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363
365 – 학교의 지하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 #1
“저기에, 제가 한 명 붙잡아 두었습니닷…!”
패러노이는 자신이 사무실 겸 개인실로 사용하고 있는 움막을 가리켰다.
부스럭, 부스럭-.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무언가가 기척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패러노이의 말에 따르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 신전을 습격해온 무리들 중 하나를 포박해 둔 모양이었다.
“잘했다, 패러노이!”
모두가 흔히들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패러노이는 어지간한 브론즈 모험가보다 피지컬이 강하다.
레벨도 21인가, 22인가 그럴 것이고 보유하고 있는 마력의 양은 사교도 중에서도 가장 많았다고 했던가 그랬다.
그럼에도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패러노이가 홀로 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의외라는 기분이 든다.
“칭찬해줄게.”
스륵, 스르륵-.
나는 안티오페가 단정하게 빗어준 패러노이의 머리에 손을 얹어 다시금 이리저리 헝클어트렸다.
커다란 개들을 칭찬하는 것처럼 턱 밑이나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긁어주니 패러노이가 미간을 구긴다.
“저는 강아지가 아닌 것입니닷…! 이런 칭찬으로는 기분이 좋아지질 않습니닷…!”
“그, 그래?”
“더 격렬하게 쓰다듬는 것입니닷…!”
방법이 아니라 강도가 문제였구나.
그리하여 안티오페와 나는 홀로 신전을 지키느라 고생한 패러노이의 등이나 목 뒤, 머리칼을 열심히 긁어주었다.
“안티오페, 등은 조금 더 정성들여 긁는 것입니닷…!”
“님프들, 완전 다루기 까다롭네.”
“선배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인 것입니까? 아무튼, 이제 됐습니닷…!”
족히 몇 분 정도는 부산스럽게 쓰다듬어지고 나서야 패러노이는 만족한 것처럼 우리들의 손길을 밀어낸다.
“아무튼, 신전을 습격해온 무뢰배를 잡아 둔 것입니닷…! 아주 간사하고 악독한 녀석이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닷…!”
패러노이는 저 움막에 붙잡아 둔 녀석이 굉장한 흉악범이라도 된 것처럼 우리에게 경고를 아끼지 않았다.
겁도 없이 신전을 습격해 올 정도의 녀석이니 분명 정신이 맛가 두려움을 모르는 녀석일 게 분명하다. 그야 간사하고 악독한 녀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하지만 패러노이에게 붙잡혔을 정도면 그리 강하진 않다는 소리일 것이고. 나와 안티오페에게는 크게 해코지를 하지 못할 녀석인 게 분명했다.
저벅, 저벅-.
마침내 나는 안티오페와 패러노이의 호위 비슷한 것을 받으며 움막 안으로 천천히 몸을 기울이듯 집어 넣었는데.
“으읍, 으읍-.”
그 안에는 밧줄 같은 것으로 몸이 결박된 채 이리저리 버둥거리는 여자애가 한 명 보였다.
손수건 같은 것이 입에 재갈처럼 묶여 있어서 얼굴이 조금 일그러져 있긴 했지만, 외모만 보면 적갈색 머리칼에 콧등과 볼을 살짝 뒤덮고 있는 주근깨.
몸매의 굴곡을 알기 힘든 쥐색 로브 같은 것을 입고 있는 것이, 이 세상 어디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젊은 여성이다. 나이는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어리겠지.
안티오페가 뽑아든 단창을 다시금 등 뒤에 집어 넣으며 말했다.
“뭐야, 생각보다 평범하네. 체형을 보니, 전사는 아닌 봐.”
“으으으아으-!”
그런 여자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깜짝 놀란 것처럼 버둥버둥거리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팔과 다리가 줄에 둘둘 묶여 있었던 통에 자연적으로 애벌레처럼 꿈틀거리게 될 뿐.
“이 녀석, 도망치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닷…! 감히, 감히 위대한 핫산님을 직접 목도하고도 이런 무례를 저지르려고 한다니 용납할 수 없는 처사인 것입니닷…!”
