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65
#365화
경호대장, 육진모는 현황을 파악했다.
“사망자 0명, 부상자 2명이라.”
끄덕.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피해군.”
육진모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호대는 하나하나가 귀중한 인재였다.
그런 그를 향해 니콜라이가 이죽거렸다.
“우리 쪽은 많이 죽었는데 말이지.”
“그건 감수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니콜라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수긍했다.
“뭐, 그렇긴 하다만.”
실은 그도 크게 개의친 않았다.
니콜라이를 군인 시절부터 따르던 몇몇 측근들은 무사했으니까.
“이제 이 지긋지긋한 블라디보스토크도 끝이겠군.”
담배를 꼬나문 니콜라이가 뒤를 돌아봤다.
글라자의 본거지였던 곳의 입구엔, 피를 흩뿌리며 죽어간 이들의 시신이 이리저리 방치되어 있었다.
대부분이 미하일과 알렉산더의 수하였다.
“잔당은 어떻게 할 거지? 이대로 두면 괜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텐데.”
글라자 소속이 인원이 모조리 소탕된 건 아니었다.
정보원으로 일하던 이들은 알아서 몸을 사릴 거고, 어떻게든 도망친 사람들도 있을 터.
그러나 육진모는 니콜라이의 물음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남은 것들을 소탕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
그들이 다시 뭉쳤을 때 한 번에 분쇄해버리는 게 번거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육진모가 말없이 메모장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자, 니콜라이가 지루하다는 듯한 투로 말했다.
“이제 내 역할은 끝인가?”
“그래.”
“좋아. 그럼 약속한 걸 보고 싶은데.”
그 말에 육진모가 턱짓했다.
신호를 받은 경호대원 하나가 묵직한 캐리어 하나를 들고 왔다.
턱.
“어디 보자…….”
니콜라이는 경호대원이 내려둔 캐리어를 열었다.
지익.
안에 가득 찬 달러를 집어 든 그가 지폐의 냄새를 맡았다.
“좋군.”
니콜라이는 수하에게 캐리어를 넘기며 손을 슥 흔들었다.
“러시아에서 볼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몸을 돌린 니콜라이는 수하와 함께 차로 이동했다.
탁. 부웅-.
그의 집을 향해 차를 몰던 수하가 말했다.
“…뭔가 실감이 안 나는군요. 글라자가 정말 끝장났다니.”
피식 웃은 니콜라이가 창밖으로 담배를 탁 튕겼다.
“모래성에 큰 파도가 덮쳤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그럼, 이제 서부로 가실 겁니까?”
“그래.”
니콜라이가 옆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선생에게 받은 자본금으로 자리를 잡고, 중동에 무기를 팔아넘길 거다.”
선생이 언제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옮길지 모르기에, 그때까진 무기상으로 지낼 생각이었다.
권력에 야망이 있는 니콜라이로선 이 기회가 천금 같았다.
언젠가는 ‘서클’을 집어삼킬 그의 측근이 될 수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괜히 날 선택한 게 아니겠지.’
그가 알기론, 선생은 미래를 볼 수 있다.
그런 선생이 자신을 선택했다는 건, 그가 미래에 거물이 될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니콜라이를 선택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끼익-.
그렇게 니콜라이는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그에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타앙-! 콰직!
“이런 X발!”
니콜라이를 향해 날아든 총알이 차창에 박혔다.
하지만 방탄 처리가 된 창문은 깨지지 않았다.
“어떤 놈이…! 나가서 확인해 봐!”
“예!”
운전석에 앉아있던 수하가 총을 뽑아 들고 내렸다.
그에 니콜라이는 창문을 살짝 내리고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얼굴 보고 대화로……!”
탕! 콰득!
열린 창틈으로 총알이 날아와 반대편 창문에 박혔다.
니콜라이는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며 다시 창문을 올렸다.
‘설마 경호대가 날?’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선생이 굳이 그를 제거할 이유가 없었다.
입막음을 위해서라면 그 자리에서 죽였을 터.
니콜라이가 이를 악문 채 바깥의 상황을 살피던 그때.
탕! 탕!
총성이 터지고, 바깥에 있던 수하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몸을 허물어뜨렸다.
“제기랄!”
