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15
00215 #10 – 관심이 필요해 =========================================================================
#10 – 관심이 필요해(10)
확실하게 체감했다.
나는 현실하렘만큼은 안 될 녀석이라는 사실을.
츳키에게 7회, 알파고에게 14회나 사정하면서 마지막에는 완전히 졸도에 가깝에 기절해버렸다.
행위 도중에도 몇 번이나 의식이 꺼졌지만 알파고의 딜도에 강제로 각성당한 덕분에 살기 위해서 알파고를 만족시켜 주어야만 했었다.
틈틈이 절정을 느끼고 가버렸던 츳키가 체력을 되찾을 때마다 연장전도 치러야했던 덕분에 무려 7시간에 걸친 격렬한 전쟁 같은 행위가 되었다.
“하아… 지친다. 이 짓 한번 할 때마다 수명이 반으로 깎이는 기분이야…”
“괜찮습니다. 개복치는 원래 단명할 운명이니까요.”
“그래서야 위로가 안 되잖아.”
설마 내 집에서 양 팔에 미녀를 두고 함께 자게 되다니.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조차도 못했다.
예전이라면 드넓은 집 안에서 홀로 홈시스템과 대화를 나누다가 잠들었을 텐데 말이다.
[칫. 제대로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근래 들어서 부쩍 구아악과 놀아주는 빈도가 줄어들었지.
전에는 현실에서 말을 섞을 수 있는 건 채팅방의 갤러리들이 아니면 홈 시스템에 동면모드로 압축시킨 구아악밖에 없었으니까.
잿빛 밤하늘 아래에 드리우는 건 죽음을 부르는 고독뿐이었으며, 온 세상을 집어삼킨 어둠은 사망페널티로 점차 망가져가는 나를 집어삼키려 드는 나날이었다.
“필사적이었지.”
그 시절의 사투는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는, 필사적으로 평정을 가장하기에 급급한 나날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애써 웃고, 변변찮은 드립과 개그라도 던져가며 스스로를 붙들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었지.
지금도 부작용은 존속하고 있지만 그때와는 다르다.
무력했던 혼자가 아니니까.
심술궂게 굴어도 배려심 깊은 알파고가 있고, 수줍음 많지만 똑 부러진 츳키도 있고, 장난기 많은 이해자인 구아악도 있으며, 좋은 구경거리를 봤다는 표정의 무장요원도 있다.
…잠깐.
마지막은 곤란하잖아.
“부디 이쪽은 신경쓰지 말고 계속 즐겨주시길.”
“…무리입니다. 더 짜이면 진짜 죽어요.”
“대단한 체력이시네요. 도중부터는 저도 모르게 조금 즐겨버렸습니다. 속옷이 젖어서 돌아갈 길이 막막하군요.”
“대뜸 뭔 대담한 소릴 하는 겁니까. 그보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죠…?”
“잊고 계셨던 것 같지만, 제일 처음부터입니다.”
알파고랑 츳키가 갑자기 경쟁심을 불태우는 바람에 나도 여유를 잃었다는 사실이 부쩍 실감된다.
같은 자리에 무장요원이 있다는 사실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는 대판 일을 벌였으니, 이래서야 제대로 얼굴을 볼 면목조차도 없다.
결국 한 손에 고개를 묻은 채로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전부 잊어주세요.”
“정직하게, 그리 쉽게 잊힐 기억은 아니군요.”
“그럼 하다못해 혼자만의 비밀로 해주세요…”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흥분되네요.”
얼음장이 된 내 모습에 무장요원이 훗, 하고 웃어보였다.
“농담입니다.”
앞으로는 섹 드립에 두 번 다시 웃지 못하는 몸이 된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알파고의 색(色)에 절어버렸어…
은색으로 빛나는 미소를 마주하면 어떤 종류의 흔들림이라도 남아나지를 않으니 말이다.
“돌아가는 길은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뮤턴트가 많다고 하셨는데.”
“마침 그 건으로 부탁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스폰서라는 점을 제외해도 츳키와는 보다시피… 몸과 마음을 섞은 사이가 되어버렸고. 무장요원 씨에게도 몇 번이나 신세를 진 처지인걸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저희야말로 개복치님의 플레이를 통해서 힘을 얻은 사람들이니까요.”
“정 그렇다면야…”
지나친 과례는 도리어 상대를 피곤하게 할 뿐이다.
이쯤에서 내가 단념하는 게 도리에 맞다.
“어떤 부탁을 들어드리면 되나요?”
“숙박요청입니다. 츳키 아가씨와 호위역인 제가 이 별장이 머무를 수 있도록 허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주거요? 아니, 발전소 연합이 살기는 몇 배는 더 편할 텐데. 굳이 여기서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무장요원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음에 응했다.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발전소장의 딸이라는 아가씨의 신분을 노리고 발전소연합에 소속된 남자들의 구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정략결혼이군요.”
