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38
237화
나는 우재성과 같이 인터넷에 올리 온 기사들을 바라봤다.
[부둣가에서 살해당한 조폭. 범인은 모 경호업체?] [한 경호업체가 실적을 올리는 방법. 하지만 이게 단순히 실적만을 위함일까.] [누가 경호원이고 누가 조폭인가. 과연 이러한 행동을 경호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일어난 사건에 관해 살펴보자.]“다 찌라시잖습니까. 메이저 언론사에서 올린 기사도 아니고.”
“그건 맞습니다. 그런데, 워낙 같은 주제로 기사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니, 사람들도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기사 하나를 클릭해 보니, 거기엔 정확한 상황 설명도 없이 단순 추측으로 우리 SA시큐리티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황된 추측이었지만, 댓글로 보이는 반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경호업체라는 것들이 깡패랑 하는 짓이 똑같네.
-조폭들이 줄어드니까 이젠 경호업체냐? 그냥 한국 땅에서 꺼져라.
-민정수석도 비리 터지고 죽더니만…. 쯧쯧.
-딱 봐도 높으신 분들 뒤 닦아준 거 아님? 저 조폭 유명한 사람이던데, 꼬리 자르기일 듯함.
-업체 놈들 싹 다 구속시켜 성실히 조사해야 된다. 그 입에서 누가 나올지 궁금하네.
온갖 댓글을 휙휙 넘겨 가며 읽는데, 기사에서 의문점을 집은 댓글이 보였다.
-근데 증거는 있는 건가? 아무리 봐도 그냥 기자가 소설 쓰는 것 같은데.
그런데 갑자기 내 눈앞에서 댓글이 사라졌다.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이 새끼들이…….”
만약 재판까지 넘어갔다 쳐도 나는 무죄가 나올 거다.
애초에 내가 죽인 것도 아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에게 범죄자 프레임을 씌우는 이 기사들에는 이상하리만큼 SA시큐리티를 비난하는 댓글들뿐이었다.
게다가 기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댓글을 삭제하는 걸 보면, 분명 악의적으로 SA시큐리티를 매장하려는 여론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누구의 소행일지는 안 봐도 뻔하고.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세 가지 정도 선택지가 있습니다.”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우재성이 설명했다.
“먼저 첫 번째. 그냥 무대응입니다. 이대로 둬봤자 대표님은 무죄고, 후속 기사를 쓰기도 뭐한 상황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지겠죠.”
하긴, 그렇기도 하다.
뉴스 같은 걸 보고 비난을 쏟아내다가도 몇 달만 지나면 금세 잊어버리는 게 사람이니까.
“다음은 언론사에 직접 대응하는 방법입니다. 회유든, 협박이든 간에 기자들이 입을 다물게 하는 거죠. 중소 언론사들이 주로 여론을 만들고 있으니, 귀찮긴 해도 먹힐 겁니다.”
“세 번째는요?”
“경찰 쪽에서 공식적으로 대표님이 무죄라는 걸 밝혀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성실히 조사받고, 대표님의 증언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하는 겁니다.”
“흠…….”
나는 세 가지 방법을 택했을 때 벌어질 일을 생각하며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로 합시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뭐, 이런 댓글 달리는 걸로 우리 일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직접 찾아와서 짱돌이라도 던지면 모르겠네.”
내 말에 우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합니다. 사실 대응한다 해도 큰 의미는 없겠죠.”
“굳이 나서서 관심을 받는 것보단 그냥 잠잠해지기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아마 선생은 나한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길 바라고 이런 짓거리를 한 것 같은데.
어차피 제대로 된 기사도 아니고, 나한테 죄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외려 가만히 있는 게 낫다.
괜히 나선다 해도 뭔가 찔려서 해명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날 테니까.
탁.
“팀원들한테는 우재성 씨가 잘 말씀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스윽.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세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올빼미족인 탓인지 거의 저녁 시간인데도 녀석은 방금 일어난 듯한 목소리였다.
“지금이 잘 때야?”
-아, 그거 봤다. 사람도 죽이고 다니는 줄은 몰랐는데.
“지랄. 뭐 하나 부탁 좀 하자.”
내 말에 고세운이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뭔데. 기사 다 지워줘?
“됐다. 괜히 그래 봤자 역풍만 맞지. 그거 말고, 기사 쓴 기자들 신상이나 좀 털어줘.”
-신상은 왜.
“뭐 하는 놈들인지나 알아보게. 그놈 편인지, 아니면 그냥 돈 받고 쓴 건지 궁금해서.”
-알았다. 내일 낮까지 보내주지.
“그래.”
뚝.
전화를 끊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선생 놈이 우리 업체의 이미지를 조져놓은 이상, 언론 플레이나 이미지 메이킹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한번 나락으로 가버렸으니, 원래대로 회복되려면 시간만이 약이다.
“후…….”
예상치 못하게 한 방을 먹었으니, 나도 그대로 돌려주는 게 인지상정.
단단히 벼르며 내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어? 서 검사님?”
“이주혁 씨. 이거, 오랜만에 뵙습니다.”
서해결 검사가 내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오랜만에 보는 여자가 한 명 더 보였다.
“뭐야. 민수진?”
“…이주혁.”
민수진은 내가 매몰차게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탓인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나는 눈을 피한 뒤, 서해결 검사 쪽을 보며 물었다.
“이젠 좀 괜찮으세요?”
“예. 다 추슬렀습니다. 저는 제 할 일을 해야죠.”
“다행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두 분이 같이 오신 겁니까?”
이 조합은 상상해본 적도 없는 조합이란 말이지.
내가 의아해하자 서해결 검사가 안경을 슥 올렸다.