니콜라이는 운전석 쪽으로 몸을 욱여넣어 넘어갔다.
차를 몰아 이 장소를 빠져나갈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곧바로 망가져 버렸다.
탕! 탕! 타당!
또 한 번 날아온 총알에 의해 자동차의 타이어가 모조리 터진 것이다.
“X발.”
양옆에서 날아든 총알.
습격자가 최소 둘 이상이라는 걸 파악한 니콜라이가 와락 얼굴을 구겼다.
푸쉭-.
잠시 총격이 잦아들자, 담벼락 뒤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는….”
그의 정체는 레이븐, 유현이었다.
니콜라이는 유현이 다가오는 걸 보며 입을 열었다.
“이봐. 레이븐! 갑자기 왜 이래? 우린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잖아?”
실제로 두 사람의 접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무심한 유현의 반응을 본 니콜라이가 다급히 덧붙였다.
“난 이제 이 도시를 뜰 거다. 이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네 눈앞에서 사라질 예정이라고. 내 말 알아듣나?”
“오랜만이다. 니콜라스.”
니콜라이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몸을 돌렸다.
장신의 한 여자가 총을 든 채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본 니콜라이가 이를 갈았다.
빠드득.
“이 개 같은 년……!”
고상미를 본 니콜라이의 낭심 한쪽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표정을 풀고 소리쳤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바바 야가. 그때 널 막아선 것 때문인가?”
“뭐, 그거 때문만은 아니지.”
고상미의 대답에 니콜라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지 말자고. 원하는 게 있으면 말로 해.”
“딱히 원하는 건 없어.”
성큼성큼 다가와 보닛 위에 올라선 고상미가 씨익 웃었다.
“그냥, 왠지 네가 앞으로 거슬릴 것 같아서. 없애두려고.”
“이런……!”
고상미가 니콜라이를 향해 방아쇠를 수 차례 당겼다.
탕! 탕! 탕!
“쯧.”
그러나 권총으로는 쉽게 방탄유리를 뚫을 수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으나, 이대로 갇혀있는 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니콜라이는 다른 곳에 있는 수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무장 인원 둘이 습격했다! 내 집으로 빨리 튀어와!”
-아, 알겠습니다.
“빨리!”
탄창을 갈던 고상미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는 니콜라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고 올라가 있던 보닛을 연 뒤, 한참 물러났다.
“그래. 언제까지 그 안에 숨어있을 수 있나 보자.”
“설마…?”
니콜라이가 눈을 크게 뜨자, 고상미는 그대로 엔진룸을 향해 총을 마구 난사했다.
탕! 탕! 탕! 탕!
“그, 그만둬!”
니콜라이는 기겁하며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바깥에는 유현이 총을 겨누고 기다리고 있었다.
뭘 선택해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화륵-!
그 순간, 엔진 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걸 본 니콜라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차 문을 벌컥 열고 나갔다.
이어 옆으로 몸을 날리며 유현을 향해 총을 쐈다.
탕! 탕!
유현은 담벼락 뒤에 숨었다.
총알이 벽에 부딪히며 돌가루를 튀겼다.
“드디어 나왔구나. 거북이 같은 새끼!”
자세를 낮춘 고상미가 뒤돌아 달려가는 니콜라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크악!”
어깨 뒤쪽에 총을 맞은 니콜라이가 휘청거렸다.
하지만 어떻게든 중심을 되찾고 집 안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탕!
그런 니콜라이의 등에 총알이 하나 더 날아와 박혔다.
철퍼덕!
니콜라이가 땅을 굴렀다.
“X바알-!”
어떻게든 총을 들어 저항하려 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고상미가 그의 손을 지그시 밟았다.
“끄윽…!”
“니콜라스. 미안하게 됐어.”
“니콜라이라고, 이 개 같은……!”
투캉-!
고상미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그의 팔에서 발을 뗀 고상미가 몸을 돌렸다.
“후.”
이로써 글라자의 수뇌부는 모두 죽었다.
후환이 될 만한 인물은 모두 제거한 것이다.
사실 니콜라이를 제거하는 건 이미 경호대와 얘기가 된 상황이었다.
그의 집 위치를 알려준 게 바로 그들이었으니까.
‘무서운 놈들이야.’
