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미미르에 관한 이야기가 나중으로 미뤄지자, 리디안과 크라이그는 주점을 떠났다.
늑대 동굴 레이드 준비를 위해 남은 길드 마스터와 부길드 마스터는 그 길로 곧장 동맹 길드의 책임자들을 불렀다.
대기업의 박회장, ANG의 호드라, 델피네마켓의 마리타, 노르드연합의 샤봉, 청풍명월의 풍월주까지. 모두 마제스티와 레온의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꿈꾸는 들꽃’으로 달려왔다.
레이드 특성상, 팀이 분리되고 특정 직업이 필요했기에 그들은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대고 회의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늑대 동굴은 보스가 두 마리고 각각 물리, 마법 공격에 취약합니다. 물리 팀과 마법 팀으로 나누고 제물 패턴 대비해서 워로드랑 바바리안도 별도의 팀으로 필요해요. 그리고 지난번에 확인한 변수대로라면 리디안 님이 중앙에서 대기해야 하므로, 리디안 님 전용 팀도 있어야 하고요.”
과거의 일로 다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레온은 연신 동맹 길드 마스터들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샤봉이나 풍월주, 마리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눈치 보는 레온이 바보 같을 정도였다. 부끄러워진 레온은 수시로 헛기침을 하며 설명했다.
“최대한 60인 풀 파티로 맞출 예정입니다. 지난 레이드로 사망 페널티 높은 사람은 제외할 거고요. 함께하는 첫 레이드니까, 될 수 있으면 길마분들은 다들 참여했으면 합니다.”
정중한 부탁에 델피네마켓 길드 마스터 마리타가 손을 내저었다.
“저… 제가 끼기엔 좀 모호한데요. 바드나 세인트면 몰라도 전 매지션이고, 레벨도 낮고 방어구도 변변치 않아서요. 솔직히 너무 눈치 보여서…….”
플레이어 정보
이름 : 마리타 / 길드 : 델피네마켓(M)
레벨 : 75 / 직업 : 매지션 / 보조 직업 : 세공사
HP : 2940 / MP : 3310
전투 길드의 쩔에 대한 대가로 가급적 협조를 약속했던 마리타가 이번엔 그들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의 낮은 스펙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마제스티와 레온은 서로를 바라보다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맹 길드의 길드 마스터라 스펙 상관없이 데려가려 했었지만 본인이 부담스러워한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요. 마리타 님은 그럼 다음 신전 레이드 때 함께해요. 오늘은 그냥 같이 회의만 하고요.”
관대한 발언에 마리타가 안도의 숨을 삼켰다. 그 외에 불참하고 싶은 사람은 없냐는 레온의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마리타 말고는 다들 참가에 긍정적인 태도였다. 오히려 기대하는 듯한 적극적인 분위기였고 샤봉이 솔선수범 손을 들었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샤봉 / 길드 : 노르드연합(M)
레벨 : 78 / 직업 : 바바리안 / 보조 직업 : 대장장이
HP : 3170 / MP : 1090
“바바리안은 제가 있고, 워로드도 길드에 둘이나 있으니 싹 참여시킬게요. 게임 때긴 해도 저나 길드원들이나 동굴은 지겹도록 다녀 본 사람들이라 패턴도 익숙하고요.”
노르드연합의 워로드라면 ‘칼릭’과 ‘벤딩이’였다. 그리고 둘 다 하이 랭커였다. 슈퍼문의 길드 마스터인 무너스키처럼 컨트롤 쪽으로 유명한 편은 아니었으나, 워로드 직업이 희귀한 서버 사정을 고려하면 동맹 입장에선 큰 행운이었다. 마제스티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좋네요. 그럼 샤봉 님, 칼릭 님, 호드라 님이 이노센트랑 넷이서 두 팀으로 나눠서 제물 패턴 맡아 주시면 되겠네요. 흠, 힐러는 누굴 넣지?”
“어차피 제물 패턴 외에는 잡몹 팀이랑 대부분 같이 움직이긴 할 건데. 그래도 따라다니면서 힐, 버프 잘하는 사람으로 넣어야죠. 우리 길드엔 드림 님이 딱이니까 드림 님 투입할게요.”
“음. 그럼 우리는 괴자 님인가?”
