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99
00099 #4 – 같은 존재, 다른 형태 =========================================================================
#4 – 같은 존재, 다른 형태(13)
혼돈의 석판을 부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방법은 랜덤마법을 통한 일격필살의 파괴 뿐.
물론 뭐가 나올지도 모를 마법에 의지할 수는 없다.
‘아쉽지만… 여기선 살 수 밖에 없어!’
물론 강화는 아니다.
이런 난리 통에 어느 세월에 수백 수천 번 강화를 하겠나.
내가 구매한 것은 바로 캐쉬아이템(Cash Item)이었다.
대량의 게임머니를 사용해서 단발역전의 승부수를 띄운다.
『마법성공률&공격력 5배 증폭스크롤을 10,000,000p에 구매하셨습니다.』
모든 캐쉬아이템이 그러하듯 이건 한 번뿐인 도전이다.
이 스크롤은 한 번 밖에 구매할 수 없다.
사용 또한 1회용에 그친다.
그러나 단 한 번에 한해서라면 어떠한 아이템이나 자력시전 마법이던 간에 [마법성공률]을 5배로 향상시킨다.
‘셀레나! 지팡이에 대고 스크롤을 찢어!!’
-소용없다. 거대한 광기에 처음으로 노출된 자는 결코
“알겠네!”
셀레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스크롤을 집어 들고는 찢었다.
-쓰레기 : 노스트라 무안해서 말 못하는 거 봐라ㅋㅋㅋ
-콜드애플 : 병먹금
-프랑 : 제법인데?
확실히 광기는 겪어보지 않은 자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런데 말이지.
셀레나가 누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 나와 함께 여행을 거듭해온 주인이라면,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을 잔뜩 겪어왔단 말이지.
완벽하지는 않아도 최소한의 저항은 가능하단 말이다!
새삼 혼돈의 석판이 발산하는 광기 따위에 위축될 리가 없다!
『정식주인 셀레나가 마법성공률&공격력 5배 증폭스크롤 효과를 부여합니다.』
『지금부터 사용하는 단 1회의 마법에 한해 성공률이 5배 증폭된 65%로, 공격력이 5배 증폭된 190으로 적용됩니다.』
성공확률 13%의 5배 증폭이라면 무려 65%나 된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성공할 수밖에 없다.
공격력 190은 또 어떤 수치인가.
그걸 알고자하면 공격력이 원래 무슨 능력치였는지를 떠올리면 된다.
근력(筋力).
1부터 100까지의 범위 내에서 개체가 지닌 전투력을 산출한 값이나 다름없다.
그것을 한계를 돌파하다 못해 초월한 수치.
그것이 공격력 190이라는 엄청난 값이다.
이번 한 번에 한해서.
내가 쓰는 마법은 무조건 초월마법이 된다.
혼돈의 석판이 아무리 대단한 물건이라도 해도 초월마법만큼은 견딜 수 없을 거다!
‘랜덤마법 발동!’
와라, 랜덤마법!
이걸로 결착을 짓는다!
『랜덤마법으로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이 선택되었습니다.』
아.
-멍초 : 아.
-건담 : 아.
-참피 : 아.
-프랑 : 아.
-이지 : 아.
갤러리들과 사이좋게 현자타임이 와버렸다.
뭐냐고 이건.
이 타이밍에 공격력 제로짜리 마법이라니.
너무하잖아.
그러나 시스템은 제 알바 아니라는 듯이 주사위를 굴렸다.
『마법시전 성공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68』
『마법성공률 65%에 미달! 마법시전에 실패합니다!』
심지어 실패했다!
5배 올랐는데 실패했다고!
대체 무엇을 위한 스크롤이었던 걸까!
-츳키 : 아직이야! 부작용이 남았다고!
그래.
낙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부작용에서도 분명 굉장한 결과값이 나올 게 틀림없다.
『부작용 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15』
『[부작용 No.15]의 효과로 시전중인 마법이 자아를 가지고 제멋대로 활개 치기 시작합니다. 충격에 주의해주십시오.』
아니, 이건 좀.
굉장하기는 한데, 하필이면 또 이거냐.
독 요정에, 부처에, 마왕(Minor Copy)이 떴던 거잖아.
애초에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이라고.
뭐가 어떻게 되어야 저거에 자아가 깃드는 건데.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
-자신을 제외한 주변의 대상을 무작위 위치로 순간이동 시킵니다. 대상을 선택할 수도 없고, 날리는 위치를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습득자의 무분별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진 마법입니다.
바로 그때였다.
-이건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노스트라]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그 너머로 나타난 것은…
나타난 것은…!
‘뭐가 나타난 거지!?’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데!?
설마 불발인 건가?
