, 왜 부른 겁니까?”
“마음 잡으신 것 같길래, 그동안 밀린 이야기나 해 드릴까 했죠. 그런데 여유롭게 얘기할 상황이 아니게 돼서요.”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내 주변인들이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았다고.
송태석도 그 당사자인 탓인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미친놈이 드디어 사달을 내는구만.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겁니까?”
송태석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게다가 확실히 하지 않고 그렇게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닌 놈들만 보내다니. 그 의도를 모르겠군요.”
사실 특수부대 출신을 모아 만들었다는 경호대를 투입하면 되는 일이다.
아무리 잽싸다 해도 총이라도 들면 우리 쪽 사람들을 지키기 힘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대로 하지 않고 간만 봤지.
“일단, 몸조심 하십쇼. 과장님.”
“조심한다고 했는데…… 참. 사람을 가만히 두질 않네요.”
“그놈이 잡히기 전까진 쭉 그럴 겁니다.”
내 말에 송태석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끌어들인 건 전적으로 내 탓이지만, 송태석은 나한테 뭐라 할 수 없다.
애초에 내가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황 순경 그 녀석은 뭐 하다가 그리로 흘러 들어간 겁니까? 원래 깡패였다면서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협박과 폭력이 조금 있긴 했어도…… 어쨌든 녀석은 지금 동생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집까지 구해다 줬으니 개처럼 일해야지.
그리고, 전생처럼 강남파 깡패로 살다 죽는 것보단 지금이 훨씬 나을 거다.
“더 볼일 없으면 가봐도 되겠습니까? 마음도 잡았고, 밀린 일도 처리해야 해서.”
“아. 그러시죠.”
나는 사무실을 나서는 송태석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송태석 과장은 어쨌든 강남서 소속인지라 다른 관할에서 일어난 이번 일의 뒤처리를 부탁할 순 없다.
슥.
나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박건의 명함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광수대 팀장 정도 급은 충분히 가능할 거다.
박건은 내가 뭔가 수작은 부렸지만, 어쨌든 사람을 죽이는 데 관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일찍 취조를 끝내지 않았겠지.
꾹. 꾹.
명함에 적힌 번호를 보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박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광역수사대 팀장 박건입니다.
“예. 이주혁입니다.”
-이주혁 씨?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 이렇게 전화 드렸습니다.”
-사건과 관련된 겁니까?
박건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뇨. 그건 아니고…… 어젯밤부터 일어난 피습 사건, 알고 계십니까?”
-예. 안 그래도 관할서에서 조사 중입니다.
“제가 거기 관해서 증언할 게 있어서요. 혹시 잠깐 시간 괜찮으신지.”
-예. 괜찮습니다.
“지금 어디십니까?”
내 말에 박건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나왔다.
-풍원한정식입니다.
“아. 그럼 그리로 가겠습니다.”
사실, 우리 사람들이 피습당한 일들은 아직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송태석 과장은 본인이 직접 신고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어차피 잘려나갈 꼬리들이라 경찰에 넘겨봤자 나올 만한 것도 없고,
가장 큰 이유는…….
‘애들이 워낙 묵사발을 내놨어야지.’
팀원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상대를 조져놓은 탓이었다.
도무지 정당방위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만큼 그놈들과 우리가 실력 차이가 난다는 뜻이지만.
“후…….”
이렇게 된 이상, 슬슬 그놈을 잡아야겠다.
생포한 다음 성자가 말했던 ‘예언’에 관해 물어봐야지. 그리고 남은 잔당들의 위치도.
다만 쉽게 말할지가 문제긴 하다.
보통 머리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부모를 잘 만났거나, 뼈를 깎는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민지훈은 아마 둘 다 해당될 거다.
나도 미래의 지식을 통해 이득을 취했지만, 대신 이 시간대로 돌아온 직후부터 쉴 틈 없이 움직여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데 녀석은 공리회라는, 정·재계의 인물들까지 포함된 카르텔을 만들었다.
‘최소한 십수 년 이상은 투자했겠지.’
난 아직 과거로 돌아온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즉, 민지훈이 미래 지식을 알게 된 건 꽤 오래전 일이라는 말이다.
저벅.
내 차를 향해 걸어가며 생각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놈이 아는 미래는 이번 생의 미래가 아니야.’
놈이 나를 언더커버 경찰, 그리고 토사구팽으로 죽는다고 알고 있는 걸 보면…… 절대 지금의 내 미래는 아니다.
아마 그건 민지훈이 확인한 나의 결말이겠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궁금한 건 이거다.
‘놈의 목표.’
정치인들을 포섭해 권력을 얻고, 마약을 팔아 돈을 벌고, 특수부대와 조폭을 부려 힘까지 손에 넣었다.
그래서 결국 놈은 뭘 하고 싶은 걸까?
단순히 우리나라 안에서 권력을 누리고 싶은 거라면, 사실 놈은 이미 이룬 상태였다.
민기형이 죽어서 상황이 조금 달라지긴 했어도, 어쨌든 민지훈이 가진 패로도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안에선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었단 소리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뻗어 나가던 사고가 어느 한 곳에서 멈칫했다.
‘설마…….’
놈이 그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신약을 개발하려는 이유.
어쩌면 놈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다른 세력이 있는 건가?
휙휙.
나는 고개를 저으며 불길한 상상을 흩어버렸다.
