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98
00098 #4 – 같은 존재, 다른 형태 =========================================================================
#4 – 같은 존재, 다른 형태(12)
도대체 이놈의 신은 뭐하려고 천벌을 내린 걸까.
다들 벙쪄서 멍하니 룰렛을 쳐다보고 있잖아.
지금쯤 본인도 무진장 당황하고 있겠지?
-감히 내 종복들을 짐승으로 만들다니!!
모르는 척 하는 거냐!!
“종복이고 자시고, 당신이 한 짓이잖아요!”
“정신 나간 신도들에 이어 정신 나간 신인가.”
“애초에 광기의 교단에서 신도를 보낸 이유가 뭐지.”
각각 마에다 유키, 카심, 발드 마이저의 발언이었다.
팀장들답게 모두의 감상을 대변하고 있네.
잠깐.
듣고 보니 나도 좀 걸리는데.
교단에서 처단자를 보냈다는 건 광기의 교단한테 내가 찍혔다는 거잖아.
새삼 얘들하고 척을 질 일이 있었던가.
-말 잘했다! 신도를 보낸 이유! 그걸 밝혀주마!
어째서 증인이 증언을 하는 것처럼 구는 걸까.
그냥 아무 말도 안하고 돌아가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네츄럴 본 마이페이스인 신은 제멋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본인은 모두가 알다시피 광기의 신, [노스트라]님이시다. 신도들의 광기어린 행동을 통해서 온 세상의 광기를 흡수하며 신력을 얻고 있지. 헌데 네놈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
어… 시발 저게 왜 나한테 말하는 것 같지.
기분 탓이다.
절대로 기분 탓이어야만 한다.
저런 거랑은 1도 엮이고 싶지 않아.
-시치미 떼지 마라! 네놈, 마왕군의 결전병기! 지팡이에게 하는 말이다!
시발.
최근들어 악명이 부쩍 올랐더니 이제 신도 날 알아본다.
이거 인기인 된 거 아니냐.
이런 인기 필요 없어.
구태여 날 지목하면서 확인사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감히! 이 몸의 신자들보다! 더한! 광기어린 행동을 저지르다니! 네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신력을! 빼앗겼는지! 알고는 있느냐! 빌어먹을 실패작 녀석아!
갸아악.
신이 신언으로 소리 지르고 있어.
실내 장식용으로 갖다 둔 화분이 말라비틀어질 정도라고.
저거 한 번 쓸 때마다 신력 팍팍 줄던데.
힘의 누수 따위는 개의치 않을 정도로 빡친 모양이다.
‘그래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물론 짐작이 가는 게 없는 건 아니다.
붓다창조에 이어 마왕(Minor Copy)창조도 있고.
대재앙을 일으켜 북반구를 휩쓸기도 했었지.
대뜸 차원 넘어가서 미친 전쟁도 했었네.
똘기가 넘치다 못해 광기까지 간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잘못한 거 맞네.
‘그래도 그건 내 플레이잖아! 밥그릇이 신경 쓰였으면 네가 더 잘했어야지!’
전음이 전해지기나 할지 의문이었는데, 제대로 닿았나보다.
-용서할 수 없다! 나보다 관심을 많이 받는 정신병자라니! 그런 존재가 지상에서 활개 치는 걸 두고 볼 것 같으냐!!
굉장히 구체적으로 기분 나쁜 예시를 들고 있네.
내가 정신병자라는 거냐.
관종 아니다 빼애액!
-쓰레기 : 이 무슨 쓰레기(망템) vs 쓰레기(병신)
-묵제 : 병맛 신 적절한 것 보소
-츳키 : 게임 안팎으로 드립력이 폭주한닼ㅋㅋㅋ
시발 나야말로 저놈한테 영업방해 당한 느낌이라고.
면접 잘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게 웬 깽판이야.
신씩이나 되는 녀석이니 꺼지라고 순순히 가지도 않겠지.
그렇다면 이젠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결판을 낼 차례다.
‘그럼 승부다!’
-승부라고? 이 광기의 신 [노스트라]에게? 흐흐, 흐하하, 흐하하흫흐핳흐하흐하흫흫핳하흐핳하흐하하하핳햐핳캬하하하하!!!!!
