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7
036화
오우야…….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주가 보게.
[3,200원] [3,300원] [3,400원]..
.
[3,800원]2,000원대에 유상증자로 받은 ‘부해양조’ 주가가 역대 최고점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내가 가진 주식은 2,000만 주.
현재가 3,800원으로 계산해도 760억이다.
여기에 나까마 작전으로 벌어들인 돈, 700억과 조이팔의 돈 500억을 합치면 내 재산이 된다.
‘와……. 1,960억.’
아직 ‘킹의 남자’는 개봉하지도 않았고, ‘부해양조’의 상승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재산은 2,000억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겠네.”
언제까지 SA시큐리티라는 작은 회사를 유지할 건 아니다.
내가 자본을 모은 이유는 제대로 된 사업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것도 주철수의 사업과 중복되는 것들로.
그래야, 그놈이 자산을 늘리는 걸 방해할 수 있으니까.
“뭘 준비해?”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라세흠 부장이 물었다.
궁금해하시니, 친절히 알려 드려야지.
“호텔업을 하려고요.”
“호텔? 뜬금없이?”
라세흠 부장한테는 뜬금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난 아니었다.
처음부터 호텔을 인수할 계획으로 자본을 모았다.
“다른 사업도 아니고 왜 호텔이야? 호텔 운영하면, 돈이 많이 남아?”
“아니요. 별로 안 남아요. 평균 영업이익률이 5프로 정도? 잘되면 10프로 정도 남죠.“
“엥? 그것밖에 안 남아? 그런데, 왜 호텔업을 하려고?”
“호텔 안에 들어가는 거 때문이죠?”
“……??”
라세흠 부장은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왜 그 많은 산업 중에서 하필 호텔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다.
이제 그 표정을 바꿔 드려야지.
“카지노요.”
“……카지노?”
“네. 호텔에 딸린 카지노가 엄청난 수익을 안겨 줄 겁니다.”
“……!!”
단편적으로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한국 최대 호텔 그룹인, 진라호텔의 매출액은 4조 7,000억 원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고작 2,100억 정도.
그럼,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 시설인 강원도랜드는 어떨까?
매출액 1조 4,000억에 영업이익이 4,300억이다.
영업이익이 무려 30프로를 넘는다는 거다.
그만큼 카지노는 알짜 중의 알짜 사업이다.
‘그래서 주철수가 하고 있는 거고.’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주철수는 이미 강남에 카지노를 하나 소유하고 있다.
그가 가진 세븐럭키 카지노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조직을 운영하며 세력을 불리는 동력으로 쓰고 있다.
그 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순 없잖아?
강남 세븐럭키 카지노에서 500m 거리에 ‘스페라호텔’이라고 있다.
5성급 호텔로 테헤란로를 끼고 있고 사이즈도 상당히 크다.
난 그 호텔을 인수해서 카지노를 만들려 한다.
주철수의 경쟁 카지노 회사로 만들어서, 그놈이 데리고 가는 손님을 나눠 가지는 거지.
“크크크.”
“주혁아.”
“예?”
“너 웃는 게 악당 같아. 그 뭐냐? 스머프에 나오는 가가멜 같은 웃음인데.”
“아……. 그랬나요?”
기쁨의 웃음이 악당 같아 보였구만.
웃음의 근본이 같기 때문일까?
가가멜이 스머프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처럼, 나도 주철수라는 놈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니까.
‘결론은 다를 거야.’
가가멜은 매번 실패하지만, 난 성공할 거다.
주철수라는 놈을 잡아서 끓는 물에 넣고 빙빙 돌려먹을 예정이다.
“저 왔슴니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난쟁이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번에도 그의 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었다.
“그건 뭐야?”
“이거예. 한우예.”
“한우?”
대충 들고 온 스티로폼 박스가 한우란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피해자 만나고 왔거든예. 한 2억 넣었던데, 그거 돌려주니까 고맙다고 이거 받아가라 카네예.”
“후……. 받지 말라니까.”
“안 받을라고 해도 차에 고마 쑤시 넣어 뿌는 걸 우짭니까? 아따마. 이라다가 사무실이 아주 선물 창고가 되겠으예.”
난쟁이의 말대로 300평대의 사무실이 비좁아 보일 정도로 선물들이 쌓이고 있다.
이것들은 전부 조이팔한테 사기당한 피해자들이 준 것이다.
직원들을 시켜, 투자한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했었다.
피해자들은 처음에 다들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사람이 사기 칠 사람이 아니다.’, ‘왜 돈을 가져왔느냐?’, ‘다시 투자해 달라.’
