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0
00010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10)
『퀘스트 분기가 발생했습니다.』
『[대기]와 [자기개발2] 중 하나를 선택해주십시오.』
갤러리들은 퀘스트 분기를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좀벽 : 괜히 이것저것 하려다 또 사고 나는 거 아님?
-구아악 : 개복치 게이머 치고 이만하면 장수하지 않았나.
-형 : 형 그냥 얌전히 계시죠. 아차 하면 골로 가요.
참으로 옳은 말이다.
내가 뭔가를 시도해서 득을 본 적이 없다.
심적으로는 이들의 의견을 따라 [대기]를 고르고 싶었지만…….
-낭자아이 : 대기 노잼 자기개발2 ㄱ
-퐁삽 : 어차피 지루해서 죽으려고 했잖아. 자기개발2 ㄱ
-쓰레기 : 뭔 짓해도 죽을 거 능동적으로 ㄱ
-묵제 : 마법 쓰는 거 존나 웃기더라. 마법 좀 더 배워봐
-츳키 : 야 빨리 삽질하고 웃겨봐ㅋㅋㅋ
갤러리 대표 악성향 5인방이 [자기개발2]에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거기에 감화된 다른 갤러리들마저 이를 지지했다.
이놈들은 날 개그맨이라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하지만 사실이라 반박할 수가 없다…….
서럽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게 낫다는데 시키는 대로 따라가야지.
『연계퀘스트 ‘자기개발2’를 선택했습니다.』
『당신은 스펙을 상승시켜서 보다 확실하게 탐사단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결심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할 시, 당신은 보다 우수한 지팡이로 거듭 탄생할 것입니다.』
『성공 조건 : 랜덤 마법을 10종 이상 창조한다.(5/10)』
『실패 조건 : 탐험대와 조우하기 전까지 성공 조건 달성에 실패한다.』
인간은 스펙을 상승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제품이다.
금수저가 아니면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만고의 진리라고!
어차피 아무도 안 오는데 무슨 수로 마법을 익히냐고?
안 오면 오게 하라!
소란을 부리면 6계층을 떠도는 아무나 여기로 올 거다.
용감한 니트는 마법사(동정)를 벗어나지만 용감한 개복치는 마법을 얻는 법!
일생의 신조를 따라 당당하게 마법을 시전 했다.
‘랜덤 마법 발동!’
데구루루.
주사위 구르는 소리와 함께 마법이 결정되었다.
『랜덤마법으로 [염력(念力)]이 선택되었습니다.』
또 이거냐!?
『마법시전 성공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22』
『마법성공률 12%에 미달! 마법시전에 실패합니다!』
두렵다.
두려워서 살 수가 없다!
『부작용 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12』
『[부작용 No.12]의 효과로 마법이 반대의 효과를 일으킵니다. 충격에 주의해주십시오.』
뭐?
염력마법이 반대로 발동하면 뭐가 나오는 거지.
염력은 의념(意念)만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힘.
위로 가라고 하면 아래로 가는 건가.
그 정도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심 안도했지만 멍청한 생각이었다.
염력마법은 언제나 빅엿을 준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드글드글.
‘어어 뭐야 저거’
갑자기 주변의 자갈들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러더니 있는 힘껏 내 몸뚱이에 부딪혔다.
‘깜짝이야!’
자갈 따위가 부딪혀봤자 살짝 욱신거리는 정도다.
이 정도 충격만 계속되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
그런데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당장이야 자갈 하나지만 지금 떠오르는 건…
흙, 모래, 자갈, 뼈, 바위.
퍼버벅! 퍼버버버벅!
눈에 띄는 모든 게 미친 듯이 날아들었다.
악! 이건 정말로 아프다!
몬스터 수십 마리한테 린치 당하는 기분이야!
-퐁삽 : 나 이거 알아. ‘날린다’가 ‘당긴다’가 된 거임
-낭자아이 : 재미없네~ 좀 더 분발해서 맞아주면 안 될까
-쓰레기 : 마법 좀 배웠다고 교만해지긴 ㅉㅉ
-츳키 : 와트 주려고 했는데 재미가 없다. 빨리 더 아프게 맞아봐!
와, 얘네 진짜 나쁘다!
억지로 시키고는 흥미가 떨어졌다고 외면하고 있어!
반쯤은 자발적인 선택이었으니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한참 자발적인 고문을 받고 있는 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자박.
자박.
앙증맞은 발걸음 소리에 이어 자그마한 것들이 나타났다.
“여기에 가면 지팡이 하나가 있다지?”
“백두면귀 님도 의외로 상냥하다니깐. 쓸모없는 지팡이니까 가지든지 말든지! 라니. 완전 츤데레 아냐?”
인기척이 아니라 악기척이었다.
핏빛 죽창을 든 소악마 둘이 날 보고 헤벌레 입을 벌렸다.
“와. 정말 근사한데?”
“뭔진 몰라도 굉장한 마법을 쓰고 있어.”