“그렇습니다. 근래 들어 부쩍 소장님도 아가씨를 이용해서 인재를 묶어두고자 정략결혼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다. 발전소연합 내부에서도 파벌경쟁은 심각하니까요.”
애초에 하나의 발전소가 아닌 기존에 존재하는 모든 발전소가 서로 연합을 맺은 상황이다.
각 발전소의 역할이나 위치, 규모, 생산전력의 양에 따라서 중요도가 달라지고 유능한 인재들은 보다 중요도가 높은 거점으로 향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뮤턴트 중 일부는 전기가 인간들의 생존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발전시설에 공격을 가하고 있기에, 적정수준의 안전을 위해서 중요도가 낮은 시설을 희망하는 인재들도 더러 존재한다고 한다.
“아가씨가 소속된 발전소는 후자에 속하는 경우입니다.”
“다양한 편의혜택을 제공해서 인재를 끌어들여야겠군요. 정작 실력 좋은 사람 구하기가 힘들 테니까요.”
“바로 보셨습니다. 역시나 게이머다운 통찰력이군요.”
무장요원은 말을 섞을 때마다 상대의 장점을 반드시 하나씩은 꼽아서 칭찬하는 화술을 사용하기에, 대화를 함에 있어서 무척이나 편안한 상대라는 인상을 들게 만든다.
정작 대화 내용은 그리 편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런 능숙한 화술에 대해서는 나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 이건… 일종의 망명에 가까운 구원요청이군요?”
“물론 숙박비로 적지 않은 와트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아아. 추가 보상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저랑 츳키 사이인데요, 뭘. 그냥 츳키가 발전소연합에 제 집주소를 알리지 않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했는데, 망명을 위해 피신하는 상황이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것도 당연하니 아귀가 맞는 구나, 생각한 거예요.”
무장요원이 연합 내의 파벌에 대한 정치적인 식견을 지니고 있다고는 해도, 이번 망명계획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만큼 높은 정치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계획의 발안자는 틀림없는 츳키.
작고 가녀린 몸으로 고르릉 거리며 잠든 모습으로는 선뜻 연상하기 힘든, 연합의 여러 파벌 중 하나의 후계자에 걸맞은 상당한 정치력을 지니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확실히 평소 갤러리로 활동하면서 보였던 채팅을 떠올리면… 츳키도 여러 방면에서 지식은 튼실하고, 정치적인 감각도 날카로웠지.”
가령 루세트와의 결전에서만 해도 계약의 허점을 꿰뚫어본 것이 츳키였었다.
츳키가 이를 넌지시 충고해주지 않았다면 악마상인 마그람의 예기치 못한 스펙 업에 당황해서 이래저래 손해를 보다가 우세를 내주었을지도 모른다.
능력치 90을 넘어서는 NPC는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를 선보이기 시작하니, 무려 악마상인이라는 이명을 지닌 마그람이 차후 어디까지 존재감을 발휘할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럼 츳키한테 정치력 능력치가 있다고 치면, 그게 90을 넘는 건가?’
만일 정말로 그렇다면 대단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마그람이 츳키의 간파로 인해 무너졌다고는 해도 엄밀히 따지자면 간파당한 건 마그람이 아닌 루세트였으니까.
또한 간파라는 건 하수가 고수를 상대할 때에도 나올 수 있는 법이니, 츳키의 정치력이 루세트를 뛰어넘는다고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그래도 루세트보다는 높을 가능성이 상당하지.’
아무래도 성장환경부터 츳키는 특수하기도 하고, 개인이 보였던 정치적인 감각도 남달랐으니 말이다.
루세트는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미흡했었지.
다이스게임 내에서 잠깐의 우세로 기고만장했던 탓에, 비밀을 엄수해야 할 [보이지 않는 손]의 자객 앞에서 진실을 마구 폭로하고 그대로 조직에서 손절당하지 않았던가.
‘경제력은 루세트. 정치력은 츳키. 지략은 알파고인가.’
이렇게 보니 나도 상당히 유능한 여자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새감 실감된다.
마치 유능한 인재를 대거 거느린 영주 같다고 할까.
정작 영주에 비유하고 있는 내가 너무 허접해서 미안할 정도이지만 말이다.
“혹시… 츳키에게도 협동플레이를 제안할 수 있을까요?”
“아쉽지만 당장은 힘들 것 같습니다. 망명을 온 처지라고는 해도 아가씨의 신원이 대외에 널리 알려지는 다이스게임에 나섰다간 반드시 이곳의 위치를 적발 당하게 됩니다.”
“정략결혼을 원하는 남자들이 그렇게나 지독해요?”