하나같이 같은 반응이 나올 정도로 조이팔은 피해자들을 현혹시켜 놨다.
그러다, 의료기기는 하나도 구매하지 않은 허위 회사라는 걸 알려 주고.
수뇌부들이 검거되어 경찰서에 있다는 걸 알려 주자, 태도가 돌변했다.
‘조이팔 어딨습니까?!’, ‘자기만 믿으라고 하더니!’, ‘내가 잡아서 조져 버리겠어!’
배신감이 이내 분노가 되었고, 다들 조이팔의 행방을 물었다.
하지만, 그놈을 찾을 방법은 없다.
언더커버로 들어간 배상훈한테 듣기로는 서해로 가는 배를 탔다고 했다.
아마도 서해 어딘가에 잠들어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매일 회식해도 매일 쌓이네예. 오늘도 회식합니꺼?”
“한우 잘못 보관하면 상해. 고기 굽게 세팅해라.”
“알겠슴니더.”
대식가들이 모여 있는 SA시큐리티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피해자들은 많이 챙겨 줬다.
살아 있는 닭을 가져온 적도 있고, 비린내가 사무실을 점령할 정도로 수산물을 가져온 적도 있다.
그만큼 피해자들은 고마운 거다.
공중으로 사라질 소중한 돈을 찾아 준 고마움을 우리에게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한우 박스를 층층이 쌓아 두던 난쟁이가 아차! 하며 말을 꺼냈다.
“행님. 그런데예.”
“응?”
“‘좋은날’ 많이 팔리고 있는 거 아임니꺼?”
“많이 팔리지. 뉴스 보니까 없어서 못 판다고 하던데.”
“하……. 이상하네. 근데 왜 유통하는 꼴을 못 보지?”
“그게 무슨 말이야?”
“없어서 못 파는기, 진짜로 없어서 그런 거 같아서예.”
“뭐?”
“매출도 그렇고. 유통도 잘 안 된다고 하네예.”
“……??”
초대박 광고에 저도수 소주라는 메리트.
거기에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연일 TV에서 떠들어 주고 있는데, 유통이 안 된다니?
“오는 길에 ‘부해양조’ 서울사무소 들렸다가 왔거든예. 갸들이 하는 말이 지방에서는 불티나게 팔리는데, 서울하고 갱기도는 안 팔린데예. 아예, 주문이 안 들어온다고 카데예.”
“어?”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다.
한국 인구의 반이 서울과 경기도에 산다.
그 말인즉슨, 소주 판매량의 절반도 서울과 경기도가 책임지고 있다는 거다.
근데, 이 지역에 주문이 안 들어온다고?
‘이거, 설마…….’
불현듯 스치는 기억.
미래에는 그게 사라지지만, 지금은 만연해 있는 그것.
“이 개X끼들이!”
쾅!
난 주먹으로 테이블을 치며 분노를 표했다.
이 당시엔 주류 도매업을 조폭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게에 조폭들이 우격다짐으로 주류를 넘기고, 거기서 나오는 유통 마진을 남겨 먹는 방식이다.
이러면 주류 도매를 주관하는 조폭들이 이득을 본다.
특정 소주와 맥주만 공급해서 주류 업체에 리베이트를 받아 돈을 남겨 먹는 거다.
주류 회사는 수익이 보장되니까 좋을지 몰라도 일반 가게는 아니다.
그들은 해당 상품만 받아야 하니, 지금처럼 ‘좋은날’이 잘 나가는 시기에도 ‘좋은날’을 받을 수 없는 거다.
“아오! 이것들이 태클을 걸어?”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좋은날’을 슬픈 날로 바꾸려고 하네.
“무슨 일인데?”
내가 분노를 쏟아내자, 라세흠 부장이 묻는다.
그와 눈을 마주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라세흠 부장이면 충분하겠다.’
주류 도매업은 주철수가 건드리지 않는 사업이다.
사업 자체는 큰데, 남는 건 생각만큼 많지 않아서 주철수가 건드리지 않았다.
주류 업체에 리베이트를 받는다고 해도 1병에 10원 정도다.
5%도 남지 않는 사업이라, 주철수의 구미를 당기지 않았다.
그래서 주류 도매업은 다른 조직이 하고 있다.
내가 주철수 밑에서 일하던 시기에는 이런 조직을 만난 적이 없어서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걸리기만 걸려라.’
찾기만 하면, 나와 라세흠 부장이 조져 버릴 자신이 있다.
“부장님. 우리 바람 좀 쐬죠.”
“어디로?”
“음……. 우선, 장충동부터 가시죠.”
그곳에 강북 최대의 주류도매상이 있다.
거기부터 조사를 착수해 봐야지.
