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03
#303화
“@#$! $%!”
“#$^#$!!”
조추성의 동생과 자식들이 사는 집.
여기로 찾아온 놈들이 경찰들에게 잡혀가는 걸 먼발치에서 지켜봤다.
‘예상을 벗어나질 않네.’
자수하면 가족들을 챙겨 준다고 하더니, 밀고하니까 바로 부하를 보내네.
미리 조추성을 시켜서 경찰을 보내 놓길 잘했다.
“후.”
어쨌든, 조추성은 현재 상황과 내 설득에 못 이겨 결국 경찰에 자수했다.
당연히 중산무역의 사장, 루성이 저지른 범죄를 고발하면서 말이다.
그 덕에 루성은 사기, 비리와 더불어 마약 유통 혐의까지 받았다.
즉시 구속을 위해 경찰이 출동했고.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발악을 하겠지만, 아마 얼마 못 가서 잡힐 거다.
땅덩이가 넓다곤 해도, 중산무역은 바닷가에 세워진 회사다.
‘도망갈 수 있는 루트가 한정되어 있으니까.’
설령 닥친 상황을 피해 가도 놈에게는 암울한 미래만 기다리고 있겠지.
원래는 직접 쳐들어갈까 고민했다.
팀원들을 데리고 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조용히 처리하는 것보단 공권력을 이용해 날려 버리는 게 아무래도 그림이 좀 더 좋다.
솔직히 삼합회와는 감정이 썩 좋은 건 아니지만, 적대하기엔 놈들의 세력이 너무 크다.
‘지부가 한둘이 아니야.’
거기다가 민지훈에게 듣기론 서클 내에서도 발언권이 꽤 되는 편인 것 같고.
삼합회는 나중에 내 기반이 다져졌을 때 적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혹시 내가 이곳에 왔다는 걸 누군가 알아챈다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남소영의 사업체에 투자한다는 구실이 있기도 할뿐더러, 스가와라가 속한 스미요시카이 측에서 삼합회에 정식으로 성명문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누군가의 개입으로 루성이 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져도 된다는 소리다.
‘겉으로는 야쿠자들이 작업한 걸로 알려질 테니까.’
이번 일은 삼합회와 야쿠자의 분쟁인 거다.
상황이 마무리된 걸 확인한 나는 옆에 있던 남소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뭐, 이제 상납금을 안 뜯길 테니 그 정도쯤이야.”
조추성의 자수를 대가로 놈의 가족을 챙겨 주기로 했는데, 남소영은 그들을 내가 준 투자금으로 도와주라고 했다.
“조추성은 몰라도, 걔 조카들이랑은 잘 지냈거든.”
뭐, 나야 쓸데없는 돈 안 써도 되니까 좋긴 하다.
“이제 돌아갈 거야?”
“그래야죠. 남소영 씨는 그 일 계속하실 겁니까?”
“아마도. 이제 와서 다른 걸 하기엔 좀 힘들 것 같아. 수입도 나름 괜찮아서 당분간은 이걸로 먹고살려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남소영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 여러 가지로.”
“별말씀을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
“네. 두 사람도 인사 나누세요.”
뒤를 돌아보니 사발이 다가왔다.
“마무리하고 돌아와.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응. 조심히 돌아가.”
나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이제 여기 일은 마무리하고 돌아가야겠다.
씨익.
이제 슬슬 내 세력을 구축해 볼까?
* * *
떠나는 이주혁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남소영이 사발을 돌아봤다.
그녀는 일전에 이주혁에게 내보였던 사람 좋은 표정을 지운 채로 입을 열었다.
“야.”
“음?”
“어쩌다 저런 애를 물었어?”
사발은 히죽 웃는 남소영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물긴 뭘 물어. 내가 물린 거지.”
“참나. 그걸 믿으라고? 쟤가 어떻게 너를 무냐?”
“와이프한테 말한다잖아.”
“아. 통제할 방법이 그거였나?”
남소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그럼 뒤통수도 못 치냐? 돈도 많은 게 한탕 하면 짭짤할 것 같던데.”
