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476
00475 #19 – 개복치의 취향존중 =========================================================================
#19 – 개복치의 취향존중(22)
5억 골드를 두 배로 되갚는 200%의 상환.
나는 그조차도 훌쩍 뛰어넘는 50억 골드어치의 사업.
무려 자발적인 1000% 상환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염라대왕은 ‘제정신인가?’ 따위의 상투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발칙한 어린 것을 대하는 여유가 느껴진다.
한 차원의 지배자를 놀라게 만들기에는 10배로는 부족했던 건가.
뭐, 상관없다.
이걸로는 끝내지 않는다.
‘이쪽의 내 주인은 신생마왕 셀레나. 나는 마왕군 결전병기다. 인간계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은 차고도 넘치지. 그걸 지옥으로 끌어오겠다.’
“호오. 50억 골드어치의 제물공양을 하겠다는 건가.”
‘세련되지 못한 표현이군. 여기서는… 그래. 관광사업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겠어.’
그보다 우리 신분에는 안 놀라는 거냐.
다들 들을 때마다 놀라던데.
너만 반응이 없으니까 민망하잖아.
“관광사업이고 뭐고. 어떻게 배상할 건데?”
존나 현실적으로 성격 급한 양반이네.
‘솔직히 생각해둔 건 있는데. 이런 걸 저질러도 될는지 모르겠네.’
“시도하지 않으면 그대로 40대 폐품남 빙의형이다.”
‘그럼 할 수밖에 없군! 관광수익 극대화로 수익을 보전시켜주는 오대강사업을!’
염라대왕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오대강이라는 말에 갤러리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프랑 : 설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건 아니겠지!?
-쓰레기 : 아니, 어떻게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잖아!
-퐁삽 : 지옥불반도에서 벌어진 사대강의 악몽을 지옥에서 재현해보이겠다는 건가!?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미친 아이디어다.
근데 말이지.
염라대왕 같은 부류의 초강자에게는 미친 제안이 아니면 먹히지도 않는다.
게다가 나라고 아무 생각 없이 내지르고 본 건 아니다.
이게 의외로 실현이 가능할 것 같거든.
‘지금의 지옥의 오대 강은 지나치게 중구난방이다. 유속의 흐름도 엉망진창이고 오가는 배도 뱃사공 카론이 이용하는 하나밖에 없지. 이래서야 대규모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망령들이 손만 빨고 오대 강 지역에서 머물러야만 한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괜찮은가?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어도. 아무리 상납금을 걷어봤자 그놈들의 뒷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이 더욱 많을 텐데. 내 제안을 따르면 오대 강의 관리인은 단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해진다.’
염라대왕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흥미를 보였다.
“어떤 방식으로?”
‘불필요한 행정체제의 축소 및 오대강의 통합!’
물론 단순한 통합은 아니다.
‘강변에 댐을 건설해서 길을 하나로 축소시키고, 각 지옥의 절차를 지극히 인스턴트 방식으로 만든다. 더불어 오가는 배의 항로를 만들어두면 대괴수 따위에게 먹히는 망령도 줄어들지.’
“손실을 줄이고 이득을 최대화하라?”
‘그렇다!’
“강변에 댐을 건설? 거기에 관광사업을 열어?”
‘만일 이 계약이 체결된다면─’
“관심 없다.”
귀를 기울이던 것이 언제였냐는 듯.
갑작스레 염라대왕의 반응이 시큰둥해졌다.
‘어째서!? 적어도 말은 들어줘도 되지 않는가!’
“지옥에 필요한 건 신규 노동자다. 노동자들을 위한 관광이 필요할 것 같냐.”
‘그, 그건…!’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고. 여긴 지옥이다. 모두가 기피하고 두려워하는 공포의 온상이라고. 솔직히 마계보다는 살기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걸 뭐 어째? 나라고 관광사업을 벌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 같나? 젊었을 적에는─”
어째서인지 염라대왕의 하소연이 시작되었다.
그보다 이 녀석의 젊었을 적이라니.
대체 몇 천만 년 전의 얘기냐.
‘유감이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제안하는 관광사업이라는 녀석은.’
“다르다?”
‘그래! 보다 정확히는─’
“다르지 않다면.”
염라대왕은 내 말을 잘랐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치 케이크를 커팅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나를 위협한다.
“40대 폐품남의 몸에 빙의될 각오는 되었나.”
‘어… 그건 좀…’
“각오가 안 되었다면 들어줄 가치는 없겠는데.”
‘제, 제길… 감내해주지. 그 정도 리스크는!’
“자신감은 충만해 보이는군. 부디 만용이 아니길 기도해주지.”
뭐라는 거야.
악마 주제에.
악마가 하는 기도 따위가 제대로 된 걸 리가 없잖아.
애초에 엿을 먹인 것도 너면서.
병주고 약 주고라도 하려는 거냐?