다만 그 꿈틀거림이 패러노이의 발작 트리거 같은 것을 당기게 되었는지. 패러노이는 흡사 치타처럼 튀어나가 그 여자의 몸을 주먹으로 마구 내려치거나, 발길질을 해댔다.
퍽, 퍼어억-.
“으읍-! 으읍-!”
“어떻습니까? 플루토의 신도들 사이에서도, 주황빛 혜성이라 불린 저 패러노이의 주먹맛이…!”
“으으, 으읍-!”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입니닷…! 이것은 신벌…! 달게 받는 것입니닷…!”
무어라 조잘조잘대긴 했는데, 패러노이는 그저 저항할 수 없이 묶여 있는 사람을 때린다는 것이 꽤 즐거워보였다.
원래 사람에게는 다른 누군가를 멍석 말아 때리고 싶다는 잠재적 파괴욕이 있기 때문에 이해는 할 수가 있었다만.
“이건 그동안 괴롭힌 당한 님프들의 몫-! 이것은 저 패러노이의 몫-! 그리고 이것 또한 저 패러노이의 몫입니닷…!”
“으국, 구우엑-.”
이대로 계속 패러노이의 행동을 보고만 있다간 모처럼 붙잡은 포로의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아서, 나는 결국 패러노이의 목덜미를 붙잡아 공중으로 들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스르륵-.
“야, 죽겠다. 그만 해라.”
“사람은 이 정도로 죽지 않습니닷…! 튼튼한 것입니닷…!”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리고, 핫산님께 맞는 것보다야 제게서 맞는 것이 저 녀석에게도 인도적이고 자비로운 처벌이 되는 것입니닷…!”
“그렇구만.”
확실히 신전에 와서 난동을 부린 녀석을 가만히 두어선 내 위명이 떨어진다. 우습게 보여질 수도 있고.
신으로서 자비롭게 보여지는 것과, 우습고 호구처럼 보이는 것은 별개의 일.
그렇다고 초인적 완력을 지닌 내가 손을 댔다간 이 포로는 쉽사리 망가졌을 게 분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패러노이의 작은 도라에몽 주먹으로 얻어맞은 것이 저 녀석에게는 행운이자 자비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이제 린치는 어느 정도 해결 되었으니, 나는 대체 이 불청객이 어디서 튀어나와 무슨 목적으로 내게 온 것인지 궁금함을 풀기로 했다.
스륵-.
그래서 나는 여자의 입에 묶여 있는 재갈을 풀어주었는데. 여자는 그것이 풀리자마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갸아아악-! 갸아악-!”
예전에도 한 번 설명한 바가 있지만, 여자의 높은 비명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과 뇌리를 스며들다 못해 후벼 팔 정도다.
“꺄아아악-!”
잘은 모르겠지만 특별한 고주파나 데시벨 같은 것이라고 갖고 있는 게 아닐까?
또 어쩌면 아주 오랜 옛날부터 동굴을 지켜오던 여자들의 비명엔 사이렌과 비슷한 의미가 있어서, 그것을 듣는 이로 하여금 경각심이 새겨지도록 인류가 진화를 해왔을지도 모를 일.
“날 놔줘! 날 놔 달라고! 소리 지를 거야아아아-!”
아무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녀석, 시끄럽습니닷…! 잘못을 저지른 주제에, 자기가 오히려 큰 소리를 내고 있습니닷…!”
패러노이의 말대로 비명을 질러대는 여자가 무척 시끄러웠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침묵의 꿀밤을 때려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꿀밤에 제대로 맞았다간 너무 조용해질 수가 있을 테니, 나는 새끼 손가락을 엄지로 튕겨 여자의 이마에 딱밤을 때려주기로 했다.
딱-.
“악-.”
자그마한 움막을 명쾌하게 울리는 딱밤 소리와 함께 여자는 입을 다물고야 만다.
스르륵-.
그런 여자의 반듯한 이마에는 내 새끼 손가락에 맞은 곳이 동그란 혹으로 부어 오른다. 상당히 아파보이지만, 아프라고 그런 것이다.
내가 말했다.
