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쩍!
“크학!”
장발, 삼귀가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졌다.
“푸하……!”
황성빈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무릎을 짚었다.
라세흠 부장에게 받은 속성 훈련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배가 갈라졌을 것이다.
고개를 돌리자, 뒤에서 명령을 내리던 안경잡이, 이귀를 대머리가 잡아 메다꽂는 게 보였다.
“크압!”
쾅-!
“켁.”
이귀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축 늘어졌다.
그걸 본 벙거지, 일귀가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을 제외한 동료 넷은 이미 당했다.
그러나 덩치, 대머리, 애송이 셋 다 부상 상태였다.
‘이것들만 빠르게 처리한다.’
안타깝지만, 일단 자신이라도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일귀는 신속히 동료들의 복수만 하고 몸을 빼낼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촤악-!
“큭!”
우선 가장 성가신 대머리부터.
빠르게 손을 놀려 혈관이 지나가는 허벅지를 베었다.
대머리는 피가 훅 빠져나가는 감각에 다급히 지혈을 시작했다.
한 명은 무력화시켰으니, 다음은 만신창이가 된 애송이.
황성빈은 다음 목표가 자신이라는 걸 깨닫고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었다.
“이런 개새끼가!”
캉!
칼날이 맞부딪혔다.
황성빈도 칼을 못 쓰는 건 아니었지만, 이십 년 이상 칼을 잡고 산 일귀에게는 당해낼 수 없었다.
게다가 진작 여러 곳을 베여 피를 흘린 황성빈은 슬슬 체력이 한계였다.
“이런…….”
그걸 지켜보는 고광목도 돕기 위해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꾸욱.
일귀는 무감정하게 황성빈의 목을 따기 위해 칼을 휘둘렀다.
“씨……!”
황성빈은 순간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착하게 살걸…….’
자세가 무너져 피할 수 없는 칼에 눈을 질끈 감던 그때.
휘릭!
일귀가 황급히 손을 거뒀다.
팔이 들어갈 위치로 투척용 나이프가 날아온 탓이었다.
당황한 일귀의 눈에 이쪽으로 달려오는 두 남자가 보였다.
나이프를 던진 배상훈이 다른 칼을 꺼내 들었다.
“반갑다!”
“이런…….”
“내려오길 잘했네.”
배상훈이 자세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뱃머리 쪽을 대강 정리하면 이쪽을 도우라는 이주혁의 지시가 있었다.
아무래도 숫자에서 차이도 나고, 상대도 잔챙이들만 있는 게 아니었기에 승부가 쉽게 나지 않았다.
“…….”
일귀는 표정을 굳혔다.
새로 등장한 놈도 보통이 아니었다.
“흡!”
배상훈은 일귀에게 칼을 휘둘렀다.
콱! 타닥!
두 사람의 칼과 주먹이 박 터지게 맞부딪혔다.
일귀는 눈앞의 이놈 정도는 상대할 수 있겠으나, 조금 전 칼을 던진 놈까지는 무리였다.
잠시 손을 나누던 일귀가 판단을 내렸다.
‘복수는 나중. 일단 이 자리에서 빠져나간다.’
일귀는 이를 악물고 칼을 더 빠르게 휘둘렀다.
캉! 캉!
“뭐 이런……!”
배상훈은 칼을 받아치며 살짝 당황했다.
생각보다 칼질이 들어오는 게 날카로웠다.
거기다 상대가 이 악물고 미친 듯이 휘두르니 뚫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크앗!”
일귀는 칼로 상대의 움직임을 견제한 뒤, 전장을 벗어나기 위해 뜀박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총성이 울렸다.
퓽! 투퍽-!
“컥.”
고무탄에 뒤통수를 맞은 일귀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쿠당탕!
“한 놈 잡았고.”
백기준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놈들에게 고무탄을 갈기며 배상훈을 향해 물었다.
“왜 귀찮게 칼질하고 있어?”
“고무탄 다 썼다.”
“쯧쯧. 좀 아껴 쓰지.”
바닥에 엎어졌던 일귀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크으…….”
“어이고?”
일귀는 코피를 줄줄 흘리며 시뻘게진 눈으로 백기준을 노려봤다.
“쟤 중요한 앤가?”
“모르겠는데.”
“그럼 뭐.”
그런 일귀에게 백기준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퉁-! 퍽!
일귀의 머리가 다시 한번 뒤로 젖혀졌다.
털썩.
그렇게 쓰러진 일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무리하자.”
“오케이.”
두 사람이 여기서 가장 강한 일귀를 쓰러뜨리자, 전투의 양상은 순식간에 SA시큐리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적 열세였지만, 질적 우위였다.