“…….”
“아니면 드디어 정착할 생각이야? 원래 독고다이면서.”
“글쎄.”
잠시 고민하던 사발이 입맛을 쩝 다셨다.
“그러기엔 지금도 나름 재미있어서.”
“그래. 걔는 대체 뭐 하는 애길래 삼합회를 막 건드리고 그러는 거야?”
사발은 남소영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고 손을 내저었다.
“에이. 너한테 말해 줄 건 아니고.”
“야. 뭔데 그래?”
“나중에 알게 될 거다.”
“지랄하네. 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해.”
“아무 데서나 말하고 다니면 안 되는 거라 그래.”
단호한 표정에 남소영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알았어. 나중에 따로 한번 알아봐야겠네.”
“괜한 짓 하지 마.”
“뒤를 캐본다는 건 아니고, 그냥 기본적인 것들만. 그 정도는 괜찮잖아?”
“관심도 가지지 말란 소리야. 지금처럼 착실하게 살기나 해라.”
그 말을 들은 남소영이 비웃었다.
“됐거든. 착실은 무슨.”
그걸 본 사발은 혹시 하는 생각에 당부했다.
“삼합회 떨거지들 모아서 뭐 해 보겠다…… 뭐 그딴 생각 하는 거 아니지?”
“……그럴 리가.”
잠깐의 정적에 사발은 남소영을 노려봤다.
그러자 그녀가 머쓱함에 미소를 지었다.
“그냥 해 본 말이야. 농담.”
“어휴……. 나도 가련다. 수고해라.”
“어. 가.”
저벅.
남소영은 뒤돌아서는 사발의 뒷모습을 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놈이 재밌다고 하는 걸까.’
남들 뒤통수치고 속이고, 협잡질하는 것 말곤 흥미가 없는 게 바로 사발, 추현국이다.
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받긴 했지만, 남소영은 궁금증이 드는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추가 놈은 말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그 양반한테 물어봐야 하나.’
남소영은 이내 이주혁에 관한 생각을 접었다.
호기심은 가나, 지금은 그게 우선이 아니었다.
저벅.
그녀는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세우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아~ 뭔가 허무하네. 생각보다 별거 없어서 그런가.”
부장님은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내내 투덜댔다.
“아니, 뭐 가는 데마다 사건이 터지는 것도 이상하잖습니까. 좋은 게 좋은 거죠.”
“그래도 인마. 삼합회 놈들 안 그래도 한번 혼내 주고 싶었단 말이야.”
그 말과 함께 부장님이 표정을 굳혔다.
“왜요?”
“예전에 유나 가게에 침입하기도 했고, 서 검사님도 그놈들이 납치했잖냐.”
“그랬죠.”
그러고 보니 그놈들은 어느 지부에서 온 걸까.
“그리고 그 일도 있었잖아. 광목이네.”
“아.”
홍콩지부에서 왕후성이라는 놈이 왔을 때, 기습을 받은 고광목과 그 부하들이 크게 다쳤다.
그중에서 부상이 악화돼서 죽은 사람도 몇 있었다.
“깡패긴 해도 내가 운동 가르쳐 준 애들이 죽은 거지.”
“머지않아 복수할 기회가 올 겁니다.”
“뭐 거창하게 복수할 정도의 그건 아니긴 한데, 어쨌든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이야.”
“그건 저도 마찬가집니다.”
하여튼 삼합회 놈들은 나한테 도움이 된 적이 없단 말이지.
“뒤에 일정은 있냐? 없으면 밥이라도 먹자.”
“아, 오늘은 힘들 것 같네요.”
“왜?”
“회의를 좀 해야 돼서요.”
부장님이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그때 그거? 맞다. 돌아오자마자 간다고 했지?”
“예.”
“그래. 가자.”
나는 부장님과 함께 내 차로 향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그 인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심사가 뒤틀리는 기분이었지만, 벌여 놓은 일은 마무리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박광훈 – 1시까지 일전의 장소로 방문해 주십시오.]과연 이번엔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직접 얼굴을 내보일지.