약도 별반 쓸모가 없기로는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관광객과 노동자를 동시에 수급해줄 수 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동시에 대거 지옥에 몰려들면서 말이지.’
“흥미롭군.”
‘운하를 건설하면서 댐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설계는 이루어진다. 하나는 노동자들이 신속하게 배달되는 길. 다른 하나는 안전하게 지옥의 오대 강을 유람하며 구경하는 길.’
“관광이라는 건 정말로 관광이었군.”
‘죽음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그런 이들에게 막대한 관광비를 받고 관광을 시켜준다면 제법 좋은 사업이 될 것 같지 않은가?’
염라대왕은 손을 들어 내 발언을 저지했다.
“그 정도로는 허술하다. 지옥은 만인이 두려워하고 경원시해야만 비로소 지옥이 될 수 있는 법. 일개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것은 지옥의 수명을 깎아먹는 행위에 불과하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죽음 이후의 가혹한 실상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국에 오대강을 통합하고 신속하게 제품을 찍어내듯이 노동자를 만드는 광경을 보여준다니. 미지의 공포로 남겨두는 편이 차라리 낫다.”
그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후후.’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봐야해.
높으신 분들의 생각은 거기서 거기거든.
손해, 그리고 보전.
어떻게든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도가 훤히 보인다.
가문이나 국가를 경영하는 귀족과 왕족들이나 다를 바 없다.
차원을 경영하는 것도 본질은 같단 말이지.
더 많은 이득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민감하게 여겨야 할 것은 손실 쪽이다.
컨트롤마스터도 말하지 않았던가.
부자가 부자인 이유.
그건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오대강 사업은 지옥의 입장에서는 바로 그 쓸데없는 지출에 속하는 무가치하고 무의미하며 병폐만이 드글거리는 사업이다.
‘근데 이건 생각해봤을까?’
강이라는 건 가만히 묶어두면 썩는다.
‘댐에 갇힌 물이 자정작용으로도 스스로 정화되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썩고 부패하며 그 성질이 더욱 지독해진다면 얼마나 끔찍한 형태를 이루게 될지.’
“신선한 발상이군.”
‘오대강의 통합을 이룩한다면 강을 지나치는 속도는 빨라도 느끼게 되는 공포는 지금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래봤자 미지의 공포를 상상함으로서 느끼는 절망에 비견되지는 못한다. 인간계의 개체들이 품는 마이너스의 감정. 그것이 죽음을 향한 두려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옥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 바꿔야지.’
시대가 언젠데 그런 낡은 트랜드를 유지하고 있어?
‘지옥이 경원시 받아야 할 이유. 권위, 명예. 그런 건 다 집어치워.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건 돈 맞지?’
“음…”
‘노동자라는 표현에서 이미 눈치 챘어. 우리 괜한 연기나 심리전은 미뤄두자고. 우리는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명예가 우선이라면 그건 골치 아파지지만.
돈이 우선이라면.
루세트나 프랑만큼은 못하더라도 나 역시 나름의 재주는 지니고 있다.
각 분야에서 여타의 게이머에게 실력으로 뒤처진다고 해도.
상행에서 나보다 앞서는 자들이 있다고 해도.
그 기저에는 여러 가지 부수조건이 깔려있다.
계약을 성립하는 힘.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
자금흐름을 속이는 재주.
다양한 기술과 경험의 총칭이야말로 해당 게이머의 실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 하나에 한정된다면.
죽음과 관련된, 죽음을 피하기 위한,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자세에 한해서라면.
누구보다도 많은 죽음을 경험한, 이천 회차를 넘어선 최약체 게이머인 나야말로 가장 염라대왕에게 적합한 관광상품을 제시하고 판매할 자신이 있다.
죽음, 돌연사.
그런 것들은 너무나도 친숙하기 때문이다.
‘발상을 달리 하게 해주지.’
죽음은 반드시 두려운 것으로 느껴져야만 염라대왕에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질이야 그 편이 좋겠지.
하지만 그래서야 양이 늘어나지를 않는다.
‘오대강을 통합해서 보는 광경은, 지금보다는 잔혹하고 끔직할지라도 미지의 공포보다는 뒤처진다. 그 사실은 인정하지. 그런데 그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해봤나?’
“그 이후?”
‘지옥을 보고 돌아온 관광객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품을지 말이다.’
염라대왕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지옥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죽는 것보다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자들도 많다.
그거에 비하면 지옥 쯤이야.
그런 생각을 품으며 지옥을 우습게 여기는 이들이 발생한다.
염라대왕은 그것이 명예의 훼손이자 권위의 실추라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말이다.
‘지옥과 협약을 맺고, 관광객은 현세의 인간들로 불러들였다. 덤으로 지옥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조장하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만연하게 퍼지겠지.’