거기까진 아무리 우리 팀원들과 함께라도 무리다.
우선 눈앞의 목표인 선생부터 처리하고 나서 생각할 문제겠지.
띵-.
그렇게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를 지나 내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단, 내 뒤치다꺼리를 해줄 사람을 하나 더 만들어봐야겠다.
* * *
풍원한정식에 도착한 나는 박건을 만났다.
“또 뵙네요.”
“예.”
무뚝뚝하게 고개를 까딱 숙이는 박건을 지나 유나 씨에게도 인사했다.
“유나 씨.”
“아, 주혁 씨?”
유나 씨의 목과 발목에는 파스가 붙여져 있었다.
부장님에게 배우긴 했지만, 몸이 우리만큼 단련된 건 아니니 얼마 전 일어난 갑작스러운 실전에 근육이 놀란 모양이었다.
“몸은 조금 괜찮으세요?”
내 물음에 유나 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상생활에는 문제없어요.”
표정과는 달리 유나 씨의 안색은 조금 어두웠다.
일반인이었던 사람이 우리와 엮이며 좋지 못한 일들을 겪은 거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동생까지 다쳤으니, 유나 씨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
“우선 저 경찰 아저씨랑 할 얘기가 있어서, 끝나면 다시 올게요.”
“네.”
“왔냐?”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부장님이 뚱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고 서 있었다.
“예. 왔습니다.”
“저 양반이 네가 말한 광수대 팀장이냐? 좀 세 보이던데.”
“그러게요. 그럼 저 세 보이는 사람 우리 편으로 만들고 오겠습니다.”
“그래라.”
부장님을 뒤로하고 날 기다리던 박건에게 다가갔다.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좋습니다.”
박건은 내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건가 싶겠지.
나는 자리에 앉는 박건에게 바로 본론을 꺼냈다.
“서해결 검사님한테 접근하셨더군요.”
“예?”
“정보를 넘겨주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그 말, 아직도 유효한 겁니까?”
내 말에 박건은 눈을 크게 떴다.
“당신도…….”
“박건 팀장님.”
스윽.
“당신은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 * *
이주혁의 이야기를 듣던 박건은 내심 착잡했다.
경찰인 자신은 존재밖에 몰랐던 X를, 일반인인 저 청년은 정체까지 알아냈다.
게다가 그와 직접 맞서고 있기까지.
박건은 눈앞의 청년에게 물었다.
“그럼, 이주혁 씨는 X. 아니, 선생을 어떻게 잡을 생각이었습니까?”
“글쎄요. 그걸 팀장님한테 다 말해줘도 되는 걸까요?”
이주혁의 의심 섞인 시선에 박건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경찰 내부에 조폭들과 내통하는 고위직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건은 그 사람들을 체포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도전하면 결국 광역수사대 팀장이라는 자리를 잃게 되는 건 물론이고, 어쩌면 더 이상 경찰이 아니게 될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그들은 충분히 박건을 실직시킬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현실과 타협하고 있었다.
‘경찰이 아니면 범죄자들을 잡을 수 없으니까.’
그러나 이주혁은 박건의 심정을 안다는 듯 제안을 건넸다.
“그러니까, 저는 뒤에서만 도와달란 말입니까?”
“예. 아무래도 직접 움직이면 높으신 분들한테 찍히잖습니까. 당분간은 제가 요청할 때만 도와주시죠.”
그리 기꺼운 말은 아니었지만, 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마음 같아선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은데, 제가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요. 나중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예.”
박건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떠나는 이주혁을 쳐다봤다.
‘범상치 않은 사람이야.’
겉보기엔 아직 20대 초반이다.
그런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선생의 존재를 알아냈으며, 또 최전방에서 맞서 싸우고 있는 걸까.
박건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 *
‘좋아.’
이렇게 또 한 사람의 조력자를 구했다.
시간이 없어 자세한 설명은 하지 못했지만, 정의 구현을 언급하며 내 포부를 설명하니 우선은 될 수 있는 대로 돕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쓸만해.’
박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의로운 인물이었다.
서해결 검사만큼은 아니지만, 선생을 붙잡아 사회의 질서를 바로 세우려는 명확한 목표가 있달까.
경찰의 이상향을 자신의 목표로 잡고 있는 남자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송태석보다 활동 범위도 넓다.
우선 조만간 박건에게 우리가 잡아 족친 괴한들을 넘기며 보호를 요청해야겠다.
슬슬 우리 팀원들을 불러모아 놈을 족칠 예정이니까.
부웅-.
나는 놈에게 어떻게 대답을 들을까 고민하며 다시 회사로 향했다.
.
.
.
주차를 마치고 로비로 들어서는데, 앞을 지나가던 우재성이 마침 잘 됐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우재성은 들고 있던 편지 봉투 같은 걸 나한테 건넸다.
“받으시죠. 대표님한테 온 겁니다.”
“편지?”
내가 받아본 편지라곤 훈련소에 있을 때 아버지가 보내준 편지밖에 없는데.
누가 보냈나 싶어 수신인을 확인하려 했지만, 편지 봉투엔 받는 사람인 내 이름만 적혀 있었다.
“뭐야?”
나는 격한 수상함을 느끼며 봉투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대체 무슨 내용인가 해서 편지지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움찔.
그리고 나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민지훈입니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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