마제스티가 레온과 중얼거리는 사이, 옆에서 혼자 곰곰이 생각하던 신사가 손을 들어 레기온 측을 쳐다봤다.
“혹시 다람 님… 아니, 이상성욕자 길드도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은데. 가능할까요?”
신사는 지하 도시 때 다람의 플레이를 주의하여 봤고, 그 탁월한 센스에 호평했다. 조금 시끄러운 게 문제였지만, 다크 템플러로서 없어서는 안 될 인재였다. 의외의 인물이 언급되자 마제스티가 레온을 쳐다보며 눈을 끔뻑거렸다.
“그러게. 동굴이래도 하츠 님이나 인드라 님 둘뿐이면 좀 버거울 거고. 그동안 같이 해주신 누리 님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그냥 다람 님 데려가요.”
백검도 다람의 합류를 반기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와 연락하려면 크라이그가 중간에 있어야 해서 마제스티는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 후로도 길드 마스터들은 파티 구성에 대해 논의했다.
항상 그랬지만, 언제나 본인의 의사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지원자만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사망 페널티에 관대하고 카운트가 많이 쌓이지 않는 사람 위주로 넣는 게 우선이었다.
지하 도시까지만 해도 인원이 부족해 특정 직업은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참 다행인 일이었다.
자리에 모인 길드 마스터들 덕분에 마제스티와 레온은 실시간으로 참여자를 확인했다. 미리 ONE 길드가 경험한 변수를 토대로 파티를 편성하니, 얼추 윤곽이 잡혔다.
완벽한 동맹 이후 내딛는 레이드의 첫걸음이었다.
* * *
그리고 다음 날인 4일.
길드 마스터들은 더 지체할 것도 없이 바로 늑대 동굴 레이드를 진행했다. 지원자들을 우선으로 풀 파티인 60인을 채운 덕분에 아침부터 분주했다.
여러 길드가 섞인 만큼, 레이드 필드 내에서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당일 아침에 길드 성 내실까지 대관해 사전 브리핑까지 마쳤다.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곧장 헬하임으로 이동했는데, 공교롭게도 태양 연합 측도 같은 날 붉은 산맥 레이드에 도전한 상태였다.
12월이 되자마자 바로 도전하겠다는 핑크푸크의 사전 예고와는 달리 늦은 감이 있었다. 뭐, 그쪽도 내부 사정이 있겠지만……. 태양 연합보다 한발 늦어진 레기온과 ONE 길드 측의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이었다.
“뭐야. 우리보다 한 시간 전에 출발했다고?”
“신세계 애들도 몇 명 같이 갔다더라.”
“이야, 자기들도 그동안 호흡 맞추고 몇 명 80 찍고 하니까 자신 있나 보네.”
“근데 이 새X들. 일부러 우리랑 대놓고 경쟁하려고 갑자기 날짜 바꾼 거 같은데?”
“친목 길드랑 동맹해서 그런가. 어째 정보가 더 빨리 퍼지는 느낌이다?”
“그건 어쩔 수 없지. 길드에 사람이 몇인데. 도청기 달린 것도 아니고, 자잘하게 자기들끼리 수다 떠는 것까지 어떻게 통제해.”
“암튼, 콱 망해버려라.”
먼저 온 파티원들이 특정 길드에게 저주를 퍼붓는 한편, 여유 있게 도착한 리디안은 한동안 지인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자토와 행복, 헤른과 우래귀에게서 온 응원 메시지였다.
즐거운 마음으로 안부와 수다를 나눈 리디안은 들뜬 마음으로 주변을 훑었다. 그러곤 헬하임 게이트 앞을 가득 채운 플레이어들의 모습에 연신 감탄했다.
레기온과 ONE, 노르드연합에 청풍명월이 모인 것만 해도 장관이었다. 여기에 ANG과 이상성욕자, 대기업의 박회장까지 합류할 것을 생각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도전하는 레이드 난도는 전보다 낮은데, 규모는 더 커진 느낌이라 새삼 신기한 느낌도 들었다.
리디안은 마른 침을 삼키며 파티 구조를 떠올렸다.
늑대 동굴 보스의 특성상 파티는 크게 물리 공격 팀과 마법 공격 팀으로 분리됐다.
우선 1파티부터 4파티까지가 메인 탱커 역할을 하는 가디언 일반인을 중심으로 한 물리 팀이다. 1, 2, 3파티는 탱커와 물리 딜러로 가득하고 4파티는 그들을 보조할 비격수로 구성되어 있다.