누가 잘되고 있는 내 앞길에 소금을 뿌리고 있는지.
“장충동? 오! 좋다. 내가 아는 맛집 있거든. 거기 가서 족발 먹고 오자.”
라세흠 부장님. 진짜 바람 쐬러 가는 게 아니에요…….
뭐, 이러나저러나 상관없나?
이 괴물과 함께 가면, 족발 먹을 시간도 충분히 있을 거 같으니까.
***
강북 최대 주류도매상, 대흥주류를 찾아오자, 영업부장이란 사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어디서 오셨다고요?”
“금복식당에서 왔습니다.”
“아……. 금복.”
금복식당은 이 근방에서 가장 큰 고깃집이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쓸 정도고, 웨이팅도 긴 유명한 곳이었다.
“근데, 금복식당에서 왜……? 주류는 잘 공급되고 있잖습니까?”
“요즘 핫한 게 안 들어와서요. ‘좋은날’은 아예 안 들어오는 겁니까?”
“아! 그거요. 있긴 있는데, 얼마 없어요.”
그러면서 플라스틱 박스가 쌓여있는 곳을 가리켰다.
거기에 ‘부해양조’라고 적힌 박스가 있긴 한데, 말 그대로 얼마 없다.
수천 박스가 따닥따닥 쌓여 있는데, 고작 20박스가 전부였다.
“작은 기업은 이래서 안 돼요. 우리가 공급을 그렇게 늘려 달라고 해도 주지를 못 한다니까요. 이번 주에도 사정사정해서 20박스 받아 온 게 전붑니다.”
지랄염병하네.
순간,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뻔했다.
내가 직접 ‘부해양조’의 생산량을 늘리고 공장도 세웠다.
한 달에 최소 3,000만 병이상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정도면, 전국을 충분히 커버하고 제주도까지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어디서 관계자한테 혓바닥을 놀려?
“요즘 손님들이 ‘좋은날’만 찾아서 제가 직접 ‘부해양조’에 전화해 봤습니다. 근데, 아니던데요. 자기들도 팔고 싶은데, 서울 쪽 주류도매상이 물건을 안 받아 간다고 하더군요.”
“…….”
“‘좋은날’ 좀 들고 와 주세요. 다들 ‘좋은날’만 찾는데, 줄 수가 없습니다. 매번 다 나갔다고 거짓말할 수도 없고요.”
“그……. 그게…….”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얼굴 하지 말고 ‘좋은날’ 공급받아라.
올라가고 있는 ‘부해양조’ 주가에 고춧가루 뿌리지 말고.
그러면, 진짜 나 화낸다.
‘극대노’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몸소 알려 줄 거야.
“저……. 이런 말 하면 좀 그렇긴 한데…….”
영업부장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동식이파라고. 그놈들이 우리한테 ‘좋은날’ 받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동식이파요?”
“쉿! 여기 주류 나르는 직원들 중에도 동식이파 사람들이 있으니까 조용히 말해요.”
“…….”
나한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하고는 귀에 대고 말을 이었다.
“이놈들이 서울, 경기권의 주류 도매는 장악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좋은날’을 받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받았다가는 동식이파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그럼, 저기 쌓인 ‘좋은날’은……?”
“형식적으로 몇 박스만 놔두고 있는 겁니다. 금복식당처럼 찾아오는 업주들이 있어서 보여 주기식으로 하는 거죠. 그래야 비난의 화살이 ‘부해양조’를 향할 테니까요.”
이것들이 잘 나가는 ‘부해양조’를 방패막이로 자기네들 잇속을 챙기고 있네.
열받게.
“동식이파 사람. 지금 여기 있습니까?”
“예? 아……. 있죠.”
“어디에 있죠?”
“그건 왜……?”
두려워하는 눈빛이다.
걱정하지 마.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동식이파 놈들이거든.
“그냥 말해 주십시오.”
“……저쪽에 하얀 포터에 술 싣고 있는 사람 보이죠. 저 사람입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혹시, 뭐라고 할 건 아니죠? 하지 마세요. 저 인간들 보통 흉악한 놈들이 아니에요. 깡패예요, 깡패. 피도 눈물도 없는 그것들요.”
내가 깡패들 많이 패 봐서 아는데, 다들 피하고 눈물이 있더라고.
난 라세흠 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장님. 이거 처리하고 족발 먹으러 갈까요? 족발 먹고 처리할까요?”
“음…….”
라세흠 부장이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답했다.
“먹고 패면, 또 먹어야 되잖아. 그냥 패고 먹자.”
“큭. 네.”
그래. 이래야 라세흠 교관이지.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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