그보다 츤데레가 뭐?
내가 아는 백두면귀랑 너네가 아는 백두면귀가 다른 거냐?
아무튼 잘됐다.
온 김에 나 좀 살려줘!
“가까이 가면 위험하니까 멀리서 구경할까.”
“마나가 떨어지면 곧 얌전해지겠지. 그때 줍자.”
소악마들은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는 돌덩어리에 처맞는 내 모습을 보며 깔깔거렸다.
무슨 입체 어트렉션 매직 쇼라도 관람하세요?
놀이공원 놀러온 애들 마냥 아주 신났다.
결국 비참할 정도로 두들겨 맞은 뒤에야 부작용이 끝났다.
힘없이 널브러진 내 몸을 파랭이 소악마가 주웠다.
『지성을 지닌 존재가 당신을 습득했습니다.』
『상대는 페르뒬 산 제 6 계층에 서식하고 있는 소악마 블루-13-D입니다.』
『블루-13-D를 주인으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응 이건 아냐.
얻어맞는 거 신나게 구경하는 걸 주인으로 모실 순 없지.
게다가 이거, 소악마면 완전 꼬맹이잖아.
애한테 물건 잘못 쥐어주면 그날로 박살나버린다.
이름도 이상하다고.
블루-13-D라니, 무슨 제품명인줄 알았네.
『Yes / No ←』
『블루-13-D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블루-13-D의 호감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호감도 15/100(실망)』
파랭이는 정말로 엄청나게 실망한 표정이 되었다.
“난 안 되나봐. 네가 잡아봐.”
“그럴까?”
빨갱이가 나를 건네받았다.
물론 내가 돌려줄 건 [No]밖에 없다.
『레드-12-E의 호감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호감도 13/100(심술)』
순간 나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빨갱이의 심술궂게 변한 얼굴에서 못된 심보가 엿보였다.
날 받아들이지 않다니, 널 파멸시켜주마! 하는 눈빛이다.
“오오. 이거 봐. 구겨진 게 펴지고 있어.”
“정말이네? 좀 더 부숴보자!”
네?
잘못 들은 거냐? 잘 못 들은 거냐?
빨갱이 소악마는 죽창으로 내 몸뚱이를 찔렀다.
잘 못 들은 거라고 친절하게 몸소 알려줘서 고맙다 시발.
『내구도가 3 감소했습니다.』
『내구도가 2 감소했습니다.』
헌데 이거 데미지가 장난이 아니다.
죽창으로 쿡 찌를 때마다 스펀지마냥 구멍이 뚫린다.
난놈은 어릴 때부터 싹이 다르다더니 훌륭한 대악마가 될 자질이다.
그래도 뭐, 일단은 어린애니까 너그럽게 봐주도록 할까.
……잠깐.
그 전에 시야가 새빨간데 남은 내구도 좀 확인하자.
*내구도 : 6/37
장난 세 번만 더 받아주면 내가 죽겠다.
이거 그냥 마법으로 죽여 버릴까.
본능적으로 살의를 느끼는데 소악마들이 흠칫 놀랐다.
“너도 들었어?”
“응.”
뭔가 환청이라도 들은 걸까.
역시 재수 없네, 이 꼬맹이들.
드래곤한테 한 방 먹인 것처럼 때려볼까.
그렇게 생각하자니 빨갱이가 사색이 돼서 날 내던졌다.
“드, 드래곤을 때려?”
“히익… 이 지팡이 이상해. 무서워.”
아. 잠깐만. 잠깐만요?
모시모시? 헤이 맨?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이거 설마 그건가?
전음 마법으로 내 생각이 들린 건가?
들키기 전에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만 실수를 저질렀다!
“여, 역시 우릴 죽이려는 거야! 도망쳐!”
“으아아아앙!”
소악마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전음마법을 생각해야 했다고 후회한 건데 저놈들은 ‘진즉에 죽이지 못해서 아쉽군 크큭’이러는 줄 알았나보다.
얻어맞은 건 난데 왜 내가 악당이 된 기분을 느껴야 하냐.
후…….
애들은 이래서 싫다.
근데 아직 뭔가를 잊고 있던 것 같은데.
-낭자아이 : 악운은 받고 복은 걷어차는 클래스 지리구여
-퐁삽 : 마법 배우라고 했더니 사망플래그 밟네ㅋㅋㅋ
-줌벽 : 그래서 멋져! 동경해버려!
아. 스킬망각제(선택).
교섭해야 되는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
에이 뭐 어때.
어차피 애들인데 교섭이 제대로 됐겠어?
죽창에 콕콕 찔리다가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었다.
쿵.
쿵.
어디선가 지축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점점 진동이 거세지고 있다.
뭔가 오는 건가?
겁나 뚱뚱해보이던 백두면귀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악마계의 초고도비만이라도 되는 건가.
쿵쿵.
쿵쿵.
좀 있자니 소리가 엇박자로 들리기 시작한다.
한 놈이 아닌 건가?