“역으로 정략혼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집단에서는 이참에 본색을 드러내려 들 수도 있다고 아가씨에게 충고를 들었습니다. 자신이 외부에 노출될 것 같은 일은 뭐든 막아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과연. 그래서야 상당히 애를 먹겠네요.”
단순한 정략결혼만이 아닌 암살위협까지 받고 있다.
그것도 저토록 여린 여자가.
상대가 츳키의 존재를 그만큼 높이 인정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노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심장이 차분해지며 감정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깊디깊은 정적.
새까만 밤보다 짙은 어둠속에서 내 안의 악의가 들끓는 것이 느껴진다.
놈들을 파멸시켜버리고 싶다.
처참하게 몰락시켜 인간으로 남을 수도 없게 만들자.
그런 유혹이 이는 것을 깨닫자마자 상념을 바로잡았다.
위버 기술의 악용.
이건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될 금단의 지식이다.
1급 에뮬레이터는 그러한 안보개념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주입식 교육을 받은 국가공인의 인재이니, 그런 내가 순간의 충동에 져버리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런 다짐으로라도 벌어진 균열을 메우고 절제해야만 한다.
“좋아요. 2층에 객실 두 개를 드릴게요.”
만에 하나의 상황을 상정하여 여분의 객실을 남겨두기는 했다.
이 별장, 일단 크기는 엄청나게 크니까.
작정하고 사람을 들이면 이삼백 명도 여유롭게 들어올 수 있다.
1층만 해도 대놓고 바(Bar)처럼 분위기를 냈고 말이다.
일반적인 별장의 규모를 넘어서는 크기인 만큼 새삼 츳키나 무장요원을 받아들이는 게 문제가 될 리가 없었다.
“우웅…”
잠결에 뒤척이며 덥썩 내 손을 쥐더니 손가락을 쭙쭙 빨아댄다.
허.
망측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이런 아이를 위험하게 암살위협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려보내라니.
절대로 납득할 수 없다.
심지어 발전소 연합에는 그 정신나간 [색마]도 있잖아.
이참에 아예 그곳에서 주거지를 이쪽으로 옮긴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나게 안도감이 들 지경이다.
“색마는 대체 뭐하다가 거기로 영입된 거예요?”
“최대한 빠르게 돈으로 매수할만한,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클리어의 가능성이 있는 인선을 뽑은 결과입니다.”
“바질리스크 암컷도 따먹는 녀석이니 그럴듯하긴 하네요.”
색마는 더 이상 따먹고 싶은 여자가 없다며 종을 넘나들며 암컷을 범하는 미친놈이다.
온갖 종류의 암컷과 교미를 한다는 말인 즉, 강력한 암컷 몬스터조차도 힘으로 제압해서 범하는 쓰레기인 주제에 터무니없이 강한 게이머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도 무려 ‘색공(色工)’이나 ‘방중술(房中術)’을 익히고 이를 무력의 근간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게이머인 만큼 남들은 범접할 수 없는 고유무력을 갖추고 있다.
소문에 따르면 녀석의 최종목표는 암컷 드래곤.
여력이 나면 차원의 틈에 거주하는 암컷 불멸자들을 따먹는 거라고 한다.
‘시발. 차원개구리나 대괴수 테스차니아 같은 존재가 암컷이어도 따먹을 거라는 말이잖아.’
차원을 넘나드는 섹스나 맹독산성 섹스라니.
정말로 섹스에 목숨을 건 녀석이 아니면 꿈도 못 꿀 짓이다.
그런데 정말로 무서운 건, 이 녀석이 이미 신화생물에 속하는 바질리스크나 해태 따위를 몬스터 플레이로 따먹은 전례가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돌려보내지도 않겠어요. 그런 지저분한 녀석과 같은 곳에 살게 둘 수는 없죠. 암.”
“네…..?”
“숙박료는 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대신 10년은 살 각오로 아예 눌러앉아주세요!”
무장요원은 대충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 챈 모양이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못 말리는 남동생을 둔 누나가 저런 반응을 보이겠지.
“이건…?”
“악수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의.”
나는 기쁜 마음으로 무장요원의 손을 마주잡았다.
“저도 앞으로도 잘 부탁…”
우드득.
그리고 손뼈가 부러졌다.
“아, 아니.. 방금 건 신뢰의 징표로 조금 힘을 실으려고 생각했을 뿐인데.”
대체 얼마나 약한 거냐, 내 몸은…!?
============================ 작품 후기 ============================
작가는 휴가를 만끽하는 중입니다.(3/3)
리코멘트가 불가능한 점 양해 부탁드려요!
휴가 대비로 열심히 비축분을 쌓아보니 한 편이 남아서 이렇게 세트로 올려둡니다!
오늘의 관전포인트는.
음.
개복치의 내구력이 초창기 지메클로 경과 막상막하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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