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320
319화. 금광월관 (3)
영혈의 핵에 맞게 만들어진 마체술.
혹은 영혈에 자리한 핵을 사용할 수 있는 마체술.
원래라면 그런 게 존재하리라 생각지도 않았을 거다.
그가 알기로는 영혈 안에 마나 핵이 존재하는 사람은 자신 혼자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 녀석이라면?’
오른이라면?
자신에게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나 로드를 알려 준 녀석이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애초에 이 마나 로드는 영혈의 마나 핵을 한 축으로 잡고 구현된다.’
그 소리는 영혈의 마나 핵을 가진 이가 이미 자신 말고 또 존재 했었다는 뜻.
‘어쩌면 그 흰둥이 노친네도.’
광인을 익히고 있던 그 백검병단의 노인네도 영혈이 열려 있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하여 유리는 오른이에게 다시 물었다.
“솔직히 말해 봐. 나한테 알려 줄 거… 아직 하나 더 남았지?”
짙은 기대감이 담긴 목소리.
평소였다면 별다른 답을 해 주지 않았을 오른이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휙휙-.
녀석이 손목을 좌우로 살랑살랑 내저었다.
그 간단한 제스처를 유리가 몰라볼 리 없었다.
“…없다고?”
유리의 얼굴에 옅은 실망이 스친 찰나.
휙휙-.
오른이가 또다시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유리의 고개가 살짝 갸우뚱해지는 건 당연지사.
“…뭐야, 없다는 거야 있다는 거야?”
뾰로통한 물음에 오른이가 이번엔 손가락 3개를 펼쳤다.
그걸 본 유리의 눈이 살짝 휘둥그레졌으니.
“설마…….”
그의 목소리에 대번에 기쁨이 실렸다.
“하나가 아니라 3개라고?!”
질문과도 같은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오른이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이에 유리의 입꼬리가 살며시 말려 올라갔다.
‘역시!’
확실히 뭔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3개나 튀어나올 줄이야.
심지어 오른이는 광인의 마나 로드를 알려 준 존재.
그런 녀석이 알려 줄 3가지가 과연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어서 알려 달라는 듯한 유리의 강렬한 눈빛에 오른이는 살며시 검지를 올렸다.
꼿꼿이 선 검지.
처음에 유리는 이를 ‘첫 번째’라고 인식했었다.
‘자, 잘 봐. 이게 내가 알려 줄 첫 번째니까.’라고 멋대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상황에 유리는 제 생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르륵-.
검지를 핀 오른이가 이번에는 팔을 쭉 뻗어 좌측을 가리켰다.
이를 마주한 유리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
오른이가 세운 검지.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지독한 예기는 유리가 처음 겪어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이에 그는 오른이의 검지가 다르게 보였다.
‘저건… 검이다.’
저 빳빳하게 세워 올린 짤막한 손가락은 한 자루의 검이었다.
그것도 그냥 그런 수준의 검이 아닌 잘 벼려진 절세의 보검.
그리고 이를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 오른이에게서 황금빛 기운이 넘실넘실 흘러나와 검지를 타고 쭉쭉 뻗어 나갔다.
순식간에 십여 미터에 달하는 길이로 뻗어 나간 황금빛 기운.
이는 곧 한 자루의 거대한 검의 형상이 되었으니.
꿀꺽-.
황금빛 거검을 눈에 담은 유리는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이다.’
유리가 그리 평가할 정도로 거검이 풍기는 위압감은 실로 대단했다.
그렇게 그가 거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스르륵-.
오른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쪽에서 시작해 서서히 반원을 그리는 황금빛 거검.
그 순간.
화악-.
유리의 눈앞에 거대한 황금빛 초승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갑작스럽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화들짝 놀란 것도 잠시.
고오오오-.
금빛 초승달로부터 전해지는 무거운 압박감에 유리는 이를 악물어야 했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스르륵-.
황금빛 거검이 반원을 그리며 움직이자 금빛 초승달이 서서히 채워져 갔다.
거검이 수직으로 섰을 때는 반달.
그러다 마침내 검이 좌측에 내려왔을 때는 거대한 보름달이 떠올라 있었다.
드드드-.
만월이 뜸과 함께 격하게 떨려 오는 지하 공간.
유리는 전신을 쥐어짜는 듯한 어마어마한 압력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
‘모양만… 변한 게 아니다. 위력마저 달라졌어.’
초승달보다는 반달이.
반달보다는 보름달이 더욱더 강한 위압감을 풍겨 댔다.
드드드드-.
그렇게 한동안 지하 공간을 울리던 달이 신기루처럼 자취를 감췄다.
“하악!”
그제야 밀린 숨을 몰아쉬는 유리.
그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오른이에게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조금 전 자신이 행한 일이 별거 아니라는 듯한 기색으로 둥둥 떠 있는 황금 팔.
녀석을 보는 유리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아까 그거…….’
맨 처음 오른이가 만들어 낸 초승달.