팔라딘 관우를 중심으로 한 마법 팀은 6, 7, 8파티인데, 비격수로 구성된 8파티를 제외하면 딜러의 수가 현저히 적다.
그 외, 페페가 파티장인 5파티는 변수를 대비한 이동 팀이고 포푸리가 파티장인 9파티는 잡몹 담당. 마지막 10파티는 제물 패턴을 담당할 전담 파티다.
열 개 파티 모두 여섯 명 최대 인원으로 꾸려진 터라 게이트 앞은 바글바글할 수밖에 없었다.
리디안은 시시각각 등장하는 랭커들의 모습에 연신 감탄했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요. 레이드 처음 하는 사람처럼.”
쭉 곁을 지키고 있던 크라이그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리디안은 화끈거림을 감추며 민망하게 웃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신기하잖아요. 후다닥 진행되는 것도 그렇고, 새로 합류한 동맹 길드랑 갑자기 레이드를 하니까…….”
“그런가? 근데 게임 때도 급하면 외부인 상대로 돈 주고 불러와서 갔는데요, 뭘.”
“아, 하긴. 페페 님도 레이드 급할 땐 여러 번 지원 갔다고 했던 것 같아요.”
활짝 밝아지는 리디안의 표정에 크라이그는 텁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슬쩍 뒤편의 세인트 무리를 곁눈질했다.
리디안이 반가워하는 페페 역시 레이드 팀에 포함됐고, 심지어 리디안과 같은 이동 파티였다.
그의 존재가 영 탐탁지 않았으나 페페 정도면 위급할 때 리디안을 제일 먼저 지킬 테니 그런 면에선 안심이었다.
“이동 팀 사람들은 아직 다 안 왔어요?”
“아뇨, 저기 저쪽에 모여 계세요.”
리디안은 생긋 웃으며 위쪽을 가리켰다. 분주히 돌아다니는 플레이어 뒤로 정지해 있는 파파와 드리머, 벨벳루즈, 마프로, 페페가 보였다. 브리핑 때 미리 구성원에 대해 들었음에도 크라이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인원을 살피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 팀은 이번에 생겨난 새로운 팀으로, 기존 늑대 동굴 레이드에는 존재하지 않던 팀이다.
오로지 리디안을 위한 파티로 정확히는 여신의 영역 전용 팀이다. 늑대 동굴의 보스인 스콜과 하티의 디버프 패턴이 범위 내 전체 적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대비책이 따로 있지만, 지금으로선 효율이 높지 않았다.
늑대 동굴 보스의 디버프는, 방어구를 활용한 ‘상태 이상 저항력’의 수치가 90% 이상이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정도의 높은 수치를 맞추려면 방어력을 적정 기준 이하로 떨어트려야 했다.
마음 편하게 방어력을 포기하고 물약으로 무식하게 버틸 수 있던 게임 때라면 모를까, 현시점에서 그만한 세팅이 나오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또 세인트의 힐로 무작정 버티는 것도 어불성설이었다.
그래서 ONE 길드도 한계를 느껴, 진작 포기하고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리디안의 ‘여신의 영역’ 스펠로 커버할 수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신사는 리디안의 스펠이 마치 동굴 레이드를 위해 나온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어, 근데 오늘은 대기실로 이동 안 하나 봐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레이드 인원이 모두 모였음에도 게이트 근처에 정체된 것에 리디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크라이그도 그 시선을 따라 쭉 둘러보더니 싱겁게 대꾸했다.
“이젠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많지 않고, 있어도 자기들끼리 조용히 얘기하니까 굳이 우리가 자리를 피할 필요도 없죠. 뭐, 그거 말고도 요즘 분위기 때문에 각 길드 자체에서 말리기도 하는 것 같지만요.”
리디안은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눈치 없이 촐싹거리며 구경 나온 플레이어가 몇 있었지만, 확실히 지난 레이드 때보다는 얌전했고 거리도 휑했다.
전투 길드 간의 대립을 예상한 눈치 빠른 친목 길드들이 미리 길드원들을 통제하고 있는 탓이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듯이. 전운이 감도는 시기에 괜히 어슬렁거리다 말려들기라도 한다면, 약한 친목 길드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었다.