가서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
.
.
저벅.
나는 부장님과 함께 호정기획의 최상층에 도착했다.
저번엔 경호를 겸해서 고상미까지 데리고 왔지만, 이번엔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아서 둘만 왔다.
익숙한 문 앞에 도착하자, 경호원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때 있던 놈들은 아니네?”
“잘렸나 보죠.”
저번에 우리에게 시비를 걸었던 경호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덜컹.
나와 부장님은 경호원이 열어 준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원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인원이 전보다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국회의원, 지역구 의원, 차관이나 대법관.
원래 있던 사람들이 아닌 낯선 얼굴들이었다.
나는 그중 면식이 있는 중노년을 쳐다봤다.
“……조병철 실장.”
내 말에 대통령비서실장, 조병철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군.”
“……안 그래도 조만간 찾아뵐 생각이었습니다만, 마침 잘됐네요.”
유나 씨의 가게를 직접 찾아가서 나에 대해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 같던데, 그 때문에 고세운에게 조병철의 옆에 있던 김정우의 위치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만나서 경고도 할 겸 의중을 좀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마주칠 줄이야.
‘역시 저번에 왔던 놈들의 위에 있던 게 조병철이었나.’
그래서 비서실을 이용해 나를 불러낸 거겠지.
이곳에 왔던 이들에게 내 정보를 전해 들었을 테니까.
“…….”
내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조병철과 그 뒤에 선 김정우를 노려보자, 조병철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네가 뭐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지는 아네만, 그때의 일은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주게.”
“그건 당사자가 판단할 일 아니겠습니까. 그 건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시죠.”
“으음. 그럴까.”
지체 높으신 비서실장한테 말을 막 해서 그런가, 바로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던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딴지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누구의 권한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었다.
박광훈에게 듣기론, 이 자리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선생’이라는 존재에 관해 알고 있다.
범세계적인 카르텔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선생.
그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나라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거다.
‘뭐, 표정을 보아하니 다들 동의하는 건 아닌 모양인데…….’
몇몇 사람은 불편한 듯 나를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상상은 간다.
저런 애송이한테 선생의 자리를 맡길 바엔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이겠지.
하지만 이 역할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아서는 안 된다.
민지훈의 목적을 아는 사람도 나고, 그걸 막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도 나다.
처음에는 나도 전면에 나서지 말고 바지사장 격인 인물을 하나 밀어줄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저런 인간들은 허수아비로 앉힌다 해도 말을 들어 처먹질 않는 법이거든.’
어쨌든 여기에 자리하게 된 이상, 이놈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좌중을 둘러보던 나는 호정기획의 사장, 박광훈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놈이 작게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는 길에 박광훈이 보낸 파일을 읽었기에 여기 모인 사람들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대통령비서실장, 국정원장, 건설교통부장관, 금융위원회장.
그리고 국회의장과 대법원장과 같은 정부의 인사들도 있었고, 현재 재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양화그룹의 회장까지.
어디 국가 행사에서나 모일 법한 라인업이었다.
이런 진짜배기 권력자들이 나를 향해 묵직한 시선만을 던지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확 올라왔다.
전생에선 일개 언더커버로 살던 내가 떠오르면서 새삼 지금의 상황이 체감이 된 탓이었다.
“후.”
나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들었다.
조병철은 한번 대화를 나눠 봐서 조금 덜했지만, 나머지는 뉴스에서밖에 접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거기다 구멍가게를 양진그룹이라는 전설적인 기업체로 키워 낸 전설적인 인물까지 여기에 있었다.
솔직히 숨이 턱턱 막히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고작 이 정도에 흔들리면 안 되지.’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다.
앞으로 이들보다 더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단 소리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한 후 마인드컨트롤을 마쳤다.
지금부터는 망설이거나 답답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복잡하던 머릿속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이 ‘모임’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씨익.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생의 뒤를 이어 모임을 주최하게 된, 이주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