-프랑 : 아냐! 지금 영상을 256배 슬로우 재생하니까 뭔가 보였어!
-줌벽 : 진짜다!! 512배 늦추니까 희끗한 게 보여!
-츳키 : 1024배 슬로우 재생에 잡혔다!
-퐁삽 : 뭔데?
-츳키 : 파리다!!
시발 뭐야 그게.
무슨 마하20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촉수괴물인줄 알았더니.
존나 빨리 움직이는 파리인거냐.
-츳키 : 보통의 파리가 아니야! 날아다니고 있지도 않고!
뭐?
파리가 날아다니지 않으면 어떻게 다니는 건데.
-츳키 : 공간을 텔레포트 시키고 있어!!
더욱 영문을 모르겠다!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이니까 지는 안 움직이는 거냐!?
심지어 무작위잖아.
어디로 움직일지도 모른다고.
이 녀석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
쾅!
콰과광!
갑자기 던전화된 면접실의 외벽이 산산조각 났다.
아니, 외벽이 공간과 함께 순간이동 당한 것이다.
그것도 커다란 굴삭기에 파헤쳐진 것 마냥 반경 2m가 대번에 뚝 떨어졌다.
먼지, 돌, 자갈.
박살난 벽의 잔해가 정신 나간 속도로 대기를 돌아다녔다.
그마저도 시작에 불과했으니.
벽과 바닥, 천장과 내부시설물 등이 닥치는 대로 뜯어져나가고 박살나며 자욱한 먼지를 피워냈다.
‘지금이다! 모두 물러나!’
혼돈의 석판이 보이지 않게 된 지금, 거리를 벌려야 한다.
심사위원과 지원자들은 기겁하며 면접실 입구로 물러섰다.
그러나 혼돈의 석판만은 움직일 수 없다.
이대로 영문 모를 파리의 광역기에 휩쓸릴 수 있다는 거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온 김에 녀석을 박살내버려!
콰가가가가!
잠시 후, 굉장한 기세로 뭔가가 산산조각 났다.
잔뜩 부풀어 오른 먼지가 겨우 가라앉은 직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었다.
뻥 뚫린 바닥과 그 앞에서 멀쩡히 서있는 혼돈의 석판을 말이다.
-츳키 : 아. 저거 땅 뚫고 사라짐.
존나 쌔긴 한데 결국 아무 쓸모도 없었잖아!
아니, 아무 쓸모도 없는 건 아니지.
덕분에 지원자들은 혼돈의 석판을 보지 않고, 제대로 눈을 감은 채로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대체 뭐가 나타났었던 거냐!?
‘마하 20의 속도로 주변 공간을 무작위 순간이동 시키는 파리다! 너무나도 무작위인 나머지 땅을 뚫고 사라졌지만!’
-굉장해! 굉장하게 쓸모없다!
노스트라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제 와서 알게 뭐야.
중요한 건 석판을 파괴하지는 못했어도, 석판의 영향에서 잠시나마 지원자와 심사위원들이 해방되었다는 사실이다.
‘지원자들. 그리고 심사위원들. 판결의 시간이 되었다!’
자 말해라!
누가 더 광기에 어울리는 대명사인지!
진정한 광기란 누구를 가리키는 말인지 말이다!
“그거야 당연히 광기의 ㅅ”
‘여기서 뽑힌 놈이 니네 면접마저 치름’
“…….”
지원자들은 숨 막히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양쪽 다 미친 것 같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광기의 신한테 면접을 받았다간 면접이 끝날 때쯤이면 제정신을 상실하게 될 터. 노스트라의 영역에서 광대노릇이나 하다가 죽을 미래가 훤히 보인다.
애초에 면접도 투르비쳬 공국에 잠입하려고 치룬 거였지.
난데없이 광기의 신한테 스카웃 당하려고 한 게 아니다.
애초에 이쪽은 명확한 갑을관계가 정해져있단 말씀.
노스트라가 아무리 대단한 녀석이라도.
이쪽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 알바 아니다!
“니가 더 미친 것 같아요.”
지원자들은 만장일치로 지팡이를 선택했다.
-그럴 수가! 이런 결말은 용납할 수 없다!
‘설마 신이 자신의 말을 번복하려는 건 아니겠지?’
-크으윽…!
애초에 신은 약속을 함부로 어기지 않는다.
그런 부정한 짓을 했다간 격이 떨어지니까.
제 힘을 깎아먹는 짓은 최악의 경우, 불멸자인 신을 필멸자인 생물체로 격하시킬 수도 있다.
고집 한 번 부리자고 그만한 리스크를 감당하겠어?
제정신이 박혀있다면 분명 분노조절장애를 치료하고 얌전히 제가 살던 터전으로 돌아갈 거다.
