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01
00101 #4 – 같은 존재, 다른 형태 =========================================================================
#4 – 같은 존재, 다른 형태(15)
차원개구리가 위협적으로 혀를 날름거렸다.
딱히 혓바닥에 특수능력은 달려있지 않다만, 저놈의 몸에 걸린 마법들만큼은 진심으로 무섭다.
상시부활.
차원도약 가능.
상태이상 완전면역.
속성공격 완전면역까지.
공격력만 갖췄으면 마왕 못지않은 대학살도 일으킬 수 있는 녀석이다.
‘빨리 저 녀석을 죽여!! 뛰기 전에 끝장내야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런 의미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란도멜이 검을 휘둘렀다.
다시금 토막 난 시체를 두고 셀레나가 물었다.
“부활을 계속하면, 부활하면 도약도 못하고 죽는 트랩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뭐? 그런 게 어디 있겠어.’
“간단하지 않은가. 생매장을 해버리면 되겠지.”
아.
그런 간단한 방법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살인전차 : 이래서 사람은 똑똑하고 봐야해
-ㅇㅇ : 그걸 살인전차가 할 말이냐
-형 : 지능패치 좀 하세요 형!
-폐급페도 : 주인에게 당하는 도구.avi
요즘 들어 부쩍 현자모드에 도달하는 빈도수가 늘어나네.
셀레나의 대지마법으로 차원개구리를 생매장해버린 이후.
영상마법을 갱신하며 유키파티의 종적을 쫓았다.
지원자들을 발견한 것은 면접실이 있는 건물로비 입구였다.
“엑? 다들 상태가 왜 그러세요!?”
유키파티는 다른 이들을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죄다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드 마이저는 망토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대답했다.
“간만의 사냥이라 흥이 올라버려서 그렇다.”
혼돈의 생물체들이 가엾어지는 대답이다.
“이쪽은 터무니없는 중간보스와 마주쳐서.”
반면 카심파티는 정말로 격전을 치룬 흔적이 역력했다.
몸에 묻은 피의 대부분이 적이 아닌 파티원들의 피였다.
옷도 너덜너덜해진 것이 정말 강력한 적과 싸웠나보다.
“절대자 네 명이 고전할 정도의 상대라니.. 대체 뭐가 나왔던 거죠?”
“토끼다.”
“…네?”
“농담이 아니야. 정말로 토끼였다고.”
카심은 재난사태에서 겨우 벗어난 피난민처럼 푸념했다.
“엄청난 기동력으로 벽과 천장을 오가며 손톱에서 검기를 뿌려댔지. 토끼라는 생물체가 거기까지 강해질 수 있는 존재라고는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다.”
저거 뭔지 알 것 같다.
만렙토끼잖아.
룰렛에 있는 건 전부 걸렸더니 사은품처럼 만렙토끼까지 딸려 나왔었나보다.
진짜 잡은 게 용하네.
사망자가 없는 게 기적일 정도로 강한 녀석이다.
“토끼는 아무래도 좋아. 너희들은 대체 뭐랑 만났기에 그렇게 멀쩡한 거냐.”
“어… 개구리를 만났는데요.”
“정말로 정신 심란해지는 던전이군. 광기의 신이 만들었다는 게 확실하게 믿겨지는 퀄리티야.”
유키와 카심의 시선이 발드 마이저를 향했다.
그쪽은 무슨 병신 같은 몬스터를 만났냐는 의문이 듬뿍 담긴 시선이다.
발드 마이저는 망토 안에서 커다란 햄스터를 꺼냈다.
“말하는 햄스터. 자칭 심우주괴물햄스터라고 거창하게 소개하더군. 건방진 녀석이라 보다시피 찢어발겼다.”
“…그걸 왜 가지고 다니는 건데요?”
“연구용이다. 뇌를 뜯어서 어떻게 되어먹은 머릿속인지 훑어볼 심산이다.”
진짜로 물리적인 의미로 머릿속을 들여다보네.
그런 느낌의 잡담 아닌 잡담이 오가기를 잠시.
체력을 회복한 지원자들이 로비에 진입했다.
“이 앞이 마지막인 모양이니 얼른 끝내자고.”
면접 따위는 아무래도 관계없다는 피로가 여실히 느껴진다.
상당히 재밌는 전투를 거친 것 같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쟤들 쪽 영상을 봤을 걸 그랬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로비에 진입하자마자 굉장한 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형몬스터?”
“그림자 크기가 장난이 아닌데.”
“토끼조차도 그렇게나 강했는데, 대형종은 대체…”
뭔가 트라우마에 걸린듯한 발언이 가엾게 느껴졌다.
그래도 크기와 강함이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노스트라제 몬스터는 작은 놈은 약하고 큰 놈은 강하다는 공식이 대체로 성립하지 않는 편이다.
“…….”
그런데 커다란 것도 적당히 커다래야지.
기둥보다 몇 배는 기다란 그림자라니.
저거 최소 10m는 되겠다.
대체 얼마나 무자비하게 커다란 녀석일까.