작전팀 팀원들이 각자 열 명 이상은 너끈히 쓰러뜨렸고, 조력자들도 1인분 이상은 충분히 해줬다.
배상훈은 잔당들을 두들겨 패며 화물선 쪽을 돌아봤다.
‘너만 무사히 나오면 우리가 이기는 거다.’
제발 무리하다 뒈지지만 마라.
그리 생각한 배상훈이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 * *
타탓-!
나는 내려가는 길을 찾으며 빠른 속도로 달렸다.
이런 커다란 배 안에서 진행되는 임무에 투입된 적이 있어서 구조를 파악하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탕탕탕-!
그렇게 철제 바닥의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달렸다.
‘분명 이 안에 있어.’
대체 여기까지 날 불러들여서 뭘 하려는 건진 몰라도, 민지훈은 분명 이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런데 왜 굳이 나한테 선전포고까지 하면서 여기까지 부른 건지 모르겠네.
일대일로 붙기라도 하잔 건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긴 하지만, 놈도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게 있으니 이런 짓을 벌였으리라.
어쩌면 날 회유하기 위해 감언이설로 날 꼬드길지도 모르지.
뭐가 됐든 놈 치곤 상당한 허술한 계획이다.
‘무슨 꿍꿍이냐. 대체.’
뭐가 됐든, 일단 얼굴 보면 먼저 한 대 후려갈기고 시작해야겠어.
그렇게 달리던 그때, 코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발을 멈추기도 전에 눈앞으로 커다란 주먹이 나타났다.
떠엉-!
간신히 양팔을 들어 막았지만, 엄청난 위력에 두 발이 번쩍 들렸다.
“큽!”
쿠당탕!
허공을 날아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자마자 또다시 얼굴을 향해 발차기가 날아왔다.
나는 이를 악물고 상체를 뒤로 젖혔다.
후웅-!
바람이 턱을 스쳤다.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계속 피하기만 하다 당할 거다.
나는 뒤로 크게 구르며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상대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었다.
“너는?”
“오랜만이다.”
2m는 될 법한 덩치에, 근육으로 꽉 찬 몸뚱아리.
웃통을 깐 놈이 사나운 표정으로 날 노려보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그때의 복수를 하겠구나. 이 거지 발싸개 같은 놈아.”
“누구더라.”
“뭐?”
내 말에 상대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사실 누군지는 눈치챘다.
납치된 서해결 검사를 구할 때 삼단봉으로 두들겨 팼던 놈.
아귀였나. 그 5인조 킬러와 같이 있던 놈으로 기억한다.
“찢어 죽인다!”
아귀가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멧돼지처럼 돌진했다.
나는 내 1.5배는 되어 보이는 손아귀에 잡히지 않기 위해 뒤로 돌아 달렸다.
전화번호부도 그냥 찢어버릴 것 같은데, 잡히면 내 살도 똑같이 다짐육 행이다.
게다가 삼단봉으로 한참을 때려도 버티던 놈이다. 어쭙잖게 공격하다간 외려 반격당해 한 방에 골로 갈 수도 있단 말이다.
쿵! 쿵! 쿵!
뒤에서 무슨 호랑이가 쫓아오는 소리가 난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진짜 짐승 같은 몰골의 미친놈이 달려오고 있었다.
철컥.
나는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권총을 다시 주워 방아쇠를 당겼다.
퓽! 퓽! 퓽!
발사된 고무탄이 얼굴을 가린 놈의 손바닥과 몸통에 명중했다.
퍽! 퍽!
하지만 아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날 붙잡기 위해 몸을 던졌다.
‘무슨?!’
아무리 근육을 단련한 사람도 고무탄에 맞으면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놈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신음도 내지 않았다.
붕-! 붕-!
나는 아귀의 주먹질을 간신히 피하며 놈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봤을 때보다 눈이 붉고 혈관이 도드라져있었다.
단순히 날 보고 분노한 탓에 그런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성수. 그걸 맞았군.’
감각이 증폭되지만, 그중 유일하게 통각은 마비되는 마약성 물질.
아귀는 그걸 통해 통증을 거세한 게 분명했다.
확인을 위해 놈의 사타구니를 짧게 끊어 찼다.
퍽!
놈이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고통에 몸을 움츠려야 했지만.
“크아아!”
후웅!
아귀는 아무런 감각이 없다는 듯 연신 주먹을 날렸다.
“후우.”
쐐액-!
놈의 돌려차기가 내 가슴팍을 스치고 지나갔다.
정타를 허용하면 아무리 잘 막아도 뼈에 피해가 누적되기에 열심히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머리를 굴려 이놈의 공략법을 고민했다.