그건 너무도 닮지 않았는가.
‘그 빌어먹을 노인네가 쓴 거잖아?’
자신을 이 지하로 처박는데 일조했던 그 공격.
백검병단의 단장이 사용한 백광의 현월.
오른이가 만들어 낸 초승달은 바로 그 절기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백검병 단장이라는 노인네와 오른이… 이 둘, 대체 무슨 관계지?’
그 사실을 곱씹으며 유리가 멍하니 서 있을 때.
까딱까딱-.
오른이가 유리를 향해 손을 휘휘 내저었다.
마치 보여 줬으니 해 보라는 듯한 손짓.
이에 유리가 상념에서 깨어나 피식 웃었다.
‘그래, 둘이 뭔 사이인지가 뭐가 중요하겠냐.’
지금 유리에게 중요한 거는 오른이가 보여 준 저 달을 그려 내는 절기.
그게 이 광인의 마나 로드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거다.
이에 유리가 당당하게 소리쳤다.
“한 번 더 보여 줘!”
아무리 그래도 한 번 보여 주고 따라 하라는 건 너무하잖아?
* * *
오른이가 보여 준 달을 만들어 내는 절기.
유리가 작월(作月)이라 이름 붙인 그 절기를 익히는 과정은 딱히 어려울 게 없었다.
몇 번이고 거듭되는 오른이의 시범과 설명.
이를 통해 유리는 수월하게 작월의 원리를 알아낼 수 있었다.
‘광인을 익힐 때도 이렇게 친절히 알려 줬으면 좀 좋아?’
광인의 마나 로드를 연구하고 익히는 과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너무도 친절한 시범과 설명.
오른이가 지금처럼 친절했으면 시간을 대폭 아낄 수 있었을 거다.
그렇게 작은 불평을 꿍얼거린 유리는 곧 작월을 익히는 데 몰두했다.
그리고 마나 로드 때와 달리 유리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놀라운 속도로 작월을 습득해 나갔다.
‘이거 원리가 엄청 신기하네?’
오른이가 보여 준 작월은 유리의 예상대로 영혈의 마나 핵을 사용하는 마체술이었다.
하지만 그 원리는 일반적인 마체술과 궤를 달리했다.
‘보통의 마체술은 마나 로드를 통해 마나 핵을 구성한 뒤 연결하지만, 이건 정반대네.’
작월은 영혈의 마나 핵으로부터 운용하는 길을 새롭게 뽑아내는 방식의 마체술이었다.
이를 분석하며 유리는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으니.
‘영혈의 마나 핵은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었어.’
자신이 언제부터 영혈에 마나 핵을 품고 있었는지 유리 본인조차 모른다.
또한, 이를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는지도 말이다.
하지만 작월을 익히며 그 원리를 파헤친 결과, 영혈의 마나 핵은 자신이 날 때부터 품고 있었다는 결론이 났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존재하는 마나 핵을 운용하는 마체술 따위가 만들어질 리 없겠지.’
태어났을 때부터 힘이 좋거나.
혹은 손가락이 여섯 개이거나 등등.
세상에는 날 때부터 특이한 신체 특징과 재능을 지닌 사람이 있다.
영혈의 마나 핵 역시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특징이 아니었을까.
유리는 그리 추측해 보았다.
그렇게 스스로에 관한 정보를 습득해 나가며, 그는 얼마 되지 않아 첫 번째 달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우웅-.
3m 정도 크기에 달하는 초승달.
유리가 처음으로 띄워 올린 달은 다름 아닌 황금빛의 현월이었다.
그렇게 지하 공간의 상공에 떠오른 금광현월은 이내 지상을 향해 낙하했고.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을 일으키며 대지를 뒤흔들었다.
유리는 자신이 만들어 낸 결과물을 보며 분석에 들어갔다.
‘위력은 성검을 훨씬 웃도네.’
대략적인 추측 값은 비슷한 마나를 사용한 성검의 2배 정도.
그 위력도 위력이거니와 성검은 마검처럼 뽑아내 날릴 수 없었는데, 금광의 현월은 이를 날려 원거리 공격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효율적이었다.
거기에 숙련도가 올라 현월을 반월과 만월로 성장시킨다면 그 위력 역시 커질 터.
하지만 그런 이점에도 유리의 표정은 딱히 좋지 못했다.
‘고작 이 정도 위력이라고?’
비록 자신이 마나를 비롯해 경지까지 백검병단장 노인네보다는 현저히 뒤떨어지긴 할 거다.
하지만 그렇다 쳐도 유리의 기억 속 그 노인네의 백광현월은 고작 성검 2배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이에 유리는 고심했다.
‘영혈을 이용하는 마체술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백광의 초승달을 날려 대던 백검병단장 노인네의 화신을 떠올렸을 때.
“이건 어쩌면… 화신을 통해서만 온전한 위력이 발현되는 게 아닐까?”
유리는 그리 추측했지만, 이를 확인해 볼 방법은 없었다.