로비를 절반정도나 가로지르고서야 몬스터의 몸체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웅장한 기둥 따위는 레고로 쌓아올린 것처럼 빈약하게 만드는 사이즈인데, 굵기마저도 무슨 행성 하나가 망원경에 꽉 들어찬 것처럼 터무니없이 커다랗다.
마침내 그것의 온전한 모습을 발견한 순간, 지원자들의 걸음이 우뚝 멈춰버렸다.
“어… 갑자기 난이도가 확 뛰었는데요.”
“미친… 저게 뭐야…”
“느닷없이 나타난 것치고는 너무 강해보이잖아.”
영상을 갱신해서 확인해보니 정말로 엄청난 녀석이 떴다.
건물 한 채는 단번에 소화할 것 같은 커다란 몸체.
기둥보다 굵고 거대한 아홉 개의 기다란 목.
목 위에 달린 머리도 드래곤의 머리만 뚝 떼어온 것 같다.
덩치 큰 머리 9개 달린 괴물이 달리 있을 리가 없지.
“히드라…!”
“이딴 정신 나간 신화생물을 우리보고 잡으라고?”
“정신 나갔다는 컨셉만큼은 확실히 일치하는 군. 거참 통일성 있는 던전보스야.”
망연자실한 채 중얼거리는 지원자들.
도대체 이걸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감도 안 잡히는 모양이다.
셀레나나 란도멜, 난쟁이도 영상을 보고는 기겁했다.
“저런 것과는 절대로 싸우고 싶지 않구나.”
“검이 박히기나 할지 의문이다.”
“자를 수야 있다만, 재생하면 그만 아닌가.”
절망적인 패배감을 느끼는 것도 뭐 이해 못할 건 아닌데.
내 눈에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게 보인다.
저거, 이름이 히드라가 아니다.
저거 닭이다.
-간도르 : 개씨밬ㅋㅋㅋㅋㅋ
-건담 : 하일 하이드라!!
-ㅇㅇ : 속지 마! 저거 닭이야!!
-구아악 : 갸아악 구아아악
-츳키 : 넘버링이 최소 세 개나 더 있다는 게 놀랍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전에 봤던 닭은 다리만 108개였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사이즈의 괴물은 아니었다고.
대체 닭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얼마나 큰 닭을 먹고 싶은 건데.
묘하게 부리를 닮은 입이나 몸에 달린 깃털이 아니면 닭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했을 정도잖아.
“저거 봐. 날개가 달려있어.”
“히드라가… 날았던가?”
“구전으로나 전해지던 신화생물이니까. 분명 민간 차원에서는 누락된 정보겠지.”
물론 사정을 알 리가 없는 지원자들에게는 그냥 재앙이다.
가뜩이나 존재 자체도 끔찍한 히드라이거늘.
심지어 그게 날아다니기까지 하면 얼마나 무서울까.
인간 사이즈의 바퀴벌레가 날아다니는 것만큼 섬뜩한 가정일 거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도 보스로 자리 잡고 있는데.
건물을 나서려면 저걸 때려잡고 지나쳐야만 한다.
아니면 면접통과를 포기하고 단체로 탈락할 것을 각오해야겠지.
“마왕이 저것보단 약하지 않을까요…?”
“지팡이조차도 광기의 신을 격퇴했다. 마왕 본인의 저력은 더 강할 게 틀림없어.”
“하긴. 신에 비하면 신화생물은 상대해볼 여력은 있군.”
지원자들은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단번에 최고화력으로 머리 몇 개는 날려버릴 작정인 모양이다.
다만 너무 많은 마나를 단번에 사용한 탓일까.
꾸벅꾸벅 졸고 있던 혼종닭의 머리가 일제히 눈을 부릅떴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눈만 떠도 무섭네.
“꼬”
“……꼬?”
렉 걸린 것처럼 내다 만 소리에 근접계열 지원자가 의아해하였다.
당장이라도 마법시전을 막으려 하지 않을까 싶었건만.
영문 모를 소리를 내면서 꼼짝도 안하고 있는 탓이다.
“꼬”
돌이켜보니 저 닭이 무슨 전투능력을 지녔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이퍼 넷에 찍힌 것도 이런 녀석이 있다, 뿐이었지.
실제로 칼부림을 하면서 격전을 벌였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나를 포함한 셀레나 파티 전원, 채팅방의 갤러리들, 로비에 있는 지원자 파티 모두가 초긴장 상태로 혼종닭을 주시했다.
벌어진 입에서 재채기처럼 아홉색깔 브레스를 뿜어낼까.
아니면 기둥을 때려 부수는 포악스러운 날갯짓을 할까.
그것도 아니면 몸체 뒤에 숨겨져 있을 것 같은 꼬리로 로비 자체를 초토화시킬까.
온갖 상황을 상정했지만 혼종닭은 모든 예측을 벗어났다.
12년차 게이머조차 예측 못한 기상천외한 공격이 아니다.
이 녀석한테 이런 게 가능하리란 생각 자체를 못한 행동이었다.
“꼬르륵”
거품 물고 쓰러졌다.
『던전보스 [노스트라제 특제 혼종닭 No.4]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사망했습니다. 던전코어를 회수할 시, 변이를 일으킨 지형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네가 개복치냐!?