‘미, 미친 새끼…….’
질려버렸다.
이렇게까지 광기 충만한 웃음소리는 난생 처음 들어봐.
애초에 광기의 신은 출현빈도도 적었는걸.
출현 조건부터가 얼마나 빡센데.
세계멸망 플래그의 1차 관문으로 손꼽히는 [정복전쟁]. 그 뒤를 잇는 [마왕부활], [종족전쟁], [마신강림]을 넘어선 뒤에야 도래하는 [신위경쟁]에서나 볼 수 있는 놈이다.
-스마일 : 아니 이 양반 갑자기 왜 신하고 이러고 있어?
-살인전차 : ㄹㅇ 참신한 자살방법이네
-이지 : 햣하! 폭발은 예술이지! 터져라, 게임!
……이놈들이?
아무튼 [신위경쟁] 이게 열리면 온갖 신들이 ‘아! 여기가 내 세상이다!’하면서 막대한 신력을 퍼부어가며 세계의 패권을 두고 다툰다.
이때, 광기와 혼돈의 신 [노스트라]는 뭐하고 있냐고?
조그마한 섬에서 이족보행 물고기나 만렙토끼, 다리 108개 달린 닭 같은 거 만들면서 흙장난이나 하고 있다.
신자가 적고 힘도 약해서 세상을 지 놀이터쯤으로 여기고 소꿉장난이나 하는 소심하고 약해빠진 신이라는 거다.
원래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이상한 괴물이나 찍어내는 녀석인데.
-조오오오옿다!! 그 도전을 받아주지!!
이렇게나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니 대뜸 소름이 끼친다.
한 번 영상 뜰 때마다 하이퍼 넷이 발칵 뒤엎어질 정도로 광기 충만한 양반이라 기억하고 있었지, 이제까지의 나와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무해한 또라이였건만.
차이점이라면, 역시 이거겠지.
아직 [신위경쟁]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노스트라]가 위축될만큼 강한 성세를 보이는 신들이 없는 이상, 저런 막장 신이라도 당장은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다.
호랑이가 없으니 여우가 왕 노릇을 하는 셈이다.
이런 권위 따윈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을 수도 없는 신 따위에게 패배하다니, 개복치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도전과제는 간단하다! 이곳이 면접장인 만큼 심사위원의 자질을 검증하는 거다!’
-좋다!! 일격에 때려죽여주마!!
‘아니… 물리력이나 신력 등으로 경쟁자나 지원자들을 제거하는 건 곤란하지. 생각해보라고. 네가 힘으로 날 죽여 봤자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잖아. 광기의 신인 주제에 광기로는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힘으로 제압했다는 악명이 영원히 퍼질 거라고?’
이 정도는 교섭까지 갈 것도 없다.
교섭창이 뜨지 않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간 저지른 미친 짓들이 광기의 신이 생각하기에도 충분히 납득할 만큼 굉장했으니까, 이건 당연히 성립하는 기본전제이다.
-하! 결투로는 자신이 없는 거냐!
당연히 없지.
신으로서의 체면을 좀 차려라.
플라이급(Flyweight) 50kg짜리 격투선수한테 글러브주고 무제한급(Openweight) 0.2t 선수랑 권투 하라는 것만큼 개소리잖아.
신이면서 아이템 하나 상대로 얼마나 진심인 거냐…….
‘없다. 그럼 자질검증방법을 제시하지. 검증방법은──’
노스트라가 수락하고, 내게도 승산이 있을 만한 검증방법.
이 역시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있다.
이것밖에 더 있겠나!
이젠 지를 수밖에 없는 거다!
‘──누가 더 획기적인 광기를 저지르는가!’
-광기의 신에게 광기로 도전하다니. 대단한 배짱이렷다!
‘쫄리면 뒈지시던지!’
-하하. 좋아. 아주 좋다고. 아주 좋아아아아!! 캬하하하하흫핳흐하핳핳흫하캬핳캬캬캬!!!
‘…….’
이 녀석, 진짜 미쳤다.