“그래서, 넌 대체 누구냐? 동료들도 있었다며.”
“….”
“여기가 어딘지 모르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쳐들어왔던 것 같은데 말이야.”
“….”
하지만 여자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묵묵부답.
물론 무슨 대단한 저항 정신이 있어서 내게 반항을 해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저 두렵고 떨려서 패닉에 빠진 느낌으로 호흡을 빠르게 이어가고 있을 뿐.
털석-.
마침내 여자는 하얗게 눈을 뒤집어 깐 채 쓰러져 버렸다.
기절한 것이다.
“뭐야. 왜 기절해?”
“너무 강하게 때린 것 같은데?”
안티오페의 말에 나는 내 새끼손가락을 쳐다봤다. 새끼손가락의 딱밤이라도 평범해 보이는 여성에게는 상당한 치명타로 다가온 모양.
스벌.
인간이란 어찌도 이리 연약하단 말인가.
“핫산, 힘 조절을 좀 배워야겠어.”
“그래야겠다.”
나는 적당히 대답하고는, 쓰러져 있는 여성의 손목을 짚어봤다.
디링-하고 떠오르는 글자.
『이름 : 마르다 lv. 3
상태 : 뇌진탕》 과호흡》 분노의 낙인》』
레벨이 3이라니.
이 세상에서 레벨, 카르마 수치는 험난하고 위험한 죽음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증가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마르다라는 여성은 별 다른 위험 없이, 평범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온 모양이다.
뇌진탕에 과호흡이라-.
내게 머리를 맞아서 뇌진탕이 온 건가. 그 두려움에 과호흡 증세가 온 것이고.
그렇다면 분노의 낙인은 뭐지?
처음 보는 종류의 병세다. 아마 이 세상 특유의 토착 질병이나 저주, 뭐 그런 것이겠지.
*
*
*
패러노이의 포로, 마르다가 정신을 차린 것은 몇 분 뒤였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그녀의 차가운 손을 주물러 뇌진탕과 과호흡 그리고 분노의 낙인이라는 것을 해주한 뒤였다.
“으읏, 아파앗-!”
손목의 신문혈을 눌러주자 그야말로 죽었던 사람이 벌떡 깨어나는 것처럼 자지러지며 놀라 일어나는 마르다.
“뭐, 뭐야!”
그런 마르다는 자신이 아직도 움막의 안이라는 것과, 그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3인조의 험악한 무리에 깜짝 놀란 듯이 소리친다.
“꾸, 꿈이 아니었잖아! 뭐야! 살려줘! 사, 살려줘요! 누구, 누구 없어요!?”
다만 아무리 소리 질러도 누군가 대답할 리가 없다.
이곳은 원래 누구도 다가오고 싶지 않아 하는,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이 난 묘지니까 말이다.
당장 이곳에 신전을 세운 나조차도 밤에 이곳에 올 때면 상당히 무서워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정도고.
“살려줘! 살려주세요!”
“이 녀석, 시끄러운 것입니닷…! 감히, 감히 하찮은 범민 주제에, 누구의 안전이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입니까? 지옥행입니닷…! 타르타로스 행인 것입니닷…!”
여자, 마르다는 패러노이의 협박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우리 중에서 가장 상식인처럼 보이는, 자신과 같은 여성인 안티오페를 향해 시선을 옮겼는데.
그 잔뜩 울상지은 표정에는 자신을 도와주지 않겠냐는 동정의 구걸 같은 것이 서려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다만 안티오페는 냉담하게 말할 뿐.
“나는 신전 기사단의 안티오페야. 이래 보여도 여기는 왕국의 공인을 받은 적법한 성소거든. 그런 성소를 멋대로 침입해와 난동을 부리다니, 왕국의 법률로도 최소 감옥도시 행이야.”
“가, 감옥도시이!?”
여자, 마르다는 그야말로 깜짝 놀란 것처럼 소리쳤다. 감옥도시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또 어떠한 느낌으로 여겨지고 있는지 모를 대륙인은 없기 때문이겠지.