-졸라 : 아이컨택도 못하냨ㅋㅋㅋ
-쓰레기 : 진짜 쓰레기 같은 보스네ㅋㅋㅋ
-이지 : 와 시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눈만 마주쳤잖아!
던전보스라는 녀석이 너무 약하잖아!
덩치에 반비례해서 강해지는 건 알고 있었지만!
덩치가 크니까 분명 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건 너무 약하잖아!!
“훌륭하구나. 너희들은 이것으로 본녀의 나라에 들어올 자격이 생겼노라. 이 자리에 모인 전원을 등용할 것이며, 대량의 면접점수를 추가 획득한 카심은 추후에 특별한 직책을 부여할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저 히드라 대체 뭐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괘씸한 것들. 좀 더 기뻐해야 되지 않은가. 본녀의 군문에 발을 들였거늘!”
“신화생물이 거품 물고 죽은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분명 공기가 맑지 않아서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겠지!”
실은 면접과정에서 추리게임도 하고 싶었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냥 얼른 다 끝내고 셀레나랑 집무실에 틀어박혀서 쉴래.
“괜찮습니까? 그렇게 간단히 저희를 받아주셔도.”
“시험이 너무 쉬웠나? 그럼 어려운 걸로─”
“그 의미가 아니잖아요! 배신이라든가 이용이라든가. 그런 쪽의 문제라구요! 우리야 능력을 충분히 보였지만 신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완전히 별개잖아요!”
마에다 유키.
간간히 존재감을 표출하더니 제법 날카로운 부분을 건드렸다. 대놓고 첩자라는 걸 알고 있는데 어째서 자신들을 이렇게까지 흔쾌히 받아주는 거냐, 이런 물음이다.
분명 수상한 속셈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훗. 재밌는 말을 하는 구나.”
애초에 스파이를 등용하기 꺼려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국정운영 초기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작 스파이들이 공국에 타격을 입히는 행위를 하지 않고, 역으로 회의감을 품은 채로 각자의 본국에도 타격을 입혀서는 안 된다는 진언을 청한다면?
상황은 180도로 달라진다.
공국이 너무나도 무력해서 이용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역으로 지나치게 강대해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원자들은 나의 힘을, 엉망진창인 형태로나마 광기와 혼돈의 신인 노스트라에게 맞선 저력을 목격했다.
일개 지팡이조차도 이러할 진데.
신생 마왕군 사천왕은 어떠할 것이며.
마왕 셀레나는 과연 얼마나 강력하겠는가.
이런 불안을 품고 있는 한, 녀석들은 경거망동할 수 없다.
그리고 본국에 보고할 것이다.
투르비쳬 공국을 경계하되, 결코 함부로 도발하거나 공작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신생 마왕군과 투르비쳬 공국의 힘이 특정 국가를 목표로 하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일어날지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고.
공국에 피해를 입히고자 잠입한 밀정들이 도리어 역으로 피해를 막기 위해 전념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네까짓 것들이 본녀의 공국에 얼마만큼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저질러도 좋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를 것이니라.”
“…….”
“속일 생각은 안하는 게 좋을 거다. 본녀의 정보망은 결코 녹록치 않으니까. 실제로 너희들 중 어느 누구도 본녀의 정보망에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었음은 알지 못하지 않았더냐.”
정 그래도 모험을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해도 좋다.
덤벼라.
마왕은 숨지도 피하지도 않는다.
다가오는 적은 정면에서 철저하게 박살낼 뿐이니까.
셀레나는 담대하게 그리 선언하고 있다.
“대단한 분을 모시게 되었군요.”
유키는 망연히 모자를 벗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다른 자들도 유키와 셀레나의 대화가 끝나자 충성을 맹세했다.
『신규 인재를 대거 등용하였습니다.』
『연계퀘스트 ‘세력 확보(2)’ 성공 조건의 초과 달성을 완료했습니다.』
『하급인재(2315/1000) 중급인재(124/100) 상급인재(12/10) 최상급인재(3/3) 특급인재(1/1)』
『당신은 온갖 적대적인 세력이 파견한 밀정들을 개의치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존재를 간파한 밀정마저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배포와 면접과정에서 보여준 공국의 저력. 이러한 인상적인 특징은 밀정들을 통해 적대세력들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인재등용]을 끝마칠 수 있었다.
어째서 면접 한 번 진행했을 뿐인데 이렇게 지치는 걸까.
그거야 역시 내가 개복치이기 때문이겠지만.
알아도 억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등용을 마친 뒤에는 뭘 했냐고?
[노스트라제 특제 혼종닭 No.4]를 해체해서 백성들에게 나눠주며 축제를 벌였다.
셀레나가 말하기를 일반 닭보다 아홉 배는 바삭하다더라.
물론 난 아이템이라서 못 먹었다.
시발.
============================ 작품 후기 ============================
세상에 치킨을 못먹는다니.
아이템이 이렇게나 불쌍합니다 여러분!
오늘도 여러분의 선추코와 쿠폰, 많은 성원과 애정에 감사드리며
후기는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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