…어라.
근데 노스트라는 제정신이 아닌 신이잖아?
-안 된다!! 못 돌아가!! 내 마음대로 풀리기 전까진 아무것도 양보할 수 없어!! 네, 네놈은 신에 대한 공경심도 없단 말이냐!! 체면치례는 하게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시발 그걸 왜 나한테서 찾는 건데.’
-아 몰라!! 답은 정해졌다!! 내가 옳고 넌 틀렸다!! 신에게 존경심을 보여주지 않는 너희가 나빠!! 빼애액!!!
우와…….
신이라는 거,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는 존재였구나.
신계의 신들이 들었다면 거품 물고 무장진압 하러 내려올 것 같은 추태이다.
꼴사나운 짓에도 정도가 있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적만큼 구질구질한 것도 없다.
‘그럼 저거나 가져가든지.’
-저거?
‘그래. 저 실성한 머저리들.’
개랑 새, 말이 되었던 녀석들 말이다.
저거 여기 내버려둬도 쓸모가 없는 걸.
제정신 차리는 포션을 먹여도 뭐 하나만 수틀리면 또 신한테 징징거릴 거 뻔하잖아.
차라리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찍이 치워버리고 싶다.
직접 죽였다간 괜히 다른 신들한테서 클레임이 들어올 것 같아서 무섭다고.
-으음… 짐승으로 전락한 충복과 덤 두 마리인가.
‘그래. 인간에서 짐승으로 전락한 존재라는 점에서 기념품 삼아 가져갈만하지 않을까.’
-그런가?
‘그렇지.’
-허나 거절한다!
석판 불러낼 때까지만 해도 최종보스 뺨치는 포스더니.
이제는 그냥 꼬장 부리는 꼰대 같아서 화가 난다.
아. 암걸린다!
‘당장 꺼지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야.’
-헹. 하찮은 필멸자 따위가 뭘 할 수 있다고 기고만장 할까? 필멸자 따위가아아아아?
‘너. 장시간 신언에 신물 소환까지 하고 있지. 그것도 매개체 없이, 직접개입으로. 거기에 소모되는 신력이 얼마나 될까. 앞으로 한 10분 정도만 더 있으면 신계에서 다른 신들한테 얻어맞아도 신력이 없으니 쪽도 못쓰고 쫓겨나겠지?’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면 해결책이야 뻔하다.
이쪽도 어른을 데려오면 그만이다.
석판소환으로 빌미는 차고도 넘치니 변명의 여지도 없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짐승이 된 처단자들을 휘감는가 싶더니, 대번에 허깨비처럼 석판 안으로 사라졌다. 노스트라는 맥 빠진다는 투로 혼돈의 석판마저 회수하였다.
이윽고 노스트라의 신언마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모든 위협이 간신히 해소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후우. 신이라는 건 정말 대단한 괴짜로구나.”
하긴, 셀레나도 신을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인가.
다른 녀석들은 대체로 이 정도는 아니지만.
난데없이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이제 지쳤다.
지원자들도 겨우 한시름 놓고 있는데, 방금 전까지 마주했던 신에 대한 썰을 풀어봤자 질겁하기만 하겠지.
그럼 뭐, 할 일이나 마저 하도록 하자.
‘자. 그럼 면접을 재개해볼까.’
내 전음을 셀레나가 고스란히 읊었다.
그러자 지원자들은 멍청하니 셀레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심으로..”
“이 상황에..”
“면접을 계속한다고?”
안 될 거 뭐있어.
너네들 면접 보러 왔잖아.
방금 전의 건 엑스트라 스테이지 같은 거라고?
심사위원이 바뀔 뻔한 위기였을 뿐.
지원자들의 처지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두 번째 질문은 제 3팀, 신전 소속 처단자 세 명이 공동 탈락했노라. 고로 이번 팀별면접은 종료이다. 기뻐해도 좋으니라. 이제 그대들은 마지막 세 번째 질문만을 앞두고 있으니까!”
셀레나는 당당하게 콧대 높여 소리치고는, 내게 물었다.
“그래서 세 번째 질문은 무엇인가?”
이제는 생각이라는 걸 포기한 것 같다.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물어보네.
너 나한테 의지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니냐.
============================ 작품 후기 ============================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거창하게 등장해서 지리멸절하게 퇴장하는 챕터보스 되겠습니다.
1챕터 – 즈베늄 / 2챕터 – 마그람 / 3챕터 – 무간다
하나같이 안습한 최후를 맞이한 챕터보스로군요…
보스에 대한 취급이 너무 박하지 않냐구요?
개그물에서는 원래 챕터보스의 취급이 안습할 정도로 좋지 않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선추코쿠와 많은 성원을 남겨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후기는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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