아, 살찐 파오후한테 잡히기는 싫은데.
땀 엄청 많고, 나 잡는다고 모래까지 같이 쓸어 쥘 것 같잖아.
쿵쿵쿵쿵.
쿵쿵쿵쿵.
뭐야 이거… 무섭게.
몇 마리가 오는 거야.
사색이 되어 통로 입구를 노려봤다.
“우리 새끼 건든 놈이 여기 있다며?”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군.”
“감히 악마군 군단장의 자식을 죽이려고 하다니.”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박살을 내주겠어.”
빨간 남녀, 파란 남녀.
합계 덩치 10톤은 가볍게 넘길 것 같은 거대 악마들이다.
악마들의 어깨에 올라탄 꼬맹이 둘이 혀를 베 내밀었다.
오 시발.
치사하게 어른을 부르다니.
심지어 덩치 큰 네놈 뒤로는 아예 군대가 늘어서 있잖아.
“악마군 적색군단장 레드불 번인데스 하시스. 건방진 에고아이템을 잿더미로 만들어줄 남자의 이름이다.”
“악마군 청색군단장 졸피덴 디펜히드라드 독시라맨. 널 한입에 집어 삼켜줄 여자의 이름이다.”
두둥!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악마 군악대가 북을 두들겼다.
지금 효과음 넣은 거냐? 효과음 넣은 거 맞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할지도 모르겠다!
괴상한 이름이나, 톤 단위의 덩치나, 터무니없는 선언이나.
자식들은 제품명이더니 얘들 이름은 또 왜 이래?
세대마다 이름 짓는 유행이 달라지는 건가?
아니, 이런 건 정말로 아무래도 상관없다.
날 죽일 생각으로 살기 충만하다는 것만 알면 된다.
확실히 위기에 처하니 마음가짐은 달라지는데.
어떻게든 마법을 배우고픈 의지가 무럭무럭 난다!
이 상황에 필요한 마법은…….
귀환밖에 없다.
근데 이미 배운 마법이잖아?
시전에 성공하면 되는데, 성공할 리가 없네?
하하.
왠지 지팡이인데도 눈물이 흐르는 기분이 든다.
-낭자아이 : 죽었네.
-츳키 : 죽었어.
-알파고 : 사망확률 97.65%입NIDA.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줄 수는 없다!
여기선 이판사판으로 마법으로 대항한다!
‘랜덤 마법 발동!’
『랜덤마법으로 [염력(念力)]이 선택되었습니다.』
나는 확신했다.
랜덤이랬지만 이거 실은 염력밖에 없는 게 분명하다고.
『마법시전 성공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91』
『마법성공률 12%에 미달! 마법시전에 실패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몇 번이나 몸소 체험하며 깨달은 바가 있지!
내 염력마법은 실패할 때에야 비로소 진가가 드러난다!
애초에 실패할 때의 진가밖에 모르지만!
아무튼 이건 좀 아플 거다, 악마 녀석들아!
하하하!
『부작용 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14』
『[부작용 No.14]의 효과로 시전중인 마법이 대폭주를 일으킵니다. 충격에 주의해주십시오.』
당첨이다!!
직선으로, 직선으로 전부 쓸어버리는 거야!
드드드드드!
와르륵, 콰가가가가!
벽과 바닥이 산산이 흩어지며 악마들을 덮쳤다.
“헉,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위력의 마법인가!”
“도망쳐라! 이 지팡이는 함부로 상대할 수 없다!!”
빨갱이 군단장과 파랭이 군단장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다급히 달아나기 시작하는 악마군.
내팽개친 병장기, 짓밟힌 북, 쓰러진 병사.
대량의 토사가 그들을 덮치며 무자비하게 휩쓸었다.
‘오우야.’
숫제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급기야 커다란 암석까지 뭉텅이로 뽑혀 나왔다.
추락하며 무너진 것에, 충돌로 일어난 균열이 확대되며 기존의 벽에서 뽑혀 나온 것까지 염력 마법이 미쳐 날뛰며 하드캐리를 하고 있다.
“엄마아아아!”
“레드불 번인데스 하시스! 우리의 아이를, 아이를 지켜주세요!”
“밀카스 사이더 혼타! 당신을 두고 어찌 떠난단 말이오!”
급기야 악마들이 신파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거참 감동적이긴 한데…….
이름이 너무 길어서 서로 부르는 사이에 소악마가 추락했다.
심지어 아직 눈치도 못 채고 부부끼리 영화 찍고 있다고.
……얘네 지능이 좀 안 좋은 거 아냐?
============================ 작품 후기 ============================
악마 이름을 솔로몬의 72악마에서만 따라는 법이 있나, 여기서 본 애가 저기서 또 나오고 괴리감 느끼는 게 싫다! 하는 취지로 악마들 이름을 에너지음료와 수면유도제, 음료수로 지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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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솔로몬의 72악마 이름을 애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보다 염력마법, 왜 이리 잘 터지는거죠? 주인공 염동술사인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