감옥도시란 말 그대로 이 지상 위의 지옥이다. 온갖 끔찍한 범죄자들을 모아, 한 곳에 집어넣어 놓은 쓰레기통 말이다.
지하세계에 있는 타르타로스가 얼마나 뜨겁고 무시무시한 곳인지 얘기해 봐야 저승이나 사후세계라는 것에 대해 크게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장 현실에 있는 감옥도시에 대한 것은 누구나 겁을 먹기 마련.
그것은 레벨 3.
평범한 삶을 살아온 마르다라는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자, 잘못했어요! 저는,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살려주세요! 용서해주세요!”
“어림도 없는 소리인 것입니닷…!”
“지금 경비대원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을 것이거든. 너 같이 연약한 여자애가 감옥도시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평생 죄수들의 아기를 낳아야 할 걸.”
“히이익, 흐이이익-! 시, 싫어! 감옥 도시, 싫어어-!”
패러노이와 안티오페는 막 정신을 차린 마르다의 정신을 다시금 무너뜨리고 있었다. 조금 가혹해 보이지만,
사실 이 신전의 주인이 내가 아닌 바커스나 마르스, 미네르바같이 냉혈한 이들이었으면 이러한 기회조차 없이 이 여자는 목이 잘려나가거나,
어쩌면 그보다 더욱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을 게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대륙의 신 치고는 상당한 자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맡은 역할도 채찍과 당근 중에서 당근이다.
안티오페와 패러노이가 이 여자를 잔뜩 윽박지르고 겁에 질리도록 만들었으니 나는 당근을 주면 되겠지.
“그쯤 해 둬.”
내가 스륵-하고 손을 들어 올리자 패러노이도 안티오페도 입을 다물었다.
화가 난 시바견처럼 으르릉거리고 있던 두 여자애가 입을 다무니까 이 오두막, 아니 이 묘지 자체가 침묵에 잠기는 것 같다.
들리는 것은 오로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여자, 마르다의 겁에 질린 숨소리 정도.
스르륵-.
내가 그 여러 복합적인 감정에 젖은 갈색 눈을 들여다 보자 마르다는 그야말로 깜짝 놀란 것처럼 오들오들 떤다.
내가 말했다.
“마르다야.”
“어, 어떻게 제 이름을?”
“나는 신이니까. 그 정도야 당연히 알지. 아무튼, 마르다야. 지금부터 내가 묻는 것에 순수히 답해주면, 더 이상 아프고 슬픈 일은 겪지 않을 거다.”
“….”
마르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패러노이가 와락 미간을 찌푸리며 두 손을 높이 들어올린다.
“이 녀석, 감히 무엄하게 고개만을 끄덕이다니!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닷…! 이야기를 들어볼 것 없이, 그냥 이대로 물어 뜯어버리는 것입니닷…!”
패러노이는 아직 자신을 괴롭혔다는 마르다의 패거리에 대해 화가 덜 풀린 듯했다. 커다랗게 입을 벌리며 아르릉거리는 패러노이에 겁을 잔뜩 집어먹은 것인지 이내 와락 눈물을 터뜨리는 마르다.
“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제대로 대답할 게요!”
“그래. 알았다. 그만해, 패러노이.”
내 만류에 패러노이는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는데. 그러한 과정을 보며 이 여자, 마르다의 눈에는 기묘한 감정의 변화 같은 것이 생겨나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무슨 절벽에 내려온 동앗줄을 바라보는 것처럼 호의가 넘치기 시작했으니까.
마르다의 입장에서는 무서운 안티오페나 패러노이보다 이들을 만류하고 자상하게 얘기 해주는 내 쪽이 더 신뢰가 가고 마음이 놓인 탓이겠지.
물론 굿 캅 배드 캅의 전략일 뿐이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효과가 꽤 좋다.
내가 물었다.
“그래서 마르다야. 너는 어디의 누구냐?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지. 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네게 시킨 거지?”
“그, 그건…. 그건 계단이에요. 계단이 그랬어요. 계단이….”
“계단?”
사람 이름도 아닌, 웬 뜬금 없는 건축 구조물의 등장에 나는 그만 눈앞이 아찔해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