한 술 더 떠서 이렇게까지 등을 떠밀어버리면.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희박해지고 차라리 죽는 게 더 낫지 않냐는 생각을 하는 존재들. 그런 녀석들이 과연 얼마나 늘어날 것 같지?’
“…!”
‘백? 천? 만? 그런 우스운 단위가 아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사는 것보다도 죽음을 택하는 것이 자비라고 여기며 뭍 생물체들은 보다 쉽게 죽음을 택하게 된다.’
수십만.
아니, 수백만의 생물체들이 날마다 죽어간다면.
‘지옥에 들어오는 노동자의 수는 대폭 늘어나지. 게다가 흥미로운 사실도 확인했는데. 뱃사공 카론의 배에 탑승해서 지옥까지 가려면 1골드가 필요하다며?’
“그렇다.”
‘그 사실이 알려져서 모든 사망자들이 언제나 죽을 때에 대비해 1골드를 소지하고 다닌다면. 이제껏 허탕만 치게 만드는 90%의 사망자들도 금화를 바칠 수 있게 된다.’
어디 그뿐만이랴.
‘지옥도 의외로 돈만 있으면 살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박혀봐라. 현세에서 즐길대로 즐기고, 죽은 뒤에는 지옥에서 살아간다. 그 편이 현세에서 시달리고 사후에 천국에 가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판단된다면 어떨 것 같지?’
“지옥의 유입인구는 더욱 늘겠지.”
‘멀리 갈 것도 없다. 만일 하루 평균 사망자가 15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늘어나고. 99%가 지옥으로 오며. 99만 명의 전원이 1골드를 소지하고 살아간다면.’
지옥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소득은.
‘일일 99만 골드. 고작 500골드씩만 벌어들여왔던 지금까지와는 무려 1980배나 더 소득이 늘어난다. 심지어 관광객들이 바칠 부수적인 금화까지 존재하지.’
“호오.”
‘가령 실제로는 아무 쓸모도 없지만 지옥에서 미리 구매해두면 사후에 죄를 경감해준다는 우대권이라도 판매한다면 어떨 것 같나.’
“사겠지. 틀림없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때의 소득. 사업을 벌인 이후의 결실이 50억 골드에 못 미칠 것 같나?’
염라대왕은 잔혹한 흉소를 지었다.
“마음에 드는군.”
이 계약, 성립한다면 50억 골드는 훌쩍 넘는 재화가 염라대왕에게 들어간다.
“네놈이 마왕군 결전병기라는 것도, 그 여자가 신생마왕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사업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군. 기대 소득도 높고.”
‘그렇다면..’
“성급하게 굴지 마라. 계약이 체결되기에는 이르다. 네놈은 아직 간과하지 않았던가. 한 가지 전제조건에 대해서.”
염라대왕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차원의 지배자가 되다보면 심리를 읽어내는 데에는 도가 틀기 마련이다.”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냐.’
“너는 이질적이다. 마왕군 결전병기를 자처했지만 목적은 세계멸망이 아닌 것 같은데.”
지옥의 지배자는 순수한 호기심을 드러내었다.
“네놈의 제안대로 현세에 죽음이 만연해진다면 그건 세계멸망을 앞당기는 행위가 되지 않는가. 너는 신념을 포기하면서까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가?”
사고를 읽는 드래곤과는 다르다.
이것은 정말로 순수한 통찰력.
지옥의 지배자다운 지혜의 발현이다.
‘물론.’
그렇기에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내 적들만 싹 다 모아서 보내버릴 거다.’
마침 내게는 숫자도 많고 성가시기가지 한 적이 있다.
‘구 마왕군이라는 녀석들. 이만한 노동자들의 대거유입은 받아본 적 없지?’
백치 흉내를 내며 잠자코 관망하던 흑색마탑주와 천마의 기세가 일변하였다.
더 이상 방관했다간 졸지에 구 마왕군이 염라대왕과의 협력 하에 떼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다는 걸가.
하하, 멍청이들.
너무 늦었다고.
너희들은 내게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됐다.
행동에 나서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우릴 공격했어야 했다.
누구를 상대로 모략으로 우위를 점하려 했던 거냐.
염라대왕을 이용한 차도살인지계 따위는 스스로의 우위를 포기한 아둔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너희는 결정적인 승기를 잡은 게 아니다.
치명적인 함정?
죽을 위기?
당해낼 수 없는 강적?
그딴 건 아무 의미도 없다.
날 죽일 수 없는 시련은, 돌연사가 아닌 모든 사망플래그는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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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1 > 개복치는 게이머 최약체입니다.
설정 2 > 게이머 최약체는 결코 무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과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개복치조차도 놀라운 활약을 할 수 있습니다.
설정 3 > 물론 돌연사 앞에서는 활약이고 뭐고 없습니다.(ex : 개복치 데드엔딩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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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상 투표 감사합니다!
2화어치 약을 농축한 연재분을 2화, 실질가치 4화어치 약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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