고상미는 경호대장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니콜라이를 제거해도 되냔 소린가?
-그래.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서. 대신 더 열심히 싸워줄게. 어때?
잠시 고민하던 육진모는 별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었다.
반발이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었다.
‘뭐가 됐든, 이놈은 그놈들에게 그리 중요한 존재는 아니었다는 거겠지.’
잠시 니콜라이를 내려다보던 고상미가 주변을 둘러봤다.
인적이 드문 동네라 이쪽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유현은 고상미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게 그 복수인 건가?”
그 물음에 고상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시작일 뿐이지.”
“…그럼 도와달라던 복수는 언제 끝나는 거지?”
선생. 그를 죽여야만 진정한 복수를 이룰 수 있었다.
고상미는 이주혁이 했던 약속을 상기하며 말했다.
“길어도 1년.”
스윽.
“1년 안에 다 끝날 거야.”
* * *
고상미가 러시아로 떠난 후.
나는 한동안 고세운의 전화에 시달렸다.
-러시아에 가게 뒀다고? 미쳤어?!
-아니, 자기가 간다고 해도 말렸어야지!
-돌아가시겠네, 진짜.
아니,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직접 말리던가.
그렇게 말하니 놈은 이렇게 대꾸했다.
-그 인간이 그래도 네 말은 듣잖아. 내가 말하면 씨알도 안 먹힌다고.
뭐, 어쨌든 간에.
오늘로 3일째다.
어제 출발했으니 어젯밤이나 늦어도 오늘 아침에는 거기 도착했을 테고.
그럼 아마 오늘이나 내일 안에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탁. 탁.
볼펜으로 책상을 두드리던 나는 우재성에게 받은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 내가 투자한 종목과 사업의 진행 상황을 정리한 것들이었다.
SA시큐리티는 사실상 영업 중지 상태.
하지만 내가 같이 만든 투자 회사인 SA인베스트먼트는 아직 간판 달고 운영 중이었다.
거기 대표인 우재성은 곳곳에서 밀려드는 고객들 때문에 개고생을 하고 있다.
‘반쯤은 내 탓이긴 하지만.’
주요 고객은 모임에 나오는 멤버들이었다.
내가 주식 투자로 크게 해 먹었다는 게 소문이 났는지, 다들 SA인베스트먼트에 맡기더라고.
팔랑.
갈려 나가고 있긴 해도, 우재성은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해주고 있다.
방금 확인한 건도 마찬가지였다.
몇 달 전 투자한 트위터의 이용자가 슬슬 늘어나고 있었다.
우리 쪽에서 밀어 넣은 투자금으로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더라.
이대로만 가면 늙어서 먹고 살 걱정은 할 필요 없을 듯했다.
‘몇 년만 지나면 유튜브도 빵 뜨겠지. 그것도 미리 준비해 놓을까?’
후배 녀석들이 먹방 같은 거 찍으면 잘될 것 같은데.
아니면 부장님의 헬스 팁 같은 거라던가.
그건 심의에서 걸리려나.
휘휘.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오늘 아침, 민지훈에게서 받은 첩보 때문이었다.
‘삼합회의 수장이 죽었다.’
지금껏 삼합회와 깊게 엮인 적은 없었다.
먼저 공격해온 놈들을 제압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건 우리 편을 지키기 위해서였고.
하지만 삼합회가 상당히 거대한 조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인구가 어마어마한 중국이다.
그곳의 최대 범죄 조직이니만큼 그 세력과 영향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조직의 수장이 바뀌는 일이니까.’
듣기론, 후계자도 지목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삼합회 내에서도 거대한 혼란이 일어날 건 자명했다.
민지훈도 이 틈을 타 삼합회를 어떻게 하려고 할 거다.
나도 그에 맞춰 일을 꾸밀 생각이었다.
‘서클’에 야쿠자를 끼워 넣는 계획을 말이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고상미에게 말했던 것처럼, 앞으로 시간을 더 끌 생각은 없었다.
그놈이 내 계획을 어디까지 예상하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는 민지훈이 깔아놓은 도로로 쭉 달려 나가면 된다.
내 목적을 완전히 이룰 순 없더라도.
민지훈. 놈은 절대 마지막에 웃을 수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