그의 화신, 흑운룡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여 유리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 녀석이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냥 이대로 써야겠네.”
그렇게 그가 작월을 전반적으로 익혔다고 자부하게 된 날.
슥-.
오른이가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이에 유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제 두 번째를 시작하는 거냐?”
오른이가 알려 준다고 한 세 가지 중 마침내 두 번째.
유리가 기대에 찬 얼굴로 기다리니 오른이가 다가와 그의 복부와 머리를 번갈아 가리켰다.
이에 갸우뚱해지는 유리의 고개.
“…뭐가?”
그 질문에도 오른이가 복부와 머리를 번갈아 가리키는 걸 멈추지 않자, 유리가 그 행동을 추측해 보았다.
“마나 핵? 내가 가진 2개의 마나 핵을 말하는 거야?”
다행히도 첫 추측이 운 좋게 들어맞았음일까.
동그라미를 그리는 오른이의 손가락.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오른이는 계속해서 손을 움직여 의사를 전했고, 유리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 의미를 해석해야만 했다.
그렇게 장장 30분여의 시간이 흐른 뒤.
“그러니까…….”
유리는 오른이가 자신에게 알려 주고자 한 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으니.
“…두 개의 마나 핵을 조율하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른이의 검지와 엄지가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 * *
너른 실내.
그 중심에 황금빛을 뿜어 대는 노인이 두 눈을 감고 정좌해 있었다.
노인의 정체는 백검병단장 이안 오클랜드.
웅웅-.
그는 전신에 맑고 찬란한 황금빛 선을 두른 채 연신 빛을 뿌려 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참을 앉아 있던 이안에게서 빛이 점차 사그라들고.
“후우…….”
나직한 숨이 토해짐과 동시에 그가 눈을 떴다.
이안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아쉬움, 안타까움, 답답함과 분노가 섞여 있었으니.
어딘지 모를 곳을 바라보는 그의 입에서 탄식 섞인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정녕 내게는 허락된 힘이 아니란 말인가…….”
오랜 시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그 힘을 손에 넣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안은 자신의 한계를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두 핵의 완벽한 대칭… 이게 정녕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아무리 본신의 마나 핵과 영혈의 마나 핵을 똑같이 만들기 위해 미세하게 조율해 보아도, 그럴 때마다 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단 0.0000000000000001의 차이라도 발생하면 두 핵은 완벽한 대칭을 이룰 수 없다.
그토록 미세한 오차마저 나지 않는 완벽한 대칭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일.
다만…….
‘선천적으로 대칭을 이루는 체질을 타고난 존재라면…….’
문헌으로 전해지는 극소수의 체질.
육신은 물론 두 핵의 대칭을 완벽하게 이룰 수 있는 특이 체질을 타고난 이들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택받은 자들만이 비로소 쓸 수 있게 되는 거였다.
금월명가의 유구한 역사에 있어 단 세 사람만이 썼다고 전해지는 찬란한 달빛의 왕관.
“금광월관(金光月冠)…….”
위대한 지존의 상징을.
* * *
휘오오-.
유리를 중심으로 마나의 돌풍이 휘몰아쳤다.
오른이가 알려 준 방식대로 영혈의 핵과 본신의 마나 핵 간에 균형 조율에 들어갔던 유리.
그러자 두 마나 핵 간에 연결된 광인을 통해 마나가 빠르게 분배되기 시작했고.
우득- 우드득-.
두 핵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자연스러운 조율이 일어났다.
그렇게 서서히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로 변해 가는 유리의 두 마나 핵.
그에 맞춰 유리의 전신에도 변화가 일어났으니.
스스스-.
광인을 운용하고 있었기에 유리의 전신에 떠올라 있던 황금의 선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꾸물꾸물, 마치 뱀처럼 움직여 유리의 등으로 모여든 황금빛 선.
그렇게 유리의 두 날개 뼈 사이로 모인 황금빛이 둥근 원을 형성했다.
마치 아름다운 만월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우우우웅-.
유리 본인조차 모르던 그의 신체 비밀.
[어찌 인간의 육체가 이리도 대칭을 이룬단 말인가?!]오직 유리의 몸에 시술을 펼쳐 주었던 요한만이 알고 있던 특이 체질이 두 마나 핵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이뤄 냈다.
두둑-.
단 0.000000000000000000001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맞춰진 모양과 균형.
그렇게 두 핵이 대칭을 이루자 날개 뼈 사이의 금빛 보름달에서 한 가닥의 선이 뽑혀 나왔다.
스스스-.
유리의 뒷덜미를 타고 오른 황금선.
이는 그대로 머리에 도달해 띠를 형성하니.
황금의 머리띠에서 세 개의 뿔이 삐죽 위로 솟구쳤다.
지이잉-.
삼지창처럼 보이는 세 개의 뿔이 달린 빛의 머리띠.
이는 흡사 황금의 달빛을 빚어 만든 왕관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