‘승부는 단판 승부. 심사는 이곳에 모인 다른 심사위원들과 지원자들이 맡는다! 네가 패배하면 닥치고 신계로 사라져라!’
-허가하지! 대신 네가 패배하면 광기의 정원으로 데려가서 영원히 내 장난감으로 살아야 한다!
‘……엄청나게 불합리하잖아!’
노스트라는 아쉬울 거 하나 없다는 투로 빈정거렸다.
-쫄리면 뒈지시던지!
……세상에.
하다못해 게이머의 드립까지 받아치는 신이라니.
이런 신은 정말로 난생 처음이야.
격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물론 이 녀석의 격은 파격(破格)이지만!
-그럼 지체할 것 없이 이 몸의 광기를 보여주마!!
꽈과광
쿠구구구구…!
폼으로 신이 된 것은 아니라는 말인가.
천지가 굉음을 토해내며 우렁차게 격동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광기를 보여주려 이러는 건지 두려워질 정도다.
-진정한 광기란 단순한 광증을 의미하지 않는다.
룰렛의 안에서 무언가가 갈려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까득 까드득.
뼈나 둔기를 가는 것 같은 심상치 않은 소리였다.
아니, 이 양반은 왜 갑자기 호러를 찍는 건데.
목 잘 꺾는 여자라도 튀어나올 기세잖아.
-미지. 공포. 부자유. 타락. 신비에 닿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변화. 그것이야말로 원초적인 광기이며 혼돈일지어니. 광기는 무엇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말하지 않는다면서 뼈 꺾는소리는 뭐냐.
그거냐.
평범한 음향효과 같은 거냐.
-그렇다! 진정한 광기란 오롯이 존재함으로써 자아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일 지어니! 보아라! 이 [혼돈의 석판]을!!
룰렛이 급격히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틈새로 새어나오는 오색찬란한 광채.
그것을 마주하는 순간, 잇달아 시스템 알림이 울렸다.
『[혼돈의 석판]의 ‘혼돈의 색채’에 노출되었습니다.』
『거대한 정신력으로 인한 완전 저항에 성공. 디버프 효과가 말소됩니다.』
이게 뭐야.
『[혼돈의 석판]의 ‘파멸의 전주’에 노출되었습니다.』
『거대한 정신력으로 인한 완전 저항에 성공. 디버프 효과가 말소됩니다.』
아니 잠깐, 이게 뭐하는 건데.
『[혼돈의 석판]의 ‘절망의 오라’에 노출되었습니다.』
『거대한 정신력으로 인한 완전 저항에 성공. 디버프 효과가 말소됩니다.』
이런 미친.
『[혼돈의 석판]의 ‘죽음의 자취’에 노출되었습니다.』
『거대한 정신력으로 인한 완전 저항에 성공. 디버프 효과가 말소됩니다.』
단순히 균열의 틈새 사이로 디버프가 쏟아져 나오다니.
이 미친 신이 대체 뭘 소환하고 있는 거야.
『[혼돈의 석판]의 ‘광기의 현현’에 노출되었습니다.』
『거대한 정신력으로 인한 완전 저항에 성공. 디버프 효과가 말소됩니다.』
나는 기겁하며 항마의 장비를 떼거지로 구매했다.
스스로야 저항할 수 있다지만 파티원들은 다르다.
광기의 신이 작정하고 불러낸 폭탄덩어리라고.
“엄청난 대마력이구나.”
“시발… 하다못해 이젠 석판한테까지 밀리는 건가.”
“세상에 이처럼 불길한 물체가 존재할 수 있다니.”
셀레나와 란도멜, 난쟁이는 간신히 상태이상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다른 참가자들은 이미 귀를 틀어막거나 머리를 붙들며 괴로워하고 있다.
절대자의 경지에 오르며 생겨난 자체적인 항마력으로도 이건 버틸 수가 없다.
난데없이 코즈믹 호러의 산물이 튀어나오니 이건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광기에는 멈춤이 없다.
거대한 석판이 룰렛을 부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혼돈, 파멸, 절망, 죽음, 광기.
이것은 악의의 정수(精髓)나 다름없는 무언가였다.