“바로 알려드려야 할 소식이 있어서요.”
“아,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두 사람을 데리고 내 사무실로 들어갔다.
탁.
그리고 차 두 잔을 타 앞에 놔줬다.
“감사합니다.”
“고마워.”
털썩.
자리에 앉으니, 차를 홀짝이던 목을 적신 서해결 검사가 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어? 이거…….”
나도 가지고 있는 명함이었다.
내 반응에 서해결 검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직원분들에게 들었습니다. 이분이 와서 이주혁 씨를 데려갔다고.”
“예. 맞습니다. 그런데 검사님은 어쩌다 명함을 받으신 겁니까?”
서해결 검사는 옆에 앉은 민수진을 돌아보며 설명했다.
“여쭤볼 게 있어서 민수진 씨 댁으로 찾아갔는데, 이분이 걸어 나오시더군요.”
“박건 팀장이 말입니까?”
광수대 팀장이 민수진을 찾아갔다라.
민기형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함인가?
나는 짐짓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수진에게 물었다.
“그 사람이 와서 뭐라고 했어?”
스윽.
먼 산을 보던 민수진이 이쪽을 힐끗 쳐다보며 대꾸했다.
“내가 그걸 너한테 왜 얘기해줘야 되는데?”
“대답하기 싫으면 말아라. 검사님. 검사님은 들으셨죠?”
내가 바로 신경을 돌려버리자, 민수진은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는지 당황한 듯 보였다.
지금은 얘랑 실랑이할 시간이 없다.
“음. 그게…….”
“자, 잠깐만요.”
“음?”
민수진이 입을 열려는 서해결 검사를 막았다.
그리고 무심한 표정의 나를 보고 억울한 투로 말했다.
“네가 먼저 나 가지고 놀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차갑게 구는 거야?”
가지고 놀다니.
내가 조금 이용한 적은 있지만, 그렇게 얘기하면 검사님이 오해하잖아.
“가지고 놀……?”
살짝 당황한 서해결 검사에게 손을 내젓고 민수진에게 항변했다.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 말이 틀렸니?”
“…….”
“불순한 의도로 접근해놓고, 단물만 쭉 빤 뒤에 사라졌잖아. 이게 가지고 논 게 아니면 뭐야?”
민수진이 늘어놓는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내 제안을 거절한 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마지막에 매몰차게 떠난 건 사과해.”
하긴, 너무 단박에 끊어내긴 했다.
그때는 민기형의 가족이라는 생각에 언제 도청이나 감시가 들어올지 몰라 그랬던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어린애한테 너무 차갑게 대한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말투를 보니 내가 사과해야만 자기가 가진 정보를 넘겨줄 것 같다.
“미안하다.”
결국 나는 최대한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그땐 내가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어서 네 감정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그리고 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더 그렇게 대한 것 같네.”
내가 정말 이렇게 사과할 줄은 몰랐는지 민수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랐다.
“어, 어…….”
하지만 이내 표정을 원래대로 돌리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뭐, 네가 나한테 편견을 가졌던 건 용서해줄게.”
“고맙다.”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서해결 검사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민수진에게 보이지 않게 입 모양으로 물었다.
‘임 사장님은……?’
‘그런 거 아닙니다.’
인상을 팍 쓰며 부정했다.
잠시 말을 고르던 민수진은 서해결 검사 쪽을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검사님 먼저 말씀하고 계세요. 주혁아. 혹시 화장실은 어디니?”
뭔가 호칭이 바뀐 것 같은데.
“나가서 오른쪽으로 쭉 가면 있다.”
민수진은 얼굴이 조금 상기된 채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서해결 검사가 입을 열었다.
“박건 팀장 말입니다. 아무래도 뭔가를 알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알고 있다뇨?”
“강남파 뒤에 있는 자를 잡고 싶다고, 법의 심판을 내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박건도 선생의 존재를 알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저에게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주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면서 이 명함을 건넸습니다.”
“흐음…….”
처음엔 박건도 여느 때처럼 윗선의 지시를 받아 나를 엿 먹이러 온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 것치고 생각보다 쉽게 풀려나서 의아했는데, 박건도 그 나름대로 선생을 쫓고 있는 사람이었다니.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전달해드리고자 찾아온 겁니다.”
광수대 팀장 박건.
마음 같아선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긴 한데, 해소되지 않는 일말의 의심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달칵.
잠시 화장실에 갔던 민수진이 돌아왔다.
그래. 일단 박건이 민수진에게 뭐라 말했는지부터 들어보고 생각하자.
시험 문제든, 면접이든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오는 법이니까.
“민수진. 아까 흐지부지돼서 답을 못 들었는데, 박건이 찾아와서 어떤 질문을 했는지 기억해?”
“어. 그냥 아빠가 평소에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아빠가 뭔가를 숨기진 않았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봤어.”
민수진이 말한 건 내가 대충 예상했던 질문들이었다.
경찰로서 유가족을 조사하고, 선생을 쫓는 사람으로서 민기형에 관해 알아보려 한 거다.
하지만 민수진은 아는 게 없으니 별 성과는 없었겠지.
이 정도면 박건은 충분히 접근해볼 만한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려는데, 서해결 검사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제가 민수진 씨와 함께 온 건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아, 그래요?”
민수진을 돌아보자 녀석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
마치 말을 꺼내기 힘든 듯한 모습에, 서해결 검사가 옆에서 물었다.
“말씀하시기 힘들면 제가 대신…….”
“아뇨. 괜찮아요.”
잠시 머뭇거리던 민수진이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지훈 오빠가 나를 찾아왔는데……. 뭔가 달라진 거 같아.”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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