원래도 높은 몸의 내구도. 타고난 힘과 스피드.
기술이 조금 딸리긴 하지만, 놈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그게 무조건 좋다고 할 순 없어도, 최소한 이 싸움에서는 절대적 유리함을 가진다.
“뭐 하나만…… 물어보자!”
빠르게 발을 놀리며 하는 질문에 아귀가 잠시 멈칫했다.
“뭐?”
“어떻게 탈출한 거냐? 너네 나라로 끌려간 거 아니었어?”
“흐. 그게 궁금…….”
놈이 뭐라 대답하려 하길래 바로 총을 겨누고 쐈다.
퓽!
“큭!”
눈을 노린 고무탄이 아귀의 볼을 길게 찢고 지나갔다.
“이런 비겁한 새끼가!”
“혼자 약 빨아놓고 비겁은 무슨.”
“크아아!”
아귀는 기합과 함께 날 박살 내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어지간한 사람은 반응도 하지 못하고 머리가 깨졌겠지만, 나는 예상하고 있었다.
떨어지는 주먹을 보고 있자니 주변의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그리고 고양감이 느껴지며 전신의 근육이 활성화되는 것 같았다.
촤악-!
아귀의 아래팔이 길게 갈라지며 피가 쏟아졌다.
“큭?”
칼을 꺼내든 나는 아귀의 발차기를 피하며, 스쳐 지나가는 발등에 칼을 담갔다 뺐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 몸이 움직이는 느낌.
주철수와 싸울 때 느꼈던 이 감각이 다시 느껴졌다.
씨익.
“아, 칼 쓰는 건 처음 보지?”
이래 뵈도 구르카 용병한테 직접 전수받은 기술들이라고.
“이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아귀가 마치 할퀴듯 손을 내리쳤다.
그에 낮은 자세로 몸을 회전시키며 놈의 겨드랑이를 깊숙이 그었다.
촤악!
피가 튀며 아귀의 오른팔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는 뒤로 돌며 놈의 등 근육을 몇 번 더 쑤시고 벤 뒤, 아귀가 발악하듯 휘두른 팔을 숙여서 피했다.
투둑.
아귀는 피를 흘리며 비틀댔다.
그래. 이놈도 사람인데, 칼로 쑤시면 당연히 뚫리지.
“왜, 왜…….”
“왜 지는지 모르겠어?”
뿌득.
어금니가 부서져라 깨무는 아귀를 보며 비웃음을 지어줬다.
“그동안 발전이 없었잖아.”
“……뭐?”
“그때도 털렸는데, 지금이라고 안 그러겠어?”
“크아악!”
아귀는 나한테 달려들며 주먹과 발차기를 섞어가며 공격을 몰아쳤다.
촥. 촤악.
상처 부위에서 빠져나온 피가 벽과 바닥에 흔적을 남겼다.
“으아아아!”
아까보다 더 마구잡이가 되어버린 공격을 내가 맞아줄 리가 없지.
얼굴로 튀는 피를 손바닥을 막으며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몸을 웅크리며 어깨로 놈의 명치를 들이받았다. 그와 동시에 들고 있던 칼로 옆구리를 몇 번 쑤셔줬다.
“쿠훅……!”
“자라.”
뻑!
팔꿈치로 턱을 돌리자, 아귀가 비틀대다 털썩 무릎을 꿇었다.
“끅…….”
마음대로 몸이 안 움직일 거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턱은 급소거든.
나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아귀의 머리통을 잡은 뒤, 그대로 당기며 무릎을 쳐들었다.
쩌억-!
아귀의 얼굴이 그대로 박살 나며 피를 뿜었다.
“푸하악……!”
뒤로 기울어지는 머리를 따라가 주먹을 한 번 더 꽂았다.
쾅! 텅-!
아귀의 뒤통수가 땅에 부딪혔다.
“끄륵…….”
넘어져 부르르 떠는 아귀를 발로 뒤집고, 들고 있던 칼을 허리에 꽂아버렸다.
콰득-!
“쿠에…….”
“평생 휠체어나 타고 다녀라.”
일말의 배려로, 출혈이 심하지 않게 칼은 뽑지 않았다.
스윽.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던 길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코너를 돌아가니, 정면에 문이 하나 보였다.
“하.”
그쪽으로 다가가 조타륜처럼 생긴 문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끼릭. 끼릭.
덜컹 소리와 함께 열린 문 너머로,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왔네요.”
“오랜만이다.”
나는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며 싸늘한 표정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선생. 아니, 민지훈. 이 개새끼야.”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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