『[혼돈의 석판]의 실체와 마주하였습니다.』
『동급의 정신력으로 인한 제한적인 저항에 성공. 디버프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모든 행동 판정의 기준치가 무작위로 변동합니다.』
『상태이상 ‘극도의 초조’, ‘신진대사 가속’, ‘미약한 시선고정’에 걸렸습니다.』
세상에 이런 정신 나간 위력의 석판이 존재하다니.
이건 하이퍼 넷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12년간 누구도 마주하지 못한 광기의 신 노스트라의 비밀병기.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절대자들이 자살충동을 억눌러야 하는 가공스러운 궁극의 광기유발물체였다.
심지어 눈을 떼는 것조차 힘들잖아.
다른 지원자들은 실시간으로 미쳐가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저것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행위마저도 불가능하다.
“흐으윽…!”
마에다 유키는 폭주하는 마력을 제어하는 것도 빠듯했다.
“이런… 미… 친…!”
카심은 떨리는 손으로 허벅지에 칼을 박으며 자해했다.
“심연의 통로. 궁극의 대혼돈. 이것이 광기의 신의 저력인가. 불멸의 마왕 못지않은 가공스러운 광기이구나.”
그나마 괴이와 이매망량에 친숙한 엘더 뱀파이어.
마왕군 간부 발드 마이저조차 침음을 금치 못했다.
광역디버프의 성능만큼은 원본 마왕과 동일하다.
어쩌면 그 이상.
숨겨진 저력을 드러낸다면 나조차도 석판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만! 지원자들을 전부 죽일 셈이냐!!’
-죽여? 재미난 소리를 하는구나. 그럴 리가 없지 않느냐.
‘네놈, 설마…!’
노스트라의 신언이 간드러지게 울려 퍼졌다.
그야말로 광소.
광기와 혼돈의 신다운 흉악한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물리력도, 신력도 아니다. 단순한 광기. 그래, 필멸자라면 피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시키고, 그들에게 진정한 광기의 지평을 열어주는 광기의 계몽장치에 불과하다!
당했다.
실로 오래간 만에.
아니, 어쩌면 이번 플레이의 최초로.
내 저의를 완벽하게 꿰뚫은 상대가 등장해버렸다.
광기의 내기 따위, 내 차례만 오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
노스트라는 그런 나의 내심을 간파했다.
그리고는 규칙의 제약을 벗어나는 방도로 판을 엎었다.
모든 심사위원과 지원자들을 광기로 폭사시킨다.
이로써 이번 대결 자체를 무마할 속셈이다.
‘당하고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저 빌어먹을 석판을 날려버리지 않는 한.
이대로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느닷없이 맞이한 절체절명의 위기.
몰살이냐, 생환이냐.
운명의 다이스롤을 개시할 차례가 다가왔다.
파티원들조차 광기를 억누르기 벅찬 지금.
저 석판을 날려버릴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방법은 물론 랜덤마법, 거기에 걸어야만 한다.
광기의 노스트라와 불운의 개복치 게이머.
단판승부의 시작이다.
============================ 작품 후기 ============================
*당장은 멋진 척 하고 있지만 불과 한 화만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것을 알기에…
*작가의 후기를 쓸 의지가 충만해지지 않았다!
*배고파! 졸려! 18시간을 깨어있었는걸! 얼른 업로드하고 잠들고 싶어요! 빼애액!
Q : @휴머노이드는 정의가 인간+기계를 의미하기 때문에 인공장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휴머노이드입니다. 그리고 알파고가 인공자궁이 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H를 할 수 있다는 소리죠!
A : 22세기 사람들은 인간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하는 행위를 지극히 야만적이고 천박한 전통의식 정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아기는 보통 인큐베이터에서 잉태시킨다, 라는 사고가 만연해있는 관계로 인공자궁은 없습니다.
Q : @다이스를 굴린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굴려요?? 엑셀로 무작위 확률로 굴리나요?
A : 주사위 굴리는 사이트에서 굴려야하는 주사위를 굴립니다. 자주 쓰는 다이스롤의 경우에는 각 수치에 따른 항목을 만들었으며, 빈도가 낮은 다이스롤은 그때그때 임의대로 선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